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265)
검은 머리 영국 의사-265화(265/505)
265화 독살이라기보단 [3]
“어이.”
길을 막아선 건 형사들이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강력계 형사들의 인상은…… 사실상 조폭이랑 분간하기가 어렵지 않던가.
“어…….”
그런 사내 셋이 길을 막아서자, 풍채 좋은 요리사 또한 놀랐다.
물론 21세기 대한민국에 서식하던 사람들과는 남다른 면이 있어서 바로 파이팅 자세를 취하긴 했다.
“난 아무 잘못 없다니까!”
지금까지 사망한 사람들 유족이나 지인들이 찾아온 적이 있었는지, 이런 말도 외쳤다.
아니, 어쩌면 지나는 사람들 들으라고 하는 말일 수도 있다.
실제로 런던은 인구 과밀이 된 지 오래다 보니 어딜 가나 사람들이 많았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벌써부터 다가오는 이들이 있었다.
“야야.”
“왜?”
“평신이랑 리스턴이다…….”
“아…… 이런 미친…….”
허나 나와 리스턴을 확인한 사람 모두가 오던 길 그대로 발길을 돌려 사라지고 있었다.
모두가 우리를 알아보았기 때문에 도움을 주려던 사람 모두가 사라졌다고 보면 되었다.
“이런 미친…….”
요리사 또한 뒤쪽을 막아선 나와 리스턴을 보자마자 주먹을 내렸다.
“사, 살려 주십쇼!”
아니, 무릎도 꿇었다.
‘뭐지?’
‘보통은 이렇게 한다네.’
‘아니……. 이게 보통은 아니지 않을까요?’
‘아니, 다들 이래. 생각해 보게. 런던이 치안이 얼마나 나쁜데 갑자기 이렇게 사람 마주치면 무릎부터 꿇지 않겠나?’
‘형님은 꿇어요?’
‘꿇리지.’
그래, 뭐…….
나는 말 안 통하는 형님을 바라보다가 이내, 요리사 쪽을 돌아보았다.
이미 형사들이 다가가 포승줄을 채운 참이었다.
그러곤 자신들이 경찰이라고 밝히고 있었다.
“조사할 게 있어서 서로 가는 것이니 너무 걱정 말게.”
“사, 살려 주십쇼…….”
“경찰이라니까.”
“경찰이 왜 갱단들과 다닙니까!”
“갱…… 그럴 만한 사정이 있네.”
“아니, 저희 갱 아닙니다.”
별로 효과가 있진 않았다.
우리 때문이었다.
이상한 소문이 사방에 번져서 그렇다.
세상에 사람 살리는 사람들에게 갱이라니.
억울해서 살겠냐?
“잡았군그래.”
“으아.”
“아니, 왜 어둠 속에서 나타나요. 진짜 갱 같잖아.”
“지금은 갱이지, 뭐.”
서장은 이 상황을 숫제 즐기고 있었다.
명색이 경찰이다 보니 덩치도 큰데, 그런 놈이 검은 옷에 검은 모자 쓰고 깜깜한 데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니까 진짜 뒷골목 거물 같았다.
“도망칠 생각은 말게나.”
“사, 살려만 주십쇼…….”
뭐…….
마냥 나쁘지만은 않았다.
순순히 끌려오고 있으니까.
보아하니 도망갈 엄두도 못 내고 있는 듯했다.
하긴, 나 같아도 나 같은 놈이랑 리스턴에 형사들까지 있으면 고통 없이 가는 것만 바라게 될 거 같긴 하다.
아, 소변이랑 똥물 정도는 먹을 각오 하고.
“어…… 진짜 경찰?”
“그렇다니까, 그러네.”
게다가 금세 풀릴 오해긴 했다.
경찰서에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닌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요리사 얼굴이 풀린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19세기 경찰서는 21세기 경찰서랑은 많이 달라서 그랬다.
진짜 경우에 따라서는 깡패보다 경찰이 더 무서웠다.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서 템스강에 흘러들게 되는 경우가…… 없지 않더라고.
“일단 앉지.”
“네네.”
그렇다 보니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경찰서 와 놓고서 막 행패를 부린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왜?
진짜로 맞거든.
일단 형사들부터가, 그러니까 경관님들부터가 허리춤에 몽둥이를 차고 있다.
호신용도 아니고 멋도 아니고 진짜 실용적인 무기로 차고 있는 거다.
내가 몇 번 저거 휘두르는 거 봤거든?
맞아 죽는 사람 100% 나온다.
“언제부터 요리했지?”
“네?”
“언제부터 했냐고.”
“아……. 오래됐습니다.”
심문에 협조적일 수밖에 없다, 이 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순식간에 뭐가 팍팍 나오냐고 하면 그것은 또 아니긴 했다.
일단 19세기 심문 기술이라는 것이 퍽 뛰어나질 못했다.
그리고…….
“근데 뭘 물어야 하지?”
“모르겠네, 나도. 일단 다 묻다 보면 뭐가 나오긴 하겠지?”
“그나저나 정말…… 저 사람이 사람 죽인 건 맞아?”
“그것도 모르겠어. 뭐…… 평신이 하는 말이니…… 그냥 하는 말은 아니지 않겠나?”
무엇보다 심문하는 사람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리스턴도 그랬다.
“정말…… 저 사람이 범인인가?”
“그렇게 생각해서 잡아 온 거 아니에요?”
“아니, 난 자네가 그러자고 해서 그런 거야.”
“그…….”
뭔가 죄를 미루는 공범 같다.
하지만, 뭐…… 실제로 그랬을 것 같긴 하다.
조선 좀 팔고 했다고 진짜 그렇게 믿게 되는 건 이상한 일이긴 하지.
“일단 증상이…… 저 사람은 전혀 없지 않나? 게다가 설사를 했다던데, 환자들이. 보통 설사병이 1년 넘게 가고 그러나?”
“그…….”
거기에 더해 보균자에 대한 개념은 일반인들에게만이 아니라 리스턴에게도 너무 어렵다.
균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서 꾸준히 번식도 하고 있지만, 정작 증상은 없는 사람이 있다는 걸…….
균이 아니라 미아즈마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에게 대체 어떻게 납득을 시킨단 말인가.
‘역시…….’
‘어떻게 하지?’를 떠올리자마자 신기하게 방법이 생각났다.
조금…….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긴 하지만…….
뭐, 누누이 말하지만 이제 와 그러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왔다.
그리고 지금 이 사람 붙잡아 두지 않으면 앞으로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이게 될는지 알 수가 없어.
“아, 평신.”
그렇게 떠올린 방법을 정리하고 있으려니 서장이 다가왔다.
조금은 심각한 얼굴을 하고서였다.
“네. 서장님.”
“아무리 취조를 해 봐도…… 으음. 사람이 그냥 너무 좋은 사람인데.”
하필 또 좋은 사람이다.
좋은 사람이니까 맛있는 음식을 해 주려고 최선을 다하겠지?
더 많은 사람들이 병에 걸릴 것이고?
안 될 일이다.
‘환자 증상들을 보니까…… 독살이라는 말이 괜히 돌았던 게 아니야.’
장티푸스가 맞다.
아파했대.
열도 나고.
설사랑 복통은 마지막 즈음에 가서 앓았대.
비록 균을 확인할 수 없는 시대지만…….
이렇게 힌트가 많은데 진단을 못 하는 건 그래도 대학교수까지 되었던 몸으로서 수치다, 수치.
“조선에서도 뭐 증명이 쉬웠던 건 아닙니다. 사실 아직도 그 이유는 모릅니다.”
“흐음……. 뭐 방법이 있다는 건가?”
“지금 사형수가 있을까요?”
“런던에 사형수가 끊길 날이 있을 거 같나?”
하긴, 죽일 놈이 정말로 많은 세상이다.
사실 딱히 사형 선고를 받지 않았던 놈들 중에서도 죽어 마땅한 놈들이 진짜 많다.
거기에 더해 정부에서도 사형식을 주기적으로 하고 싶어 한다.
시민들이 좋아하거든.
나도 이해가 간다.
런던…….
빈말로도 서민들에게 있어서는 살기 좋다 말할 수 없는 도신데 그런 즐거움이라도 있어야 되지 않겠나.
“그럼 그 사람들에게 저분이 요리해서 먹이게 하죠.”
“으응……? 요리를? 죽어 마땅한 놈들인데 무슨 요리를 해 먹이나.”
“제 추론이긴 한데, 저 사람 손이 되었건 어디가 되었건 간에 미아즈마가 나오는 거 같습니다.”
“어……. 그러기도 하나?”
“미아즈마에 감염된 사람들은 그렇게 되죠.”
“저 사람은 아니잖아?”
“증상이 없이 미아즈마 증식만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게…… 나는 의사가 아니라서 모르겠는데, 가능한 건가?”
서장은 나 대신 리스턴을 바라보았다.
리스턴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보통 저렇게 되면 나가리일 테지만, 리스턴은 실험을 미친 듯이 좋아하는 사람이다.
“증명된 것은 없습니다만…… 따지고 보면 시신에서, 환자에게서 미아즈마가 나온다는 것도 우리가 실험하기 전까지는 전혀 증명되지 못했었죠.”
“그럼…… 한번 해 보기나 하자는 건가.”
“네. 어차피 사형수 놈들 아닙니까? 그중에서도 악질인 놈들을 대상으로 해 보죠.”
“다들 악질이니까 사형수인 걸세.”
“그야 그렇긴 하죠.”
“내가 좀 그런 것은, 죽어 마땅한 놈들에게 ‘요리’라는 걸 해 줘야 한다는 거야.”
아…….
대화를 듣던 나는 아직도 내가 19세기화가 덜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세상에 실험이 찝찝한 게 아니었다니.
물론 그렇다고 해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보균자가 균을 어떻게 퍼뜨리고 있을까…….’
설마하니 땀에서 배출되지는 않을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면 이마 한번 탁 치고 반성하기를 바란다.
뭐…… 의료인이 아니라면 딱히 그럴 것도 없긴 하겠지만.
의료계에는 이런 말이 있다.
‘Fecal to oral.’
말 그대로 ‘똥에서 입으로’라는 뜻인데…….
더럽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정말 많은 병이 이렇게 번진다.
똥 싸고 손 씻어야 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물론 냄새도 나겠고, 그냥 찝찝하기도 하겠고 해서 닦는 것이긴 하겠지만…….
의학적으로 보면 변에 묻어 나오는 균을 제거하기 위해 닦는 거다.
‘아마…… 저 요리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빨리빨리 죽지 않았던 건…… 보균자다 보니 균 배출 자체가 많지 않아서도 있겠지만, 부유층 집안에서 일하다 보니 물로라도 손을 닦고 요리해서일 거야.’
애초에 영국 요리라는 게…….
그걸 요리라고 해야 할는지도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렇게 손이 많이 갈 것 같지 않다.
요는 배출되는 걸 발라서 주면 된다, 이 말이다.
“으음…….”
“평…… 또 그러자는 건가.”
해서 내 생각을 말해 주었다.
요리사는 자신의 변을 제공하고, 우리는 그 변을 이용해서 죄수에게 줄 음식을 다듬는 방안이었다.
그랬더니만 서장도 리스턴도 뜨악한 얼굴이었다.
“그건 좀…….”
“그렇게까지 나쁜 놈들인가?”
형사들도 비슷한 얼굴이었다.
“제 똥을 가지고 뭘 어쩌겠다고요?”
무엇보다 요리사가 제일 질색했다.
“제가 그냥 무상으로 요리하겠습니다.”
“요리할 필요 없고 똥만 달라니까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어차피 죽일 놈들인데요.”
“갈 때 가더라도…… 어떻게 그런 짓을 합니까? 게다가 왜 제 똥입니까? 그렇게 먹이고 싶으면 선생님 똥 먹이면 되지 않습니까?”
“제 똥은 사람을 죽이지 못합니다.”
“내 똥도 그래요!”
“아니, 죽입니다.”
“겨, 경찰 나리들. 저 좀 도와주십쇼!”
내가 최선을 다해 논리적으로 설득을 해 보려 했는데 소용이 없었다.
“으음. 정 저렇게 나오는데 어쩌겠나. 그냥 요리를 해 주라고 하지.”
리스턴마저 이렇게 나온다.
그냥 똥 바르면 바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형님. 똥 납치는 안 됩니까?’
‘아니, 하고 싶지 않네.’
편법도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다.
뭐 내가 가져오면 될 수도 있는데…….
그건 조금 그렇잖아?
“그럴까요?”
해서 일단 퇴근하고 와서 요리해 주는 걸로 합의를 봤다.
아, 그냥 그렇게 보낸 건 아니었다.
“요리사분.”
“네.”
어쩐지 아까부터 좀 씩씩대는 느낌이긴 한데…….
“백작가에서 요리하기 전에는 꼭 손 씻으시고요, 똥은 마려워도 참다가 여기 와서 싸고 그냥 요리하세요.”
“제발 그만하시죠…….”
합리적인 제안을 하고 나서 보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