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362)
검은 머리 영국 의사-362화(362/505)
362화 독살 [2]
“그거 혹시 몰수가 되려나?”
“응?”
“그 사람 주식 같은 거 말이야. 몰수가 되나 싶어서.”
“그건…… 우리가 판단할 문제는 아닌데…… 다만 범죄로 인한 이득 편취인 만큼 아무래도 뭐, 그냥 두지는 않겠지. 물론 법 쪽은 워낙 복잡해서 나도 잘 모르겠네.”
서장은 법 얘기를 하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경찰이 보기에도 현 런던의 사법 체계에는 문제가 있단 생각이 드는 모양이었다.
사실 그렇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긴 했다.
왜?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거든.
우리나라에서도…… 누가 그랬더라?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했었지?
여긴 진짜다.
“하지만 뭘 하려면 일단 놈이 범인임을 밝혀야 해. 문제는 사실…… 지금 죽은 사람들이 어떤 방법으로 살해되었는지조차 모른다는 걸세.”
잡아넣었는데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거다.
진짜로 그렇다.
하지만 일단 뭐가 되려면 서장 말마따나 잡아넣긴 해야 했다.
그러려면 증거를 찾아야 할 텐데…….
“어휴.”
“한숨? 한숨을 쉬어?”
“저도 모르게 나온 겁니다.”
“이렇다네. 우리 쪽에서는 아무 아이디어가 없어. 정황상 명확한 증거가 있는데도 말일세.”
부서장의 심정이 바로 내 심정이었다.
아니, 뒤에 있는 경찰들까지도 다들 한숨만 안 쉬었지 표정이 그리 좋지만은 못했다.
그중에서 그나마 전에 우리 요리사 아저씨 잡을 때 나름의 추론을 해냈던, 그러니까 꽤나 유능하다 싶은 사람 하나가 손을 들었다.
“근데 정말 증거가 없긴 합니다. 일단 외상의 흔적이 아예 없어요.”
“세상에 사람 죽이는 데 꼭 외력이 필요한 건 아니지 않나.”
“그건 그렇죠. 독살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래, 독살. 그러고 보니 그거 알아보라는 거 어떻게 됐나.”
“일단 부검을 해 봤는데…… 아무 흔적도 없다고 합니다.”
“돌팔이가 한 거 아닌가?”
“일단…… 이 두 분 병원에서 했는데요.”
“음.”
본의 아니게 탈룰라 해 버린 서장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나나 리스턴이나 별다른 타격이 없었다.
블런델이나 다른 제자 놈들도 다들 그랬다.
왜?
우리 없는 우리 병원은 사실 우리 병원이 아니라는 게 우리 생각이라 그렇다.
말이 좀 이상하게 꼬여서 못 알아들을 수도 있는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우수한 건 우리지 우리 병원이 아니다, 이 말이다.
“소견이 어땠는데요?”
그런 생각 덕에 나는 그저 태연하게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형사는 자기가 한 말이 아니니 역시나 태연하게, 뻔뻔하게 답했다.
“저야 뭐…… 옆에서 보기만 했는데요. 근데 확실히 비소나 이런 독에 의한 독살은 아니었습니다. 피가 많이 난 것도 아니고…… 장기 내부가 그냥 깨끗했어요.”
“깨끗하다…….”
어떻게 그걸 네가 판정하냐는 말은 필요 없었다.
이 양반이 공식적으로 경찰서에서 발생하는 시신을 우리에게 공급하는 사람 중 하나거든.
그 말은 곧 시신 해부실에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사람이다, 이 말이다.
심지어 내 공개 해부 공연 때도 VIP석을 요청해서 맨 앞에 와서 보기도 했다.
나름 신체 내부 모습을 잘 아는 사람이다, 이 말이다.
“그 부검은 누가 했죠?”
“원장님이요.”
“아…… 우리 원장…… 그럼 꽤 정확하게 했을 거 같은데…….”
게다가 원장이 했단다.
우리 원장님…….
꽤 머리가 좋은 양반이지 않나.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로만 보일 수도 있을 텐데…….
그 양반이 나 밀어줄 때 다른 사람들에게 펼치는 논리를 보면 그 사람은 다 이해하고 있다.
리스턴 수준은 아니더라도 꽤나 훌륭한 의사가 되어 가고 있다, 이 말이다.
심지어 해부 쪽이라면 뭐 말할 것도 없었다.
센터 분리되기 전에는 나 해부할 때마다 거의 다 와서 봤거든.
물론 해부를 잘 안다고 해서 부검 실력도 올라가는 건 아니겠지만…….
‘어차피 이 시대 부검이라는 게 뭐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잖아.’
보다 확실하게 시신을 살핀다, 뭐 이런 의미가 있다고 보면 된다.
나름 특징적인 독살의 경우라면야 그런 것도 파악할 수는 있겠지만 특이한 독이라면 그것도 어려울 거다.
물론…….
“주변에 있던 음식물이나 이런 거 다 확인했는데…… 아무것도 안 나왔습니다. 배 속에 있던 음식도 확인했는데 딱히…….”
그런 것도 저런 조사를 하다 보면 대강 나온다.
뭐 김전일이나 코난에 나올 만큼 철두철미한 범인이 있다면 또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고등 교육이 일반화되기 전이다 보니 범죄 수준도 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대다수의 그러한 범죄들은 아예 미제로 빠지거나 애초에 범죄가 아닌 것으로 치부되기도 하겠지만…….
죽은 사람은 고위층이다.
“게다가 증인들의 증언을 들어 봐도…… 전혀 뭐, 이상한 건 없었습니다.”
CCTV가 없는 시절이라고 마냥 무시할 건 아니라는 얘기다.
가난한 사람들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부유한 사람들은 옆에 거의 항상 생체 CCTV가 있다.
밤에 방 안이라면 다를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해도 복도나 로비 어딘가에는 사람이 있다, 이 말이다.
이 시기 빈부 격차는 정말이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수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저택 고용인들의 월급은 터무니 없이 적다.
근데도 인기가 있는 건, 뭐가 되었건 간에 빈민가를 떠나 안전한 벽 안에서 배고픔 없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직종이라 그렇다.
“에휴.”
“또 한숨을 쉬어?”
“증거가 없으니 답답하지 않습니까. 저도…… 이 사람 수상하긴 합니다. 근데 수상하면 뭐 합니까. 아무 증거도 없는데. 막말로 우리가 함부로 잡아들일 수 있는 사람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두 분을 모시지 않았나.”
“아니…… 아무리 이 두 분이라도…….”
“어허, 말을 삼가게. 리스턴 경은 검성이시고 티에피영 경은 주술사셔.”
이전 같았으면 이 말에 좀 불만을 품었을는지도 모른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당당한 외과 의사요 교수요 의학 박사인 내게 감히 주술사……?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의사 말은 안 듣는데 이상하게 주술사 말은 들어.
“그래. 우리가 일단 그 시신을 좀 볼까.”
“좋죠. 근데 언제 죽었죠?”
“어제, 아니, 어쩌면 그제.”
뭐…… 소설 쓰냐?
알베르 카뮈여?
이방인이야?
나와 리스턴은 어이가 없어서 서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하지 못할 불경이었지만, 이젠 괜찮다.
적어도 날 잡아 가둘 만한 사람은 없거든.
“그제네. 하도 정신이 없어서…… 근데 그제면 괜찮으려나?”
“괜찮진 않겠죠.”
“하지만 그래도 보긴 해야지.”
나와 리스턴은 서로를 바라보고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마 별 소득은 없을 터였다.
이틀이면…….
부패가 슬슬 시작될 만한 시간이거든.
냉장 보관이라도 한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게 되겠나?
다만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이미 부검을 시행한 시신이라는 거다.
‘21세기 부검과는 많이 다르지.’
이 시기 부검은…….
보호자 입장에서는 진짜 꺼려질 수밖에 없다.
왜냐.
안에 있는 장기를 일단 꺼내거든.
뭐 21세기 부검도 그렇게 할 때도 있긴 한데…….
그래도 이 지경은 아닐 거다.
‘장기가 없는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부패가 지연이 되지.’
하여간, 살가죽과 근육은 장기에 비해서는 그래도 꽤 오래 버티는 편 아닌가?
원장님이 이리저리 헤집어 놓기야 했겠지만 그 양반 실력이 그래도 아주 개판은 아니니 다 망가뜨린 수준은 아닐 거다.
뭐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병원이었다.
미리 연락을 받았는지 원장님도 나와 있었다.
“어서 오게! 하하. 아주 목 빠지게 기다렸다고!”
“뭐 좋은 일이라도 있습니까?”
“아니, 나쁜 일만 있네.”
“근데 뭐가 좋다고 웃어요?”
“자네들이 해결해 줄 테니까! 하하.”
딱히 반가운 마음이 들진 않았다.
아니, 처음에는 반가웠다가 점차 사그라들었다.
나쁜 일만 있다잖아.
런던이면…….
여기서 나쁜 일이라고 할 정도면 진짜 장난이 아닐 거다.
“일단은 이거부터 보세.”
“이것도 나쁜 일인 거죠?”
“응? 이거야 우리 일은 아니지 않나. 흥미로운 일이지, 이건. 자네들도 그렇게 생각할 거 같은데.”
“그야…… 뭐. 그렇긴 하죠.”
나 봐.
날 보라고.
런던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정신이 싹 오염이 되어 가지고…….
사람이 죽었는데 나쁜 일이라기보단 흥미로운 일이란 생각만 들었다, 진짜로.
“여깄네.”
“오.”
반성하려는 찰나에 시신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오 했다.
시신 상태가 내 생각보다 훨씬 좋았거든.
“이거…… 어떻게?”
“여기가 서늘하지 않나. 그리고 습기가 없어. 창고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공간일세. 앞으로 잠깐 시신 보관할 일 있으면 여기다 하려고. 쥐도 없고, 아직은.”
“허어.”
쥐야 병원이라면 당연히 없어야 하는데 그 뒤에 ‘아직은’이라는 단서가 붙는 것이 좀 이상하긴 하다.
하지만 일단 지금 당장은 깨끗한 시신이 중요하다.
지금 서둘러서 보지 않으면 썩을 수도 있으니 나와 리스턴 그리고 크게 도움이 될는지 어떨는지는 모르겠지만 블런델을 위시한 제자들까지도 다 들러붙었다.
자식들이 해부에 도가 터서 그런가 꽤 끔찍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거부감은 없어 보였다.
“외상은요?”
“전혀 없었어. 정말 꼼꼼히 봤는데, 아예 없었어.”
원장님도 뒤늦게 와서 시신 머리 쪽에 섰다.
그러곤 내가 묻는 말에 성실히 답해 주었다.
장기가 다 제거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문답 말고는 할 게 없었기 때문에 한동안은 입만 털어야 했다.
물론 그렇다고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서 있던 건 아니고 신체 여기저기를 살피기도 했다.
암만 깨끗하다고 해도 이미 시반이 발생한 이후다 보니 등판의 파악은 어려웠다.
다른 곳도 비슷했다.
“흐음…….”
“없다니까. 칼자국이나 목 졸린 자국 이런 게 아예 없어.”
그러다 반으로 갈라진 채 벌어져 있던 뱃가죽을 들여다보니 뭔가 있다는 걸 알아낼 수 있었다.
해서 해명을 구하는 눈길을 보냈더니 원장님이 당황도 하지 않고 곧장 말했다.
“이 사람 당뇨 환자야.”
“아…….”
이 송곳 맞은 자국 같은 게 다 주사 자국이라는 얘기가 되었다.
나름 주사기를 조금씩이나마 작게 만들고 있긴 한데…….
그래 봐야 별 소용은 없긴 했다.
많이들 아파한다.
주삿바늘 너비가 밀리미터 단위로 넓어져도 맞는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거든.
나도 한번 찔러 봤는데, 할복하는 줄 알았다.
칼이야, 이건.
“그럼 정말 외상이 없네요? 형님이 보기에도 그래요?”
하지만 일단 외상 전문가 리스턴의 의견은 들어 봐야 했다.
원래 많이 패 본 사람이 상처도 잘 보는 법이거든.
허나 답변은 영 실망스러웠다.
리스턴도 한숨을 쉬고 있었다.
“응. 없어. 확실히…… 여기가 불긋해서 헷갈리겠지만 내가 보기엔 없어.”
“정말 자연사인가? 아예 없다고?”
“나야말로 자네에게 묻고 싶은데.”
“네?”
“이런 거 가끔 하지 않나.”
“뭐요.”
“저주.”
“아.”
외상이 없으니 화살은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주술사의 업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