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378)
검은 머리 영국 의사-378화(378/505)
378화 쇼닥 [3]
“머나먼 신비의 나라, 쵸선에서 온 주술사이자 심장 찌르는 자, 고환 베기의 달인, 코카인의 아버지, 당뇨병의 해방자, 사혈 마스터 닥터 티에피영을 모십니다. 박수로 환영해 주십시오!”
“와아아아아!”
우리 병원 강당은 주로 해부 시연이나 수술 시연에 쓰이는 곳이다.
극장도 누구 하나 장면을 놓쳐서는 안 되겠지만 이건 더하지 않겠나.
지금이야 내가 경찰이랑 이런저런 연줄이 생겨 시신 공급이 원활해졌고, 마취와 소독의 발전으로 인해 수술도 제법 자주 하게 되었으니 뭐 엄청 귀한 구경거리에서는 벗어난 지 오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의학도에게 있어 이 강당에서의 가르침이 유일한 실습일 때가 있었다.
수십 년 전에는 더욱 심했기 때문에 강당은 정말로 가파르게 지어져 있었다.
여차하면 떨어질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거기에 차고 넘치게 영국의 고위층들이 빼곡하게 모여 있었다.
‘허…….’
그냥 모여 있기만 한 게 아니라 죽어라 환호하고 있었다.
확실히 나이 든 아저씨들의 정력에 대한 집념은 대단하긴 하구나 싶었다.
“여.”
맨 앞자리에는 당연하다는 듯 윌리엄 4세와 케임브리지 공작 전하 그리고 제이미, 대미언 경 등과 같은 고위층의 고위층들이 포진해 있었다.
이들의 권위를 존중하겠다는 것인지 뭔지는 몰라도 옆자리가 비어 있었다.
뭐 그럴 만한 사람들이다.
“안녕하십니까.”
해서 나는 정식으로 인사를 올리기 전에 개인적으로 그들에게 일일이 악수하면서 인사를 건넸다.
며칠 전에 봤음에도 불구하고 하는 인사치레였다.
이게 예의라서 하는 것도 있지만…….
‘역시…… 피영신이로구만.’
‘전하의 유일무이한 주치의이지 않나.’
‘다른 공작 전하들과도 친밀해 보이는데?’
‘괜히 귀족 작위를 받았겠나. 잘 보이는 것이 좋을 걸세.’
남들 보라고 하는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내 안에 있는 어떤 것이 이러한 짓까지는 말렸겠지만…….
이미 쇼닥이 되기로 마음먹은 몸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해야 되지 않겠나.
어릴 때부터 나는 그래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였다.
“자, 안녕하십니까! 방금 소개받은 김태평입니다! 반갑습니다!”
하여간, 나는 그렇게 초고위층들과의 친분을 자랑한 후 최대한 굵은 목소리로 외쳤다.
마이크 따위가 있는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야만 했다.
각오했던 바지만 조금 힘들긴 했다.
그러나…….
‘지금부터 아주 중요하다.’
내가 단순 쇼닥 짓을 하기 위해 이 강단에 선 것은 아니지 않나.
나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 인류의 구원뿐이다.
오기 전에 조사한 것이 있다.
요즘 정력제로 먹는 게 뭐가 있나.
‘말린 당나귀 성기, 이상한 환각 버섯, 소 고환 요리, 박쥐 눈알…….’
내가 그냥 마녀 레시피를 읊는 게 아니라 런던 바닥에 버젓이 돌아다니는 걸 읊고 있는 거다.
심지어 이 정도면 썩 괜찮은 거다.
좀 역겹긴 해도 바로 죽진 않을 테니까.
내가 이런 말을 한다는 건, 먹으면 죽는 것도 있다는 거다.
대체 왜 이러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여전히 수은, 비소, 납 트리오는 빠지질 않았다.
아무래도 이 세 물질의 특성이 인류에게 있어 상당히 매력이 있는 모양이었다.
‘뭐…… 모르고 보면 다 신기하긴 하지.’
수은은 일단 물 같은 금속이지 않나.
우리야 수은은 녹는 점이 낮아서 그렇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별거 아니게 느껴지지만, 모르는 이들이 볼 때는 영험함이 느껴지기 마련이었다.
‘비소?’
비소의 은은한 색은 솔직히 내가 봐도 이쁘긴 하다.
고려청자 색이 이랬을까 싶다.
조금 불충한 생각도 드는데, 혹 고려청자 빛깔의 비밀도 비소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거다.
백날천날 나라 팔아먹는 놈이 하는 우둔한 생각이니 불편해도 넘어가 주면 좋겠다.
‘납?’
납이야 말할 것도 없다.
납만 들어가면 모든 물질이 인간이 쓰기 편하게 바뀐다.
페인트뿐만 아니라 지붕, 수조, 수도관에도 쓰기 좋다.
녹도 안 슬고 조작도 쉬우니까.
심지어 와인에 넣으면 쉬는 것도 방지할뿐더러 달게 해 준다.
물론 내가 열거한 이러한 특성들이 대체 정력과 먼 관계가 있는 건가 싶긴 하지만, 놀랍게도 꽤 높은 사람들이 꽤 진지한 얼굴로 이걸 섭취하고 있다.
“여기 계신 분들이야말로 대영제국의 기둥이라는 걸 다들 인정하실 겁니다.”
나는 그러한 생각을 뒤로 한 채, 구라 마스터라는 명성에 맞게 시치미를 딱 뗀 후 평온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수용소에서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던 문구였다.
이미 어떤 사람들에게 말하게 될지 정해놓고 떠올린 문구들이다 보니 꽤 자연스러웠다.
“불철주야 오직 대영제국의 번영과 더 나아가 이 세상, 또 주님을 위해 헌신하시느라 다들 무척이나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사람이 뭔가 대단한 일을 하게 되면 스스로 자부심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그에 대해 칭찬하면 당연히 기분이 좋아지는 법이고.
물론 사람에 따라 과한 칭찬을 경계하는 사람도 있지만…….
칭찬하는 사람이 나처럼 누가 봐도 대단한 사람이라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뭐, 여기엔 본인이 잘나서라기보다는 순전히 운이 좋아서 자리에 있는 사람도 많지만…….
그런 건 우리 같은 사람들의 생각이고, 신분제가 공고하던 시절에는 그런 자격지심을 갖는 사람이 이상한 거다.
‘역시.’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심지어 딱히 영국을 위해 일한 적은 없고 이상한 짓만 해 댄 바 있는 윌리엄 4세도 그러고 있다.
그 옆에 스스로 고환 자른 자 제이미도 있었지만, 저 사람은 그래도 꽤 유능한 사람이다.
비소에 고환에 코카인까지 별의별 짓을 다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영국 발전에 있어 제법 공헌이 있다.
“그렇게 보낸 세월이 적지 않습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 거울을 보니 패기 넘치던 젊은이는 간 곳 없고, 나라에 충성을 다한 노인만 남아 있죠.”
새삼스레 내가 대단하다 싶다.
윌리엄 4세 등을 보면서도 이런 말을 뻔뻔스레 할 수 있다니.
이럴 때마다 신의 섭리를 느낀다.
내가 19세기로 돌아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남들은 말합니다. 다 늙어서 주책이라고. 왜 호색을 하냐고. 하지만 제가 이 자리에서 감히 말하겠습니다. 여러분의 헌신은 반드시 보답받아야 합니다. 그것이 주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의 섭리입니다.”
“아멘!”
귀신같이 아멘, 아멘 하고 있다.
하긴, 내 말이 얼핏 들으면 설교 같은 면도 있다.
변명하자면 이 시기 정치인들도 이렇게 말하는 면이 있다는 거다.
낭만이 남아 있는 시대라는 말이다.
비록 1차 세계 대전이라는, 사람 갈아 넣는 전쟁을 겪으면서 많은 것이 바뀌게 되긴 한다.
처칠의 그 유명한 2차 세계 대전을 앞두고 했다는 연설만 봐도 주님이 설 자리가 확실히 줄거든.
허나 지금은 아니다.
아직 다윈의 진화론조차 나오지 못했다.
“여러분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자, 가져오게.”
내 말에 따라 오늘로 수석 조수의로 임명받게 된 조지프와 앨프리드가 위풍당당하게 여러 약재를 들고 나섰다.
바구니에서는 아까 내가 열거했던 것들이 들어 있었는데 하나하나 합리적인 근거를 들어가며 다 깠다.
난관은 소 고환이었는데, 아직 어떤 물질이 몸에 들어와 소화가 되면서 변화한다는 개념이 없어서 그랬다.
오죽하면 내가 차마 준비하지 못했던, 그러나 런던 뒷골목에서는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는 사람 고환이라는 재료가 있겠나.
“사람과 소는 엄연히 다릅니다. 물론 효과를 보실 수도 있겠지만…… 엄청난 부작용이 있습니다. 이것이 그 증거입니다.”
결국, 나는 왕 앞에서 보여 주었던 포르말린에 절인 심장과 전립선 그리고 실제로 소변을 스스로 싸지 못해 안달이 난 죄수를 강당에서도 보여야 했다.
“정말…… 정말 여기서 합니까……?”
인권 개념이 희박하다 못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19세기 사람, 그중에서도 같은 사람을 몇이나 죽인 죄로 감방에 갇혀 있던 죄수조차도 가파르게 늘어선 강당 의자를 빼곡히 채우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건 좀 그랬던 모양이다.
하지만 뭐 어쩌겠나.
“안 싸면 죽어.”
“으…… 으…… 이 악랄한…….”
“누가 할 소리. 조지프!”
“네!”
말 그대로 안 싸면 죽는다.
그리고 사람들이 대개 똥 참는 것만 고통스럽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건 진짜 몰라서 하는 소리다.
방광 부푸는 것으로 인한 고통 또한 그에 못지않다.
게다가 항문은 보통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오면 그냥 열리거든?
물론 다 그런 건 아니라 나중에 수술로 변을 제거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놈의 전립선 비대는 관을 물리적으로 폐쇄시킨 것이기 때문에 통증이 있다고 해서 나오거나 하질 못한다.
“바지 내려.”
“흐아.”
가뜩이나 억지로 물까지 마신 죄수는 죽을 거 같은 얼굴로, 그러나 재빠르게 바지를 내리고는 단상 위에 누웠다.
콱.
그렇게 드러난 치부를 조지프는 익숙한 손길로 소독한 후 소변줄을 꽂았다.
어지간한 비대면 우리 연구실에서 만든 고무줄로 되지만 지금 이 환자들 같은 경우엔 자연 상태에서는 보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비대였기 때문에 쇠로 된 관을 꽂아야 했다.
“어우.”
“저래도 사나……?”
“죽은 거 아닌가?”
“저, 저 소변 나오는 양 좀 보게…….”
그만큼 시각적인 충격이 대단했다.
“으아…… 으아!”
그래 봐야 직접 꽂힌 죄수가 겪을 충격에 비하면 뭐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이러한 이유로 소 고환도 안 됩니다.”
“안 되겠구만…….”
“아무리 정력이 중요해도 저건 좀.”
그의 희생으로 인해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고환에 대한 미련을 버린 것 같다.
전부 버렸다고 하지 않은 건, 놀랍게도 ‘그럼 중간중간 소변 빼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만한 놈들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서 그랬다.
그럴 리가 있겠냐는 놈들은 19세기로 오기 바란다.
바로 납득시켜 줄 테니.
“그래서 저 김태평이 준비한 것이 있습니다. 남자에게 좋은 것만 모아 만든 액입니다.”
“허…….”
이제 와 고백하건대 전생에서는 한의사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이유를 들자면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굳이 그걸 다 언급하진 않겠다.
‘신기하게 우리랑 경쟁이 됐지.’
탕약이 가지는 마력이 있는 걸까?
우리가 주는 약은 그렇게 끊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탕약은 또 없어서 못 먹는 것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대령하게!”
“네!”
내 말에 오늘로 차석 보조의로 임명된 콜린과 존 스노가 탕약기를 가지고 올라왔다.
정확한 모양은 아닐 거다.
대충 그냥 동양적인, 신비한 느낌이 나게 만들어 봤다.
사실 대강 구운 거라 진짜 잘 달여질지도 모르겠다.
허나…….
“오…….”
내가 누구인가.
조선 주술사다.
내가 내놓는 것은 다 그럴싸할 수밖에 없다, 이 말이다.
“과연…… 조선의 의술은 병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예방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했지.”
우리 조선 빠돌이 리스턴까지 저러고 있으니 더더욱 효과는 좋을 수밖에 없었다.
‘스승님 저를 용서하소서.’
우리 교수님이 이 모습을 보면 ‘이 사특한 놈’ 하고 메스를 집어 던졌겠지만…….
일단 안 계신다.
메스?
나한테만 있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약이 없다.
여러 핑계를 떠올린 나는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져서 다시 탕약 달이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