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479)
검은 머리 영국 의사-479화(479/505)
479화 흉통에는 이제부터 아질산 아밀이야 [2]
아직까지 내 주된 수입원은 당뇨 치료다.
소 췌장에서 추출해 낸 인슐린으로 귀족 나리들 당뇨 치료해 주는 것이 내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수술도 하긴 하지만…….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팔다리는 리스턴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거야 뭐…… 당연하지.’
딱히 아쉽지도 않다.
난 절대 그렇게 수술할 수 없으니까.
아니, 21세기 의사는 다들 그럴 거다.
저렇게 힘을 실어 사람의 몸에 칼을 내리 찍을 수 있으려면 대단히 특별한 경험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리스턴이 저럴 수 있는 건 그가 뛰어난 사람이라서도 있지만 마취가 없던 시절부터 팔다리를 자르던 사람이라서가 더 크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아마 한 세대만 지나면 다들 나약해져서 저렇게는 못 할 거다.
‘나머지 수술이야 뭐…….’
맹장 떼는 건 돈(상당히 많은)을 받고 있다.
죽을병인데 살아나는 것인 데다가 이건 내가 아주 자신 있는 수술 중 하나거든.
그렇다고 가난한 사람한테까지 막 비싼 돈을 받아먹고 있다는 건 아니다.
여긴 수가 같은 개념이 없거든.
애초에 의료 행위를 의사가 독점하고 있지도 못하다.
어중이떠중이들…… 해리의 제자들과 같은 야생의 치료사들도 있는 시대이니 뭐 말 다 한 셈 아닌가.
해서 대충 옷차림새랑 집 주소를 보고 감당할 수 있을 만한 돈을 받고 있다.
부자에게는 더 많은 돈을,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더 적은 돈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이게…… 다 돈이란 말인가?”
“허…… 이런 미친.”
거기에 더해 태평탕도 팔고는 있다.
비만 센터도 운영하고…….
그래, 거기서 들어오는 돈도 적진 않다.
21세기 기준으로 하면 내가 버는 돈이 연간 몇십억은 될 거다, 아마.
세금 떼면 좀 줄긴 하는데 우리 대영제국은 피땀 흘려 성실히 번 돈, 특히 부자들이 번 돈에 대해서는 심할 정도로 존경해 주는 편이라 진짜 조금 줄어든다.
하지만…… 이 시대에 귀족으로, 또 현대인 기준으로도 편하게 살려고 하면 들어가는 돈이 어마어마하다는 게 문제다.
가전이라는 게 없잖아.
그냥 다 사람 써야 한다는 거다.
“평, 이거…… 이걸 다 어떻게 쓰지?”
“연구비로 더 충당해도, 미쳤는데요?”
거기에 더해 나는 연구소도 운영하고 있지 않나.
21세기 기준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시기 자연 과학에 대한 연구는…… 그냥 취미 생활 하는 거다.
물론 산업 혁명 이후로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거의 대부분은 돈 버리는 거다.
“허어…….”
“허어…….”
헌데 그게 이번에 잭팟을 터뜨렸다.
사실 나랑 리스턴 빼고 나머지 인원들에게는 저번에 코카인이라는 유전이 터지긴 했다.
버는 돈 보면 솔직히 좀 부럽긴 하다.
근데 막상 자세히 들여다보잖아?
오히려 21세기 나르코들이 돈 더 잘 버는 거 같다.
이게 딱히 규제도 뭣도 없는 세상이다 보니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도 않거든.
“아질산 아밀…….”
“흉통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았나……?”
그에 비해 아질산 아밀 이건 마음에 켕길 것이 없다.
진짜 약이잖아.
헌데 이렇게 잘 팔릴 줄은 전혀 몰랐다.
내가 알기로 흉통 이게 유병률이 이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너무 잘 팔려서 오히려 더 무서울 정도다.
“알게 뭐란 말인가. 떳떳한 거 아니야? 코카인, 나는 그거 아직도 섭섭하다네.”
“코카인에 비하면…… 아니, 비할 것도 없죠. 이건 아주 훌륭한 약이에요.”
그러나 무서워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왜?
이건 21세기에도 잘만 쓰이는 약이거든.
실제로 혈관 확장 효과가 아주 좋아, 이거.
어지간한 협심증은 이걸로 이겨 낼 수 있을 정도다.
특히 니트로글리세린이 전혀 안정화되지 않고 있는 지금 시대에는 그냥 일타 약이라고 봐야 한다.
‘약간…… 부작용 때문에 더 팔리는 거 같긴 하지만…….’
‘에이, 설마 약물 부작용 때문에 더 팔리는 약이 있으려고요’ 할 수도 있는데, 있다.
가장 유명한 예가 바로 비아그라다.
그거 원래 혈압약이었잖아.
아니, 엄밀히 말하면 협심증 치료제로 만든 거다.
근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혈압이 잘 조절되어서 약 바꿔도 되는데 자꾸 받아 가는 거다.
제약사에서 ‘이거 뭐지?’ 하고 연구했더니만 전혀 엉뚱한 부작용이 발견되어 화이자가 지금의 다국적 제약회사가 된 거다.
‘환각…… 아주 심하진 않았어.’
아질산 아밀은 진짜 약이다 보니 나도 한번 해 봤다.
아니, 해 봤다고 하면 어딘지 나쁜 약 같으니까 복용해 봤다고 하자.
아무튼, 그렇게 환각을 경험해 봤는데 그냥 뭐…….
기분 살짝 좋아지고 앞에 막 뛰어댕기는 듯한 느낌 일고 하는 게 다였다.
이 정도면 마땅한 엔터테인먼트가 없는 이 세상에 나름 쓸 만한 약 아닐까?
“평, 평!”
“어, 네?”
“뭔 생각을 하는 거야. 이 돈 가지고 일단 어? 기념할 만한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겠나?”
“아…… 하긴, 그래야죠. 뭘 하죠, 근데?”
아무튼, 몰려오는 돈이 장난이 아니었다.
심장 주술사 김태평이 인증한 심장 약인데 부작용이 환각이니 당연한 일이긴 했다.
사실 지금도 버는 돈이 적은 건 아니라, 펑펑 쓰는 데도 꽤 모이고 있었거든?
그 말은 지금부터 버는 돈은 그냥 다 모이는 돈이라는 거다.
21세기 한국인이라면 노후 대비니 뭐니 하면서 대부분 쟁여 놓으려 하겠지만…….
19세기는 좀 마인드가 다르다.
언제 갈지 모르는 세상인데 일단 즐기자는 마음이 강하다.
내 생각에는 이러한 마인드 때문에 21세기에도 유럽이나 미국 놈들이 저축하지 않고 돈을 펑펑 쓰는 거 같은데, 아무튼.
“막상 뭔가 하려고 하니까 생각나는 게 전혀 없군그래.”
“저도 그런데요. 음…….”
“오히려 자네가 했으면 좋겠는 일은 있네.”
“네?”
“자네…… 결혼할 생각이 있긴 하지?”
“결혼……이요?”
전생엔 못 했다.
너무 일찍 갔으니까, 뭐 당연한 일이다.
사실 일찍이라고 해도 지금의 리스턴보다 나이가 많거나 비슷했겠지만…….
21세기 대한민국은 수십 년간 사람 갈아 넣으면서 발전한 결과 젊은 사람들이 더는 못 하겠다고 드러눕는 기현상이 벌어진 곳 아닌가.
뭔가 하려고 하는 사람도 사회 진출 연령이 무한정 늘어지면서 ‘30대 중반도 노총각은 아닌데?’라는 말을 듣게 되었을 정도다.
여기서 그딴 소리를 하잖아?
진짜 돌 맞는다.
“그래, 결혼. 자네는 아무리 봐도 나 같은 부류는 아니지 않나.”
미혼 여성에 대한 눈초리도 곱지 않은 시대이지만, 미혼 남성에 대한 눈초리만큼은 아니다.
여기야 런던이고 또 리스턴은 누구나 알고 있는, 말 그대로 신분이 보장된 사람이니 좀 덜하지만…….
대개는 위험한 부류로 분류되곤 한다.
그래서 미혼 남자라는 게 확인이 되면 일단 잡아넣고 보는 경찰도 있다.
신기한 건 그게 타율이 굉장히 높다는 점이다.
‘뭐…… 내가 리스턴 형님처럼 나이 들어서도 여기저기 난봉꾼처럼 살 건 아니긴 하지.’
신분이 높은 놈도 비슷하다.
물론 귀족 자제거나, 부자라면 결혼은 한다.
중매결혼을 일단 하고 뒤로 놀아난다.
리스턴처럼 본인이 유명한 사람이고 또 누가 봐도 흠모할 만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라면 뭐…… 거의 카사노바라고 보면 된다.
용케 매독에 다시 안 걸린다 싶은데, 그건 리스턴의 면역력이 사람의 한계를 넘어가서 그런 거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썩은 빵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했던 거고.
이 시기에는 난잡하게 놀면 거의, 아니 100% 매독에 걸린다고 보면 되니까.
“결혼해서 오순도순 살고 싶은 생각은 있죠. 하지만…… 이게 딱 마음이 가는 사람이 없어서요.”
“내가 그 이유를 알 거 같단 말이지.”
“뭔데요?”
“사실 나이팅게일…… 처음부터 바라보는 눈초리가 심상치 않아서 잘해 보려고 그러나 했는데, 그것도 아니잖아?”
“그…… 저는 저보다 신체적으로 강한 사람은 좀.”
“그래, 강하긴 하더라. 남자였다면 나랑도 견줄 만한 인재야.”
리스턴은 언젠가 병동에서 날뛰던(말 안 듣는 간호사들을 두들겨 패던) 나이팅게일을 떠올리고 있는지, 흐뭇하게 웃었다.
이상하다 싶을 수도 있는데, 사실 이 시기에는 사람 패서라도 조직이 잘 굴러가게 할 수 있다면 그게 참 인재다.
병동 뒤집는 거 보면서 다들 ‘오우 일 잘해~’라고 한다, 이 말이다.
사실 기본적으로 이 시대 간호사들이 존중을 받지 못하는 직업임을 넘어서 천대받는 직업이라서도 있다.
‘나이팅게일이 그러한 면에서 대단하긴 하지.’
상류층 사람들이 택할 만한 직업은 아니란 얘기다.
왜?
여자들이 주로 종사하는 직업이잖아.
조선 시대의 남존여비는 저리 가라 할 정도다, 여긴.
애초에 여자는 부정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거기에 더해 19세기는 의사도 다 돌팔이잖아?
간호사는 어떻겠나.
“아무튼…… 자네 아무래도 자네랑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원하는 거 아닌가?”
“음…… 뭐, 그럼 좋죠. 근데 만날 수가 있어야죠.”
아마 유럽 본토 동물원 잘 뒤져 보면 있을 거다.
무슨 소리냐고 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 사람 동물원이라는 게 있다.
유별나게 미친놈들이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일반적인 인식이 백인은 우월하고, 황인과 흑인은 열등하거나 어쩌면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정도에 머물러 있거든.
“만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어디…… 진짜 동물원에서요?”
“무슨 소리 하는 건가. 그건 저기 프랑스 같은 놈들이나 하는 짓일세.”
“뭐…… 그건 인정합니다.”
우리끼리 하는 얘긴데 프랑스 사람들은 중국 욕하면 안 된다고 본다.
특히 분서갱유니 문화 대혁명 할 때 입 닥치고 있어야 돼.
지들도 똑같은 짓 했잖아.
아니…….
나는 라부아지에라고 하면 근대 화학의 아버지라고만 알았지 단두대에서 목 뎅겅 잘려 죽은 지는 몰랐단 말이야.
산소, 수소 분리한 사람을 그렇게 보냈을 줄이야…….
“이번에 저펀? 자네 말로 뭐라고 하더라?”
“일본?”
“아, 그래. 일본하고 화친 조약을 맺을 수도 있다는데?”
“잉, 그래요?”
아직 일본 메이지 유신도 안 했을 때 아닌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원 역사보다 영국이 좀 더 강해졌다 보니 모든 일이 더 빠르게 벌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아편 전쟁만 해도 그렇다.
한 방에 그렇게 청이 개박살이 나지는 않았을 거다, 아마.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인류의 주인을 주장하던 건륭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었잖나.
“근데 일본하고 조선은 많이 다른 나란데요?”
“아, 알지. 알고 말고. 그래도 자네…… 우리보단 일본에 대해 훨씬 잘 알지 않나?”
“알긴 알죠.”
19세기 일본은…….
솔직히 말하면 하나도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껏해야 <바람X 검심> 본 게 다니까.
하지만 앵글로·색슨족보다는 잘 알 거라고 자부한다.
이 새끼들은 자기네 말고 다른 곳 문명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이 없거든.
실제로 코가 커서 그런가 콧대가 진짜 엄청 높다.
“원래는 거절했었거든. 근데 돈도 이렇게 많겠다…… 이거 딱히 우리가 관여해야 하는 일도 아니지 않나.”
“심장 수술은요?”
“아, 그거 하려고?”
“아뇨, 안 하고 싶긴 하죠.”
“국가 일이라 안 된다고 하면 설마 방백비께서 고집을 부리시겠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