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66)
검은 머리 영국 의사-66화(66/505)
66화 머리의 전문가들 [4]
“오호…….”
“흐음.”
“정말인가?”
“흥미롭구만그래.”
리스턴 박사의 사람 돌리는 솜씨는 정말이지 신기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었다.
아까 조지프가 앨프리드 돌릴 때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였다.
이제 슬슬 비행 착각 수준이 아니라 기절할 때가 왔다 싶었다.
그 말은 곧 조지프의 비명도 심상찮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뜻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칭 머리 전문가들은 태평해 보였다.
‘미친놈들…….’
그럴 수밖에 없기는 할 터였다.
쟤네가 말하는 치료가 지금 조지프가 겪는 것보다 몇 배는 더 끔찍하지 않던가.
다시 말하면 지금 이 정도 비명은 비명 축에도 못 낀단 얘기였다.
‘침착함만큼은 진짜…… 대박이긴 하다.’
하긴 사람이 죽어도 그냥 그런갑다 하는 놈들 아닌가.
심지어 저 중에 제멜은 사람이 죽지도 않았는데 관짝에 넣었던 전력이 있었다.
문제는 아마…….
다들 있을 거란 점이었다.
‘하아.’
나는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가, 이내 소리쳤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진짜로 죽어…….
조지프 죽는다.
적당히를 몰라, 적당히를.
“교수님! 더 돌리면 죽을 거 같습니다!”
“오.”
오?
사람이 죽는다는데 오라니.
하여간에 리스턴 박사는 슬슬 속도를 줄여 주었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조지프의 표정이 제대로 눈에 들어왔는데, 눈알이 돌아가 있었다.
아니, 지금도 돌고 있었다.
아휴…….
“이보게, 조지프.”
암만 봐도 평형기능이 과하게 흥분한 모양이었다.
아마…… 가만히 있어도 눈앞이 빙글빙글 돌고 있지 않을까?
이 정도는 내가 딱히 이비인후과를 전공하지 않았어도 알고 있었다.
그만큼 중요하기도 하고 또 힘든 증상이기도 하거든.
물론 이들에게는 별 관심 사항이 아니었다.
일단 리스턴 박사부터가 그랬다.
“이봐, 조지프!”
아니, 저 사람이 진짜.
방금 뺨도 때렸다.
문제는 그걸 말려 줄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하긴 저 인간이 마취제 발견했다고 했을 때 콜린 생니도 뽑긴 했다.
그때도 말리기는커녕 다들 신나서 자원하고 또 지원했고.
“으, 으으.”
효과는 좋았다.
리스턴 같은 사람이 치면 사람이 죽지 않은 이상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었다.
아…… 아니군.
그거 맞아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여간, 조지프는 다행히 죽지 않고 깨어났다.
여전히 눈앞이 빙빙 돌고 있기는 한데…….
“저, 지금도 돌고 있습니까? 으아아…… 너무 어지럽습니다.”
“뭔 소린가? 자네 지금 가만히 있네. 그것보다, 아까 거꾸로 매달린 듯한 느낌이 들었나?”
사람이 어지럽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이 미친 의사들 덕에 조지프는 부리나케 답을 해내야만 했다.
리스턴이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건가 하고 중얼거리면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으니,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네, 네! 들었습니다. 지금은 어지럽고요!”
“오호…… 자네는 분명 그대로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고?”
“네, 그렇습니다! 확실히 그랬습니다!”
“이것…… 흥미롭군그래.”
조지프에게는 다행이고 리스턴은 어느새 잡고 있던 멱살을 풀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곤 네 명의 머리 전문가들을 바라보았다.
“자네들 생각은 어떤가?”
“머리…… 쪽 문제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듭니다.”
“이것 참. 알고 있는데 착각이 일어난다니.”
“나는 머리가 아니라 여전히 몸의 문제일 거 같긴 하지만…… 가능성은 있겠군요.”
“일단 전기를 흘려 볼까?”
다들 진지한 답을 하고 있었다.
중간에 미친 답도 있기는 했는데, 리스턴은 그 말에 집중하는 대신 다른 질문을 던졌다.
“만약 머리가 착각하는 것이라면, 어찌 치료를 해야 하겠나. 아직은 절단술을 안 하기가 어려워서 그러네. 아무리 생각해도…… 발이 썩어들어 가는데 그걸 그냥 둘 수가 없어. 문제는 이런 환자가 더 늘 거라는 거지.”
“전기를 흘려 보면 어떨까 싶은데.”
문제가 있다면 매튜라고 소개한 새끼가 어지간히 미친놈이라는 점이었다.
왜 이렇게 전기에 집착을 하지?
“전기?”
“그래. 전기를 튀기면 환자가 기절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엔…… 뭐라고 할까. 환자의 머리가 꺼졌다가 켜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네.”
“껐다가, 켜……?”
사람을 껐다, 켜?
리스턴 박사도 나만큼이나 놀랐는지 눈을 끔뻑였다.
물론, 현대 의학에서도 저런 콘셉트의 치료가 있기는 했다.
우울증 등의 증상이 있을 때 전기 치료를 하면 놀랍도록 효과가 좋다는 얘기를 정신과 친구에게 들었다.
당연하게도 엄청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는 할 텐데…….
얘네들이 그럴까?
“그래. 착각을 했다면 껐다 켜면 어떨까 싶은데.”
문제는 나도 좀 그럴싸하게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안전하게만 전기를 흘릴 수 있다면, 괜찮지 않나 뭐 이런 생각이 들었다.
“흐음…… 원래 어떤 이론에 근거해서 쓰는 건가?”
하여간, 리스턴 박사는 신중한 사람답게 질문을 이어 갔다.
그 말에 전기 의사 매튜는 신이 나서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전기를 통하게 되면 개구리 다리가 움직인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그럼, 그거야 뭐 유명한 얘기지.”
“신경에 통하게 되면 더더욱 격렬하게 움직인다네. 그것도 알고 있겠지?”
“그렇지.”
“이건 모를 거 같은데…… 혈관에도 신경이 있다네. 그걸 자극하면 혈관이 수축하거나 늘어난다는 거야.”
“호오.”
리스턴 박사는 솔깃한 얼굴이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랬다.
저건 사실이거든.
미친놈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좀 치는 놈인가 싶기도 했다.
“두통이 머리에 피가 몰려서 생긴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졌지.”
아.
아니었다.
대체 왜 저렇게까지 피에 집착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나는 이런 기구를 쓴다네.”
하여간에 전기 의사 놈은 신이 나서 종이에 그림을 그렸다.
암만 봐도 의자였다.
‘전기…… 의자는 아니겠지?’
그거 사형수들한테 쓰던 거잖아.
사람 죽이는 물건이잖아.
“전기의자일세.”
쓰는구나.
하.
나는 당장 나가서 환자들에게 도망치라고 말하고픈 욕구를 간신히 억눌렀다.
다행히 리스턴 박사도 이 미친놈은 뭐지 싶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전기는 어떻게 흘리지?”
불행한 점은 놀란 부분이 나랑 꽤 다르다는 점이었다.
왜 거기서 그게 궁금하지…….
“뱀장어를 쓴다네.”
“뱀장어?”
“그래. 남미에서 들여온 뱀장어는 출력이 아주 좋다네. 쌩쌩하게 밥 잘 먹여 둔 놈을 쓰면, 전기가 잘 통해.”
“오호.”
솔깃해하지 말라고.
그거 진짜 본격적으로 사람 튀기겠다는 거잖아!
“이런 미개한…….”
다행인 것은 여기 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토마스 박사가 결연한 얼굴로 나섰다.
“미개하다고 했소?”
전기 의사는 정당한 비난에 발끈했다.
토마스 박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미개하지. 어디 뱀장어 같은 비과학적인 물건을 쓴단 말인가. 기절시키는 거라면 내 방법이 더 좋네.”
내가 보기에는 그냥 다 똑같은 새끼들이었다.
기절이 포인트가 아닌데 거기 갑자기 꽂혀 가지고…….
“진동을 좀 더 큰 걸로 하면 기절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니, 아니지. 내가 많이 해 봐서 아는데, 피 많이 흘리면 기절은 무조건이오.”
이 새끼들이 갑자기 전부 기절에 대해 논하기 시작했다.
리스턴 박사는 지겨워졌는지 고개를 털었다.
“일단, 일단…… 다른 방도는 없나? 기절이라면 사실 때리면 되는데, 뭐 그리 말이 많나?”
그리곤 이 쓸모없는 토의를 중단시켰다.
상당히 위압적인 주먹을 앞세워서였는데, 때려서 기절시킨다는 말이 지금보다 더 설득력을 얻기란 어려운 일일 거 같았다.
“자…… 사실 머리가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발상을 제일 처음 한 것이 닥터 피영이 아닌가. 뭔가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 수도 있지 싶은데.”
“아…….”
“하긴.”
“도전적인 의사야.”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데. 역시 전기를…….”
리스턴 박사는 놀랍게도 그 후 발언권을 내게 넘겨주었다.
미친 전기 의사 놈이 살짝 반발했지만 의미는 없었다.
‘음.’
그렇지 않아도 머리는 굴리고 있었다.
사실 환상통이라는 게 치료가 그리 쉬운 게 아니지 않나?
약을 쓴다고 좋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약을 쓰기는 하는데 그게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 내가 어떻게 아나.
당장 먹고 뒤지래도 진통제 하나 못 만들고 있는데.
‘내가 본 치료 중에 제일 신기했던 건…… VR이었는데.’
현대 의학의 화두 중 하나가 바로 디지털 치료제였다.
말 그대로 약이 아니라 디지털로 이루어진 치료제를 뜻하는데 종류는 어마어마하게 다양했다.
범위를 넓혀 본다면, 포X몬 고처럼 걷게 만들어서 각종 건강상의 유익을 얻게 하는 것도 일종의 디지털 치료제였다.
지금 내가 떠올린 건 그런 건 아니고, 본격적인 치료제긴 했다.
VR로 사라진 손을 구현해서, 머리의 착각을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하면 머리는 정말로 손이 있다고 착각을 강화하다가 이내 자기 뜻대로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착각을 철회한다는 것이었다.
다행인 것은 이게 이론으로만 남지 않고 실전에서 그대로 쓰였고 또 성과를 냈다는 점이었다.
‘근데 여긴 VR이 없는데…….’
손 모형을 만들어서 달아 보자고 할까.
근데 그건 움직이진 않잖아.
흐음…….
뭔가 착각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네, 교수님.”
내가 딱 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질문이 들어온 거다 보니, 생각나는 게 당장은 이것밖에 없었다.
“착각을 이용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무슨 말이지?”
“아예 손을 만들어 주는 거죠.”
“그게 가능하면 우리가 이러고 있겠나.”
리스턴은 내 말에 진짜 세상에서 제일 한심한 놈 보겠다는 얼굴이 되었다.
다른 놈들은 리스턴 보다도 나에 대한 신뢰가 적었기 때문에 나는 부리나케 말을 이어야만 했다.
“아니, 아니. 모형을 만들어서 달아 보는 거죠. 그럼 머리가 헷갈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근데 막상 움직이려고 하면 움직이진 않을 테니 머리가 깨달을 수 있을 거 같은데요.”
“흐음. 어떻게 생각하나?”
리스턴은 완전히 납득한 거 같은 얼굴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무턱대고 기절시켜 보자는 말보다는 그럴싸하다고 여겼다.
“전기를 흘려야지.”
“저는 그럴싸한 거 같습니다.”
“저도 어려운 일도 아닌데, 한번 해 봄 직해 보이는데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미친 전기 의사 말고는 리스턴과 동일한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정작 아이디어를 낸 내가 미심쩍은 상태라는 건데…….
‘그래도 해 봄 직해. 시간을 벌고, 찬찬히 더 생각을 해 보자.’
지금 이 미팅도 따지고 보면 의미가 있긴 하지 않나?
이 시기 머리 전문가라는 새끼들은 다 미친놈들이라는 걸 알았으니까.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일은 없을 터였다.
머리에 대한 증상이라면 뭐가 되었건!
‘거 존나게 고독하구만…….’
다 혼자 해야 한다니.
한숨이 살짝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