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382)
검은 머리 영국 의사-382화(382/505)
382화 생리대 쓰면 얼마나 좋게요? [2]
-보다 젊어지고 싶은 당신, 런던 최고의 명의 김태평이 펼치는 항노화의 마법에 초대합니다.
고심했다.
남자야 내가 같은 남자다 보니 아주 잘 알지 않나.
이러이러한 문구가 들어가면 대충 되겠구나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모시던 교수님들이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꾸 비뇨기과 동기를 찾는 빈도가 느는 걸 봤더랬다.
심부름도 자주 다녔다.
-또……? 바람이라도 났나.
-아…… 아뇨. 사모님이랑 워낙 금실이 좋으시잖아요. 이번에 안식월로 크루즈 2주 여행 가시는데 이틀에 한 번이 목표라고…….
-허…… 낼모레 60인데, 그러다 죽는다고 전해 줘.
-죽음도 교수님 사랑을 갈라놓을 순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지금 죽이러 갈까?
-언제 가시든지 저도 꼭 끼워 주십쇼.
내 은사님은 화가 나면 진짜 무섭지만, 보통은 좋은 사람이었다.
물론 그 시대 사람들이 다들 그러하듯 꼰대였고, 자기는 꼰대 아닌 척, 열린 척하는 게 진짜 열받긴 했지만…….
아무튼, 그분만 봐도 남자는 나이가 들어도 정력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순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그렇게 최선을 다해 비아그라를 타 오라고 시켰겠지.
“이건 좀…… 과하지 않나?”
아무튼, 내가 직접 겪어 보지는 못했더라도 다 안다, 이 말이다.
해서 알아서 했지만 여성은…… 내게는 거의 미지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전생에 한 번도 사귀어 보지 못했던 건 아니지만 오래 사귀어 보지도 못했고, 맨날 차였으니 잘 안다고 하는 건 무리가 있지 않겠나.
게다가 19세기 여자라고 하면 진짜 아예 모른다.
해서 나름 전문가라 할 수 있는 리스턴을 불렀다.
“왜요?”
“마법이라니. 이건 좀……?”
“그런 거, 양심에 켕기는지 아닌지를 봐 달라는 게 아닙니다.”
“자네…….”
리스턴은 내 말에 뭔가 좀 헷갈리는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니, 좀 충격을 먹은 듯이 보이기도 했다.
괜찮았다.
언제까지 양심 있는 의사 김태평으로서만 살아간단 말인가.
“이 문구에 여자들이 홀린 것인지 아닌지를 봐 달라는 거예요.”
“홀리긴 하겠지. 막말로 젊어 보이길 원하지 않는 여자가…… 아니, 사람이 어딨나. 왜 가발 쓰고 고추 털이라도 심겠어…….”
나는 이번엔 좀 더 다른 방향으로 충격을 먹은 듯이 보이는 리스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긴, 이 사람도 나이 들면서 빠진 것을 만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어느 정도냐면 내가 수술에 방해될 만한 행위들, 즉 음주와 흡연을 삼가라니까 다 끊어 버렸을 정도다.
음주는 몰라도 흡연을 중단하다니…….
내 앞에서만 그러고 있을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그것만 해도 대단한 거다.
“그러니까 먹힐 거 같다는 거죠?”
“먹히지, 내가 보증하겠네. 일단 지금 만나는 애들한테만 물어봐도 가고 싶다고 하네. 자격이 안 되겠지만.”
“애들? 여러 명 만나요?”
“하하. 뭐…… 아직 나는 운명의 짝을 찾지 못했지 않나. 게다가 나이도 있고, 서둘러 알아보려면 한 번에 한 명으로는 안 되지.”
“상대도 알고요?”
“하하. 아니지. 모르게 하고 있지. 하지만 모름지기 런던에서 멋쟁이로 통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네. 자네도 혹 비결이 필요하면…… 아니다, 아니지. 그냥 한 명이라도 만나게.”
“어휴.”
나는 새삼스럽게 19세기 초중반의 보편적인 성 인식에 고개를 내저었다.
참…….
자유가 없으면서도 자유분방한 시절이다.
하긴, 내가 호르몬에 의해 잠시 질풍노도의 시기를 밟았던 적이 있는데 그때 해갈이 돼 주었던 작품들 중 일부가 19세기 후반 문학 작품이었더랬다.
참 어찌나 야하고 정조 관념이 없던지…….
“내 아내도 가고 싶다는데, 가도 되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보니 원장님이 찾아왔다.
저번에 난리가 났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초대장 개수가 보다 적은 100매였는데, 아무리 짱구를 굴려 봐도 자기 와이프까지 대상이 되긴 어렵다 싶었나 보다.
“아니…… 꼭 오실 필요가 있나요? 저번처럼 제가 알아서 챙겨 드리죠.”
사실 원장님도 초대를 받진 못했다.
아니, 내부자가 초대는 무슨 놈의 초대란 말인가.
어차피 원가 해 봐야 얼마 되지도 않는 탕약이라 그냥 주고 있다.
막말로 원장님 정도면 고환 주사도 공짜로 놔 달라고 해도 된다.
리스턴도 은인이지만 원장님도 은인이잖아.
“그…… 과학자로서 이런 말 하는 게 좀 그렇긴 한데.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받은 탕약이 더 효과가 좋은 게 아닌가 하는 말이 있어서.”
“네? 그럴 리가 있나요? 아시잖습니까. 그날 만든 거보다 지금 만들고 있는 게 더 진해요.”
“근데 그때는 자네가 직접 했잖아.”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주술을 불어넣었지 않나. 국왕께서도 그렇고, 공작 전하께서도 그렇고…… 다들 그날 자네의 그림자에서 예수님을 봤다고 한단 말일세.”
“네?”
아니, 그날 오기 전에 단체로 약이라도 빨았나.
예수님은 무슨 놈의…….
‘아니, 잠깐만…….’
나는 원장님의 말에 그게 말이 되냐고 화를 내려다가 말았다.
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그랬다.
“들켰군요.”
“들켜? 역시! 역시 그랬구만? 자네…….”
누누이 말하지만 후대 기록은 포기했다.
다만 매일 정성 들여 해명하고 있는 내 일기가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아무튼, 이제 와서 내 주술 타령 앞에서 마냥 털털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원장님은 홀라당 넘어갔다.
“어쩔 수 없죠. 원장님 것도 그렇고 사모님 것도 제가 따로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고, 고맙네! 고마워!”
“대신이라고 하면 뭣 하지만 아는 사람들한테 제 얘기 잘 좀 해 주세요.”
“그거야 매일하고 있지. 내가 더 잘하겠네.”
“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속으로는 마케팅 방안 하나를 더 떠올리고 있다.
매년 평신 브랜드 런던 VVIP를 남녀 각각 100명씩을 선정해 김태평이 손수 달인 약을 선물하는 거다.
원래 명품 브랜드마다 자기네들 돈 들여서 VIP 초청 행사를 하곤 하지 않던가.
백화점도 예외는 아닌데, 어떤 행사는 정말 도움이 될 만한 것으로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행사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VVIP만을 위한 특별한 미술전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이러면 아무래도 그 미술전에 출품된 작품의 가치가 높아 보이지 않겠나?
이건 음악회나 다른 어떤 것으로 치환해도 마찬가지다.
추후 소비를 이끌 수 있다는 얘기다.
보답받는 느낌도 받고, 뭐…… 일석이조라 할 수 있다.
“자, 오늘의 주인공을 모시겠습니다. 닥터 킴, 평신입니다! 박수로 맞이하여 주십시오!”
하여간, 나는 원장님에게도, 블런델에게도, 또 국왕 폐하와 공작 전하들에게도 컨펌받은 문구를 활용해 편지를 보냈고 이번에도 꽉 찬 강당을 마주할 수 있었다.
행사 진행자는 무려 리스턴이다.
내가 이번 일 다 끝나고 드디어 제대로 심어 주기로 했거든.
탈모가 심한 지금도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머리가 다시 생기면 얼마나 인기가 많을까.
부럽다.
아니, 이게 아니고.
“안녕하십니까, 방금 소개받은 김태평입니다.”
정신 차리고 올라가 인사를 건네자 박수가 있었다.
아무래도 저번 정력제 때보다는 반응이 약했다.
그럴 수밖에 없긴 하다.
이 시대는 여성이 억압받는 시대거든.
마냥 그렇다고 하기엔 이미 영국은 여러 차례의 여왕을 모신 적이 있고, 또 산업화로 인해 숱한 여성 노동자들이 사회에 진출하긴 했지만…….
‘뭐…… 숙녀로서의 몸가짐이 최우선 과제니까.’
브론테 자매가 자기 이름으로 소설도 못 내는 걸 보면 말 다 한 셈이지 않나.
남성의 역할과 여성의 역할이 딱딱 나뉜 정도가 아니라 상하 관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남자들 꼬실 때와는 조금 다른 논조를 활용해야만 했다.
나라고 해서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라, 그냥 시대가 이래서 그랬다.
“남편에게 보다 사랑스러운 아내가 되고 싶으신 분 손 들어 보십쇼.”
그래도 조선보다는 개방적이어서, 이런 질문에는 곧장 손을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분 빼고 손 내려 보십쇼.”
21세기 티브이 쇼 같은 데 나가서 이딴 말 했다가는 이제 매장되겠지만…….
여기서는 아니다.
다들 손을 들고 있다.
이럴 때는 내가 이방인이란 생각이 들긴 한다.
인간의 유전자 자체는 별 변화가 없었겠지만 인식은 이만큼이나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나는 약간의 외로움과 함께 말을 이어 나갔다.
“여러분들은 행운아들입니다. 제가 소개할 방법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니까요.”
여기 와서 하도 구라 같은 썰을 풀어서 그럴까.
나는 100명이 넘는 외간 여자들, 그것도 지체 높은 여자들 앞에서도 떨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내가 쌓아 온 명성도 도움이 되는 듯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내 말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강의해 본 사람은 알 텐데 같은 사람도 듣는 사람들 반응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 법이다.
그러한 면에서 오늘 내 강의는 가히 최고라 해도 좋았다.
“자, 여성분들! 이것이, 제가 동양과 서양의 정수만을 뽑아 만든…… 아름다움과 젊음의 비밀이 되는 물건…… 이름하여 PS 생리대입니다!”
어떨 때는 21세기에 사과 로고로 유명한 전자제품 회사의 이름으로 증명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설명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이 생리대로 말할 거 같으면 많은 양의 생리혈이 있다고 해도 늘 보송보송하게 유지 시켜줍니다. 냄새? 라벤더 향밖에 안 납니다. 이 생리대와 함께면 여러분은 생리 기간에도 걱정 없이 티 파티와 피크닉을 즐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 어떨 때는 20세기에 2차 세계 대전이라는 과격한 방법으로 증명된바 있는, 손을 이리저리 휘두르면서 소리 지르는 방법을 동원했다.
“게다가…… 이 생리대를 이용하면, 원래 출혈로 인해 손상될 여러분들의 젊음을 잠시나마 붙들어 맬 수 있습니다.”
고백하겠다.
거짓말도 했다.
하지만 이 정도가 아니라면 도저히 이 시기의 인식을 뒤집을 자신이 없다.
“그리고 여기, 그렇게 붙잡은 젊음을 더 강력하게 유지시킬 수 있는 약이 있습니다.”
젊어지는 약.
말이 되나 싶겠지만, 19세기 뒷골목에서 10분만 돌아다니면 한 10개는 살 수 있다.
재료를 분석해 봤는데 역시나 수은, 납, 비소가 빠지질 않는다.
그런 거 먹느니…….
“탕약기를 대령하라!”
“네이!”
내 말에 이제는 조선의 관복 같은 비단옷까지 차려입게 된 앨프리드와 조지프가 뛰어 올라왔다.
앨프리드는 용량을 책임졌고, 조지프는 소독을 책임졌다.
“재료들을 대령하라!”
“네이!”
두 수석 조수의가 불을 지피기 시작하자, 콜린과 존 스노가 역시나 비단옷을 입고서 재료들을 들고 뛰어올랐다.
“자, 달이는 것은 내가 하마. 오늘 오신 분들을 위한 특별 서비스다.”
“오…….”
불길에 반사된 내 얼굴과 눈빛 그리고 뒤로 맺히는 신비로운 그림자에 매료된 귀족 여성들이 드디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석류가 메인이 되는 탕약을 끓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번 돈으로 하류층에게는 훨씬 싼 값으로 생리대를 공급할 생각이었으므로 마음에 거리낌은 전혀 없었다.
‘혹시 아나? 내가 진짜 기운을 불어넣으면 젊어질지?’
오히려 이런 생각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