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55)
검은 머리 영국 의사-55화(55/505)
55화 축농증 수술이…… 어떻게 하더라? [2]
“어째 좀 바보 같은데.”
주전자를 한쪽 코에 박은 채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는 나를 보면서 조지프가 웃었다.
“좀이 아니라, 많이 바보 같은데?”
앨프리드도 그랬다.
상놈의 새끼들.
내가 왜 이러고 있는데…….
“큽.”
환자까지 그랬다.
당신은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내가 어?
관에서도 들고 와 줬잖아?
문자 그대로 생명의 은인인데, 콧구멍에 주전자 대가리 좀 박았다고 처웃어?
“켁.”
기분이 더 나빠지는 건, 이런 상황에서도 말을 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코에 물을 들이붓고 있으니 어쩌겠나.
게다가 코랑 입은 연결되어 있는 조직이라 이제는 입으로 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하하하하하하!”
“이게 뭐야!”
“하하하!”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셋은 한마음 한뜻이 되어 깔깔 대기 시작했다.
개새끼들…….
이게 얼마나 좋은 처치인데…….
이비인후과 동기가 그랬다고.
사실 이것만 해도 부비동염 환자들이 절반은 없어질 거라고.
“후.”
다행인 것은 나는 그냥 보여 주기만 할 생각이었다는 점이었다.
해서 제대로 들이부은 건 아니었고, 내 쇼는 금세 끝났다.
“이렇게 하면…… 읍.”
그럼에도 부비동에 남아 있던 물이 한동안 입으로 넘어왔다.
덕분에 말을 하다가 자꾸 끊겼다.
“하하하!”
그때마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중에는 다 시켜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여간, 나는 간신히 말을 끝마칠 수 있었다.
“코에 있던 농을 더 효과적으로 빼낼 수 있어요. 일단 지금은 상태가 좀 심각한 거 같으니까…… 하루에 두 번 정도만 하죠.”
“아…… 네? 농담이시죠?”
환자는 에헤이, 하고는 손을 내저었다.
두들겨 패고 싶었다.
그렇다고 진짜 칠 수는 없고…….
“붙잡아.”
“응? 진짜로?”
“어.”
“너 환자 아픈 거 생각해서 마취제도 생각해 낸 거 아니야?”
“모든 치료가 다 그렇게 평화로울 수는 없는 법이지.”
해서 두 놈을 시켜 환자를 결박했다.
그러곤 코에 주전자 주둥이를 꽂았다.
“소금물로 하는 게 제일 효과가 좋기는 한데…… 괜히 농도를 높였다간 점막이 상할 수도 있으니까, 일단 제가 최적의 농도를 찾아내기 전까지는 이렇게 합시다.”
“네? 네? 사, 살려 주세요.”
“죽이겠다는 게 아니라 치료를 하겠다는 거예요.”
“이런 치료가 세상천지 어디에 있습니까!”
“그렇게 상식적인 양반이 머리 아픈 걸로 피 내는 데 가만히 있으셨어?”
“그…….”
할 말이 궁색해졌는지, 환자는 한쪽 콧구멍이 주전자 주둥이로 인해 늘어난 상태로 입을 다물었다.
그래, 그거지.
그래야지.
“자, 고개 이렇게 돌리시고.”
“으…….”
“물 들어가니까 숨 멈춰요.”
“으…….”
“말하지 마시고. 입만 벌리고 있어요. 물 들어간다, 이제.”
나는 그렇게 조용해진 환자의 코에 물을 들이부었다.
“으음.”
“으으음.”
붓다 보니까 든 생각인데, 이걸 왜 의사가 안 해 주는지 이제 알 것 같았다.
살짝 모양새가 좀…….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느낌이 들지 않나?
나는 분명히 치료를 해 주고 있는 것인데, 보이기는 꼭 고문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얘기였다.
“이게…….”
“이래도 되나…….”
야만의 시대를 살아온 산증인들인 조지프와 앨프리드조차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어휴.
어후.
뭐 이런 반응이랄까.
그래도 괜찮았다.
‘새끼들…… 너네들은 진짜 해를 끼쳤잖아. 이건 보이는 것만 이러지 실은 아주 훌륭한 치료라구.’
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으니.
콸콸.
그 증거로, 환자의 벌려진 입을 통해 나오는 물의 색이 탁했다.
누런 코가 줄줄이 나오고 있었다.
아니, 코가 아니라 농이었다.
단단하게 뭉친 것들이 마구 나왔다.
“으아.”
그렇게 시간이 좀 흐르고, 주전자의 물을 다 사용해서 환자의 입에서 더 이상 물이 나오지 않게 되었을쯤 환자에게 물었다.
“어때요?”
“어…… 훨씬 낫네요. 코가 좀 맵기는 한데…… 에취. 그래도…… 어…… 머리가 가벼워졌어요.”
“좋아.”
나는 ‘어떠냐 이놈들아’ 하는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조지프와 앨프리드는 상당히 감명받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피를 내지도 않았는데 머리 아픈 것이 좋아졌다지 않나.
이건 정말이지, 지금까지도 시대를 아우르고 있는 잘못된 개념인 사체액설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증거니까 그럴 만도 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
아니, 열려고 했다.
허나 이 둘이 먼저였다.
“피가 아니라 농을 빼 줘야 했구만.”
“역시…… 무언가 많이 있어서 아픈 건 맞았어.”
병신들인가…….
시발.
욕이 절로 나오네, 진짜로?
왜 뭘 자꾸 빼는 데 집착하는 건데…….
응?
이 병이 그런 거지, 두통의 원인은 대개 그런 게 아니라고!
‘긴장성 두통, 편두통, 군발성 두통 등등…… 뭘 빼서 해결될 게 있냐?’
그러고 보니까 두통 치료를 어떻게 하더라?
아.
맞네.
약 먹지.
‘지금부터라도…… 버드나무를 좀 캐 볼까?’
버드나무로 아스피린을 만든 건 알고 있는데 말이지.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는 게 함정인데.’
내가 이런저런 고민, 그러니까 인류의 구원을 위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두 돌팔이는 역시 히포크라테스, 역시 사체액설을 떠들어 대고 있었다.
환장할 지경이었으나, 어찌 되었건 환자는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었다.
이제 이렇게 치료를 하면, 이 환자는 딱히 침습적인 치료 없이 좋아질 것이 분명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네네. 이제 집에서 이렇게 하면 되는데, 주의하셔야 할 점이 있어요.”
물론 조건이 있었다.
제대로 치료를 지속할 경우에나 그랬다.
일단 세척이라는 건 꾸준히 해야 효과가 있는 법이었다.
게다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꾸준히 하는 것도 효과가 없을 수 있었다.
가령 이거 템스강에 있는 물을 그대로 붓거나 하면 어떻게 되겠나.
‘와…….’
생각만 해도…….
나는 고개를 털어 내고는 말을 이었다.
“물을 끓여서 사용해야 해요. 그냥 쓰면 안 됩니다. 깨끗한 물이어야 한다고. 아시겠어요?”
“아, 네. 근데…… 저희 집은 물을 구하려면 좀 먼데.”
“아니, 그래도요.”
“네네. 제가 노력하겠습니다.”
이게 또 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지금 런던의 빈민가의 상황은 그야말로 지옥 그 자체 아니던가?
물을 끓여?
끓여……?
물도 있고 불도 있어야 하는데 그게 있나?
앞에서는 노력하겠다고 하는데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닥터 피영.”
하여간 그렇게 환자를 보내고 며칠이 지났을 무렵, 제멜이 날 찾아왔다.
어쩐지 씩씩거리고 있었는데, 짚이는 구석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네, 닥터 제멜.”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가 답했다.
‘후후.’
이제는 우리 리스턴 박사님이 오셨다구?
네가 아무리 날뛰어 봐야 아무 소용 없다구?
“자네…… 왜 자네를 환자들이 찾지?”
제멜은 뺨을 부들부들 떨어대며 내게 물었다.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머리를 굴렸다.
환자가 찾는다라…….
‘일단, 자기가 죽인 환자를 내가 되살렸다는 건 모르고 있는 모양인데.’
하긴, 당연한 일이긴 했다.
내가 환자라도 그 악몽을 선사했던 의사에게 갈 일은 없으니까.
병원 근처에 가는 것도 이상한 일일 테고.
하여간 그 이유가 아니었으니, 나는 좀 더 당당해도 좋을 것 같았다.
“글쎄요?”
“제대로 답하게. 왜 두통 환자들이 내가 아니라 자네를 찾냐고!”
“그걸…… 정말로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자네 정말 이렇게 나올…….”
“잠시, 닥터 제멜.”
모르쇠를 유지하고 있으려니 제멜이 화를 냈다.
딱히 지나친 일은 아니었다.
원래 상대가 오리발만 내밀면 빡치거든.
물론 인정을 하면 더 빡칠 거라, 모르쇠만 내걸고 있는 것이긴 했다.
게다가 난 믿는 구석이 있었고, 그 믿는 구석이 방금 나섰다.
“왜, 왜 그러나.”
“내 아우가 뭘 했다고 이러나?”
“아우?”
“오, 못 들었나? 닥터 피영은 내 의형제일세.”
“아니…… 교수 명예가 있지! 어찌…….”
“명예를 논하려는 건가?”
누누이 말하지만 19세기, 그러니까 1800년대는 과학과 야만이 뒤섞인 시대였다.
괜히 러브 크래프트가 크툴루 신화를 쓴 게 아니란 말이지?
분명 영향을 끼쳤을 거다.
별로 좋지는 못한 방향으로.
하여간 리스턴 박사는 끼지도 않은 장갑을 매만지는 척했다.
그걸 벗어 상대의 얼굴에 던지는 것이 일종의 결투 신청이지 않나?
여전히 전통을 중시하는 일부 귀족들은 이를 지지하고 있었기에, 제멜은 순식간에 뒤로 물러섰다.
“아니, 갑자기 왜 그러나!”
“자초지종을 따지기도 전에 이렇게 나오는 게 신사답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이렇게 나오는 것도 꽤 용감하다고 볼 수 있었다.
감히 리스턴 박사님 앞에서 말이야.
응?
“그…….”
“일단 가게. 내가 묻지.”
“거참.”
제멜은 하는 수 없다는 듯 물러섰다.
가기 전에 날 두고 보자는 식으로 바라보았지만, 뭐 어쩌겠어.
블런델도 이미 내게 감화되었는데.
게다가 리스턴도 있다구?
“어떻게 된 거야?”
하여간 리스턴이 묻는 말에는 답을 해야 했다.
아주 제대로 된 답을.
이러저러했던 사정을 말했더니, 그는 예상했던 대로 껄껄 웃었다.
“그러니까…… 제멜 저 돌팔이 놈이 죽은 줄 알고 관에 파묻은 사람을 자네가 살렸다, 이 말인가?”
“네. 형.”
“하하하하. 저 새끼. 그럴 줄 알았지. 근데 농을 빼서 살린다는 건…… 참신한 방법이로구만. 실제로 효과를 봤다면 한번 시도해 봄 직한데…….”
“제가 아직 의사가 아니라서요. 외래를 볼 수는 없습니다.”
“그거야, 걱정 말게. 내가 의사인데 뭐. 내 외래로 잡고 네가 보면 되지.”
“아.”
그러곤 법도를 살짝 무시하는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다.
과연 리스턴답다고나 할까?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그럴까요?”
두통…….
사실 내 전문 분야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멜 손에 무작정 둘 수는 없지 않겠나.
그렇다고 로버트한테 맡겨?
그것도 안 될 일이었다.
엎어치나 매치나 둘 다 돌팔이였다.
“그래, 내친김에 오늘부터 보지.”
“네.”
“어차피 자네 의사 면허에 대한 심의가 곧 있을 거야.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어떻게 한 건지는 몰라도, 블런델도 아주 적극적이더라고?”
“네, 하하. 그때 뭐, 같이 일이 좀 있었죠.”
그렇게 나는 리스턴의 외래에 들어가 두통 환자들을 보게 되었다.
대개는 좋은 일이었다.
고치지는 못해도 최소한 해는 끼치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내 예상대로 이 시기 런던엔 부비동염이 창궐하고 있었다.
거의 뭐 다 그래, 진짜로.
“음…… 나아지긴 하는데 시원하지 않다 이거죠?”
“네, 선생님. 저 좀 고쳐 주십쇼.”
문제가 있다면, 역시 코 세척만으로는 완치가 안 되는 환자 또한 많다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수술을 해야 할 텐데…….
이걸 어떻게 하더라…….
‘역시 연습을 좀 해야겠지?’
해부 실습실에 또 들락거릴 일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