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306)
검은 머리 영국 의사-306화(306/505)
306화 심폐소생술 [2]
“끄…… 끄윽.”
쓰러졌던 의사, 전기에 미친놈 매튜는 신음을 연신 흘려 대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표정도 대단히 고통스러워 보였다.
이럴 때면 보호자들이 와서 이것저것을 묻거나, 의사에게 이거 괜찮은 거 맞냐고 따져 묻는 것이 보통이었다.
21세기에서 심폐소생술은, 설령 그 방법까지는 모든 사람이 알지 못해도 어느 정도 상식이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제대로 아는 사람보단 대강 아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인데, 그 때문에 갈비뼈가 부러져 덜그럭거리는 것을 보면 기함하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았다.
실제로 이 사람이 죽었다 살아났다는 자각이 없어서 그럴 터였다.
의사에 대한 신뢰도는 낮은데, 현대 의학에 대한 신뢰도는 또 이상하게 높은 게 대한민국이라 그런 경향이 있다는 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땐 그게 진짜 싫었는데…….’
죽자고 살려 놨더니 왜 아프냐고 뭐라고 하는 상황이 좋을 리는 없지 않나?
다시 생각해도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상황을 비단 나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의료진들이 적어도 한 번쯤은 겪었을 거다.
나야 과가 과이니만큼 여러 번 겪었고.
그보다 화가 날 만한 상황은 단연코 없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건 화가 나는 건 아니긴 한데…….’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경원시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이게 대체…….”
“어떻게…… 익사한 것도 아닌데…….”
의사들부터가 다들 뒤로 주춤주춤 멀어져 가고 있다.
리스턴마저도 얼굴만 보면 뒤로 가고 싶은 게 읽힐 지경이었다.
방금 전까지 환자 가슴 누르느라 지치기도 했고 또 무릎을 꿇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실행으로 옮기지 못한 것이지, 서 있었으면 아마 누구보다 멀리 떨어져 있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폐, 폐하 이쪽으로 오소서!”
“체통을 지키게!”
윌리엄 4세께서도 말은 위엄 있게 하셨지만 정작 몸은 솔직해서 뒤로 한 걸음 물러서신 지 한참이었다.
하긴, 그럴 만도 하긴 하다.
사람이 죽었는데 그걸 살렸으니까.
이런 건 성경에서나 보지 일상생활에서 보리란 기대는 보통 못 해 보지 않았겠나?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으음.”
이대로 두면 내 주술사적인 이미지가 완전히 인이 박일 거 같단 확신이 들었다.
차라리 심낭 압전 때처럼 피라도 뽑았으면 사혈이니 뭐니 하면서 이들의 상식으로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가능할 텐데…….
지금 내가 한 건 단지 흉부 압박일 뿐이지 않나.
“자, 잠시만! 이건…… 의술이 아닙니다! 현혹되지 마소서!”
그렇다고 해서 날파리 같은 놈들이 나설 정도인가 싶었다.
어찌 보면 내 잘못일 수도 있다.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얘기했으면 됐는데…….
리스턴과 함께 있다 보면 이런 일이 없다 보니 방심했다.
이 사람이 용기가 백배해서 나서는 건 아닌 것 같다.
눈이 반쯤 돌았다.
아마…….
두려울 거다.
이 내가 말이다.
“닥터 보위. 말하게.”
이름이 닥터 보위인가 보다.
나이가 상당히 들어 보였는데, 21세기에도 보통 그렇지만 19세기도 그래서 나이가 듦에 따라 권위가 따라오곤 했더랬다.
이 사람도 예외는 아닌 모양인지 본격적으로 입을 털기 시작하자 웅성대던 소음이 점차 가라앉고 있었다.
그렇게 조용해진 가운데, 그가 말했다.
“죽은 자를 살리는 방법에 대한 기록이 없는 건 아닙니다.”
오.
예상했던 내용은 아니었다.
난 바로 마녀니 뭐니 하면서 이상한 소리 할 줄 알았는데 기록이 있다지 않나.
“물에 빠진 사람을 대상으로 입에 풀무를 불어 넣었더니 살아났다는 기록도 있고, 지금도 그 방법을 시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듣다 보니 일리가 있는 소리이기도 했다.
확실히…… 물로 인한 질식에서는 인공호흡만 제대로 해도 살아나는 경우가 있긴 하거든.
적절한 흉부 압박이 없다면 그 확률이 반의반 토막도 더 나겠지만…….
“이는 호흡이 멎은 이에게 숨을 대신 불어넣기에 가능한 방법입니다. 이론적인 근거가 충분히 있다는 말입니다.”
“그, 그렇군. 죽음이란 곧 호흡이 사라지는 것이니…….”
윌리엄 4세는 보위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틀린 말이 아니긴 하다.
특히 이 시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호흡이라는 직관적인 지표만으로 이 사람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판가름하는 시대지 않은가.
기껏해야 아까처럼 코에 손대 보는 게 다이다 보니 자꾸 산 사람을 생매장하는 일이 발생한다는 게 문제인데…….
“헌데 이 자는…… 지금 호흡을 돕지 않고도 되살리지 않았습니까?”
“쿨럭, 쿨럭.”
“확실히…… 살아났군그래.”
때마침 매튜가 기침을 하며 슬그머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가슴이 아픈지 매만지고 있었는데, 그때마다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갈비뼈가 부러져서 그럴 터였다.
21세기 병원이었다면 이후 적절한 검사, 즉 이 사람에게 왜 심정지가 발생했는지 알아내고 그에 따른 치료를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럴 수가 없지 않나.
아마 오래 살 수는 없을 거다.
“저게 매튜일까요?”
그렇다고 해서 매튜가 매튜가 아니게 되는 건 아니다.
“어쩌면 지옥에서 불러낸 다른 영혼이 들어간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직 말도 못 하고 있지 않습니까.”
“허어.”
지옥이니 영혼이니 하는 게 의사다운 말은 아닌데…….
흰 머리 숭숭 난 사람이 말해서 그런가 다들 그럴싸하게 여기는 듯했다.
“무, 무슨…… 나, 나 말씀하시는 겁니까?”
“매, 매튜 같은데요!”
“속고 있는 거요! 이자는 사술로…….”
매튜 본인이 자기 맞다고 하는데도 우기기 시작했다.
보통 이렇게 대면 우기는 놈이 병신 되고 끝나기 마련이겠지만…….
놀랍게도 19세기는 그렇게 합리적인 시대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쪽이 진짜 이상하게 될 수도 있다.
“형님.”
“오케이.”
더 늦기 전에 나서야 한다, 이 말이다.
다행히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읍.”
리스턴은 그대로 몸을 일으켜 닥터 보위의 뒤로 향했다.
닥터 보위는 그걸 뻔히 보면서도 피하지 못했다.
너무 빨랐고, 너무 힘이 세서 그랬다.
목이 살짝 졸리나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 리스턴은 축 늘어진 보위를 바닥에 눕혔다.
“사, 살인이다!”
“또 살리면 되지.”
“아니, 형님. 죽인 건 아니잖아요.”
“음.”
“아……니죠?”
“아닐세. 기절한 거야.”
혹시 몰라서 맥을 짚어 봤는데, 심장은 뛴다.
이건 다행인데 못내 걸리는 말이 있다.
-또 살리면 되지.
이 인간의 물리적 억제기가…… 자칫 잘못하면 사람을 죽일 수 있단 생각이었을 거 같은데…….
지금 그게 풀려 버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한테 그럴 거 같진 않았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보니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황당한 상황이 펼쳐지고, 그에 더불어 황당한 얘기가 자꾸 이어져서 까먹는데 나는 지금 왕을 앞에 두고 있으니까.
“폐하.”
“그, 그래. 말하게.”
문제는 이놈의 국왕이 조금 두려운 마음을 품게 되었다는 건데…….
왜들 이렇게 사람 마음을 몰라주고 오해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세상에 나처럼 착한 사람이 또 어딨다고…….
받는 거 하나 없이 치료해 준 사람도 많지 않았나?
나는 애써 억울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채 말을 이어 나갔다.
“사람은 숨이 멎어도 죽지만, 심장이 멈춰도 죽습니다.”
“그런가.”
“네. 이 심장이야말로 온몸의 피가 돌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군.”
“저는 지금 그 멎은 심장을 바깥에서 꾹꾹 눌러 펌프질을 대신 해 준 것뿐입니다. 사술도 아니고, 그저 간단한 의학적 지식을 활용한 방법일 뿐입니다, 폐하.”
“그런가…… 흐음…….”
“이미 충분한 의학적 지식이 쌓여 있는 시대이옵니다. 특히 대영제국의 수도인 런던은 더더욱 그러합니다.”
사실 아니다.
충분하긴 개뿔.
아는 게 너무 없어서 힘들다.
하지만 뭐 어쩌겠어.
상대가 이 나라 왕이니만큼 어느 정도 아부는 필수다.
“그 지식을 잘 관찰해서 적용만 해도 지금껏 살리지 못했던 이들을 살릴 수 있습니다. 저는 단지 관찰력이 조금 좋고 실행력이 있을 뿐입니다. 사술이라니 당치도 않은 말인 줄 아뢰옵니다.”
나는 여기까지 말하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 되면 런던 포기라는 초강수까지 떠올리면서였다.
“그래, 그럴 테지. 내 자네에 대한 소문들을 다 들었지만…… 주술사니 뭐니 하는 것들이 결국, 오해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고도 들었네. 가령 심장이나 머리 여는 자 같은 경우도…… 사실 사혈을 좀 더 정밀하게 하는 것뿐이지 않았나.”
“그…… 네, 폐하.”
아니라고 하고 싶다.
격렬하게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가뜩이나 이상한 눈초리로 보고 있는데 실은 니네가 알고 있는 거 다 틀린 거고 내 말만 맞다!
뇌압! 심낭 압전!
이 지랄 했다가는 정말로 광장에 걸린 시신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으니.
“그 외에 콜레라도…… 오히려 자네가 치료를 도왔다는 소문도 있네, 맞나?”
“맞습니다. 프랑스인들을 좋아하진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의사인 제가 어찌 환자를 지나칠 수 있겠습니까.”
“그래…… 그럼 성수를 만들어 먹였다는 것도 사실이겠군.”
“그…….”
아, 이 소문도 있긴 하다.
그냥 물을 먹이는 게 아니라 끓여서 증류를 해서 먹이지 않았나.
그 과정이 뭔가 성스러워 보였는지 뭔지…….
프랑스에서는 세인트 피영이라는 별명도 있다더라고.
“네, 폐하.”
“좋아. 진즉에 그런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 자네는 기사 작위를 받을 자격이 있네. 이리 와서 무릎을 꿇게.”
“네, 폐하. 영광이옵니다.”
숙일 때는 숙일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다.
군자의 복수는 10년도 늦지 않다는 말도 있지 않나.
약간 비유가 엇나간 거 같긴 하지만…….
아무튼, 나는 왕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칼이 내 어깨 좌우를 왔다 갔다가 하고, 뭔가 기억나지 않는 복잡한 의식이 뒤따랐다.
그렇게 나는 기사가 되었다.
-주치의도 자네 뜻대로 하는 게 맞는 거 같네. 섭섭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만…… 죽은 사람도 살리는 의사인데 어쩌겠나.
동시에 유일무이한 윌리엄 4세의 주치의, 즉 대영제국 국왕의 주치의가 되었다.
뭐, 말이 주치의인 것이지 조선시대 어의처럼 하루 온종일 궁에서만 왔다 갔다 하는 건 아니다.
평소에는 내 일 하다가 엑스트라로 국왕의 건강도 돌봐 주는 것이 주치의의 일이다.
문제가 있다면 왕실이 어려운 것도 아닌 거 같은데 돈을 팍팍 안 준다는 점이었다.
뭐 일반적인 환자에 비하면 잘 주는데, 단지 건강한지 아닌지만 봐 주는 건데 왜 돈을 주느냐는 식이다.
‘원래 검진이 비싼 거거든요?’
이 말이 목젖까지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그리고 내 시간과 노력은 뭐 꽁으로 왔다 가는 거냐는 생각도 들었다.
이건…….
벌충해야 한다.
막말로 기사라는 게 영지도 없으니 완전 명예직이지 않나?
근데 주치의도 명예만으로 하라고?
“공작님.”
“아, 하하. 내 친구 피영시인.”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보니 나는 나도 모르게 머리 수술 후 입원해 있는 아돌푸스 공작에게 당도해 있었다.
“이건 뭔가?”
“홍삼이라는 겁니다.”
“홍차랑 비슷한 건가?”
“하하, 훨씬 좋은 거죠.”
“뭐, 뭔데 그러나.”
“남자한테 참 좋은 건데…… 그러면서 탈모도 예방하는 약초입니다. 오직 저만이 만들 수 있는 저만의 비방이죠.”
“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