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283)
검은 머리 영국 의사-283화(283/505)
283화 마법의 탄환? 아니, 아직 비소다 [2]
환자 분류는 세 개로 나뉘었다.
별거 없었다.
나이와 성별을 일치시키는 것 정도가 다였다.
과거 병력이나 흡연, 음주력 등도 분류에 들어가면 좋기야 할 텐데…….
과거 병력은 사실상 매독 말고는 알 수 있는 게 없지 않나?
흡연, 음주력이야 물어보면 될 일이지만…….
어렵다, 이것도.
왜?
안 하는 놈이 없어!
“이번에는 여자도 있네.”
“그러니까요.”
“불쌍해하진 말게. 여럿 죽인 사람이야.”
“저도 알아요.”
“하긴, 자네 딱히 여자에 관심이 없지?”
“네?”
“하하. 뭐…… 정력이 좀 약할 수도 있지. 머리가 좋으면.”
“아니, 아니라니까! 나 팔팔하다고!”
“하하.”
미친.
난봉꾼으로 소문나는 것도 억울한 일이겠지만 이것도 이것대로 억울하다.
함부로 남의 꽈추 무시하지 말라고…….
물론 리스턴은 다른 것도 다 리스턴스럽긴 하니 자격이 있을는지 몰라도…….
‘어떻게 생각하면 무리가 아니긴 하지.’
조지프도 앨프리드도 알게 모르게…….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없다 하는 모양이다.
19세기라고 하면 뭔가 되게 성적으로 경직되어 있을 거 같겠지만, 실은 딱히 그렇지도 않다.
귀족들끼리의 혼인이라면 뭐…… 순결이니 뭐니 하는 게 나름 중요할 수도 있긴 할 거다.
하지만 결혼한 후에는 자유 연애하는 놈들이 꽤나 있었다.
괜히 콘돔 사업이 순항 중인 게 아니라니까.
‘아무리 그래도…… 나는…….’
키스부터가 난관이다.
내가 아직 아리따운 영애를 만나 본 적이 없어서 그렇긴 할 텐데…….
내가 아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아니, 그냥 사람들은 양치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
하긴 하는데, 잘 안 한다.
사실 나도 칫솔이랍시고 파는 걸 봤거든?
그 꼴을 보면 이걸 굳이 입 안에 넣어야 하나 싶어지긴 한다.
돼지털로 만든 칫솔이라니…….
소독을 하고 만들었겠어?
그럴 리가 없다.
‘그렇다고 치약이 있길 하나.’
그냥 닦는다.
나야 부유한 편이니 나름 돼지털 칫솔을 삶고 소독 처리해서 소금으로라도 닦지만…….
그러다 보니 칫솔 소모가 너무 빨라서 돈이 상당히 든다.
그 말은 곧 이 시기에 제대로 된 양치하는 사람을 만나려면 하필 그 사람이 돈이 좀 많고 양치에 진심이어야 하는 두 가지 희귀한 우연이 겹쳐야 한다는 거다.
근데 뭐 키스만 한다고 연인이 되나?
‘하아…….’
그 후로 스킨십이 진전되려면…….
적어도 내게는 너무 많은 난관이 있다.
타임 리프물이나 이세계물 보면, 특히 좀 예전 거 보면 주인공이 가서 하렘을 만들던데…….
작가 놈들이 안일한 거다, 그건.
막상 가 봐.
못 만난다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게. 덕분에 아랫도리에 힘쓸 거 머리 굴리는 데 쓰니까 이렇게 성공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느라 잠자코 있었더니 이 아저씨가 또 터무니없는 오해를 해 댄다.
십 대 청소년 남자가 얼마나 불끈불끈하는지도 모르면서…….
괜히 내 방에서 어?
밤꽃 냄새가 진동하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그런 얘기를 해 봐야 내 위신만 깎일 게 뻔하지 않던가.
해서 나는 대꾸하는 대신, 아까 나눈 대로 환자를 병실로 안내하고 약을 건네주기 시작했다.
원래 화학자 아저씨는 그냥 막 주려고 했지만, 내가 나서서 용량을 만들었다.
개 실험으로 한 거다 보니 정확하지야 않겠지만…….
그래도 막 주던 것보다는 덜 죽어 나갈 거라 확신한다.
‘욕심을 부리면 안 돼.’
완치?
좋은 말이다.
실제로 의학이 추구해야 할 목표기도 하고.
하지만 의학이 추구해야 할, 더 중요한 목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Do no harm.
즉 해를 끼치지 말라는 거다.
의사 놈들이 하도 치료랍시고 사람 죽이는 일만 하니까 나온 말이다.
뭐…… 이걸 언급한 사람이 그 유명한 히포크라테스라는 걸 생각하면 약간 얄궂긴 하다.
그놈의 사체액설 때문에 거의 2천 년 가까이 중세 의학은, 아니, 근대 의학까지도 사혈이니 뭐니 하는 이상한 짓을 해 왔으니까.
‘완치보다는…… 약 때문에 죽는 사람을 최소화하는 데 목적을 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틀린 말이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니었다.
적어도 나는 살면서 이보다 폐부를 찌르는 격언을 들어 보지 못했다.
21세기 현대 의학이야 물론 해를 끼칠 가능성이 이전 시대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결국, 의술이라는 것도 사람이 펼치는 행위 아닌가.
그렇다 보니 실수라는 게 있을 수 있는데, 대개는 과욕에서 기인한다.
그때도 그랬는데 여기서?
그랬다간 진짜 인간 백정 되는 거 순간일 거다.
“이렇게 조금씩 먹여서 되겠나? 팍팍 줘야지.”
물론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아직은.
이놈들…….
19세기 의사들은 잊어야 할 옛 가르침은 죽으라고 따르면서 지켜야 할 옛 가르침은 바로 지워 버렸기 때문이다.
“형님. 우리 사형 집행하려고 부른 게 아니라, 치료하려고 부른 거예요.”
“그건 그런데…… 이런 걸로 매독이 죽을까?”
“그러길 바라야죠. 적어도 사람은 살리고 매독만 죽이는 게 제일 좋지 않겠어요?”
“그거야 그런데…… 매독이 사람보다 약하다면 어찌 지금까지 살아남았겠나? 조선에도 있다면서?”
“그렇긴 하죠.”
매독…….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황당할 정도로 대단한 병이긴 하다.
아무래도 신대륙에서 우리 콜럼버스 선생이 옮겨 온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
당시 콜럼버스의 인기를 당대 누구랑 비교해야 할까.
아마 톱스타 누구를 대도 빛이 바래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럴까?
일단 스페인에서 무섭게 번진다 싶더니 불과 수십 년 만에 유럽, 아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조선과 일본으로 전파되었다.
그뿐인가?
페니실린이라는 약효 확실한 치료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21세기에서조차 박멸이 되지 않았다.
“조선에서조차 치료법이 없다면서.”
“그렇긴 하죠.”
뭔가 시도는 하고 있을 거다.
그거 21세기에는 약화가 되었겠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는 꽤 끔찍하게들 죽어 가니까.
하지만 그 시도 중에 의미 있는 것이 있을까?
아마 없을 거다.
선비의 나라라 그런가 좀 뭐든지 예를 지키고 조심스러워하잖아.
일단 조선은 노비를 부리긴 해도 노비를 별일도 없이 채찍질하는 문화는 없다.
소나 말이나 때리지 사람이 사람을 때리진 않는다고.
근데 여긴 때린다.
막 패.
‘그러니까…… 이런저런 실험도 막 하고 그러다 보니 약도 나오고 하는 것이지.’
나도 모르겠다.
내가 어쩌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어.
나도 한때는 훌륭한 선비였거늘…….
“그렇다면 역시 더 먹여야지.”
“아니, 일단 나중에 먹여요. 효과나 보자니까. 괜찮은지 보고 먹여야지.”
“아, 그렇지? 이게 최종 용량이 아닌 거지?”
“그럼요. 당연하죠.”
“그럼 그렇지. 역시 평신이야! 하하!”
리스턴은 내 말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지 껄껄 웃었다.
죄수들은 그러지 못했다.
평신이라는 말에 사레가 걸렸는지 콜록거리는 놈들도 있었다.
죄수복을 입힌 데다가 병실에 있는 데도 험상궂다는 느낌을 주는 놈들이 저렇게 겁을 먹는다.
‘굳이 이미지 바꿀 이유가 없을지도?’
어차피…….
앞으로도 계속 실험은 하게 되지 않겠나.
안 하고 싶은데, 어쩔 수가 없다.
공기도 그렇고, 납도 그렇고.
지금 당장 손대기가 겁나서 그렇지 언젠가는 건드려야 할 문제 아닌가.
내 머리가 완전히 굳어 버려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자꾸만 가스실과 납관만 생각이 난다.
“그럼 당뇨 치료하러 갈까.”
“네. 얘들아. 잘 봐. 이상한 애들 있으면 바로 불러라.”
“네! 교수님!”
비소 먹인 죄수들 관찰은 이번에 원장님이 실습생으로 보내 준 학생들이 담당하기로 했다.
어차피 여기가 2층이고 나는 1층에 있을 거라 부르면 바로 올라올 수 있다.
게다가…….
내가 있건 리스턴이 있건 간에 비소 중독을 살릴 수 있나?
뭐…… 죽을 용량이 아니라면 살릴 수도 있긴 할 텐데…….
잘은 모르겠다.
“좋네요.”
“좋아?”
“네. 아주 좋아요. 소믈리에도 만족하네요.”
“네, 달기만 하면 이게 참 맛이…… 하하. 근데 이제 씁쓸하니 아주 좋습니다.”
하여간, 맡겨 놓고 나는 당뇨 치료에 전념했다.
인슐린도 사실상 실험을 통해 탄생한 건데, 지금 이렇게 사람을 살리고 있다는 게…… 참으로 대단했다.
심지어 나이 많은 사람만 살리는 게 아니다.
제이미 경 소개로 온 이 친구는 아직 6살이다.
1형 당뇨병 환자다, 이 말인데…….
거의 당뇨병 박사님이라 할 수 있는 제이미 경이 우연찮게 발견한 덕에 되게 빨리 온 거다.
아마 그가 아니었다면 이유 모를 병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을 거야.
“좋네. 안 아파요?”
“아프긴 한데…… 이거 맞으면서부터는 애들이랑 놀 수 있어서 좋아요.”
“그건…… 다행이네요.”
“참 감사합니다, 선생님. 이거…….”
“아유, 오실 때마다 참. 매번 감사합니다.”
“연구에 힘써 주십쇼. 우리 애 같은 애들 더 살려 주시고.”
“네네, 그러문요.”
귀족 자제다 보니 돈 쓰는 데 저항도 없다.
부모님 웃는 얼굴 보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고.
이걸 어떻게 더 확대를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애초에 소 췌장 말고는 공급원이 없다 보니 그것도 불가능하다.
다른 병원에서 제휴 맺고 로열티를 주겠다고 해서 한번 가 봤는데, 그런 공정으로 하면 사람 살리기보다는 죽일 거 같아서 관뒀다.
대신 이쪽으로 사람 보내서 배워 가라고 했는데, 저기 서 있다.
“잘 봤어요?”
“네네. 보고 있습니다.”
“그래요. 잘 보라고요.”
“네, 명심하겠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감히 어? 백인을 가르치네 어쩌네 지랄했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랬다가 ‘저주’라도 받거나 소믈리에가 되거나 똥이라도 먹게 되면 어쩌려고?
실제로 내게는 장티푸스 생산자인 요리사 아저씨도 있다구.
사실 깔끔하게 가려면 리스턴이 나서도 된다.
단칼에…….
“어떤가?”
“죽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거 다행이네. 차도는?”
“그건 잘.”
하여간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죽는 사람은 안 나왔다.
문제는 이게…….
매독이 낫는 건지 아닌지 잘 알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생각해 보니까 이게 다들 만성이잖아.’
어디서 어떻게 걸렸는지도 모르겠으니…… 기껏해야 궤양이 있거나 한 게 단데 이건 사실 좋아졌다 말았다 하지 않던가.
급성이면 훨씬 판단이 쉬워질 거 같았다.
마침 회의가 있어서 그 말을 했더니, 돈 냄새 맡은 제이미 경과 앨프리드의 아버지가 하하 웃었다.
그런 게 있으면 어? 바로 말을 하지 그랬냐고 하면서였다.
“일단 죄수들은 안 죽었다 이 말 아닌가!”
“네, 그렇죠.”
치료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서 실험이 의미가 없었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적어도 안전 용량임은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물론 여기서 더 올려도 되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새로 걸리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지?”
“네.”
“하하. 그런 거라면 우리 둘이 적임자지.”
제이미 경은 앨프리드 선배의 아버지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자고로 성병은 군인과 선원들이 제일 많이 걸리거든. 안 그래도 신병 뽑을 기간이지.”
“저도 선원 모집할 예정입니다.”
“무료로 치료해 주겠다고 하면 뭐…….”
“어차피 이쪽으로 판매 루트도 뚫어야 하니까요. 평이 말해 준 대로 무료 판촉을 해 볼까요?”
본의 아니게 동물시험 아니, 죄수 시험을 건너뛰고 임상시험으로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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