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278)
검은 머리 영국 의사-278화(278/505)
278화 이것은 회의인가 지옥인가 [3]
코카인.
수X남의 전요한 목사님이 신의 선물이니 은총이니 했었지…….
그건 전요한 목사가 마약 딜러니까, 그걸로 큰돈을 벌고 또 권력까지 누리고 있으니까 하는 소리다.
실상은…… 그냥 악마의 물건이다.
이거 운반한답시고 배 안에 넣었다가 사망하는 임산부가 몇인지 아는가?
마약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음. 드럭 마스터 평신.”
“말씀 좀 올리겠습니다.”
“그래, 그래. 여기서 자네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네.”
나는 오늘 못 온, 그래서 빈자리로 남아 있는 화학자 아저씨의 자리를 바라보았다.
‘설마 벌써 죽었나……?’
괜한 걱정이 아니다.
중독만 문제 되는 게 아니거든.
이거 과용하면 바로 죽는다.
게다가 세 번이나 했다잖아.
약을 쓴 상황에서 흥분까지 했다면 혈관이 팍팍 수축할 텐데…….
우리 아저씨는 돈 버는 족족 먹는 데 쓰는지 뭔지 살이 많이 쪘단 말이다.
나이와 성별까지 고려해 보면 아마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이 다 있을 텐데…….
거기에 더해서 약까지 했다면 심장이 언제 멎어도 이상하지 않지.
“코카인을 자양 강장제로 쓰려고 하시는 거죠?”
“그렇지. 아니면 정력제.”
“정력제 소리를 원장님도 들으셨습니까?”
“이쪽 얘기는 원래 쉬쉬해도 번지지 않던가.”
“그…….”
나는 잠시 제이미 경을 바라보았다.
왜 그러나 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데, 미리 사과한다.
“그렇긴 하죠. 헌데 그렇게 번지는 얘기가 다 정확하던가요?”
“응?”
“도살자 해리를 기억하실 겁니다. 그때 고환을 잘라 내면 정력이 좋아질 거란 말도 있었죠?”
“아.”
제이미 경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가 이내 간신히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래 봐야 이미 붉어진 얼굴을 어떻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아마…….
고개 말고 다른 건 다시 들 수도 없게 되었을 거다.
“오히려 나빠지기만 했죠.”
“하지만 이건 증언이 있네. 뜨내기들의 증언이 아니라…… 연구소에서 직접 들은 얘기들이야.”
“얘기들이요?”
“그래. 여기 안 온 콘돔왕만이 아니라 다른 연구원들도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다네.”
아하.
내 연구소가 약쟁이 소굴이 되어 버렸구만.
싹 다 수용소…… 수도원으로 보내야겠다.
거기 있는 모든 환자가 다 억울할 텐데, 이놈들만은 예외가 될 거다.
보내면서 돈도 좀 보내고 하면 저번에 요리사 아저씨 빼 온 것도 완전히 무마될 거고, 겸사겸사 좋다.
“존경하는 원장님, 의원님, 공작 각하.”
나는 사람들을 사람 패는 곳에 보낼 생각을 하면서, 더없이 정중한 얼굴을 했다.
“우리는 지난 1년 좀 넘는 시간 동안 눈부신 의학적 진보를 이룩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죠.”
“으음.”
진지한 내 얼굴에 다들 조용해졌다.
일단 금칠부터 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선진화된 토론 문화는 아직 정착하지 못한 19세기 런던이지만, 일단 상대 띄워 주고 시작하는 말은 들어 줄 정도로 성숙하긴 해서 다행이다.
“그 기간 동안 우리가 알아낸 것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오늘 짚고 싶은 문제는…… 의학은 절대 단기간에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변믈리에가 그랬고, 피믈리에가 그러했죠. 사혈도 따지고 보면 오래 두고 보았을 때 부작용이 너무 많다는 걸, 우리는 이제 모르지 않습니다.”
“으음…….”
“코카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단기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정력이 좋아진 것처럼 보일 수 있겠죠. 하지만 불과 몇 주만 지나도 아니게 될 공산이 큽니다. 주님께서 사람에게 주신 에너지란 것은 한정이 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걸 쥐어짜서 쓴다면 대체 이게 어찌 되겠습니까!”
“으음…….”
나는 말을 하면서 내게 붙은 여러 별명을 떠올렸다.
청나라 갱, 조선 주술사, 가스 돌리는 자, 시신 강탈자, 비소 독살자, 심장 강탈자, 예수 접신자, 머리 뚫는 자, 피이영신 등등…….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게 욕인지 뭔지 헷갈릴 만한 것들이 많긴 해도 하나같이 대단한 별명들이다.
물론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대단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말을 정면에서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러기엔 내가 너무 대단해졌다.
내가 내 입으로 이런 말 하니까 좀 없어 보일 수 있다는 거 잘 아는데, 어쩌겠나?
사실인 것을.
“그럼 좀 두고 볼까?”
“근데 저 말을 확인하려면 꾸준히 사용할 만한 놈들이 있어야 할 텐데…….”
“죄수들에게 쓸까요?”
“그렇게 하기엔 너무 비싸다네. 남미에서 수입해 와서 만들어야 해.”
“그럼 여기다 심어 보죠.”
“심어 놓고 나쁘다는 걸 확인하면 어쩌려고?”
“다른 곳에 팔면 되죠? 뭐가 되었건 간에 중독성이 있다는 얘기 아닙니까?”
“아하…… 그렇긴 하지. 단가만 맞으면 살 곳은 수두룩할 거야.”
진지하게 떠들었고, 진지하게 받아들여 줬다.
그래 봐야 완전히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진 않지만…….
-김태평, 코카인이 번지는 걸 막기 위해 노력은 했음.
역사에 이 정도만 남게 되어도 참 다행이지 않겠나?
그 이상을 할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내가 19세기 와서 제일 크게 깨우친 것이 있다면 바로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면 그냥 그렇게 두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는 거다.
시대의 한계를 너무 넘어서려고 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어찌 보면 조금 이른 코카인의 발견도 부작용일 수도 있지 않은가.
‘차라리 이게 어디로 어떻게 유통이 되는지 내가 대강이라도 파악이 가능한 상황이…… 낫지.’
내가 너무 지랄해서 아예 음성적으로 유통되게 된다면 막을 방법이 하나도 없어지잖아?
너무 유통될 것을 전제로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수도 있는데, 지금 이 자리에서 단언한다.
이건 무조건 유통이 될 거다.
살아 보니 절대라는 말 함부로 쓰는 거 아니라고 하지?
지금은 써도 된다.
“그럼 뭐. 이대로 마칠까요?”
“별 소득이 없군그래. 피영신이 용기가 떨어졌나.”
“하하…… 신중하다고 하죠. 지금 이렇게 돈이 잘 벌리게 된 것도 다 피영신 덕분 아닙니까. 게다가…… 매독 건은 큽니다.”
“하긴, 그건 실험도 오래 걸리지 않을 거 같고. 금방 상용화할 수 있겠어.”
“그럼 또 떼돈을 벌게 생겼군요.”
“하하하.”
모여들었던 일원은 처음엔 좀 뾰로통한 얼굴로 헤어지고 있었지만, 결국에는 하하 호호 웃고 있었다.
사실 매독만 봐도…….
이거 진짜 어마어마한 일 아니겠나.
사실상 유럽 전역이 매독에 절여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인데 매독 치료라니.
이건 무조건 돈이 될 거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또 돈이 될 만한 사업이 하나 있긴 하다.
아까 그 사람들 앞에서 내가 직접 말하기엔 그래서 대충 입을 다물긴 했는데…….
“평, 말해 보게. 뭔가 좋지 못하지만…… 솔깃한 생각을 떠올릴 거 같은데.”
회의가 끝나고도 회의실에 남은 인원은 원장, 나, 리스턴 그리고 블런델이었다.
이 넷은…….
원장님은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믿을 수 있다고 치자.
그럼 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아편 중독자들이 꽤 있죠?”
“있지. 그렇지 않아도 빈민가 치안이 좋지 않은데…… 아편 중독자들은 물불 안 가리지 않나.”
“상류층에도…… 알게 모르게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내 이어지는 말에 원장님의 얼굴이 신중해졌다.
블런델은 이미 닫힌 문을 한 번 더 확인했고, 리스턴은 바깥 상황에 귀를 기울였다.
저런다고 뭐가 들리나 싶으면서도 과연 무림인이다 싶었다.
“아무도 없습니다.”
“응. 밑에도 우리 제자들이랑 입원 환자들뿐이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 목소리를 좀 더 낮추세.”
원장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아까보다 목소리를 낮추었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스레 테이블 가운데로 머리를 모으게 되었다.
누군가 이 모습을 목도하게 된다면 악당 모의처럼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그런 건 아니라, 좀 억울했다.
“아편은 지금 청과 준비하고 있는 전쟁 때문에라도 상류층에서는 자제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한데…… 그럼에도 파이프 형태로 피우는 놈들이 있긴 하네. 쉬쉬하고 있지.”
“코카인…… 아까 분위기 보셨으니 아실 텐데, 아마 머지않아서 유통이 될 겁니다.”
“으음…… 부정하기 어렵군.”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코로 흡입하는 것에 비하면 중독성이 좀 떨어지긴 할 거다.
그렇다고 해서 중독이 안 되지 않을 테지만.
그리고 입으로 먹게 되면 수반되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혈관 수축 때문에…… 이가 다 썩을 거야. 가뜩이나 양치도 제대로 안 하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귀족이고 나발이고 간에 안 닦는 문화 아닌가.
근데 거기다가 코카인을 뿌려?
큰일 난다, 진짜로.
“그 중독자들 치료가 필요할 겁니다.”
“어? 약이 있나?”
놀랍게도 약이 있다.
바로 사랑의 매.
21세기야 뭐 이런저런 다른 방법도 있을 테지만…….
여기선 알 게 뭐란 말인가.
“어디 경치 좋고, 물 맑은 곳에 가둬 두고 돈을 받죠.”
“아…….”
“강제로 못 하게 하면 끊지 않겠습니까?”
“그게 돈이 될까?”
“될 겁니다. 특히 상류층 자제들이라면…… 집안의 수치로 생각되지 않겠습니까? 귀하고 잘난 사람들은 중독이 잘 안 된다고 믿고 있을 테니까요.”
“그게 아니야?”
“뭐…… 어찌 되었건 중독된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 뭐…… 어차피 교외에 땅 사는 건 일도 아니긴 하지. 애초에 갱단이 소유한 땅이나 집도 있을 것이고?”
재활원을 만들 생각이다.
때리지 않고, 그냥 가둬 두기만 하는 곳으로.
귀족들을 겨냥해서 인테리어 잘해 두고, 밥도 잘 주고, 하여간에 럭셔리하게 만들 거다.
‘21세기 자본주의가 입증한 게 있지.’
이런 종류의 상품은 비싸면 비쌀수록 잘 팔린다.
그리고 대영제국 귀족 중에서는 돈이 썩어 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그런 사람들일수록 체면을 중시하는 법이니…….
“그렇게나 비싸게 받자고?”
“네. 대신 시설을 아주 좋게요.”
“허어…….”
“제 돈만 써서라도 만들 겁니다.”
“아니, 아니. 나도 투자하겠네. 막말로 자네 말 들어서 손해 본 적이 없지 않나.”
원장님, 리스턴, 블런델 모두 돈을 넣기로 했다.
잘되면 2호점 할 때 나머지 사람들한테도 오픈을 해야지.
근데 그렇게 되면 약 공급하는 사람들이 재활원도 운영하는 셈이라 모럴 해저드가 될 거 같은데…….
사실 19세기 부자치고 모럴 해저드가 없는 사람이 있나.
“아, 평. 자네 오늘 부모님 오신다고 하지 않았나?”
“네네. 다행히 앨프리드 아버님이 거기서 모시고 지내도 된다고 하셔서요.”
“잘됐구만그래. 자식이 이렇게 잘나가는데 모시고 살면 좋지.”
아무튼, 오늘은 부모님이 오시기로 한 날이다 보니 나는 그렇게 회의만 끝내고 집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마주한 부모님은 조금 걱정스럽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유는 묻기 전에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너보고 자꾸 병신이라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
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