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307)
검은 머리 영국 의사-307화(307/505)
307화 이건 그런 이유로 할 만한 게 아닌데요…… [1]
김태평.
런던의 강남이라 해도 무방한 켄싱턴 거리에 병원을 운영하는 조선계 영국인.
의사일 뿐만 아니라 검성 리스턴을 비롯한 여러 갱단을 거느리고 있으며…….
런던 정치계의 거물인 대미안 경, 제이미 경을 비롯한 여러 의원들까지도 포섭한 지 오래다.
심지어 그의 마수는 경찰들에게까지 뻗어 있는데, 김태평이 운영하는 병원에 경찰서장 이하 여럿이 들락거린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헌데 그런 그가 이제는 대영제국의 기사요, 국왕 폐하의 주치의까지 되었다.
“세상이 참 아름답군요.”
21세기에 나에 대한 위인전이 있다면 아마 이런 내용이 있지 않을까.
영국에서 만든 것만 이럴 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도 아마 좋아할 거다.
-지금까지도 홍삼이 서구권에서 가장 선호하는 건강 보조 식품으로 남게 한 선구자.
어?
그럴 거 아냐.
사람이라는 게 생각보다 자기가 직접 관찰하고, 또는 보고 들은 것보다 관념에 사로잡히기 쉬운 사람들이라니까?
내가 나 하나 잘 먹고 잘 살자고 홍삼의 효능에 대해 구라 친 게 아니라는 거다.
오직 조국을 위해…….
내가 진짜 애국자다.
“뭐가 아름답나. 날이 이렇게 흐린데. 슬슬 난방 땔 때가 된 거 같아.”
내 말에 창밖의 자욱한 안개를 보던 리스턴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 큰 뜻을 못 알아듣는다.
덩치가 크면 뭐 하나 생각이 작은데.
‘하긴…… 나처럼 미래를 생각할 수 있진 않겠지.’
시대의 한계일 거다.
그런 생각을 품으니, 애초에 기분이 좋기도 했기 때문에 여전히 푸근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렇긴 하네요.”
게다가 지금 좀 추워지긴 했다.
런던의 겨울이라는 게…….
한국처럼 추운 건 아니긴 하다.
내 자랑스러운 조국 한반도는 진짜…….
날씨 하나만큼은 저주를 받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고 한데…….
문제가 있다면 여기는 사람이 너무 많이 살고 있고 도시가스가 아닌 석탄 난방을 해야 한다는 게 에러다.
습하고, 비 자주 내리고, 안개 잘 끼는 것도 문제고.
“석탄 왔습니다!”
그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부하 놈들이 석탄을 들고 왔다.
부하들이라는 게 제자를 말하는 건 아니다.
우리 제자들은…….
비록 아직 의사 자격은 얻지 못했지만 대우는 의사에 준해서 해 주고 있지 않은가.
물론 임상시험이 필요한 경우엔 직접 나서야 하고 뭐 그렇긴 한데…….
하하.
자발적으로 하는 거다, 어디까지나.
“어, 거기 두게.”
“네!”
하여간, 지금 배달 온 친구들은 전현직 갱단원들이다.
그렇다 보니 사 오라고 한 걸 진짜 사 온 것인지 아니면 돈은 삥땅 치고 뺏어 온 것인지도 헷갈린다.
뭐, 어쩌겠나.
나는 떳떳한데.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내가 몰고 오는 변화가 혹시나 더 빠른 스모그 사태를 일으키지는 않을까 하는 거다.
“그나저나 런던에 사람들이 더 는 거 같지 않아요?”
나는 빈민가 쪽을 바라보면서 운을 띄웠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켄싱턴에서 바라보는 런던은 상당히 아름다운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공기야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행색이나 거리의 깨끗함 등등, 여기는 좋다.
다만 이 너머에 펼쳐질 광경은 빈말로도 좋다는 말은 할 수가 없다.
현세에 펼쳐진 지옥이나 마찬가지라고나 할까?
내가 오버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그렇다.
“확실히 더 늘었지. 산업이 넘쳐 나지 않나. 우리 덕이지. 더 거대한 청까지 굴복시켰으니.”
“그건…… 맞죠.”
확실히 청은 완전히 고개를 숙인 거 같다.
말이 기사이지. 진짜 명예직이라 주요 회의에 들어가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주워듣는 게 있지 않겠나.
당장 우리 병원 회의에 들어오는 사람이나 나라 회의에 들어가는 사람이나 그게 그거기도 하다 보니 상당히 양질의 소문을 듣게 마련이다.
그걸 감안하면 지금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영국이 당시 영국보다 훨씬 더 강한 거 같다.
단지 청나라를 날린 것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다른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는 모양이다.
“군에서 괜히 우리한테 계속 도움을 요청하는 게 아니지.”
“그것도 그래요.”
“근데 또 종군할 건 아니지?”
“뭐 어디 또 쳐들어간대요?”
“세상은 넓고 빼앗을 건 많지 않나. 어디든 가고 싶겠지.”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일단 군대도 강해졌다.
수혈도 되고 하니까…….
부상병들 사기도 높을 것이고.
또 팔다리 절단을 하게 되더라도, 이후 발생할 환상통이 있다고 인정을 해 주었을뿐더러 치료도 어느 정도 되니까 후에 대한 걱정도 살짝 덜었을 거다.
향간에서는…….
이건 진짜 낭설이면 좋겠는데, 군납품 중에 코카인이 있다는 말이 있는데…….
장기적인 부작용을 다 제외하고 보면 각성제인 코카인이 단발성 전투에서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아니겠지만.’
이게 뭐 필로폰 정도 되는 각성제면 또 모르겠는데…….
그건 완전 화학 합성물이지 않나.
실제로 2차 세계 대전 때 독일군이 썼다는 말도 있고.
하지만 코카인은 내가 그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으니 잠깐 시도하다가 말 거다.
아예 안 할 거 같진 않은 게 내가 본 영국은 실험 정신이 돌아 버렸다.
아무튼, 이러한 연유인지 뭔지 런던의 인구가 진짜 많아졌다.
“아무튼, 사람이 너무 많은데…… 이거 이러다가 공기가 더 안 좋아지는 거 아닐까요?”
“무슨 걱정인가. 저게 병을 일으킬 것도 아닌데.”
“그…… 안에 그래도 독성이…… 매캐하잖아요.”
“하하하! 자네가 독기론을 폐기시킨 장본인이면서 무슨 그런 소리를 하는가. 이성론자들이 들으면 기함하겠어! 그치들이 자네를 얼마나 존경하는지는 알지?”
“그…… 그런가요?”
“아무렴. 이성주의자들에게 자네는 거의 뭐…… 하하.”
이성주의자…….
말만 들으면 되게 멋지다.
이성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말이 상당히 그럴싸하지 않나.
하지만…….
이 시기에는 이성과 감성에 대한 약간의 오해가 있다.
뭐라고 해야 하나……?
이성이 무조건 감성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것 정도가 있을까?
“하여간, 요새 그 친구들 사이에서 도는 말이 있던데…… 나도 들어 보니까 수긍이 되더라고.”
사실 그럴 만한 시대긴 하다.
지금 이 시기를 지배하고 있는 예술 풍조 또한 낭만주의지 않나.
말 그대로 낭만 가득할 만한 시대라서 그렇다.
전 세계적인 건 아니고 서유럽, 그중에서도 최강대국인 영국과 프랑스는 그렇다.
전 세계를 왔다 갔다 하면서 다 쥐어패고 값나가는 거 있으면 다 들고 오고 돈 벌고…….
앞으로의 미래가 이전보다 무조건적으로 나을 거라는 믿음이 모두에게 팽배하다.
그렇다 보니 우리가 이전에 존재했던 사람들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믿음도 나오는 거 같은데…… 내가 봤을 때 이 이성주의자들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거 같다.
내가 뭐 그쪽으로 공부를 한 건 아니라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리스턴처럼 나름 배운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훨씬 더 쉽게 빠지기도 한다.
몰랐는데 지금 보니까 그렇네.
“성욕을 억제하는 게 참 중요한 거 같네.”
“아…… 근데 왜 저를 그렇게 쳐다보세요?”
“자네가 가끔 병원이고 집이고 혼자만의 시간 갖는다는 건 이제 비밀도 아니지 않나.”
“그…… 형님은 안 해요?”
“나는 정상적으로 여자랑 한다네. 자위 같은 불결한 행위는 하지 않지.”
“무슨…… 자위가 왜 불결한 행위입니까.”
“성행위라는 거 자체가 아이를 생산하기 위한 행동인데…… 자위라니, 안 될 말이지. 우리는 신께서 그런 식으로 창조한 존재가 아니란 말일세.”
“뭔…….”
창조된 존재라고 쳐도 틀린 말일 거다.
왜?
내가 어떤 다큐인지 뭔지를 봤는데…….
인간은 실제로 쾌락을 위한 성행위를 하는 동물이란 말이다.
아니었으면 인간 남성이 이렇게 체구에 비해 큰 성기를 가질 필요가 없다.
‘근데 이런 소리를 하면 더 이상해 보이겠지?’
성욕을 억제해야 한다고 하고 있는데 이딴 소리 하면 뭐 어떻게 보이겠어.
‘아…… 그때 문 잠갔는데 시발 부서져 가지고.’
아닌 게 아니라 한번 현장을 들킨 적도 있어서 이 부분에 있어서는 더더욱 말발이 서지 않는다.
이것 때문일까.
아니면 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일까.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름답게만 보였던 런던의 풍경이 끔찍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뭐…… 자네처럼 숫총각인 경우엔 참기가 힘들지 않나. 참…… 자네는 진짜 대단히 이성이 발달한 친구이고 똑똑한 친구인데도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대체 어떻겠나.”
“뭐…… 그렇겠죠.”
굳이 참아야 하나 싶다.
범죄로 풀려고 든다면야 당연히 잘못인데, 나는 아직 십 대고 당연히 호르몬이 뿜뿜 하는 상황이잖아?
혼자 그냥 좀 어?
그런 건데 왜 이렇게 나오냐고…….
“말이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최근 들어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죄수들이 아무래도 자위행위에 열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렇지! 나는 자네가 좀 그런 편이라 아니라고 할 줄 알았는데, 역시 인정할 건 인정하는구만!”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하하!”
죄수들은 갇혀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하겠지…….
자유가 없잖아…….
위와 같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리스턴이 광분해서 떠드는 바람에 입도 벙긋하기가 어려웠다.
그냥 아무 말이나 했어도 말을 이어 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큰 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이건 심지어 내용도 스턴이 걸릴 만한 것이었다.
“이런 이론이 가능하지 않겠나. 자위행위를 억제하면 공격성이나…… 학습 능력 부진과 같은 것들을 어떻게든 줄일 수 있을 거라는 이론 말이야.”
“아니…… 그게 어떻게 그런……?”
“들어 보게. 이미 행동에 나선 친구들이 있어. 내가 그걸 듣고 바로 오는 길이야. 늘 혁신은 우리가 했는데 약간 뒤처졌다는 생각이 드니 참을 수가 없더구만.”
“그…… 혁신이요?”
“그래, 혁신! 우리야말로 혁신의 아이콘 아니었나!”
“그건 맞는데…….”
19세기식 혁신은 그냥 안 하는 게 맞는 거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말이 혁신이지 진짜 개짓거리가 될 확률이 너무 높거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스턴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으려니, 우리 리스턴이 말을 이었다.
여전히 껄껄 웃으면서였다.
“욕구는 어디에서 오겠나.”
짐짓 진지한 말투로 말을 거는데, 좀 화가 난다.
답을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다.
호르몬에서 온다.
하지만 그런 얘기는 할 수가 없으니, 침묵을 지켰다.
“성기에서 오는 것이지. 남자가 아무래도 여자보다 성욕이 강한 건…… 이 성기에 쓸데없는 게 붙어 있어서가 아니겠나?”
“네?”
내용이 어째 점점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로 치닫는 듯한 기분이다.
아니, 이미 소용돌이일까?
“그래서 이걸 잘라 본 사람이 있다네.”
“뭘…… 고추를요?”
“아니, 미쳤나. 이걸 왜 잘라. 이건 클수록 좋지.”
지금 이 사람은 자기가 하는 말이 상당히 모순적이라는 걸 알고 있을까?
모르고 있는 거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할례 말일세. 할례.”
“할례?”
“그래. 포피 자르는 거.”
“아…… 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