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387)
검은 머리 영국 의사-387화(387/505)
387화 항노화 [1]
보다 젊어지는 것.
이것은…….
사실 인류 공통의 욕망이라 할 수 있다.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이건 영국이라서 그렇다고 하면 맞을 확률이 높지만.
이것만큼은 제아무리 영국이라 해도 좀 억울할 만한 구석이 있다는 말이다.
진시황을 봐라.
불로초 찾겠다고 사기꾼한테 슈킹당한 적도 있잖아.
‘뭐…… 다른 왕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겠지.’
동양에서는 단약이라는 개념이 있잖아.
무협지에서 맨날 나오고, 영화나 드라마에도 가끔 나오는 그거.
실제로 왕이나 황제들께서 오래 살려고 까 잡수셨던 그런 약인데, 단자가 ‘붉을 단’ 자다.
붉은색을 낼 수 있는 물질 중에 어쩐지 이거 먹으면 수명도 늘고 다 할 수 있을 거 같은 게 뭐가 있을까?
그래, 수은이다.
‘왕들이 단명한 게 아무래도 수은 때문일 거야.’
수은이 여기서만 신기했던 건 아닌 모양이다.
동양에서도 수은 가지고 별짓을 다 했다.
그뿐만 아니라 히말라야산맥 때문에 문명의 단절이 있어 상당히 특이한, 독자적인 문명을 이룩했던 인도에서도 수은은 특별한 위치를 점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지식은 사실 만화나 게임에서 접했던 것이라 정확하지는 않다.
아무튼.
나는 같은 욕망에서 출발한 남의 피 받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주요 감시 대상은 남의 피를 받을 수 있을 만큼 부유하고 힘 있는 사람들 중에서 원래 우리의 감시 대상이 아니었던 사람들이에요.”
“그래. 근데 우리 측 사람들은 왜 감시했나?”
리스턴의 말에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 측 사람들 중 핵심이 바로 대미언 공작과 제이미 공작이라 그랬다.
둘이 애초에 우리랑 왜 엮이게 되었나.
고환 자르다 그렇게 된 거다.
한 놈은 심지어 코카인도 했다.
아마 유럽 귀족 중에서는 역사상 최초로 코카인을 한 사람으로 기록에 남게 될 거다.
“그렇군. 합리적이야. 하긴, 그럴 수 있지.”
웃다 말고 이런 얘기를 했더니 리스턴이 ‘과연’이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측 사람들이 최악의 인간들이었구나’라는 말을 덧붙이면서였다.
최악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래서 더 나쁜 놈이 누가 있냐고 하면 딱히 할 말이 없긴 해서 말았다.
“근데 어떤 감시를 한 거지?”
리스턴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사이에 블런델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수혈에 있어서는 나만 빼면 최고 권위자가 되어 버린 사람이다 보니 질문에도 무게가 있었다.
실제로 경찰들뿐만 아니라, 산모들 중에서도 피가 너무 많이 나는 사람들은 수혈로 살리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나 포함해도 제일 낫다고 할 수 있었다.
“팔에 주사 자국이 없으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상습적으로 수혈을 받으려면 자국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긴…… 그렇군. 아, 그래. 주사 자국이 남겠어. 그러고 보니 우리 측 사람들은 그런 건 없었네.”
“그럴 수밖에요. 제가 얼마나 엄중하게 말씀을 드렸는데.”
다행히…… 제이미 경의 손주 며느리는 딱히 병에 걸리진 않았더랬다.
의외로 가족 중에 매독이나 기타 질환이 없었던 모양이다.
뭐, 눈에 보이지 않는 만성 질환의 감염까지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튼, 그때부터 사실 제이미 경이 불안한 얘기를 했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아편 전쟁도 그렇고…… 하여간, 그 인간 머리통에는 대체 뭐가 들어 있는 건지 모르겠단 말이야.’
머리가 나쁜가 싶다가도 나쁜 짓 할 때는 팽팽 돌아가는 건지 뭔지…….
젊고 건강한 사람의 피를 이런 식으로 받게 되면 자기도 건강해지는 거 아니냐고 했다.
뭐…….
인체 실험에서는 전혀 밝혀진 것은 없다.
하지만 쥐 실험에서는 어느 정도 그러한 경향성을 보이긴 했다.
설마하니 제이미 경이 그 실험 결과를 알고 하는 말은 아닐 테니, 결국, 피는 생명이라는 기독교적인 또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굳건한 믿음에서 발원한 말이긴 할 것이지만 놀라긴 했다.
“그때 분명히 피에는 미아즈마가 뒤섞여 있을 테니, 위험하다고 했어요.”
“그 말을…… 듣나?”
“들어야죠. 지금까지 별일이 다 있었는데.”
“하긴, 제이미 경은 유독 파란만장하긴 했지.”
볼 때마다 고환만 생각나서 고환 얘기를 하는 것이지 비소도 있고, 당뇨도 있고, 코카인도 있고…….
한 사람의 인간이 자기 몸에 저지를 수 있는 악행이란 악행은 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간이다.
그러고도 살아남은 건 거의 내 덕이라 할 수 있으니, 내 말을 잘 듣게 된 것은 당연지사다.
“아까 어디까지…… 아. 그래. 그런 권력자들하고, 피를 팔아야 하는 사람들 위주로 보죠?”
“전자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후자는…… 런던 바닥에 몇백만은 될 거 같은데.”
매혈을 해야만 생활이 유지되는 사람이 몇백만이라는 말을, 블런델은 너무 쉽게 입에 올렸다.
경솔해서는 아니었다.
그게 사실이었다.
실제로 런던에는 극빈층으로 분류해야 할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그중에서 갑자기 팔자 좀 핀 것처럼 구는 사람들이요.”
“응?”
“생각해 보십쇼. 블런델 교수님이랑 경찰이 합작해서 시스템을 이미 만들어 놨는데, 거기서도 돈 주잖아요?”
“그렇지.”
“근데 굳이 거기서 안 하고 야매로…… 그러니까 실력 달리는 놈들이랑 일을 해야 하는데 한다는 건 돈을 더 주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아…… 그렇겠군. 돈을 더 주겠어.”
“아마 시기의 제한도 훨씬 덜하거나 없을 겁니다.”
“피를 계속 뽑는다고? 그럼 죽을 텐데.”
“빈민이 죽어 나가는 거, 신경을 쓸까요? 심지어 돈을 냈는데?”
내가 돈을 냈으니 너는 나를 위해서 죽어라.
이게 가능한 발상인가 싶다면 너무 귀하게 살아오신 현대인이라 할 수 있다.
19세기를 모르는 사람들이야 21세기야말로 자본주의의 첨병이라 생각하겠지만 사실 19세기의 자본주의야말로 최강이다.
배금주의의 화신이라 할 수 있다, 이 말이다.
“하긴. 돈을 냈으면 정당한 거래긴 하지.”
“계약서가 있겠지. 그럼 뭐…….”
심지어 유럽은 계약의 무서움을 19세기가 아니라 한참 전부터 알아 온 마당이다.
베니스의 상인 보면 샤일록의 악행을 두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욕뿐이 없지 않나.
왜?
계약을 그렇게 했기에 그렇다.
“하지만 옳은 일은 아니죠. 깽판을 놔야 합니다.”
“그렇지. 그래서 경찰을 안 부른 거 아니겠나.”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 지켜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나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다 그랬다.
해서 회의는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일단 권력자 중에 우리 눈 밖에 있는 사람들하고 빈민가에 있는 사람들 중에 최근 씀씀이가 좋아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알아보기로 했다.
만약 수혈의 텀이 없거나 극단적으로 줄였다면 건강이 악화되거나 죽었을 테니 그것도 감시 대상에 넣으면 좋겠단 의견도 있었지만…….
-빈민 중에 안 그런 사람 찾는 게 더 어려울 거 같은데.
리스턴의 합리적인 의견에 사장되었다.
“자, 그럼 다 흩어져!”
우리의 의견은 최대한 간단하게 조정되어 갱단에게 전달되었다.
“부자, 돈벼락 맞은 거지. 맞죠?”
아무래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놈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그렇게 해야만 했는데, 이건 좀 너무 한 거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 보면 부자 중에서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될 사람들은 우리가 직접 나설 거라 상관없을 거 같았다.
해서 그렇게 온 런던 바닥에 갱단을 뿌린 우리는 일단 각기 할 일을 하기 위해 흩어졌다.
이상하게 돈 벌고 하면 더 편해질 거 같았는데 아니었다.
점점 더 바빠지고만 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다.
리스턴이야 아직도 절단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인간 단두대 노릇을 해야만 했다.
제자들도 나름 실전에 투입되고 있는데, 주로는 포경수술과 당뇨 치료 또 일부 고환액 치료에 매진하고 있다.
존 스노는 일단 내가 시킨 거 하고 있고.
“으음.”
나는 뭐 하냐고?
일단은 고민 중이다.
이렇게만 말하면 되게 한량 같겠지만, 나만큼 인류 미래를 위해 걱정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세상에…… 아무 피나 막 자기 혈관에 쑤셔 박을 생각을 하다니.’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흡혈귀가 따로 없는 상황이지 않나.
그나마 그것도 흡혈귀가 더 낫다.
걘 병에 안 걸리잖아.
아니, 걸려도 안 죽잖아.
이미 뒈졌으니까.
하지만 사람은 그런 식으로…….
심지어 19세기 런던처럼 온갖 질병이 범람하는 곳에서 그랬다가는 죽는다.
‘문제는 이게 어떤 사악한 주술 때문이 아니라 단지 젊어지려는 욕망 때문이라는 거지.’
나쁜 놈은 죽이면 된다.
의사가 되어 가지고 너무 쉽게 죽음을 입에 올리는 거 아닌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
빨리 가려면 죽일 놈은 죽여야 해.
하지만 이번 건은 나빠서 그러는 게 아니라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이고, 무엇보다 인류 공통의 욕망 때문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 측 사람들도 맞고 싶어 할걸? 효과만 확실하다면.’
그 욕망을 교정할 수 있을까?
북한처럼 아예 통제가 되어 그 욕망 자체가 생기지 않게 만들 수 있다면 모를까, 명실상부한 벨 에포크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런던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오히려 억누르면 작용 반작용으로 인해 더 할 거다.
딴 데는 몰라도 이 새끼들은 그래.
섬나라 특유의 어쩌고라 하기도 뭣하다.
‘앵글로·색슨의 특징인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한다, 진짜로.
아예 미국 가 버리잖아.
21세기에야 비행기 뜨고 하니까 미국 갔다고 하면 그런갑다 하는 거지 지금은…….
내가 다녀와 봐서 아는데 그거 보통 먼 길이 아니다.
심지어 처음에 갈 때는 지금보다도 항해술이 모자라고, 배도 후지고, 무엇보다 제대로 된 항로도 없었으니 더 멀고 험했을 거다.
근데 하지 말라니까 기분 나빠서 그냥 가 버렸다.
‘대안을 줘야 해.’
쇼닥 짓 하면서 하나 깨달은 게 있다.
사람들의 욕망을 억누르는 거보다는 그 욕망을 내 입맛에 맞게 이용하는 것이 훨씬 쉽다는 거.
그 결과로 병원이 더 번창하고 있지 않나.
여기서 더 어떻게 잘 살 수 있겠냐는 말을 보기 좋게 날려 버렸다, 이 말이다.
‘안티에이징…… 21세기도 그런 시대였지.’
게다가 이 욕망은 21세기에도 교정이 되지 않았다.
동시에 해결도 되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사는 잘됐다.
그 말은 곧 그럴싸하기만 하면 사기라 해도 먹힌다, 이 말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나는 아주 유리하다 할 수 있다.
김태평이니까.
“후후후…….”
마침내 나는 긴 고민을 끝내고, 지하실로 향했다.
거기엔 아버지가 하던 것을 내가 곁눈질로 보고 베낀 결과물이 놓여 있었다.
“읍.”
아무래도 누룩을 따는 작업을 하고 있다 보니 구수하면서 좀 이상한 냄새가 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내게 인상적이었던 광고 때문이었다.
‘양조장의 인부들이 다른 곳은 다 늙었는데 손만 보드랍고 고운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고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