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355)
검은 머리 영국 의사-355화(355/505)
355화 19세기 쇼닥 [1]
“이것 참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내가 하지. 조선에 빗대어 하면 좋을 테니.”
“아…… 자네 설마 조선의 생리대에 대해서도 아는 건가?”
“무릇 군자는 여러 방면에 두루두루 익힘이 있어야 하는 법이지.”
“뭔…….”
블런델의 말을 받고 나선 것은 리스턴이었다.
말투가 그래서 그런가 아니면 내용이 그래서 그런가 분명히 입고 있는 건 활동 하기에 좋은 미국식 복색인데 느낌은 꼭 두루마기라도 걸친 거 같았다.
설마하니 조선에서 말하는 군자가 리스턴 같은 사람을 뜻하는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내가 뭐 조선을 올려치기 하려는 게 아니라, 리스턴은 아무리 봐도 백정에 가깝지 군자랑은 좀…….
“조선에서도 우리 영국처럼 생리 자체를 드러내 놓고 하진 않는다네.”
“아니, 그런 나라가 있겠나?”
“알 수 없는 일이지. 여긴 어떤데.”
“아…… 여긴 뭐…… 그렇게 부끄러워하거나 하진 않더군.”
블런델은 그 덕에 이걸 알게 되었다면서 다시 한번 말린 물이끼를 툭툭 쳤다.
내가 알고 있던 이끼보다 몇 배는 더 거대한 놈인 데다가 방금 물까지 흡수했다 보니 칠 때마다 푸들거리는데 느낌이 묘했다.
생리대나 기저귀로 쓰일 수 있다고 들어서 그럴 거다.
뭔가 이리저리 튀는 게 순수한 물 같지가 않았다.
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다리를 좀 피했는데, 리스턴이야 그런 거 신경 쓸 위인이 아니지 않나.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이 하고자 했던 말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래, 그럴 수 있다니까. 아무튼, 조선에서도 꽤 은밀하게 처리를 하는데 대개 사대부들의 집안에서는 딸이 초경을 하게 되면 어머니가 손수 개짐이라 하는 새 천을 주고 그것을 생리대로 쓰는 모양일세.”
“오…….”
“면으로 만들었나?”
이번 말은 나도 좀 흥미를 가질 만한 주제였다.
사실 생리대라는 게 익숙한 물건은 아니긴 하다.
난 안 해 봤잖아?
그렇다고 뭐 마누라가 있어 보길 했나, 누나나 여동생이 있길 했나.
내가 생리대에 익숙하다고 하면 그게 오히려 좀 이상한 일일 거다.
그럼에도 흥미가 일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의학적인 이슈가 있을 거라 그랬다.
‘일단 나오는 게 그냥 물이 아니라 피란 말이지. 피도 그냥 붉은 피가 아니라 조직이 섞인…… 냄새도 냄새겠지만 감염원이 될 수 있어.’
집에만 있는 사람이라면 물로 씻거나 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 야외에 있는 상태라면 정말 큰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요컨대 생리대가 이걸 다 해결을 해 줘야 한다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이 물이끼는 실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놈일 터였다.
‘이끼는 산성이지…… 살균도 어느 정도 할 거란 말이 돼. 허어…….’
그저 수분만 흡수하는 게 아니라서 그랬다.
확실히 수천 년을 살아남았다는 건 대단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 동시에 문명이 꼭 선형적으로 발전만 하는 것도 아니란 생각도 들었다.
하긴, 그리스·로마 시대에 비해 중세가 많이 퇴보했다는 의견도 있잖아?
그 말은 곧 19세기도 그 이전 세대에 비해 퇴보한 부분이 있을 거란 말도 될 거다.
그 과정에서 이러한 지혜로운 방법들이 실전된 거겠지.
“그래, 면이지. 궁에서는 비단도 쓴다는데…… 내 보기에 비단은 보기나 좋지 별로 효과는 없을 거야. 막말로 비단이 이쁘긴 한데 물을 흡수하거나 하진 못하지 않나.”
“그렇긴 하죠. 음…… 근데 면으로 하면 세탁을 어떻게 하지?”
“그게 신기하더군. 물을 끓여서 김을 쐬게 한 다음에 쇠뼈를 태운 재를 놓아서 빨면 된다고 하던데.”
“아…… 그렇군요. 오…… 되게 상세하게 알고 있네요? 그런 책도 있나?”
“간절히 바라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지.”
“아.”
내용 자체는 흥미롭다.
김을 쐬게 하면 아무래도 젖은 물체가 흐물흐물해질 것이고…….
뼈에는 인이 있다 보니 그 재를 쓰면 피도 잘 닦이긴 할 거잖아?
비누와 같은 효과적인 세척제가 없는 이상 저 정도의 방법이 아마 주어진 기술 단계에서는 최선일 거다.
나름대로 조선에서는 여성의 생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근데 댁이 이런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고.’
그것과는 별개로…….
슬슬 리스턴이 조선 사람들을 납치해서 가두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뭐든지 불게 되는 물로 답을 막 알아내는 거지.
아니, 사실 리스턴은 물도 필요 없다.
살기만 써도 될 거다.
정 안 들으면 한 대 때리거나.
진실의 방이 별건가?
리스턴하고 둘만 있으면 그게 진실의 방이다.
‘이번에 돌아가면 할 거 많네…….’
뒷골목만 들여다볼 게 아니라 뒷방도 좀 들여다봐야지 싶다.
“아무튼, 조선은 그래. 자네도 알겠지만 말이야.”
“네네. 그렇죠.”
“그에 비해 우리 런던은…… 딱히 뭐가 없네.”
“네?”
“뭐가 없어. 물론 귀족들이야 비슷하게 처리를 하겠지만 일반 가정집은 그냥 걸레나 헌 천으로 처리를 할 거야. 아니면 아무것도 안 하거나.”
“어……?”
“왜 사람들이 검정색이나 붉은색의 치마를 주로 입겠나. 설마하니 아직도 그걸 몰랐단 말인가.”
리스턴의 말에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러니까…….
피가 나는데 그냥 그걸 두고 있다는 말이잖아?
속옷이라는 게 보편화되기 전인 시대이니만큼 진짜로 다리로 줄줄 흐를 텐데…….
그 때문에 티가 덜 나는 색의 치마를 입고 다닌다는 게…….
19세기가 인권에 대해 진짜 관심이 없는 시대라는 건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당연히 모르지. 평이가 숫총각이라 그런가 여자 관찰은 못 해.”
“아…… 맞네. 그렇지. 하하.”
“억지로라도 한번 떼 줘야 되는데.”
“미국에서 한번 어떻게 해 볼까?”
“지가 원해야 가능하지.”
“그것도 그렇네.”
어이가 없어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으려니 둘이 또 이상한 소리를 해 대고 있었다.
이럴 땐 내가 또 뭔가 해 줘야 했다.
아주 날카로운 소리를 해야 한다, 이 말이다.
‘저 말은 수요가 없을 거란 말이 돼.’
생리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어야 쓰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닌가.
걸레로도 닦는다는데…….
그렇게 의식이 없다는데 어쩔 거야.
“근데 그런 상황에서 이게 팔릴까요?”
“응? 아…… 다 생각이 있지.”
“생각이 있어요?”
해서 물었는데, 블런델이 뭔 소리 하냐는 얼굴로 대꾸했다.
이렇게 되면 또 얘기가 달라질 수 있었다.
누누이 말하지만 우리 그룹이…….
미개해 보이지만 나름 위인 그룹이거든.
블런델은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이지만 오늘 보여 준 태도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이 시대에 이렇게까지 머리가 열린 사람은 아마 역사에 뭔가 남겨도 남겼을 거다.
애초에 교황청에서 금지했다는데 부득불 수혈을 시도했다는 거부터가 남다르잖아.
“그래. 예전에야 여자들이 대개 집에 있었지. 특히 시골에서는 뭐 그럴 필요가 없었단 말이야. 기껏해야 빨래하거나 물 길으러 물가 갈 때가 거의 외출의 전부란 말이야.”
“네, 그렇죠.”
업턴만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뭐…….
내가 주로 본 여인이라는 게 조지프 엄마랑 우리 엄마다 보니 더 그렇긴 했을 거다.
조지프네야 부잣집이고 우리는 운 좋게 거기 얹혀살게 된 마당이었다 보니 아무래도 일반적인 사람들에 비하면 고생을 덜 했거든.
원하면 하루 죙일 정원에서 노닥거리는 것도 가능했을 정도니 뭐…….
“근데 런던은 어떤가?”
“아…… 일을 하죠.”
“그래! 일을 하지. 근데 그 와중에 생리가 발생하면 얼마나 불편하겠나.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내 환자들에게 들은 게 있어서 하는 말일세.”
“아…… 하긴. 아무것도 없이 그냥 새어 나오면…….”
사실 그냥 새어 나오면 집에 있어도 불편할 거다.
근데 밖이면 아무래도 더 그럴 거다.
일단 남들 시선도 신경 쓰이지 않겠나?
게다가 이 시기 일이라는 게…….
대개 공장 일이지 않나.
21세기 공장 일도 위험한 경우가 많은데 19세기 공장 일은 어떻겠나.
조금이라도 신경을 덜 쓰게 되거나 다른 데 주의를 빼앗기게 되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 때문에 잘리는 경우도 허다해. 어차피 뭐 사장들이야 일꾼이 넘쳐나는 상황이지 않나.”
“아…… 생리 때문에 잘려요?”
“그렇지. 사장 입장도 이해는 가. 똑같은 임금을 주는데 그때가 되면 일을 더 못 하니까.”
“그…… 뭐, 그럴 수 있죠.”
게다가 이 시기는 노동법?
그딴 거 없다.
누누이 말하지만 괜히 마르크스가 공산주의 만든 게 아니라니까?
그 사람이 런던에도 있었다더라고!
나라도 여기서 노동했으면 빨개졌지.
물론 마르크스는 딱히 노동을 한 건 아니고 옆에서 구경만 하다가 간 거 같긴 한데…….
“근데 딱 이걸 팔게 되면 어떻게 되겠나!”
“효용성만 입증해 내면 확실히…….”
“이미 입증이 됐어. 여기 사람들 보니까 생리 때도 사냥만 못 하지 딴 건 다 하더라고.”
“사냥은 못 하잖아요.”
“그건 냄새 때문이야. 활동이 안 돼서는 아니라고.”
“아하. 아…… 그렇구나.”
물론 생리통이니 뭐니 하는 증상들이 동반되긴 할 거다.
그게 유독 심한 사람들은 암만 좋은 생리대를 댄다 한들 효과가 적을 것이고.
하지만 지금은 19세기.
강한 사람들의 시대…… 아니, 강해져야만 하는 사람들의 시대다.
‘이건 팔리겠는데?’
확신이 섰다.
문제가 있다면 가격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팔아먹어야 할 거 같은데…….
“문제는 그 사람들이 돈이 별로 없다는 거야.”
“그러니까요.”
“그리고 좋은 건 이게 만드는 데는 돈이 안 든다는 것이지.”
“아…… 그래도 뭐 이거 캐고 말리고 하려면 그건 돈이잖아요.”
“그렇지. 그렇네?”
“음.”
노동력이 든다…….
그거 때문에 이게 비싸질 수 있다…….
안 그래도 런던까지 운송해서 팔아먹으려면 그것도 돈이다.
목화나 담배를 팔 때 벌 수 있는 돈 이상을 벌어야 할 텐데, 그럴 수 있을까?
“일단은 그럼 귀족들 대상으로 이걸 좀 이쁘게 만들어서 팔아 보죠.”
“귀족들에게? 뭘로 홍보를 해서? 그 사람들은 이미…….”
“제가 의학적으로 썰을 풀어 보죠.”
“어디서 푼단 말인가, 이런 걸.”
아까 리스턴이 그랬지.
진심으로 바라면 길이 보이는 법이라고.
나에게도 그랬다.
보인다, 길이.
‘세계 최초의 쇼닥(Show doctor)…… 그거 내가 해 볼까.’
쇼닥이라고 하면 무조건 색안경 끼고 보게 되는데…….
맞다.
나쁜 거.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정말이지 돈에는 관심이 없다.
말하면서도 어떤 강사가 했던 말, ‘돈에 관심 없다고 하는 사람 그 사람이 돈에 미친 사람’이라는 명언이 떠오르는데.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다.
그게 나다.
“연회 때 귀부인들 대상으로 세미나를 열어 보죠.”
“세미나……?”
“네. 여성 건강을 위한 닥터 평신의 세미나. 어때요.”
“오…… 미어터질 거 같은 제목인데.”
“그때 이거랑 가글을 밀어 넣어 보죠. 실제로 좋은 제품이니까 수요가 확 생길걸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