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478)
검은 머리 영국 의사-478화(478/505)
478화 흉통에는 이제부터 아질산 아밀이야 [1]
리스턴은 이제 수술할 때 더 이상 자신의 칼을 뽑지 않는다.
손으로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말은 아니다.
무식하게 큰 칼을 잘 안 쓴다는 얘기다.
물론 팔다리를 자를 때는 얘기가 좀 달라지기는 하는데…….
가슴 열고 심장 후비는 데는 메스를 쓰게 되었다.
촥.
근데도 뭔가 현란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일단 개가죽을 긋고, 그걸 양옆으로 벌린 다음에 흉골 절단용 톱을 이용해 뼈를 가르고…….
툭 열어서 심장을 노출시켰다.
아무래도 사람 심장과는 느낌이 좀 다르지만, 개의 심장이라고 해서 펄떡대지 않는 건 아니지 않나.
끊임없이 피를 펌핑해 대는 기관은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힘이 있는 법이다.
“오…….”
“과연 리스턴…….”
“세상에 가슴을 열고 심장을 찾는 데 불과 5분밖에 안 걸린다니?”
거기에 더해 리스턴의 무협식 수술은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정신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다들 의사들, 그러니까 난생처음으로 이런 수술을 보는 사람들이 아닌데도 웅성웅성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긴 했다.
맨날 보는 나도 지금 눈을 떼지 못하고 있으니까.
“자, 이게 개의 관상동맥입니다.”
리스턴은 여전히 펄떡대는 개의 심장 위쪽, 그러니까 대동맥에서 튀어나온 관상동맥을 찾아낸 후 소리쳤다.
더 참지 못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러곤 다시 웅성거렸다.
“오…….”
“내 평생 이렇게 깔끔한 절단은 처음 보네.”
“예끼, 이 사람. 당연한 소리를 하는가. 리스턴 아닌가, 리스턴.”
“하긴…… 저 사람 손에 팔다리 잘린 사람이 온 영국에 수두룩하지.”
마지막 말만 들으면 무슨 악마 같은데, 사실 치료를 위해 한 일이다.
실제로 잘린 사람들은 다들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마취제 개발 전에 잘린 사람은…….
모르겠다.
그건 내 책임 아니지 않을까?
“이걸 묶으면 개의 심장은 멈춥니다.”
“에헤이…….”
“설마…….”
“심장 안으로 피가 그렇게 잔뜩 들어가는데…….”
아무튼, 나와 리스턴이 보증하는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대부분 의심하고 있다.
그럴 만한 일이긴 하다.
원래 한번 형성된 인식은 잘 바뀌지 않거든.
일반적으로는 세대가 바뀌어야 한다고 보면 된다.
가령 딴따라라 불리었던 연예인들이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데 걸린 시간 같은 것들 말이다.
아마 너튜버나 웹소설 작가도 한 10년, 20년이 더 지나면 선망의 대상이 될는지도 모른다.
“자…….”
한 가지 다행한 일은, 여기 모인 사람들이 일반인은 아니란 점이다.
의사라는 이름의 과학자들이지 않나.
과학자들이란 자고로 고집이 세면 안 되는 법이다.
물론 이 원칙이 생긴 것도 20세기 말에 들어서의 일이긴 하다.
그전까지는 원래 있던 세상을 지키는 데 노력하던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았거든.
지동설과 천동설만 봐도…… 천동설을 옹호하던 과학자들이 그렇지 않던 과학자들보다 더 많았다고 하잖아?
지이익.
하지만 그 논쟁에 비해 관상동맥은 입증하기가 훨씬 쉽다.
이건 그냥 혈관 묶고 좀 기다리면 되거든.
게다가 지금은 그때처럼 지동설을 주장한다고 몰려오는 이단 심문관도 없다.
“어…….”
“어어?”
아무튼, 관상동맥을 묶자, 얼마 지나지 않아 개의 심장박동에 이상이 생겼다.
심전도가 어떻게 되었다는 소리가 아니라 육안으로 봐도 그렇다는 얘기다.
“저게 왜 떨어?”
“아니…… 설마, 정말로?”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이 말처럼 심장은 곧 제대로 뛰지 못하고 바르르 떨다가 이내 멈추었다.
“아니…….”
“이게 말이 되나?”
“이상한 일이로고…….”
그러자 다들 충격 섞인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뭐…….
그럴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야 관상동맥이 심장에 피를 공급한다고 배운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9세기식 주장, 그러니까 심장은 피가 대량으로 왔다 갔다 하는 곳이니 당연히 그 안에서 혈액 교환이 이루어질 거라는 주장을 듣고 나니 그게 더 그럴싸하다고 느껴졌거든.
지금도 좀 그렇긴 해.
‘기왕…… 만들 때 그렇게 만들어 줬으면 심장마비 환자 99%는 없어졌겠네.’
나는 잠시 하늘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물론 내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 내부에서 교환이 이루어지기엔 혈류가 너무 빠르고 격렬하다든지…….
혹은 오히려 이쪽이 더 손상이 더 빨리 일어날 수 있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무엇보다 별 의미 없는 고민이라는 점이 더 중요했다.
심장으로 들어가는 피가 아니라 관상동맥을 통해 들어가는 피가 심장을 먹여 살리게끔 만들어져 있는데 뭐 어쩔 거야?
“잘 보셨소?”
“어…….”
“아니, 마취 때문에 죽은 거…… 아닌가?”
리스턴의 말대로 몇몇 고집쟁이들이 드러눕기 시작했다.
아니, 드러누우려고 했다.
하지만 곧 제지되었다.
“혹시 몰라 해 봤는데 아니더군. 설마 불쌍한 개의 가슴을 또 괜히 열어 보자고 주장하지는 않겠지? 내 말에 그만한 무게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아니오. 맞소. 믿소.”
“미, 믿습니다.”
리스턴의 설득이 통해서 그렇다.
칼 들고 하는 설득을 온전한 설득이라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토의하도록 하자.
뭐가 되었건 결과가 좋으면 좋은 거 아니겠나.
아무튼, 나는 그 꼴을 내려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원래 분위기는 탈 수 있을 때 타야 하는 법이라 그렇다.
“자, 다들 두 눈 똑똑히 뜨고 보셨듯 심장을 먹여 살리는 혈관은 관상동맥입니다. 이는 흔적 기관이 아닌 지금도 온전히 기능하고 있는 혈관이라는 뜻입니다!”
“오…….”
“그럼…….”
“협심증은 다른 원인이 아닌 이 혈관이 좁아지면서, 심장으로 가는 혈류가 울어서 발생하는 증상이고요.”
“오오…….”
“근데…… 그렇다면 왜 움직일 때 심해지는…… 왜, 왜들 그렇게 보나.”
그렇게 연설을 하고 있으려니 또 어떤 멍청한 놈이 멍청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분위기에 따라 다들 그를 노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노려보는 놈들 중에서도 속으로는 ‘왜 그러지?’ 하고 있는 놈들이 있다는 걸.
그럴 수밖에 없다.
아직 생리학에 대한 이해가 완전하지 못한 시대지 않은가.
오히려 내 말을 완전히 알아듣는 사람들이 더 이상한 거다.
‘구라쟁이 새끼들.’
그걸 다른 말로 하면 아첨쟁이라고도 한다.
참고로 난 아부하는 사람들을 그리 싫어하지 않는다.
어차피 잘하지도 못할 건데 사람 기분이라도 좋게 만들어 주면 그게 나은 거 아니야?
괜히 내 앞에서 직언한답시고 헛소리 늘어놓는 놈 있으면 아주 그냥 사지를…….
“아까 심박동수가 올라가셨던 분?”
“아, 아아.”
“그때 심장 뛰는 세기는 어떻게 느껴졌죠?”
“아…… 더, 더 세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좋지 못한 생각을 저리 치우고 대신 아까 실험체가 되었던 사람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곤 심박동에 대해 물었다.
실험체는 마치 나랑 짜기라도 한 것처럼 제대로 된 답을 해 주었다.
그래, 긴장하면, 그러니까 교감 신경이 활성화되면 심박출량이 는다.
사람이 긴장할 만한 상황이라는 건…….
문명화된 시대에는 좀 얘기가 달라지지만, 인체가 지금의 모습으로 형성되던 시대에는 싸우거나 도망가야 할 상황이기에 그렇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전신에 피가 제대로 돌아야 한다.
그 말은 곧 전신의 근육에 피가 확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심장은 당연히 평소보다 훨씬 열심히 뛰어야 한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까?”
“이…….”
“무슨…….”
“알 거 같기도 하고……?”
21세기에는 그냥 고등학교 졸업한 사람 아무나 데려와도 다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지식이다.
이미 존재했던 지식이고 상식화된 지식이라 그렇다.
비록 일목요연하게 들어 본 적이 없다고 해도, 알게 모르게 어딘가에서 들어 본 지식이라는 얘기도 된다.
허나 19세기에는 최고의 지성들이라 할 수 있는 이들조차 이해하기 쉽지 않은 지식에 해당한다.
‘역시 회귀자가 짱이야.’
이래서 그렇게들 회귀를 꿈꾸는 모양이다
물론 회귀한다고 한들 개나 소나 나처럼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자리에 올라와 보니 비로소 알 수 있는 사실이 있는데, 단순한 지식만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의외로 별로 없다.
적당한 협박과 설득 그리고 무엇보다 진심이 필요하다.
이 세계를 위한다는 진심……!
“잘 모르겠으면 혼자 있을 때 뛰어도 보고 하세요. 심장박동 느끼거나 세면서. 그럼 이해가 갈 겁니다.”
“그래도 안 되면 어찌합니까?”
“아, 걱정 마세요. 리스턴 박사님이 직접 가서 알려 드릴 테니까.”
“아.”
방금 질문했던 놈이 절대로 리스턴을 부를 일은 없을 거 같다.
아, 하는데 표정이 상상만으로도 정신이 나간 거 같거든.
하긴 가서 칼 휘두르면서 알려 줄 텐데 그걸 좋다고 부를 놈이 있으면 그것도 그것대로 문제긴 하다.
“요약하면 흉통은 이 관상동맥이 좁아지면서 생기는 질환이라는 겁니다.”
나는 잠시 장내의 소란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말을 이었다.
완전히 조용해지는 건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모든 패러다임은 바꾸는 강연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아무리 열린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고 한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이 박살 나고 있는데 마냥 조용히 있을 수 있겠나?
해서 얼마간의 소음은 이해하기로 애초부터 마음먹은 참이다.
내가 이렇게 이해심이 뛰어난 사람이다.
“여기서 끝내면 제가 아니죠.”
“응?”
“어어?”
게다가 내 발표는 이제 시작이라고 봐도 될 정도였다.
내용 자체야 훨씬 짧겠지만, 시방부터 떠들 내용이 핵심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아까보다 더한 소란이 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왜냐면 아무래도 진단보다는 치료가 훨씬 효과적이잖아?
현대 의학에서 환자들이 제일 기분 상해하는 게 진단은 했는데 치료는 없다고 할 때다.
물론 치료 방법을 모르면서 이것저것 해 보는, 그래서 원래보다 훨씬 괴롭고 빨리 죽여 버리는 19세기보다야 훨씬 낫기야 하겠지만…….
“이제 흉통은 더 이상 미지의 영역이 아닙니다. 관상동맥을 넓혀 주는 약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
“어어?”
아무래도 치료 방법이 있는 것에 비할 수는 없다.
물론 이것도 100%는 아니다.
순간적으로 넓히는 것이지 영구적으로 넓히는 건 아니거든.
다만 몇 개월, 몇 년이라도 더 살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환각도 있다 보니 갈 때 가더라도 보다 즐겁게 갈 수…… 아니, 이건 좀 아닌 거 같고.
“바로 이 약입니다. 아질산 아밀이라고 하죠.”
엄밀히 말해 우리 연구소에서 개발한 약은 아니다.
원래 있더라고.
만든 사람도 이걸 왜 만든 건지 모르면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특허권 뺏어 올 아니, 사 올 때 상당히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나중에 내막을 알게 되면 많이 억울해하겠지만…….
세상이 그렇다, 원래.
“가슴 아파하는 환자가 있으면 이 약을 먹이면 됩니다. 지금 티에피영 연구소에 주문하시면 할인도 되니 서두르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