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372)
검은 머리 영국 의사-372화(372/505)
372화 호르몬 [2]
런던의 인구는 이미 수백만.
템스강 와서 들여다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여기에서 수백만이 산다는 사실에 크게 놀랄 거다.
심지어 그 어떤 인프라도 깔려 있지 않다.
아니, 깔려 있긴 한데 중세 인구를 간신히 부양할 수 있는 정도의 인프라가 다다.
그 외에는 행정 능력조차…… 한참 모자라다.
“네, 뭐 골라 보시죠.”
그 와중에 먹고 살기 위해 농촌에서 런던으로 몰려드는 인원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농업과는 달리 산업화 이후의 산업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근대적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거다.
그게 아니면 일용직에 해당하는…….
그것도 19세기 런던의 일용직에 종사해야만 한다.
삶이 지옥이 된다, 이 말이다.
“나이가 좀 있는 남자 죄수들이 필요한데.”
“얼마나……? 마흔 이상으로 할까요?”
마흔.
이 시기 마흔이면 사실 꽤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건 사고나 질병 때문인 것이지 인간 자체의 수명은 지금도 60은 넘는다고 봐야 했다.
“60 이상이 좋겠는데. 그런 사람들도 있나?”
“아…… 모아 보겠습니다. 이봐! 60 넘은 것들, 이 앞으로 나와!”
당장 나 혼자 왔어도 경찰들은 꽤나 잘 협조를 해 줬을 거다.
단지 런던의 유력자일 뿐만 아니라 귀족이기도 하지 않나.
뭐…… 계승도 안 되는 귀족이긴 하지만, 그래도 서장이랑 가끔 밥도 먹고 하잖아.
헌데 지금은 리스턴도 왔고, 간곡해 보이는 국왕의 서신을 든 장 피에르까지 왔다.
심지어 실험의 목표가 정력 증진 효과 확인에 있다는 것을 서장과 부서장 그리고 주요 경관들이 다 알아 버렸다.
그렇다 보니 어마어마한 기세로 협조 아니, 실험을 주도하고 있었다.
‘우글우글하네.’
아무리 그래도 60 넘은 죽어 마땅한 죄수가 이렇게 많이 모인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런데, 이 시기 런던을 생각해 보면 뭐 그럴 수도 있다.
아까 말했듯 삶이 지옥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하게까진 아니더라도 남에게 죄짓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꽤 있지만…….
아무래도 환경이 지옥이 되면 악마가 되는 사람들도 늘어나기 마련이었다.
생각보다 사람이란 동물이 그런 면이 있다는 것쯤은 2차 세계 대전의 나치나 1990년대 발칸반도에서 벌어졌던 인종 청소, 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긴 그게 전쟁이 아니라 그냥 생활 전반에 깔려 버린 것이 문제긴 하지만…….
“어떻습니까? 더 데려올까요? 다른 감옥에 가면 아마 더 있을 겁니다. 서로 여기 오려고 할 거고요.”
“아뇨. 충분합니다.”
하여간, 이러한 이유로 인해 내 앞에는 무려 서른 명이 넘는 노인 죄수들이 서 있게 되었다.
자신들이 곧 소 고환 간 것을 주사당하게 될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들 밝은 얼굴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밖이 지옥이라면 이 안은…… 뭐라고 해야 하나, 여길?
아마 진짜 악마라 해도 여기 상황을 보게 되면 바로 무릎 꿇고 빌 거다.
아니면 참고해서 지옥을 다시 리모델링하든지.
‘징역 1년 이상이면 절반은 죽는다고 봐야지.’
여기서 살아난 사람은 엄청 강한 사람이라고 봐야 했다.
아니면 애초에 정치범이라 약간의 배려를 받았거나.
아무튼, 잠시 지옥보다 더한 곳에서 벗어난 이들은 내 명에 따라 왕께서 준비해 주신 실험실로 향했다.
런던 근교에 위치하는 한 수도원 부지였는데, 수도승들이 런던 하늘을 장악한 귀여운 완두콩 수프를 견디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도주하면서 왕실에 넘긴 곳이라고 들었다.
“또…… 다른 감옥으로 온 겁니까?”
그곳을 보자마자 웅성대는 듯하더니 누군가 총대를 메고 와 물었다.
뭐 그럴 만했다.
사실 수도원이라는 곳이 말이 수도원이지 수용소이지 않은가.
수도승들조차 스스로를 가두는 사람들인 데다가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더 이상 지역 사회에서 케어받지 못하게 된 정신질환자들을 수용하는 역할까지 맡게 되면서 건물 모양새가 참 흉악해져 버렸다.
“아니, 여긴 수도원이다.”
“그럼 맞는 겁니까……?”
어디 몰래 숨어서 그런 짓을 했으면 일반인들이 절대 몰랐을 텐데…….
완두콩 수프의 영향을 진하게 받을 만큼이나 가까이서 때리고 했으니 어찌 모르겠나.
그중에서도 특히 이 수도원은 비명과 고함이 가득한 곳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보니 죄수들의 저러한 반응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냥 내가 짓고 있던 곳으로 갈 걸 그랬나?’
아니, 거긴 너무 좋다.
돈을 낸 놈들만 받는 게 맞다.
이놈들…….
불쌍해 보이긴 하지만 엄연히 훌륭한 죄수들이다.
사람 한둘쯤은 죽이고 들어온 놈들이다, 이 말이다.
“잔말 말고 들어가!”
“네, 네!”
그래 봐야 감옥에 갇힌 지 적어도 6개월 이상씩은 지난 놈들이기에 쇠약해진 지 오래였다.
기도 약해졌고.
심지어 따라온 경관들에 더해 리스턴까지 있었기 때문에 감히 우리 말에 토를 다는 놈은 전혀 없었다.
‘리스턴…….’
‘설마 그 소문이 사실인가?’
‘뭐?’
‘새로운 검을 뽑을 때마다 사람을 베는 것으로 성능을 시험한다고 하던데…….’
‘허…….’
‘어차피 죽을 몸. 차라리 잘됐군그래.’
‘잘되긴 뭐가 잘된단 말인가?’
‘고통 없이 갈 거 아닌가. 그리고…… 영국 역사상 가장 강한 무인의 손에 간다면 영광이지.’
이렇게 떠들고 있을 지경이었다.
뭐……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
그 리스턴이니까.
아마 좀만 예전에 태어났으면 사자왕 리처드가 아니라 사자왕 리스턴이었을 거다.
“일단 여기 좀 보고 있어요. 장. 몇 번이나 만들어 봤죠?”
“매주 만들었으니…… 한 20번은 만들었네.”
“아니, 그럼 거의 반년을 이걸 맞았다고? 내가 떠난 지 얼마나 됐다고…….”
“너무 그러지 말게. 국왕 폐하께서도 낙이 있으셔야 할 거 아닌가.”
“낙이 그거밖에 없답니까?”
“원래 사람이란 못 하는 것이 있으면 거기에 집착하게 된다네. 게다가 그것이 성적인 것이라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아무튼, 우리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성자가 되어 버린 장 피에르와 함께 수도원을 떠나 도축장으로 향했다.
어차피 돌아와서 한 번은 가야 할 곳이었기 때문에 나나 리스턴 또한 홀가분한 얼굴이었다.
“네……? 불알을요?”
다만 우리의 요청을 들은 이는 그렇지 못했다.
소 죽여서 도축하는 과정에서 췌장 떼다 주는 것도 사실 성가신 일인데 불알까지 달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오산이었다.
인류가 쌓아 온 소위 생활의 지혜라는 건 만만치 않은 것이었다.
“드시려고요? 별미긴 하죠. 스태미나에 도움도 되고요. 하지만 생으로 드셔야 할 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아니…… 뭐라고? 먹어요?”
“먹죠. 그래서 달라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아니…… 주사 놓으려고.”
“아…… 아! 그 생각을 왜 못 했을까요. 당뇨 고치는 것처럼요? 오…….”
상대는 껄껄 웃으면서 나의 어깨를 두드렸다.
“근데 형님께서는 아직 좀 이르지 않습니까? 하하. 아니면 그 소문…… 히익. 제가 말실수를…….”
그러더니 저 혼자 졸아서 후다닥 도망갔다.
“평. 표정 좀 풀게. 농담으로 받아야 커 보이는 법이야.”
“제 표정이 어떤데요?”
“죽일 거 같아. 주술 걸진 않을 거지? 말실수를 하긴 했지만 충직한 친구야.”
“아니…… 나 괜찮다니까요? 화가 날 수가 없죠. 아무 문제가 없는데.”
“그래…… 근데 왜 한 번도 안 한단 말인가.”
“못 한 거라니까요?”
“하하…… 이 친구. 런던에서 자네 청을 거절할 여자가 어디 흔하겠나?”
“아니…….”
이 오해를 풀기 위해 잠자리를 해야 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원래 오해받는 일은 기분 나쁜 일인데, 이런 오해는 더더욱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못 하겠어…….’
내가 이상한 건지 뭔지 모르겠는데 영국 여자는 못 만나겠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19세기 영국 여자는 못 만나겠다.
친구야…….
어차피 기대하는 바가 다르니 어찌저찌 친하게 지낼 수는 있겠지만 연인은 다르지 않나.
반려란 말 그대로 인생을 함께해야 한다는 건데, 그러려면 가치관이 맞아야 한다.
현대인이자 대한민국 사람인 나와 19세기 영국인이 어찌 그럴 수 있겠나.
‘조선에서 만나야 할까 싶긴 한데…….’
조선이라…….
19세기 조선.
어쩌면 19세기 영국보다 더 별천지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뭐가 되었건 나는 서구식 교육을 받았으니까.
“저기 책임자가 오는군.”
“아, 네. 일단 일부터 하죠.”
“그래. 그리고 필요하면 좀 맞게나. 내가 눈 감아 줄 테니.”
“아니…….”
“하하, 농담일세.”
자꾸 긁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전에는 단지 성병에 대한 위험 때문에 못 하겠다 여겼지만, 지금은 위에 말한 이유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아무튼, 도축장의 책임자…….
즉, 우리 갱단의 준보스에 해당하는 녀석은 우리 앞에 다가와 껄껄 웃었다.
“형님들께서 원하시면 얼마든지 드릴 수 있죠.”
“그래, 일단 한 주에 60마리분이 필요할 거 같은데.”
“60마리요? 아니…… 그렇게 맞으셔도 되는 겁니까?”
“아니, 맞아도 되는지 실험하려고 그래. 죄수들을 잡아 왔네.”
“아, 아아아. 실험이군요. 하하, 협조해야죠. 이게 다 인류의 미래에 도움 되는 일 아닙니까!”
인체 실험을 하겠다는 소리를 듣자 그 웃음소리는 더 발랄해졌다.
끔찍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이 실험이 이 녀석들의 삶의 보람이다.
솔직히 런던 뒷골목 깡패들이 언제 인류의 진보에 일조할 수 있겠나.
그것도 당당한 대영제국의 귀족들과 함께.
우리에게 충성을 다하는 데에는 런던 제일검 리스턴과 조선 주술사 김태평에 대한 존경심도 있겠지만 이러한 이유도 있다고 본다.
“그래, 역시 자네야.”
“하하, 뭘요. 저희 어머님도 당뇨 걸렸는데 멀쩡히 살아 계시는걸요. 이게 다 형님들 덕입니다.”
“내 특별히 지시해 놨지. 치료비는 걱정 말게나.”
“아이구…… 어떻게 그럽니까요. 따로 더 챙기고 있습니다.”
“그래, 그래.”
그렇다 보니 소 고환 얻는 것도 일사천리였다.
실제로 이 녀석들이 제법 빼먹고 했는지 고환 따는 솜씨가 제법이었다.
거의 뭐 리스턴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빠르고 정확했다.
그렇게 우리는 고환 60개를 얻고서 즉시 말을 타고 실험실 아니, 수용소 아니, 수도원으로 향했다.
장 피에르가 이미 궁에서 쓰던 기구를 준비시켜 놨기 때문에 도착하자마자 추출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이미 갇혀 있던 수감자들을 두 개의 부류로 나누었다.
“잘 선다 하는 놈은 우측, 아닌 놈은 좌측.”
처음엔 다 우측으로 갔다.
하지만…….
“내 주술로 다 알 수 있어. 걸리면 죽는다.”
나중에는 좌측이 더 많아졌다.
‘기왕이면 효과도 좀 보면 좋잖아.’
장기적인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도 쓰겠다는 분이 있을 수 있지 않겠나?
아니, 있을 거다.
그리고 그런 분은 돈을 많이 낼 거다.
오늘도 나는 인류의 진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