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353)
검은 머리 영국 의사-353화(353/505)
353화 태곳적 사람들 [3]
마취 가스에 대한 신뢰도는 빈말로도 아주 높다고는 할 수 없다.
나도 그래서 이러한 종류의 마취 가스 또는 마취 약을 더 개발하라고 연구소를 닦달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게…….
보다 높은 순도의 코카인이거나 또는 아편이거나 하는 게 문제긴 한데…….
그것도 뭐 어느 정도 더 기다리면 나아지겠거니 하고 있다.
“으…….”
“아파요?”
지금 내가 그 소리를 왜 하냐고?
마취 가스를 돌리고 있는데 환자가 좀 깨서 그런다.
신음 소리가 막 나오길래…….
아프냐고 하니까 눈으로 막 욕을 한다.
내가 비록 인디언 말은 잘 모르지만, 이건 욕이다.
‘어떤 창의적인 욕이 있을까.’
궁금하지만 굳이 알고 싶지는 않다.
대신 속도를 좀 내야겠단 생각은 들었다.
동시에…….
“이거라도 좀 입에 물리죠.”
“이거? 이거…… 이게 뭔데?”
해서 나는 내 주머니에 있던 약을 턱으로 가리켰다.
옆에 있던 콜린이 재빨리 움직여 그 약을 꺼냈고 당연하게도 그게 무슨 약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 아편이요.”
“아니, 자네. 이거 너무 많이 하면 건강에 좋지 않을 거라고…… 자네가 그러지 않았나.”
“내가 쓰려고 가지고 다니는 게 아니라 이런 일이 있으면 쓰려고 그러는 거예요.”
“허어…… 꽉 안 차 있는데?”
“샜나 보죠.”
“허어.”
“일단 빨리 먹여요. 이대로 수술을 어떻게 해.”
“아, 알았네. 콜린, 부탁하네.”
원래는 그냥 해 보려고 했다.
한국에서는 사실 어지간한 수술 로컬로 많이 하거든.
아프면 말하라고 하고 진짜 말하면 참으라고 하면서.
나도 내가 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위에서 그렇게 하길래 따라 하는 건데…….
“으…… 으으!”
생각해 보니까 로컬 수술도 일단 국소마취제라도 있긴 했더랬다.
그러니까 생으로 사람 째는 건 나로서도 처음이다, 이 말이다.
그에 비해 리스턴은 침착했다.
“엄살은…… 원래 같으면 아무것도 없이 그냥 째는 건데, 이거.”
“으으으!”
“뭐, 뭐 인마. 네가 어쩔 건데.”
“으으!”
눈으로 욕하는 상대를 보면서도 껄껄 웃고 있을 지경이었다.
너무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는데, 어찌 보면 이해도 간다.
저 사람이야말로 생으로 사람 팔다리 자르던 사람이잖아.
게다가…….
마취 가스 용량이 좀 부족하다고는 해도 일단 아픔이 원래랑 같지는 않을 거다.
당장 이 사람 눈만 봐도 알 수 있다.
아파하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핏발이 서거나 하진 않잖아?
‘미안하네, 그래도.’
사실 여기서 앨프리드가 가스 밸브 더 열면 통증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긴 하다.
다만 그렇게 되면 이제…….
이 사람이 수술이 끝나고 깨어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해진다.
나나 앨프리드나 약 하나 띨룽 발견해 놓고 그냥 두고 있는 게 아니라 나름 체중에 따라, 또 나이에 따라 용량 조절을 하고 있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일정 용량을 넘어가면 확실히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 확 올라가 버린다.
애초에 21세기에서는 대개 치과 치료에, 그것도 국소마취제를 같이 쓰면서 쓰고 있지 않나.
그냥 약 자체에 한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한 모금 정도만 먹여요, 일단.”
“알았네.”
아무튼, 그러한 연유로 인해 나는 아껴 두었던 아편을 환자에게 먹였다.
아무래도 이게 진통 효과만 있는 건 아니다 보니 환자의 표정이…….
살짝 웃기 시작했는데, 어쩔 수가 없다.
어차피 사지는 묶어 놓고 하고 있으니 크게 발버둥 칠 일은 없지 않겠나?
뭐 그렇다고 해도 힘은 줄 수 있고, 그렇게 힘을 주면 어딘가 절개할 때 방해가 되긴 한다.
근이완제가 없으니 하는 수 없는 노릇이다.
‘복어 독을 연구해 보긴 해야 할 텐데…….’
아예 실마리도 없는 건 아니긴 하다.
복어 독이 신경독이고 그게 근 이완을 시킨다는 건 유명한 일이잖아.
호흡근까지도 다 마비 시켜서 숨을 못 쉬게 되는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그걸 쓸 수 있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숨 못 쉬면 죽잖아…….
삽관을 하면 되긴 한데, 그렇다고 해도 정제된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여전히 무리스러운 일이었다.
지이익.
그렇기에 아직까지는 환자 선별이 제일 중요하다.
뭐, 총 맞고 죽기 전이 되면 근이완제 없이도 힘이 빠지고, 그런 지경이면 뭐가 되었건 간에 수술을 해야 하긴 할 텐데…….
이렇게 예약 수술을 할 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환자만 건드려야 했다.
“여기.”
“어어.”
이 환자는 그렇게 고르고 고른 환자다.
다시 말해 마취가 좀 어설프고 근 이완도 안 돼 있고, 수혈도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도 해도 고칠 수 있는 환자란 얘기다.
우선 절개를 해서 장이 복막 틈새로 튀어나와 있음을 확인하고, 주변에 절개선을 더 넣어서 안으로 밀어 넣었다.
당연히 장이 아직 썩지 않아서 그래도 됨을 확인하고 난 다음의 일이었다.
그리고 나서는 간단하다.
복막을 단단히 닫아 주면 된다.
뭐…… 이렇게 해도 나이가 더 들게 되면, 가뜩이나 영양분이 충분한 시절이 아니기에 재발이야 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몇 년은 거뜬할 거다.
‘뭐…… 이거 말고 다른 이유로 사망할 가능성도 대단히 높지.’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다.
아니, 이렇게 말하면 내가 수술하는 환자의 죽음을 진심으로 비는 놈처럼 비칠 수 있을 거 같은데, 오해다.
그냥 시대가 그렇다는 말이다.
죽음이 도처에 깔려 있다.
막말로 그냥 걷다가 어디 걸려 넘어졌는데 그게 덧나서 죽을 수도 있거든.
“좋아. 봉합.”
“네.”
하여간, 수술은 환자가 깨는 바람에 잠시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아무튼, 잘 끝났다.
나머지 환자들도 다 탈장이었다 보니 일사천리였다.
무엇보다 깨는 환자도 없어서 그냥 순식간에 끝낼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부족장이나 다른 놈들이나 아주 탄복한 얼굴은 아니었다.
“으…….”
“으아…….”
왜?
수술하고 나서도 아파하는 건 매한가지였거든.
“이거 괜찮은 건가?”
“며칠만 있어 보세요. 당장 내일모레만 되어도 다들 훨씬 나아질 겁니다. 일단 지금은 누워 있도록 하고요. 밥도 묽은 죽으로만 먹여요.”
“죽……?”
“아.”
얘네 쌀 안 먹지.
그래도 괜찮다.
여긴 미국이니까.
원래 없던 작물이나 가축이 많아서 탈이었지만…….
이젠 아니지 않나.
그냥 갖다 두기만 해도 쑥쑥 자라는 축복받은 땅이다.
“치킨 수프 정도면 되겠어요.”
“치킨이라…….”
“우리가 농장에서 얻어 온 닭이 많으니까 그걸로 어떻게 해 드리면 될 거 같은데.”
“아, 그거 고맙네.”
나는 수술 후 처방까지 다 내려놓고 나서야, 우리의 원래 목적이었던 온천으로 향할 수 있었다.
어제 오는 길에도 지나치긴 했는데 그때는 너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 보는 게 처음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으음…… 진짜 그냥 온천인데.”
“그러니까 말일세. 이게 정말 치아를 안 썩게 하는 건가?”
“이제부터 알아볼 일이죠.”
“어떻게 알아본단 말인가. 여긴 죄수도 없는데.”
풍경은 좋았다.
정말이지…… 미국 중부 대륙은 광활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곳인데, 거기에 온천까지 있으니 참 아름다웠다.
“와…… 엄청 따뜻한데?”
“하하, 물 뿌리지 마!”
“따뜻하다며!”
실제로 나와 리스턴을 제외한 나머지…….
그러니까 앨프리드와 조지프, 콜린은 벌써 몸을 담그고 놀고 있다.
신사니 뭐니 지랄을 하더니 남들 앞에서 훌렁훌렁 잘도 벗는다.
그에 비해 우리 둘은…….
“죄수가 왜 없어요.”
“응?”
“쟝 있잖아요.”
“아니…… 그 녀석은 이미 항복한 거 아닌가……?”
“죄수의 정의가 바로 법 앞에 항복한 범죄자 아닙니까? 벌은 다른 얘기지.”
“그게…… 그렇게 되나?”
19세기 영국 신사답게 조용히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리스턴은 담배를 물고 있었다.
나?
나는 그냥 있었다.
어째 입이 좀 심심하긴 한데…… 그래도 뻔히 몸에 안 좋은 거 알면서 피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막말로 이 새끼들이 피우는 담배는 21세기 담배보다도 더 유해한 담배다.
필터도 없다, 필터도…….
‘아?’
나중에 필터를 만들어 팔까?
담배가 몸에 안 좋다는…….
‘아, 이런 얘기 어디 가서 하면 죽을 거라고 했지.’
어렵다.
어려워.
“왜 한숨을 쉬나.”
“아뇨. 아무튼, 죄수야 있으니 그걸로 실험을 좀 해 보죠.”
“어떤 방식으로?”
아무튼, 인체 실험을 해야 한다는 데에 있어서 만큼은 둘 다 이견이 없었다.
이제 와서 문제의식을 갖기엔 너무 멀리 오지 않았나.
다만 방식은 고민을 좀 해 봐야 할 문제였다.
너무 파괴적인 방식은 곤란했다.
여긴 런던이 아니니까.
다시 말해 죄수가 넘쳐 나는 곳이 아니란 말이었다.
‘아니, 이게 아닌데?’
방금 생각은 취소다.
너무 좀…… 나답지 않았다.
그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언제나 조심해야 하는 쪽으로 하자.
“설탕이야 남아돌잖아요.”
“남아돌지.”
아무래도 구대륙, 그러니까 유럽에 비하면 설탕 가격이 쌌다.
뭐 가격과 무관하게 우리는 그냥 농장주 협박하고 뺏어 온 거긴 한데…….
아무튼, 되게 많이 있다.
이러다 우리 이까지 다 썩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걸로 간식 만들어서 먹이고 저 물로 가글을 시켜 보죠.”
“가글? 아…… 입 헹구라고? 그걸로 되나?”
“그럼 어떻게 하려고요?”
“먹이지?”
“아니, 여기 사람들도 먹진 않는다던데. 맛이 이상하대요.”
“이상해?”
“네. 맵고 좀 아리는 맛이 있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뭔가 그 맛을 일으키는 것이 뭐가 되었건 간에 치아를 보존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온천수를 마셔 본 일이 없다 보니 딱 그렇다고 확신하긴 어렵긴 했다.
다 그럴 수도 있잖아?
“어디…….”
게다가 위험한 물질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험 정신 미쳐 버린 19세기 의사 리스턴은 내 말을 듣자마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동시에 약간 유황 냄새도 풍기는 물을 손으로 훔쳐 내더니 한 모금 꼴깍 마셔 버렸다.
“으음…….”
냅다 마시는 대신 우물우물거리고 있었다.
그것만 해도 될 텐데, 내게도 한 모금 권했다.
‘뭐…….’
진짜 위험한 물이었으면 다 죽지 않았을까?
이 근방에서 지낼 때는 거의 매일매일 목욕하는 부족민들도 있다고 들었으니 한 모금 정도는 괜찮을 거 같았다.
그래, 한 모금…….
“어?”
“맵지? 신기하네.”
“아니, 이거…….”
“왜 그러나?”
“아니, 아닙니다. 진짜 맵네요.”
그런 생각으로 한 모금 마셨을 뿐이다.
헌데 뭔가 아련한 맛이 느껴졌다.
가끔 학교에 치과 선생님이 오실 때가 있지 않았나.
요새는 그렇게 하는 대신 그냥 동네 병원으로 보낸다고는 한다지만…….
나 때는 오셨었는데, 그때 오면 꼭 치아에 뭔가를 발라 줬더랬다.
단순히 맵다기보다 요상한 맛이 나는 무언가였는데…….
‘불소……!’
이 온천수의 비밀을 알았다.
불소다.
다시 말해…….
‘유레카!’
노다지다, 이건.
진짜로 효과가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