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377)
검은 머리 영국 의사-377화(377/505)
377화 쇼닥 [2]
뽀드득.
바빠진 것은 늘 그러하듯 조지프였다.
대체 언제 준비한 것인지 모를 대걸레를 들고서 바닥을 닦고 있었다.
심지어 그가 만들어 낸 특제 바닥 세정제까지 뿌리고 있었기 때문에 적어도 바닥이 더러워질 일은 없었다.
“이제 그만하게…….”
“아뇨, 그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눈앞에서 소변 좍좍 싸 대는 꼴을 보는 건, 굳이 나에게 뭐가 튀고 있지 않더라도 더러운 느낌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특히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왕이나 공작 전하들에게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백작이라고 해서 다를 것도 없다.
이 사람들이 대체 어디서 딴 놈들이 용변 보는 걸 봤겠나.
“대체 왜? 이제 알았네. 맞으면 소변이 잘 안 나온다고. 그래.”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 저 사람들 더 냅두면 죽어요.”
“죽어……?”
“방광이 터질 겁니다. 실제로 사망한 사람 중에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아…… 이런…… 방광이 터져 죽으면 많이 아픈가?”
“모르겠지만 표정은 많이 일그러져 있었습니다.”
“그렇군.”
“이럴 게 아니라 저도 좀 돕긴 해야겠습니다. 자, 이리 누워!”
그렇다면 좀 관두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어쩔 수가 없다, 지금은.
내가 좀 오버를 했거든.
보다 극적인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물을 먹였어.
화장실 제한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못 싸니까.
“으아아.”
“으아아아아!”
“흐아아아아아아!”
그렇게 쌓인 소변을 제거해 주니 죄수들은 우리를 마치 예수님 보듯 하고 있었다.
내가 속으로 수술을 해 줄까 아니면 새로운 사형 방식을 제안할까를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예수님이 아니라 루시퍼를 떠올리게 되겠지만.
어차피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안 되겠군.”
“저 꼴이 되는 건…….”
“흐음…… 회춘하나 했었는데.”
“제기랄……”
중요한 것은 우리 높으신 양반들을 깨우치게 했다는 점이었다.
비단 이 사람들이 지체가 높고 권력이 있어서 중요하다는 게 아니다.
우리 생각보다 런던 사교계라는 곳은 굉장히 폐쇄적인 데다가 또 한쪽으로 쏠림 현상이 엄청나게 강하다 보니 이런 사람들이 ‘어딘가에 빠졌다’라고 하면 우르르 따라서 빠지는 면이 있었다.
거의 무슨 레밍을 보는 듯하다.
전에도 비소 그거 제이미 경이 사서 붙이자마자 온 런던에서 품귀 현상을 빚지 않았나.
사실 런던에서는 우리 덕에 멈춰 섰지만 아직도 지방에서는 붐이 일고 있다고 들었다.
파리?
거기는 뭐…… 워낙에 쥐로 유명한 동네다 보니 이쁜 데다가 쥐까지 퇴치해 준다는 비소 벽지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들었다.
“그래, 이제 깨달으셨죠. 아, 제이미 경?”
“응? 왜 나만 꼭 집어서 부르나. 나도 안 할 거야.”
“아뇨. 제이미 경은 맞아도 됩니다. 양을 조절해야겠지만요.”
하여간, 저들 중에는 잘못 회개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기 때문에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다.
내가 이렇게 세심하고 또 열려 있다.
19세기 의학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는 게 아니라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이 말이다.
“아니, 왜! 나는 왜 안 되나!”
그 말에 반발하고 나서는 이도 있었다.
아돌푸스 경이다.
왕의 동생이자 하노버의 국왕.
소리칠 때마다 내가 간신히 심어 둔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것이 좀 서글퍼져서 그래, 댁도 맞으라고 하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저 털마저 다 빠질 거다.
“이분은 없지 않습니까.”
보아하니 다른 사람들도 다들 왜 나는 안 되냐는 눈빛을 하고 있길래 다들 바로 납득할 수 있는 말을 해 주었다.
“아니…… 내가 뭐가…… 뭐가 없단…… 없단 말인가.”
제이미 경이 이 일로 아직도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는 걸 간과했다.
하긴, 아마 내시로 평생 산 사람이라고 해도 눈앞에서 너 내시지? 너 없지? 이러면 화를 벌컥 낼 거 같긴 하다.
내 실수인데…….
“괜찮네.”
“그래.”
“우리끼리 뭘…….”
“저도 이해합니다.”
다행히 지금 이 모임이야말로 내부자들 그 자체 아닌가.
대영제국의 대귀족들도 영화처럼 노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서로 알 거 다 아는 사이일 거다, 이 말이었다.
“아무튼…… 없으면 맞고, 있으면 안 된다 이거지?”
“네, 그렇죠. 논리적으로 딱딱 맞지 않습니까. 이것이야말로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항상성이죠.”
“그렇군…… 주님의 섭리란…….”
“그러니 제이미 경은 맞고, 나머지 분들은 안 맞는 것이 좋겠습니다.”
나는 그 점을 이용해 설명을 이어 나갔다.
사실 완전히 맞는 얘기는 아니었다.
검사를 해서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있다면 해서 보고 낮아져 있으면 맞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 시절에 그런 게 되나?
‘의사라면 모름지기 ‘Do no harm’을 떠올려야 맞지.’
안되면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나을 터였다.
괜히 어……?
죄수들 죽어 나가는 거 보니까 무섭더라고.
21세기 대한민국처럼 뭔가 생겼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건 죽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죽으면 해부하는 것뿐이었다.
죄수들이야 죽을죄를 지었다고 해도 이 양반들은 그런 건 아니지 않나.
뭐 뒤로 캐 보면 뭐가 나올지 모르겠긴 하다.
특히 우리의 제이미 경은 아마도 뭐가 있긴 할 거 같다.
사람이 악한 건 아닌데, 그냥 막 지르잖아.
“대신이라고 하면 뭣 하지만…… 정력이 약해서 고민이신 거죠?”
그렇다고 또 사람이라는 게 아예 꽉 막아 두면 다른 길로 튀기 마련이다.
보통은 그럴 능력이 없어서 참는데, 이 사람들은 대영제국의 실력자들인 만큼 참는 데 익숙하지가 못한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나는 뒷길을 마련해 두었다.
이 세심함이라니…….
“대신……?”
“뭔가 있는 건가?”
당연하게도 우리의 유력자들은 나를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기 시작했다.
눈빛들이 어찌나 초롱초롱한지 이 내가 잠시나마 죄책감을 가질 뻔했다.
하지만…….
‘나가서 딴짓하다가 죽는 거보다는 내 통제 아래 있는 게 낫지.’
동시에 내게 돈을 갖다 바치면 어떻게 되겠나.
물론 내가 호의호식하는 것도 있긴 하다.
슬슬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유명 요리사를 초빙하려고 계획 중이거든.
하지만 대개는 연구비로 들어간다.
진짜 사람을 살리는 의학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이 말이다.
“오늘은 준비가 좀 미흡해서. 제가 내일모레 저희 대학교 강당에서 강의를 하려고 합니다.”
“아니……!”
“내일모레라니!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려면 근데 이 사람들만으로는 안 된다.
물론 트렌드를 만들어 나갈 수도 있겠지만, 속도가 느릴 거 아닌가.
안타깝게도 내가 지금부터 소개하려는 물건은 태반이 플라세보효과에 기반한 것이다 보니 입소문이 나기는 어렵다.
내가 직접 불러서 말로 홀려야 한다는 얘기다.
다행히 나는 이 런던에서만큼은 모객도 가능할뿐더러 홀리는 것도 가능한 사람이다.
“배편을 미뤄야겠군그래.”
그러한 사실을 알아서일까?
제이미 경을 제외한 모두가 시끄러워진 가운데 오직 한 명, 아돌푸스 경만은 차분히 중얼거렸다.
“지금은 물건도 없습니다. 제가 그날 섭섭지 않게 드릴 테니까, 일단은 돌아가시죠. 오늘은 이 불알이라는 게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지 알게 되지 않았습니까. 이것만 해도 상당한 소득입니다. 일단 죽어 나간 사람 숫자도 적지 않아요.”
“으음…… 정말 물건을 주긴 하는 건가?”
“그럼요.”
“그럼…… 알겠네. 알겠어.”
다행히 내 말발은 왕에게도 잘 먹히는 편이었기 때문에 일행은 이렇게 돌아가게 되었다.
우리 일행도 함께였다.
죄수들도 줄줄이 손에 손을 묶은 채 도보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딱 2주 전만 해도 길길이 날뛰었을 터였다.
힘이 넘치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잔뇨감까지 있다 보니 따라 오는 것이 고작이었다.
“휴.”
“하마터면 나도 맞을 뻔했지 뭔가.”
“자네 안 서나?”
“더 잘 서려고 하는 거지. 뭔 말을 그렇게 하나.”
“아니, 마누라랑 사이가 좀 그렇길래.”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아나……?”
그걸 보던 경관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어떤 경관 둘은 갑자기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는데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아무튼, 나는 그렇게 병원으로 돌아온 후 편지를 적었다.
-괜히 쳐지거나 일상생활에 있어 기력이 달리는 분 있으십니까? 혹시 밤만 되면 유독 활력이 떨어지지는 않으십니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야 하는 일이다.
내가 뭐 자랑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사실 아랫도리에 문제가 생길 만큼 오래 살질 못해서 관심이 없었거든.
-다시 한번 꼿꼿하게, 꽉 차게, 당당하게 서고 싶은 사람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이번 주 금요일 런던 칼리지 의과 대학 강당으로 오십시오. 그곳에서 저 김태평이 평소 생활 습관 개선법과 더불어 직접 배합하고 만든 든든한 정력제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뭐…….
최선을 다해서 쓰다 보니 썩 그럴듯한 문구가 나온 거 같았다.
물론 나 혼자서는 판단이 어려웠다.
다른 건 몰라도 정력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아니, 내가 자신이 없다는 게 아니라 이 광고에 자신이 없다는 거다.
해서 나는 일단 리스턴에게 보여 주었다.
“허…… 이런 게 있나?”
“솔깃해요?”
“안 솔깃할 수가 있나?”
반응은 합격이다.
하지만 리스턴은 날 워낙에 좋아하는 사람이고 또…… 지내다 보면 아, 이 사람이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구나 싶을 때가 많아서 여러 명에게 물었다.
“이거 어딨나?”
“아니, 이제 만들어야 되는데요.”
“만들면 일단 나부터 실험체로 쓰게.”
일단 원장님.
“어디…… 어딨어, 이거?”
블런델.
“고맙네…….”
장 피에르.
이 새낀 왜 프랑스 안 돌아가고 여기 눌러앉을 것처럼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반응은 한결같이 좋았다.
그래, 이 사람들 정도면 그래도 런던의 지성인들이라 할 수 있는데도 이렇게 열성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걸 확인한 셈이다.
자신감을 얻은 나는 그 문구를 편지에 일일이 적어서 런던에서 힘깨나 쓴다고 하는 사람들 150명에게 발송했다.
사실 강당에 딱 맞는 인원은 한 120명 정도인데 이 사람들이야말로 대영제국의 실세들이다 보니 바쁠 수 있다는 걸 감안했다.
그리고…….
“제발…… 나도 들여보내 주게.”
“오늘 선착순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 정말인가?”
“내가 누군지 알아? 피영신이랑 내가 인마 사우나도 하고, 밥도 묵고…….”
우리 대학교 정문은 곧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때아닌 소요에 리스턴과 우리 동료들은 물론이거니와 경찰들까지 동원되었음에도……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아니…… 나는 분명 150장만 보냈는데.”
“왜 그렇게 많이 보냈나! 입 싼 놈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
“못 오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세상에 정력 좋아진다는데 안 오는 미친놈이 어딨어! 게다가 자네…… 자네는 주술사에 주님을 접신하는 무당이 아닌가.”
“원장님? 무당이라는 말은 또 어디서.”
“리스턴에게 들었지! 아무튼, 하. 어찌 되었건 안으로 들어가게. 자네가 늦으면 강당도 무너질 판이야. 아니, 우리 모두 교수형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