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373)
검은 머리 영국 의사-373화(373/505)
373화 호르몬 [3]
“아니…… 이게 대체 얼마 만이야.”
“주술…… 진짜 주술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건…… 주술이 아니라 기적 아닌가? 신…….”
“피영신이라더니…… 정말 신인가?”
이제 실험을 시작한 지 2주가 지났다.
모두가 주에 두 번씩 맞고 있다, 고환 갈은 액을.
그러니까…… 소의 테스토스테론을 맞고 있다는 얘기다.
그게 뭐 대수로울 만한 일인가 싶을 수도 있을 텐데…….
소와 인간의 크기 차이를 생각해 봐야 한다.
비록 인간이 다른 유인원들에 비해 성기가 큰 편이지만 소는…….
인간보다 수십 배 큰, 말 그대로 대형 포유류이지 않나.
‘고환이 그렇게 큰 줄은 꿈에도 몰랐지.’
진짜 크더라.
거의 주먹 반만 한 크기다.
이렇게 얘기하면 자기 불알도 주먹만 하다고 부심을 부리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건 고환암이니까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아무튼, 소의 고환은 일반적인 인간 남성의 몇 배 크기다.
그렇다고 해서 호르몬의 양도 몇 배라고 추정하는 건 좀 무식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이미 19세기화되어 버린 내 뇌는 그럴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원래 분비되어야 하는 양의 몇 배를…… 지금 유지하고 있는 거야.’
단기적으로는 상당한 효과를 보이고 있긴 하다.
“야, 나도 맞으면 안 될까? 리스턴 교수님처럼 될 수도 있어 보이는데.”
“나도…… 맞고 싶은데.”
“저도…….”
“저도요, 교수님. 남자가 되고 싶습니다.”
조지프, 앨프리드, 콜린뿐만 아니라 우리 천재 똘똘이 존 스노마저 이 지랄발광을 하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 말이다.
저 죄수 놈들이 왜 칭송을 하고 있겠나.
주술사로 유명한 몸이다 보니 애초에 두려워하고 있긴 했지만 그렇다 해도 처음부터 이토록 진심이었던 것은 아니었지 않나.
실제로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저 우락부락해진 몸을 좀 봐…….”
“먹는 건 우리가 더 잘 먹는데.”
감방에서 주던 대로 주진 않았다.
그렇게 주었다가는 실험이 제대로 안 될 확률이 높아 보여서 그랬다.
남성 호르몬을 찔러 주는 것이니 아마 내 생각이 맞을 거다.
성이라는 건 일단 생존이 보장된 다음에나 가능한 일이잖아.
해서 나름 고기도 주고 했다.
어차피 도축장에 왔다 갔다 하는 김에 잘 먹지 않는 꼬리를 얻어 와 끓여서 곰탕도 줬다.
-이런 것을 어떻게 먹나…….
-조선은 무척 가난한 나라인가 보구만…….
옆에서 리스턴이고 뭐고 할 거 없이 이 소리를 해 댔지만, 하얗고 뽀얀 국물 맛을 보자 다들 말이 없어졌다.
특히 소금과 후추를 뿌려 주자 이보다 더한 진미를 먹어 본 적이 없단 얼굴이 되었다.
불쌍한 놈들이다, 영국놈들은.
아무리 잘 살면 뭐 하나.
아마 이 소꼬리 곰탕도 이놈들이 먼저 발견했다면 어떤 요리가 되었을까.
소꼬리 젤리가 되지 않았을까?
젤리라니…….
‘우웁.’
잠시 욕지기가 나오는데, 간신히 참았다.
아무튼, 그렇게 진수성찬을 차려 준 데다가 엄청난 양의 남성 호르몬까지 찔러 넣고 있다 보니 과연 죄수들의 몸뚱이가 많이 달라지고 있었다.
굳이 서는지 안 서는지 확인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극명한 차이였다.
“이상하군. 국왕 폐하께서는 몸이 저렇진 않던데…… 먹는 걸 더 잘 먹었으면 잘 먹었지 못 먹진 않았을 텐데……?”
“아마 장 피에르 선생이 좀 삥땅 치지 않았겠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만 찔러 넣은 것도 영향이 있을 거고요.”
“아…….”
중간에 잠시 장 피에르가 고개를 숙이게 되는 일도 있었다.
작은 해프닝일 뿐이었다.
만약 영국 신사가 저런 못된 짓을 했다면 어마어마한 지탄을 받았겠지만.
“빠게뜨 놈들이 그렇지 뭐.”
프랑스 놈이 뭐 어쩌겠나.
타고난 본성이 어디 가는 게 아니다.
좋은 프랑스도 있기야 하겠지만 대개 원장님처럼 예전에 쫓겨났거나 거기서 혁명 때 죽었을 거다.
남은 놈들은 다 저런 놈들뿐이다, 이 말이다.
“좀 더 찔러 봐. 그럼 생각이 달라질걸?”
“아니…… 죄수 놈들은 몸이 좋아지고, 우리는 그대로잖아.”
“우리만 이러는 게 아니라 경관들 쪽에서도 불만이 나와. 아니, 불안해해.”
하여간, 나는 방금 불안을 논한 앨프리드 쪽을 바라보았다.
앨프리드…….
빈말로도 영민하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는 친구 아니, 선배다.
하지만 그는 런던 토박이이며 나름 유명한 상단의 자제이기에 보고 배운 것이 꽤나 있다.
또 마취하는 거 보면 나름 꼼꼼하기도 하다.
쓸 만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이 말이다.
“뭔 소리?”
“원래 여기 끌고 올 때만 해도…… 툭 치면 죽을 거 같은 놈들이었잖아. 근데 지금 보라고.”
“좀 우락부락해지긴 했지.”
“만약 저놈들이 폭동이라도 일으키면…….”
벌건 대낮, 그것도 런던 근교에서 폭동이라.
말도 안 되는 일이란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대영제국 수도의 치안은 생각보다 엉망진창이기에 그렇다.
뭐 나중에라도 대부분 어떻게든 잡아다가 죽이고 있긴 하지만…….
도망가는 놈들이 많은 데다가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사는 놈들도 너무 많았다.
“폭동이라.”
하지만 걱정은 들지 않았다.
방금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킨 사나이, 리스턴 덕분이다.
“걱정 말게나.”
“아…… 교수님.”
“내가 여기 있지 않은가.”
“하긴…… 감히 그러진 못할 거 같긴 하네요. 하지만 그런 걱정이 들 만큼…… 지금 놈들의 몸 상태가 대다수의 경관들보다 더 나아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리석은 놈들이란 생각도 들진 않았다.
경관들이야 리스턴이 곰 잡는 모습도 보지 못하지 않았나.
게다가…….
경관들이라고 해 봐야 일개 공무원이다.
노동 임금에 인색하게 구는 게 비단 사기업만의 일이 아닌 런던에서 경관들은 딱히 잘사는 축에 들지 못한다.
물론 월급 외에 이렇게 저렇게 뒷돈도 받고 삥도 뜯고 해서 충당하긴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글겅이질을 해도 부유하게 살긴 어렵다.
“하지만 두고 보라고. 경관들도 여기 와서 더 잘 먹고 있잖아. 죄수들보다 훨씬 잘 먹고 있는데.”
“그래도…….”
“그리고 이 주사는 반드시 부작용이 있어.”
“만병통치약으로 보이는데요.”
“그런 게 있겠어?”
“있죠. 하나님께서 예비하시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니 걱정할 수는 있겠는데…….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라 생각한다.
물론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긴 하다.
만병통치약…….
이 허황된 믿음이 여전히 존재하는 시대이기에 그렇다.
심지어 우리 일행 정도면 19세기를 아득히 뛰어넘는 지식과 개념을 쌓아 가고 있는 놈들인데도 버젓이 저러고 있다.
‘뭐…… 21세기 대한민국에도 일부 존재하는 믿음이긴 하지.’
조금 궤가 다르긴 하지만 보양식의 개념도 비슷한 계열이다.
먹는 것으로 몸의 질환을 다스리겠다는 거…….
사실 대부분의 병은 뭘 안 먹어야 낫지, 뭘 먹어서 낫진 않는다.
특히 21세기 대한민국처럼 풍족한 나라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자연식에 대한 환상도 버려야 한다.
19세기만 봐도 알겠지만, 인류는 지난 시간 자연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약?
화학식으로 된 약이야말로 용량과 효능이 일정해 안전하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어떻게 창조하셨지?”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사실 21세기에서도 대놓고 하면 재수 없다고 욕먹기 십상이다.
과학 발전에 비해 인간의 관념은 훨씬 느리게 변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조차도 내 전공 분야인 의학이 아닌 분야에서는 꼰대 그 자체이니 말 다 한 셈이다.
그렇기에…….
“흙에 숨을 불었지.”
주님을 팔아야 한다.
아무튼, 내 말에 답한 것은 독실한 퀘이커교도인 조지프 리스터였다.
퀘이커교도에 대한 차별이 엄연히 존재하는 게 현실이지만 이 그룹은 동양인인 나조차 받아 준 특이한 그룹이기 때문에 건방지네 어쩌네 하는 말은 없었다.
그저 숨죽인 채 내 말을 들을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연신 죄수들이 있는 쪽…….
보다 정확히 말하면 주사가 있는 쪽을 보는 게 내 말이 틀리기만을 바라는 거 같다.
아마 당장이라도 몸에 꽂고 싶을 거다.
나에 대한 신뢰가 지금처럼 쌓인 상태가 아니었다면 이미 꽂았을 거라 확신한다.
“그래, 그렇지. 그리고 우리 의사들이 관찰한 사람의 몸은 어떻지?”
나는 그러한 가운데 말을 이었다.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다들 조용해졌다.
리스턴만은 ‘툭 치면 부서지지’라고 중얼거렸지만 일단 모른 척하기로 했다.
“병이 생겨도 스스로 고치려 노력하지. 언제나 같은 상태…… 즉 주님께서 창조하신 그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비록 원죄로 인해 타락한 육신이기에 완전하진 않지만 말이지.”
인체의 항상성에 대해 종교적으로 해석하고 설명할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것도 기독교에서 가장 무거운 주제인 원죄를 이용할 줄은 더더욱 몰랐다.
‘역시…… 오직 나만이 가능하다.’
입 열기 전까지는 그랬는데, 열다 보니까 저절로 막 이론이 완성된다.
완전 사이비 이론이지만 믿음이 있다면 그럴싸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이론이기에 다들 듣고 있었다.
심지어 아까까지만 해도 불경한 얼굴로 주먹을, 아마도 여러 인간을 부쉈을 주먹을 내려다보고 있던 리스턴조차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우리 의사가 해야 할 일이란 결국, 육신의 노력을 도와주는 거야. 제이미 경의 당뇨가 그렇지. 그의 췌장이 역할을 다 하지 못해 당뇨가 생겼으니 췌장의 기능을 도와주는 거잖아?”
“그렇다면 나 장 피에르도 윌리엄 4세의 고환이 다하지 못해 생긴 발기부전을 도와주는 거 아니겠나.”
“그렇죠. 딱 그렇게만 되면 좋겠습니다만…….”
나는 왕궁에 가기 전에 해결했던 케이스를 떠올렸다.
인간이란 동물이 참 똑똑하다는 것과 함께 어떻게 그렇게 나쁜 거부터 배우는지 궁금해졌던 케이스라 할 수 있다.
하여간, 장 피에르를 제외한 모두는 그 일을 겪었다.
죽어 나간 사람들에게는 안된 일이었지만 앞으로 이 주사 때문에 죽어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췌장액도 인간이 원래 상태를 유지하려는 그 노력을 넘어서 들어가게 되면 부작용이 생깁니다.”
“부작용……?”
“네, 가볍게는 손발이 떨리죠.”
“으음. 그 정도는 뭐…….”
그래, 나 같아도 발기가 안 되다가 되게 되었는데 손발 정도 떨리는 부작용만 있다면 감수할 수 있을 거 같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심각하게는 사망하게 됩니다.”
“아니…… 그런 얘기는 못 들었는데.”
“형님. 어떻습니까.”
“아…… 그래. 오늘 두 눈으로 똑똑히 봤네. 이 액을 너무 많이 넣자 사람이 죽더군. 간신히 살렸네.”
“허…… 어찌.”
“주님의 섭리죠. 우리의 치료가 주님이 창조한 상태를 벗어나게 되면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저는 이것을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항상성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내 명쾌한 강의에 다들 아멘을 외치고 있었다.
어쩐지 의학자가 아닌 교주가 된 기분이 들었지만…….
뭐가 되었건 옳게 된 길로 양들을 이끌고 있으니 아무래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