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280)
검은 머리 영국 의사-280화(280/505)
280화 효도 중입니다 [2]
“엄마는 120에 80.”
다행이다.
엄마는 정상이다.
나이와 시대상을 감안하면 이건 정상인 수준이 아니라 대단히 건강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마 막상 재 보면 여기도 비정상으로 높은 애들 꽤 많을 거다.
“저런…… 나이도 있으신데.”
“분발하셔야겠네.”
“그러니까. 작은 혈관 하나하나 다 혈액을 밀어 넣으려면…… 혈압이 높아야 할 겁니다. 문제는 대체 이걸 어떻게 높이는지를 아직 모른다는 건데…….”
아, 이런 쪽으로 비정상이라는 건 아니다.
이것도 비정상이긴 한데…….
어.
그러니까 혈압 얘기였다.
이 인식 자체는…….
‘시발……. 대체 어떻게 하면 이걸 다 고치지?’
모르겠다.
예전의 나였다면 또 멘탈 털려서 멍해졌을 거다.
그게 쌓이면 기절도 하고 또 그랬겠지?
하지만…….
지금의 나는 강하다.
이 정도로 멘탈이 흔들리지 않는다, 이 말이다.
‘설득할 필요도 없지, 뭐.’
내가 우리 아빠 조지겠다…… 아니, 운동시키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할 건가.
다행인지 뭔지 우리 조지프 아버지 장사가 잘되다 보니 여기 지사를 열게 된 셈이라 일은 계속하겠지만…….
물건을 내리고 올리고 할 때를 제외하면 술장사라는 건 움직일 일이 별로 없는 일이다.
아니, 이 시기 술장사는 그 정도가 아니라 숫제 늘 취해 있는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친놈들이 포도주는 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더라니까?
그럼 대체 왜 취하냐고 했더니, 그건 주님의 은혜래.
“이거 이제 병원에 두고 오는 사람들 다 재 보려고요. 아, 블런델 교수님.”
“응.”
“교수님 것도 하나 만들어 놨어요. 이제 피 주머니…… 아니, 헌혈, 헌혈!”
“응, 피 제조기들. 뭐.”
“그…… 110 미만으로 뜨는 사람은 하지 마세요. 반대로 혈압 괜찮은 사람한테는 피 굳이 주실 필요 없고요.”
“아, 그래. 근데…….”
블런델은 확실히 똑똑한 사람이다.
그가 내놓는 아이디어가 다 맞아떨어져서는 아니다.
오히려 많이 틀렸지.
하지만 문제를 인식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라고 봐야 했다.
멍청한 사람은 분명 뭔가 잘못된 상황에서도 이게 잘못된 것인지 모르니까.
‘그런 사람이 피를 주고받는 걸 보고 있으니…… 확실히 혈압에 대한 개념이 다를 수밖에 없지.’
나는 ‘그래’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블런델을 보며 이 양반이 어느 정도 혈압에 대한 이해가 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 봐야 혈압은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는 생각은 하고 있겠지만…….
어찌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한 것 같다.
혈압이 떨어지면 죽고, 맞는 피를 주면 혈압이 올라가 살아나는 현장에 있잖아.
급성기에 보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고혈압이 문제를 일으키는 건 만성적인 일이니…… 그걸 이해시키려면 시간이 꽤나 걸릴 거다.
“그 문제는 알고 있어요. 문제 곧 크게 발생할 텐데…… 경찰 통해서 공문 보내고 한 거잖아요?”
“그렇지.”
게다가 그것만 신경 쓰고 있기엔, 문제가 너무 많다.
하나 해결하면 또 다른 게 보인다거나 하는 차원의 얘기만도 아니다.
미친놈들이…….
수혈의 개념을 인지하자마자 이상한 짓들을 하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의 피를 받으면 젊어진다는 생각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매혈이라고 하지?
피를 사고파는 행위.
이게 뭐 대한민국에서도 꽤나 최근까지 있었던 일이고, 비단 대한민국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빈번하게 있었던 일이긴 하다.
허나 사람들의 인식이 점점 개선되면서 확확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왜?
아무래도 민간 차원에서는 혈액 관리가 잘될 수가 없거든.
일단 피도 썩는다.
이거야 뭐…… 우리 19세기 친구들은 생으로 주고받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보다 더한 문제가 바로 감염이다.
“우리도 뭐…… 감염에서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우리 쪽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만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에 비해…….”
“그쪽은 건강한 사람이 더 건강해지려고 피를 받는 건데 그 때문에 오히려 심각한 감염이 발생하게 되면 아마 저절로 근절이 될 겁니다.”
“그래, 그렇겠지. 근데 문제가 있긴 있네.”
“어떤 문제요?”
아니, 하지 말라는 짓을 하는 놈들이 잘못되는 게 뭔 문제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블런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블런델은 왜인지 모르게 리스턴 쪽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자네 부하들도 연관이 되어 있어.”
“네?”
“이번에 둘이 도살장 갱단 이끌고 싹 정리했지?”
“그렇긴 하죠.”
“이건 또 무슨 말이니.”
“그런 게 있습니다, 어머님. 평이가 생각보다 대단한…….”
“남의 엄마한테 이상한 소리 하지 마시고요, 방금 하던 말이나 해 보세요.”
나는 이따 또 해명할 일이 생겼단 사실에 머리가 아파 왔다.
하지만…… 지금 급한 건 그런 게 아닌 거 같았다.
우리 애들이 엮여 있다니, 그건 또 뭔 소리란 말인가.
“아, 아아. 그래. 그때 죽지 않고 항복했던 놈들…… 그대로 흡수됐잖아.”
“그거까진 들었어요.”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갱단 애들이 우리한테 췌장만 보내는 게 아니라 돈도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지네 조직에 대한 보고도 해 오고 있다.
“그래 봐야 뭐 싸우던 놈들 아닌가. 성과 없으면 당장 뒈질 거라, 이 말이지. 그렇다 보니…….”
“피를…… 매혈을 주선하고 있구나.”
“그래. 경찰에서도 알고 있을 거야. 나한테 말해 준 게 경찰 쪽이거든.”
“아니, 그럼 우리한테도 말을 해 줘야지.”
“그…… 경찰 쪽에서는 자네들이 시킨 거 아닌가 하고 있더라고. 그럼 존중을 해 줘야 한다고 하면서.”
“아, 아아.”
그래, 그렇지.
우리랑 경찰이랑 응?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하는 사이 아닌가.
“평아…….”
“이건 또 무슨…… 갱단에 경찰이라니……?”
“아, 그런 게 있습니다.”
“그런 게 있긴 뭐가 그런 게 있냐.”
“너 정말 의사는 맞니?”
갱단을 부리고, 경찰이 눈치를 보는 존재라니…….
우리 부모님이 나를 휘둥그레진 눈으로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의사예요. 아무튼, 우리 쪽 애들은 우리 선에서 정리를 하긴 해야겠네요.”
“으응. 내가 말했다고 하진 말고. 그게 돈이 꽤 되는 모양이더라고.”
“알겠어요. 걱정 마요. 형님이랑 같이 가면 뭐…….”
“으음. 말이 잘 통하는 놈들이니까.”
잠자코 듣고 있던 리스턴 형님이 허리춤에 찬 칼을 매만지면서 웃었다.
저 얼굴을 보고서도 대화로 풀어나가야겠단 생각을 하지 않는 놈이 존재하긴 할까 싶었다.
도살장 갱단 놈들도 마찬가지였다.
‘좋게 해결되겠군.’
그놈들보다 약한 놈들이야 뭐 어쩌겠나.
게다가 그놈들 그날 거기 있던 놈들일 거 아닌가.
무림 고수 리스턴 대협의 출수를 직접 목도한 놈들이 말을 안 듣고 배기겠나?
말이 안 된다.
“그래, 그럼 오늘은 이만 가지.”
“그래, 평. 부모님 잘 모시게.”
“내일은 안 와도 되네.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래, 그래. 런던 관광 좀 시켜 드려. 위험할 일은 없을걸세. 전에 싹 정리했으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하하. 이 집 앞에 있는 경찰이랑 갱단이 몇인데. 당연히 사람 붙여서 다녀야지.”
“역시 리스턴이야.”
아무튼, 리스턴과 블런델은 집으로 갔다.
앨프리드도 조지프도 나와 부모님을 두고 떠나갔다.
“그…… 편지로 얘기 안 한 게 꽤나 있는 모양인데…….”
“그러니까 말이에요. 빨리 설명해 봐라. 너 설마 사람도 죽이고 그러는 건 아니지?”
그렇게 셋이 남게 된 후에는 기나긴 해명의 시간이 필요했다.
오랜만의 해후인데 이게 맞나 싶긴 했지만…….
실제로 우리 부모님이 들은 내 별명과 아까의 대화 모두 수상쩍긴 하지 않나.
“아…… 그렇게 된 것이로구나.”
“그렇다니까요? 저는 오직 사람 살리는 데만 신경을 쓰고 있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람한테 소변을…….”
“달리 방법이 없어요. 아직은.”
“아직은?”
“네, 언젠가는 피검사로 해결할 겁니다.”
“피를 먹이겠다는 건 아니지?”
“아니죠. 하하.”
“그래, 그래. 역시…… 내 아들이다.”
다행히 설명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두 분 모두 납득을 해 가고 있었다.
딱 하나 끝까지 납득하지 못한 지점이 있다면…….
“근데 조선에 대한 헛소문은 대체 어떻게 하려고 그런 말을 한 거냐.”
“방법이 없었어요.”
“그래도 그렇지…… 상황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청 다음은 조선이야. 그렇지 않아도 영국인들 욕심이 하늘을 찌르는데…… 의학 기술에 대해 탐을 내기 시작하면 어쩌려고.”
“높은 사람들하고 관계가 나쁘지 않으니 어떻게든 해가 되지 않게 해 보겠습니다.”
“그래……. 뭐, 너 하나 때문에 망할 나라는 아니긴 하지.”
“그렇죠.”
사실 이미 망해 가는 나라긴 할 거다.
세도 정치가 한창일 테니까.
그다음은 흥선 대원군.
주변에 변수가 없는 상황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말마따나 청도 망하는데 어쩌겠어.
‘그래도…… 나 때문에 그게 더 가속화되는 일은 피해야겠지.’
우리 영길리 분들.
인성 터진 분들이지만…….
힘은 엄청 세잖아?
사바사바 잘하다 보면 어쩌면 보호를 해 주실 수도 있다.
일본 식민지는 피할 수도 있을 거다, 이 말인데…….
‘보호라는 게 결국 식민지이긴 할 텐데…….’
영국 밑에 들어가는 게 나은가?
세계사에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하면 영국이 범인이던데.
‘모르겠다…….’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린다.
나 같은 서민이 이런 걸 고민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단 내가 여기 와서 늘 하던 대로 눈앞의 일부터 해결하기로 결심했다.
“너…… 왜 날 그렇게 보니.”
“효도하려고요.”
“누가 효도를 그리 무서운 눈으로 한단 말이냐.”
“조금 엄해질 필요도 있긴 하거든요.”
“네가? 나를?”
아버지는 다가가는 내게 팔뚝을 내밀었다.
확실히…… 의사질이나 하는 나와 비교하면 강인한 팔뚝이었다.
매일같이 술병 지고 나르고 했으니 당연하다.
물리적으론 아마 10년이 지나도 못 이기지 않을까?
그래도 괜찮았다.
“얘들아.”
“네, 형님.”
문밖에 서 있던 부하들이 있으니까.
“이게 무슨…….”
“앉았다 일어나는 거 시켜 드리자.”
“네!”
그것도 제이미 경을 비롯한 여러 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운동치료’의 대가가 된 놈들이다.
“자, 하나에 내려가고 둘에 올라옵니다.”
“무슨…… 어엇.”
노인이야 맨몸으로 하지만 우리 아버지는 아직 노인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쇠로 된 바 양측에 종을 단 ‘바벨’을 어깨 위에 얹어 놓았다.
“지금 안 하면 더 무거워져요. 하나.”
“으아…….”
“옳지.”
“옳지가 아니라 그냥 주저앉은 거란다, 아들아!”
“말하면 안 됩니다. 아버지, 복압 풀려요.”
“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냐!”
“효도 중입니다,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