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332)
검은 머리 영국 의사-332화(332/505)
332화 콜로라도? [3]
좋아, 주술 걸었다.
아니, 협박…….
아니, 설득에 성공했다.
표정을 보아하니 절대로 허튼짓은 못 할 거 같다.
물론 사람이라는 존재는 반드시 합리적으로만 행동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나는 보다 광역 주술을 걸 수밖에 없었다.
“저거…… 티에피영 아니여……?”
“피영시인? 어, 그러네. 저 사람이 웬일이여?”
나도 이런 내가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쩌겠어.
국왕 폐하와 더 나아가 대영제국과 좀 더 나아가 인류 평화를 위해서라면 뭐든 해야 할 터였다.
“런던의 의사, 돌팔이는 다 들어라.”
“런던의 의사! 돌팔이는 다 들어라!”
내가 말하면 리스턴이 외쳐 주었다.
진짜 확성기라도 집어삼킨 건지 뭔지…….
사람 목소리가 어떻게 이렇게 큰 건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다.
뭐…….
내공을 실어서 사자후라도 내지르는 거라고 보면 이해할 수 있겠지.
아무리 봐도…….
납에 비소에 술에 담배에 그 외 내가 아직 인지하지 못한 여러 독성물질로 도배하고 있음에도 아직 문명이라는 게 남아 있는 것으로 보건대 여긴 지구가 아니라 지구 009 정도는 되는 거 같으니까.
“지금 이 순간부터 내가 허락한 인원 외에.”
“지금 이 순간부터! 내가 허락한 인원 외에!”
“궁전에 들락거리는 놈이 있다면.”
“궁전에! 들락거리는! 놈이 있다면!”
“영혼을 지옥에 집어 던져 버리겠다.”
“평?”
마지막 말에 리스턴이 감히 따라 하지 못하고 나를 돌아보았다.
아까 분명히 주술사 이미지를 활용하겠다고 했는데도 저런다.
‘아니…… 약간 떠는데?’
설마 이 양반도 내가 진짜로 영혼을 뽑아 던질 수 있다고 믿는 걸까?
상식적으로 그럴 수 있으면 내가 왜 이러고 살겠냐.
남들한테 굽실…….
‘음.’
생각해 보니까 요새 굽실거린 적이 없긴 하다.
포경수술을 어영부영 받긴 했는데…….
받고 나니까 오히려 좀 좋은 거 같기도 해.
전생과 같은 모양이라 그런가 그거 들여다보고 있다 보면 어느 정도 향수병도 치료되는 느낌도 있다.
무엇보다 아무리 내가 열심히 씻는다 해도 시대의 한계 때문에라도 매일 씻진 못하거든?
합리적인 이유가 아니라 우연히 벌어진 일이긴 한데…….
뭐 좀 나아진 거 같긴 하다.
‘그래…… 막살고 있긴 하군.’
방금 국왕 폐하도 협박했겠다, 리스턴도 이쯤 되면 진짜라고 믿을 만하긴 하다.
무엇보다 리스턴 본인이 무림 고수인데 숨기고 있으니 내가 주술사라고 믿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형님. 그냥 질러요. 이 새끼들이 폐하 죽이게 둘 거예요?’
‘그건 안 될 일이지.’
‘그러니까요. 그 양반이 지금 우리 후견인 격인데 사라지면 알게 모르게 불편해질걸요.’
‘나는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네만.’
‘그게 그거지.’
‘그래…… 그러지.’
리스턴은 끙 소리와 함께 고개를 끄덕인 후, 입을 열었다.
“혼을 지옥에 집어 던져 버리겠다!”
약간 마가 뜨긴 했지만, 애초에 나랑 리스턴이 말하고 있는데 딴청 피울 만한 사람이 런던 바닥에 몇이나 되겠나.
국왕 폐하조차 내가 말하면 듣는다.
그것도 약간 무서워하면서.
일반 시민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히익.”
“자, 자네는 왜 그러나?”
“눈, 눈을 마주…… 윽.”
“이런 미친. 죽지 마!”
너무 과해서 탈이다.
저 봐라. 저거.
아니, 여기도 이러네.
대충 훑어봐도 벌써 넷 정도가 쓰러지고 있다.
뭐 셋은 그냥 쓰러져야 될 거 같아서 쓰러지는 느낌이다.
물 대신 술 먹고 밥이라고 해 봐야 그지 같은 거나 먹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딱히 나 때문이 아니라도 쓰러질 사람이 많긴 하잖아?
그에 비해…….
“형님.”
“어, 본을 보이는 건가?”
“아니, 그건 아니고요.”
“그럼 그냥 죽이고 싶었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이 앞에 쓰러진 사람은 큰일이다.
아니, 왜 이런 일로 심장이 멈추고 그러셔.
뭐 자세한 것은 가까이 가 봐야 알겠지만 저 쓰러지는 모양새가 상당히 익숙하다.
“옷부터 벗겨요!”
지이이익.
“그게 최선이에요?”
“언제 벗기고 앉았어.”
“그것도 그래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리스턴은 나름 CPR 절차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아직 애니, 그러니까 제대로 된 CPR용 인형을 만들진 못해서 막 연습하고 있진 못하지만…….
이상하게 요새 자꾸 앞에서 쓰러지는 사람이 늘어서 어느 정도 실력이 늘고 있다.
이걸 잘됐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안됐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리스턴은 어찌 봐도 머리가 좋은 사람이잖아?
원래 무림 고수 되려면 머리가 좋아야 한다.
깨달음인지 나발인지가 있어야 경지를 뚫잖아.
덕분에 나랑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옷을 다 찢어서 가슴을 노출시켜 놨다.
나?
나야 맥박부터 짚었다.
‘없어…….’
비의료인은 안 짚어도 되게끔 지침이 바뀌었지만 이 시기 나는 그야말로 최고의 의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
그런데 없다.
“에이.”
“눌러?”
“일단 저 먼저 하고.”
“그래.”
해서 나는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심장을 눌러야 하는 원칙에 따라 세게 눌렀다.
그에 따라 뿌득뿌득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암만 내가 체격이 훌륭한 사람은 아니라지만…….
애초에 이 방법이 누구라도 할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니만큼 힘 약한 사람도 자세만 제대로 취하면 꽉 누를 수 있다.
“으으…….”
“시범을 보일 줄이야…….”
“내 저럴 줄 알긴 했어.”
“응?”
“저 쓰러진 친구…… 혼자 클리닉 운영하는 친구 아닌가.”
“아…… 아, 그렇네! 아니, 원래 그걸 알았나?”
알았겠냐?
아무리 자세를 취하면 좀 더 수월하다고 해도 나는 리스턴이 아니다 보니 뭐라 대꾸할 기력이 남진 않았다.
이 악물고 눌러야 되니 뭐 어쩌겠나.
그렇다면 쉬고 있는 리스턴이 말려 줘야 할 텐데 이 인간…….
“자세히 말해 보게.”
지가 솔깃해서 저러고 있다.
아니, 나랑 지낸 지가 벌써 몇 년째인데 아직도 저런 말에 휘둘린단 말인가.
“실은 이 친구가…… 뭐…… 이상한 거 많이 하는 친굽니다. 신통하죠.”
“신통해? 뭘 하는데?”
“뭐…… 포경수술이야 기본이고, 특히 두통 치료의 대가입니다.”
“뭘 하는데?”
“피를 잘 빼요. 사혈이요.”
“아…… 어디서?”
“머리에서요.”
“그럼 제대로 하는 친군데?”
아니…….
뭐가 제대로 하는 친구냐…….
언제 한번 날 잡아서 내가 제거했던 출혈은 사혈 같은 게 아니라는 걸 알려 주긴 해야 할 거 같다.
대체 언제까지 갈 거야, 이놈의 사체액설.
알아 보니까 히포크라테스가 만든 것도 아니고, 그 전부터 있던 걸 정리한 거더만…….
그 말은 곧 말 그대로 수천 년 전에나 통하던 말을 아직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후.”
“내가 하지.”
“네.”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나는 흉부 압박을 마치고 턴을 넘겼다.
리스턴의 턴은 꽤 길기 때문에 일단 충분히 쉬기로 했다.
그렇게 가쁜 숨을 좀 정리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스턴은 전혀 지친 기색이 없다.
“이 친구가 뭐 하던 놈인데요?”
“아…… 그게.”
“이렇게 안 만들 테니까 말해 봐요.”
“네, 네!”
그사이에 나는 대화를 시도했고, 그 결과 이 친구뿐 아니라 상당히 많은 돌팔이들이 내가 창시했다는 새로운 사혈…….
그러니까 아픈 부위에서 직접 피를 뽑아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걸…… 내가 강의로 풀 수 있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있었다.
우리 팀들은 그래도 꽤 잘 따라오고 있었으니까.
헌데…….
리스턴마저도 아직 저런 수준에 남아 있다는 걸 직면하게 되니 마음이 꺾인다.
중요한 건 마음이 꺾여도 계속하는 마음이라지만 그것도 나만 상관 있는 일에나 그런 거다.
이건 뭔가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사람이 죽는다.
안 그래도 경찰들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래서 좀 죽는 사람들이 줄었냐고요?
내가 와서 그래도 어?
의학적인 부분에 있어서 어마어마한 개선이 있긴 했잖아.
해서 좀 줄었냐고 했더니 경찰이 딱 저렇게 말했다.
히죽 웃으면서였다.
그러다 뭔가 내 앞에서 이래선 안 된단 생각이 덜컥 들었는지 어쨌는지 달달 떨면서 바로 정정하긴 했는데, 하여간, 덜 죽기는커녕 오히려 더 죽는다고 했다.
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 보니 그런 것도 있겠지만…….
이런 놈 때문이기도 하다.
“어, 그만할까?”
내가 잠시 좋지 못한 시선을 보냈더니 리스턴이 손을 뗐다.
“아니, 아니. 아, 그만해도 되겠어요.”
깜짝 놀랐는데, 짚어 보니 다시 뛰기 시작했다, 심장이.
그걸 보고 있던 이들이 저도 모르게 흠칫 놀라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뭐…….
사실 그간 CPR에 대해, 그러니까 지금 이 시점 또는 보다 과거에 이루어진 행위를 알아봤더니 흉부 압박은 정말 금기로 여겼는지 아예 안 했더라고.
그렇다고 해서 죽은 사람 두고 아무것도 안 했던 것은 아닌데, 주구장창 인공호흡만 했다.
그 와중에 이런 짓으로 죽은 사람을 살리고 있으니 좀 무섭긴 할 거다.
‘전처럼 이럴 때 당황만 하는 건 이제 지겹지…….’
그래, 처음이었다면 손을 막 어? 이쪽저쪽으로 휘두르면서 얼굴도 붉어지고 했겠지만…….
이젠 아니다.
나도 성장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의 화신이 되었달까?
“잘 들어요.”
“네, 네.”
“그건 내가 만든 내 치료법입니다.”
“그, 그렇죠. 저는 의사도 아닙니다…….”
“전하라고 하는 말이에요. 내가 모를 줄 압니까?”
“아, 앗 아아.”
상대는 쓰러졌다가 이제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있는 의사 아니, 돌팔이를 곁눈질했다.
누가 봐도 돌팔이인 줄 알고 저렇게 만든 것 같은 상황이지 않나.
그렇다 보니 상대는 정말로 달달 떨었다.
“앞으로 이 치료법 훔쳐서 하는 놈이 있다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주술을 쓰든 우리 형님이 가든.”
“네, 네. 반드시 전하겠습니다!”
“알았으면 가 봐요. 뭐 구경났어? 다 가라고.”
“네, 네!”
“으아…….”
그 사람만 떤 건 아니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 다 떨었다.
“평…… 이제 안 숨기기로 한 건가?”
리스턴도 살짝 떨었다.
블런델?
아까부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제자들도 비슷한데, 딱 하나 예외가 있다면 조지프다.
아마 내 어린 시절,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평범했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선지자는 고향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하더니…… 예수님이 이런 심정이었을까?’
아니, 아니지.
너무 심취했다.
내가 진짜 주술사인 줄 알았다.
하여간,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우리 국왕 폐하는 걱정 놓아도 될 거 같다.
이 정도 해 놨는데도 뭔가 한다면 그건 인정해 줘야지 어쩌겠어.
그렇게까지 해서 죽으면 진짜 나도 할 말이 없다, 이 말이다.
“자, 그럼…… 이제 미국 갈 준비나 하세.”
“뭐 이대로 가면 되지 않을까요?”
“에헤이…… 자네 부모님도 그렇게 생각하실까? 김치? 그거 담가서 주실 텐데?”
“아…… 네, 김치요.”
붉은 김치가 아니다.
고추가 아예 안 들어가는 건 아닌데…….
약간 향만 나는 정도?
더 쓰자고 하니까, 아버지는 이게 미쳤나 하는 얼굴이셨고, 어머니는 고추가 구하기도 어렵다는 말을 하셨다.
생각해 보니까 영국에서 고추 이용한 음식이 뭐가 있나 싶긴 하다.
‘고추……?’
어?
원산지가 멕시코 아닌가?
‘이 기회에 김치를……?’
김치를 스팸에 싸 먹어 보세요.
건강에 좋습니다.
사스도 막아 줍니다.
‘내가 말하면 먹힐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