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391)
검은 머리 영국 의사-391화(391/505)
391화 항노화 [5]
-진시황이 찾아다녔다는 불로장생의 비밀, 이제 김태평이 알려 드립니다.
어떻게 하면 이들을 꼬실 수 있을까.
정확히 말하면, 어떻게 해야 이들이 별 거부감 없이 지갑을 열게 만들 수 있을까.
여러 방식으로 고민했는데, 역시나 정공법이 제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성을 다하는 거다.
‘다행히 오리엔탈리즘은 이미 이때도 있었구만.’
동양에 대한 신비.
정확히 말하면 동양 철학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인데, 사실 이게 가속화된 것은 영원할 줄로만 알았던 서구 문명권에 대한 신뢰가 1,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박살 나면서부터이긴 하다.
하지만 지금도 많은 지식인들은 런던 뒷골목 꼬락서니를 보면서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말로 르네상스가 또 산업 혁명이 선봉에 선 사람들이 떠들어 대는 것처럼 마냥 좋기만 한 것이라면 대체 왜 이렇게 죽어 나가는 사람들이 많단 말인가.
자살하는 사람도 많다.
심지어는 자기 아이를 살해하는 경우도 많다.
먹고살기 힘들어서다.
‘동양은 뭔가 다르지 않나?’
그런 유럽 지식인들 중 대부분은 여전히 서구적 가치관에서 해답을 찾고 있지만, 일부는 동쪽으로 눈을 돌렸다.
동양의 철학이나 사상이 이쪽하고는 많이 다르지 않나.
뭐…….
21세기 OECD 자살률 부동의 1위를 자랑하게 되는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사람으로서 동양 철학 또한 부질 없다고 말하고 싶긴 하지만.
아무튼, 장사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언제나 내 생각이 아니라 현상인 법이다.
게다가 내 별칭 중 하나가 조선 주술자이지 않나.
해서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근데 진시황이 누군지 아무도 모를 텐데…….”
“뭐 동양의 황제 정도 느낌은 있지 않아요?”
“그림을 그려 놨으니까 알기야 알지.”
“불로장생도 뜻은 알아듣겠죠.”
“알아듣지. 친절하게 해석을 해 줬으니까.”
“그럼 오고 싶어요, 안 오고 싶어요.”
“음. 오고 싶지. 궁금하잖아. 아예 모르겠으…… 허. 그래, 그렇네. 확실히.”
리스턴은 자격이 안 됨에도 불구하고 혹해 버렸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이들이 그랬는데, 특히 원래 내 고객들이었던 분들은 완전히 홀려 버리고야 말았다.
-초대권은 P.S. VVIP에게만 발송되는 것으로 비매품입니다.
아마 작게 쓰인 이 문구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긴 했을 거다.
원래 사람들은 자기만 대우받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법이거든.
실제로 대학병원에서 고액 후원자들 대상으로 하는 VIP 대우…….
그거 나도 본 적이 있거든?
별거 없다.
진료 대기를 할 때 따로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주는 게 거의 다다.
물론 입원 자리도 따로 준비한다고 하는데, 어차피 고액 후원하는 사람들은 1인실 아니면 특실로 가기 때문에 기분만 좋지 아무 효과가 없기에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만족하는데, 남들은 못 들어오는 공간에 들어와 쉴 수 있기 때문일 터였다.
-많이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런던 시민들의 열렬한 사랑에 조그마한 보답이라도 할 수 있을까. 그러다 마침내 떠올렸습니다. 영국의 우수한 의학과 동양 의학의 만남을 말이죠.
솔직히 말하면 동양의 의학이라고 해서 한의학을 말하는 건 아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성행하는 피부과 시스템을 말하는 거다.
하지만 대한민국도 동양이잖아?
자세히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거짓말은 안 했다.
-그렇게 탄생한 센터가 바로 항노화 센터입니다. 이곳에서 여러분은 지금껏 그 어떤 황제, 그 어떤 파라오, 그 어떤 샤조차 경험하지 못했던 시술을 받게 될 것입니다. 저 김태평이 보증합니다. 이곳을 나서게 될 때, 여러분은 적어도 10년 이상 젊어 보이게 될 것이라고.
이렇게 편지를 마무리했다.
그러곤 직원들에게 다시 한번 신신당부했다.
나이를 물으면 최소 10년, 20년은 올려 말하라고.
안 물으면 어떻게 하냐는 멍청한 질문이 있길래 알려 주었다.
분위기상 절대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을 거라고.
“근데…… 평.”
“네?”
“이거…… 정말 괜찮은 건가?”
“괜찮고 말고요. 제가 지금까지 했던 일 중에 영국과 인류에 보탬이 되지 않았던 것이 있나요?”
“그건…… 그렇긴 한데. 이거…… 너무 좀 본격적이지 않나 싶은데.”
우매한 민중이 되어 버린 리스턴이 오랜만에 걱정을 늘어놓았다.
심지어 블런델도 마찬가지였다.
나머지 제자들이라고 해서 다르진 않았다.
‘이해하지.’
그럴 수 있다.
이 센터에 마련된 설비 중 이들 입장에서는 거의 금기시되는 것이 있으니까.
“나는 응원한다. 런던은…… 너무 더러워. 모든 닦아야 해.”
아, 딱 한 명 조지프만은 내 편을 들고 있었다.
그리 기쁘진 않았다.
내 친구지만 런던 전역에서 또라이로 소문난 녀석이기도 하니까.
아닌 게 아니라, 이렇게까지 소독에 집착하면 19세기 아니라 21세기에서도 배척당할 거 같긴 하다.
세상에 솔이랑 약품 들고 다니면서 남의 손 닦는 놈이 어딨단 말인가.
다그닥다그닥.
모두의 우려 속에 드디어 하나둘 우리의 VVIP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 수는 무척 적었다.
VVIP라는 게 원래 숫자 제한이 있기도 하지만, 일단 오늘 서비스가 통으로 무료라서 그렇다.
아무리 마케팅의 일환이라고는 하지만 역시 무료로 뭔가 푸는 건 어색한 일이다.
“폐하.”
“초청해 주어 고맙네. 내 그대의 충정에 꼭 보답하도록 하지.”
일단 첫 번째는 국왕 폐하셨다.
뺄까 말까 고민도 하지 않았다.
뺐다가는 평생 삐질 게 뻔해서 그랬다.
무엇보다 젊어지는데…… 그러니까 젊을 때의 정력을 회복하는 데 진심이기도 해서 그렇다.
‘일단 스쿼트를 뒈지게 하더니, 요새 많이 건강해지셨지.’
탕약을 100% 소화시키려면 스쿼트를 해야 한다고 했더니 정말 열심을 내셨더랬다.
거기에 더해 아직 입증이 되기 전이지만 주치의 직권으로 쓰고 있는 불소로 양치까지 하다 보니 충치가 줄었고, 그로 인해 소화도 잘 시켜서 그런가 근육이 많이 늘었다.
‘그래, 말 잘 들으니까…… 상을 줘야지.’
해서 부른 거니만큼 나는 최선을 다해 환영했다.
다음으로는 공작님들이 납셨다.
제이미, 대미언 등등.
심지어…….
“공작부인 전하.”
“초청해 주어 고맙네, 경.”
켄트 공작부인도 불렀다.
이 양반이야말로 불법 수혈의 수괴 아닌가.
아, 이게 밝혀진 것은 경찰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어차피 잡아넣진 못하는 사람이지만, 왕명에 따라 어느 정도 망신은 줘야 했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다고 들었다.
뭐…… 우리 쪽하고도 커넥션이 있으니 그랬을 거다.
아무튼, 최초 제보자가 우리라는 건 알 수가 없었을 테고, 알아봐야 지금 런던 바닥에서 유의미한 치료를 하는 게 우리뿐이니 서로 괜한 소리를 하는 대신 이렇게 지내고 있다.
“거의…… 대영제국 권력의 중추가 다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로구만.”
“그렇죠. 이 센터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죠.”
“그…… 나는 약간 자네가 이분들을 벗겨 먹을 거 같단 느낌이 든단 말이지.”
“아, 그건 맞죠.”
“아니…….”
“그렇게 번 돈으로 뒷골목 사람들을 살리는 겁니다. 제가 의적이죠.”
“그…….”
“물론 이 사람들도 덕을 볼 거예요. 걱정 말라니까. 거참 덩치에 안 맞게.”
“왕이랑 공작을 털어먹겠다고 하는데 그럼!”
“소리는 지르지 말고요. 아무리 떳떳해도 우리끼리지…….”
“음.”
리스턴이 입을 다문 사이에 나는 열심히 VVIP들을 향해 입을 털었다.
“폐하는 다 좋은데 좀 주름이 있군요.”
“주름……?”
“네, 이마에. 이걸 좀 피면 어떨까 싶은데요.”
“음…… 뜨겁지 않겠나? 다리미를 얼굴에 쓰면?”
“아…… 그건 아니고. 다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도 제게 맡겨 주시죠.”
“알겠네.”
이렇게만 보면 모든 사람에게 맞춤 치료를 하는 거 같겠지만, 사실 다 똑같다.
사람이 늙으면 주름이 생기기 마련 아닌가.
자외선 차단제는커녕 자외선을 차단해야 한다는 상식도 없는 시대다 보니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후.’
심지어 여자들은 남자보다 더했다.
보통 호르몬의 영향과 여러 관리 그리고 습관 등으로 인해 여자들의 피부가 더 낫기 마련일 텐데…….
이 시기는 화장품이 지옥이라 그런 거 같다.
납을 쓰면 빈혈이 생겨 창백해지는 걸 미백 화장품이랍시고 쓰는 데다가, 수은이나 비소 등도 섞어 쓰고…….
심지어 그렇게 떡칠한 화장품을 제대로 지우지도 않는다.
‘이거…… 이건 진짜…….’
나도 딱히 전생에서부터 미용과는 인연이 없는 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방금은 한숨을 쉴 뻔했다.
높은 사람들밖에 없는 상황이라 긴장을 잔뜩 하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100% 쉬었다.
“자, 폐하. 여기 누우시죠.”
“어, 알겠네.”
“조금 따끔합니다. 괜찮으시죠, 그 정도는?”
“따끔한 게 뭐 대수겠나.”
다행인 것은 19세기는 왕이고 뭐고 다들 고통에 익숙하다는 점이었다.
하는 수 없다는 느낌이 강하기는 한데…….
아무튼, 나는 말을 마치자마자 리스턴 쪽을 바라보았다.
리스턴은 아무래도 좀 찜찜한지 이게 맞나 싶은 표정이었지만, 이내 미리 잡아 둔 복어를 뜰채로 건진 후 빼어난 칼 솜씨로 손질했다.
나는 그렇게 얻어 낸 복어 독을 주사기로 뽑아낸 후, 폐하의 이마 주름에 주입했다.
‘뭐…… 효과가 강하진 않을 거야.’
복어 독.
이거 진짜 무서운 독이긴 하다.
둘이 먹다 둘이 죽어도 모를 정도니까.
하지만 속설과는 다르게 보톡스의 재료로 쓰이는 것은 보툴리눔이라는 박테리아가 뿜어내는 독소지 복어 독이 아니다.
주름까지 막 펴려면 복어 독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뭐…… 대응이 가능한 독이기도 하고, 해 보니까 효과가 약한 거지 되긴 하잖아?’
그러나 주름이 한번 잡히면 아예 돌아오지 않는 시대에서는 조금 옅어지는 것만 해도 기적이라 할 수 있는 법이었다.
미용과는 연이 없던 갱단의 깡패들마저 내게 이건 주님의 은혜라고 했을 정도니 왕께서도 반드시 체험하리라 믿는다.
“자, 다음은 얼굴 마사지입니다.”
“마사지……?”
이제 직원 차례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주사를 놓기 위해 리스턴과 함께 자리를 옮겼고, 직원은 지하 양조장에서 막 가져온 원료를 왕 얼굴에 치덕치덕 바르기 시작했다.
“이게 뭔가……?”
“젊음의 묘약이옵니다, 폐하.”
“허어…… 그런 약이 있단 말인가.”
“이를 말씀입니까. 저희가 먼저 체험을 했사옵니다.”
“그래? 그러고 보니 젊어 보이는데, 몇 살인고?”
“38(18)살이옵니다.”
“허어!”
나와 리스턴은 옆 방에서 폐하의 감탄 어린 외침을 들으며 눈을 마주쳤다.
리스턴은 여전히 조금 불안해 보였지만, 이제 와 어쩌겠나.
이미 일은 벌어졌다.
게다가 지금 중요한 것은 기대감 어린 얼굴로 누워 있는 제이미 공작이었다.
‘이쯤 되면 이제 지칠 법도 한데…….’
어떻게 보면 의료 사고의 희생자일 텐데도 여전히 의학을 신뢰하는 게 참 대견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사기를 아니, 시술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