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360)
검은 머리 영국 의사-360화(360/505)
360화 역학 조사의 달인 [2]
“저기!”
“런던이다!”
배 타고 돌아오는 길은 바람이 구려서 그런가 좀 더 걸린 느낌이다.
그래도 그리 심심하지만은 않았는데, 우리 재간둥이 존 스노 덕이라 할 수 있겠다.
녀석은 배에 타자마자 내 명령에 의해 배 내부 역학 조사를 했더랬다.
어떤 역학 조사였는고 하면 역시 담배였다.
아무래도 미국인들은 얼마 타지 않았다, 이 배에는.
영국이나 프랑스를 통해 미국으로 이민 가려는 사람은 되게 많지만, 역으로 미국에서 이쪽으로 이민 오려는 사람은 대단히 적어서 그랬다.
그렇다고 해도 있긴 있었다.
-유학생들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미국에서 꽤 잘 사는 사람들인데요.
-아하. 유학.
-네. 미국 뭐…… 거기 무슨 대학이 있겠습니까. 하하.
-하긴, 그렇지.
믿기지 않겠지만, 지금의 미국은 후진국이다.
뭐…… 말마따나 방장 사기맵이니 만큼 자원은 풍부하긴 하다.
그런데 영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그러니까 식민지가 아니다 보니 그 자원을 온전히 자기들끼리 가질 수 있다.
그러니 자연히 배곯는 사람은 대단히 적었다.
유럽의 빈민들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하게 매력적인 일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좀 사는 사람들에게 미국은 모든 예술과 학문 그리고 사치품 등이 낙후된 후진국일 뿐이었다.
“그래, 런던에 가면 연락하고.”
“네, 경. 감사합니다.”
그렇다고 나이 든 사람이, 기반이 있는 사람이 이민을 다시 갈 수 있겠나?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신이라고 하면 좀 이상한가?
꼭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농장주들의 자제들이 유학을 가기 위해 많이 타 있었다.
-이 사람들은 유럽을 동경하기 때문에 씹는 담배를 거의 피우지 않습니다. 대개 엽담배나 파이프를 피우죠.
-옳거니. 그리고?
그리고 그 자제들을 보필하기 위한 인력들이 있었다.
또 다른 상단에 고용된 미국인들도 꽤나 있었다.
그들은 노동자였고, 자연히 벌이가 신통치 않았다.
-그런 사람들은 씹는 담배를 주로 피웁니다.
-선원들이 싫어하겠네.
-네, 통에다 뱉기는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뱃사람들이랑 시비가 붙으면 좀 그러니까요.
-하긴 그렇지.
미국 본토에서보다는 좀 덜 더러운 방식으로, 하지만 여전히 깨끗하다고는 못 할 방식으로 씹는 담배를 즐기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둘을 비교했는데요, 확실히 원래도 기침 유병률 차이가 있습니다.
-역시.
-그리고 바닷바람을 맞아서 그런가…… 아무래도 좀 아픈 사람들이 있었는데요. 이건 좀 헷갈립니다.
-왜?
-오히려 씹는 담배 피우는 쪽이 더…….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도 나는 그때 리스턴의 눈치를 보면서 존 스노의 입을 틀어막았던 거 같다.
재빨리 그의 귀에 대고 이런 말을 해 주면서다.
-환경이 너무 다르잖아. 1등석하고 3등석하고 같겠어?
-아…… 납득했습니다.
진짜로 납득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이 데이터는 삭제하기로 했다.
괜히 분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지 않겠나?
행여나 바다에서는 담배가 더 몸에 좋구만! 이 지랄 하는 걸 보고 싶지 않다.
내가 너무 과민하게 대응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니, 아니다.
19세기 놈들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는다.
“후우…….”
“아니, 형님. 담배가 건강에 안 좋다는 걸 입증했는데 또 피웁니까?”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 않겠나. 나는 오히려 이 담배를 피우면 머리가 개운해진다네.”
“아니…….”
그야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 때문이죠.
교감 신경을 활성화시키니까 잠시 그런 느낌이 드는 겁니다!
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있으려니 리스턴이 말을 이었다.
여느 때처럼 껄껄 웃으면서였다.
“그래도 이제부터는 안 피우겠다는 사람한테 억지로 권하지는 않을 걸세. 안 맞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았으니.”
누가 그랬나.
웃는 얼굴엔 침 못 뱉는다고.
마음 같아서는 씹는 담배 양껏 물고 가래침 잔뜩 뱉어 주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리스턴이 형님이라서만은 아니다.
‘그랬다가는…….’
누누이 말하지만 돌아오는 항해가 좀 더 길었다.
그러면서도 딱히 위기는 없었다.
바람이 좀 덜 불어서 탈이었을 뿐 심하게 요동칠 때조차 거의 없었다.
나나 리스턴 말고 다른 일행들 거의 전부가 멀미를 안 했을 정도니 말 다 한 셈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지루했던 놈들이 몇 있었다.
지금은 어떻게 됐냐고?
아마 남은 인생 평생 지루할 일은 없을 거 같다.
리스턴이 그렇게 만들어 줬으니까.
“그나저나 오랜만에 보는 런던은…… 확실히 뿌옇긴 하군.”
“그러니까요. 미국에 비하니까 하늘색이 거의 뭐…….”
“저래야 도시지. 그렇지 않겠나?”
“그…… 그렇죠.”
해서 잠시 참고 있으려니 리스턴이 앞을 가리켰다.
아까 망원경 들고 있던 뱃사람이 외치던 것처럼 런던이 보였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런던이 아니라 런던 위의 대기가 보였다.
대체 얼마나 공기가 나쁘면 이렇게 멀리서 보는데도 하늘이 푸르지가 못한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저길 또…….’
안에 있을 땐 솔직히 잘 몰랐더랬다.
끓는 물 안에 들어가 있는 개구리처럼 나도 모르게 저 지옥 같은 환경에 적응을 했다는 얘긴데…….
이렇게 한참 동안 떠나 있다가 돌아와 보니 새삼 런던의 대기질이 느껴진다.
벌써 좀 기침이 나올 거 같은 기분이랄까?
‘존 스노를 저기서도 좀 갈아 넣어야겠다.’
솔직히 배에서 이거저거 알아보라고 할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능력이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아직 좀 어리잖아?
십 대 소년이다.
그것도 중반.
헌데 부려 보니 이게 웬걸?
상당한 결과를 들고 왔다.
분석하는 능력도 능력인데 일단 캐묻는 걸 진짜 잘하는 거 같다.
말 그대로 타고난 역학 조사관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가끔 물리적인 위협에 시달릴 때도 있긴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이지 않나.
-뭐.
-아니, 아닙니다.
여기서 만큼은 아니긴 할 거다.
리스턴을 바로바로 출동시키는 일은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런던에 있는 수많은 내 부하들 중에 유독 험악하게 생긴 놈들을 대동시키면 일이 한층 더 쉬워질 거다.
물론 그렇게 하면 점점 더 소문이 나서 길게 보면 일이 어려워질 테니 우선은 돈을 쓰는 게 낫겠지만.
“곧 도착합니다! 갑판 위에 있지 마십쇼!”
아무튼, 우리는 다시 런던으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항구 근처에 공장이 더 있다 보니 정말이지 매캐한 공기가 우리를 반겨 주었다.
“캑.”
“캑.”
“이게…….”
“발전된 도시의 맛이로구만.”
우리뿐만이 아니라, 선원들 또한 그 공기에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심각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발전의 맛이라 여길 뿐이었다.
“이게 다 우리 피영시인 덕분입니다.”
그 모습을 아연한 얼굴로 보고 있으려니 선장이 다가와 껄껄 웃었다.
이전 같았으면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고 했겠지만 이젠 아니다.
나도 다 안다, 시발.
“독기론이 퍼져 있을 땐, 이놈들이 쓸데없이 무서워하고 그랬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놈 하나 없습니다. 하하, 제가 늘 그랬었거든요. 주님께서 우리에게 문명의 이기를 주셨는데 설마하니 그 결과가 악할 리가 있겠냐고. 그걸 피영시인이 입증한 것이죠.”
“아, 네에.”
“하하. 멀리 배웅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모시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야야, 조심해서 내려! 그게 얼마짜린 줄 알아!”
“네, 나중에 뵙죠.”
“네에! 하하하.”
그래, 이쯤 되면 인정해야 될 거 같다.
내 탓이라는 것을.
너무 빨리, 시대의 흐름에 비해 지나치게 빨리 세상을 바꾸려고 했던 대가를 치르고 있는 거다.
뭐 후회는 없다.
덕분에 살아나게 된 사람들이 한둘은 아니니까.
하지만…….
‘한동안은 이번에 들고 온 것들만 보급하고, 나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나 좀 수습해야겠네.’
부작용보다 이득이 더 크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앞으로만 나갈 수는 없는 법이다.
부작용이 코딱지만 하면 또 모르겠는데 이득의 한 반의반 정도 되지 않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클 수도 있다.
‘자경단이라도 꾸리든가 해야지…….’
그냥 두면 나중에 진짜 교과서에서 나에 대해 뭐라고 떠들게 될지 모르겠는 지경이다.
코카인이라는 신종 마약에 무분별한 수혈로 인한 전염병의 재창궐, 쓸데없는 포경 수술의 극대화 등등…….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이렇다.
아마 본격적으로 뒤지기 시작하면 더 나올 텐데…….
“후우.”
나는 일단 심호흡으로 마음을 다스렸다.
그 모습을 본 콜린과 앨프리드 또한 한숨을 쉬었다.
“그래, 이 공기가 발전의 산물이지.”
“우리도 교수님처럼 받아들이자고!”
다시 그 모습을 보게 된 나는 또다시 한숨을 쉬었고, 그 한숨을 본 사람들이 또 한숨을 쉬었다.
나중에는 생판 모르는 새끼들도 나의 한숨 행렬에 가담하게 될 지경이었다.
오해가 이렇게 무섭다.
원래 이럴 때면 대놓고 나서서 풀어 주곤 했었는데…….
그게 쉽지가 않은 시대다 보니 그럴 수도 없다.
‘존 스노…….’
이 녀석을 갈아 넣는 수밖에는 없을 거 같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대체 얼마나 죽어 나갈지 알 수가 없잖아?
당장 나도 걱정이다.
담배 안 피우면 뭐 하냐고.
그에 준할 만큼 안 좋은 공기가 사방에 자욱한데.
-비켜!
-비켜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차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어디선가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고 시내에서부터 소란이 일고 있었다.
멀리 기마경찰도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우리 쪽에 대단한 범죄자라도 있는 모양이었다.
“흠.”
리스턴 또한 같은 생각을 했는지 가만히 칼 손잡이에 손을 올려 두고는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도망치는 놈이 없었다.
켕기는 놈이 있다면 그래야 할 분위기였는데도 그랬다.
“거물인가?”
“그럴 수도 있겠네.”
아무튼, 오자마자 좋은 구경거리 하게 생기지 않았나.
해서 우리 둘은 일행들과 함께 그저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이랴.”
그렇게 좀 있으려니 마침내 기마경찰들이 당도했다.
언제 봐도 참 위풍당당한 모습들이었다.
미국에서도 저 비슷한 경찰들을 본 적이 있는데, 역시 미국은 아직 멀었다.
제대로 각 잡힌 모습만 봐도 과연 영국이 괜히 세계를 제패한 것이 아니란 생각이…….
“리스턴 경.”
“티에피영 경.”
“응?”
“우리?”
그리고 그 각 잡힌 경찰들이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을 짓고 있으려니, 그중 제일 높은 사람이 말에서 내려와 달려왔다.
“안 계신 동안 이상한 사건이 터지고 있어서요. 서장님께서 아무래도 두 분이 도움이 될 거 같다고 하셨습니다.”
“아…….”
“어디지?”
“모시겠습니다.”
목표가 우리였던 모양이었다.
뭐, 우리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죄를 지은 건 아닌 거 같으니 순순히 따라가기로 했다.
이번에는 둘만이 아니라 그냥 다 데리고서.
나름 견학이지 않겠나?
진짜 나 같은 교수도 없을 거 같다.
미국 갔다 와서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교육을 쉬지 않는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