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71)
검은 머리 영국 의사-71화(71/505)
71화 결석 [2]
‘생각보다 쉽지는 않구만…….’
결석이라는 게 문제였다.
환자가 남자라는 것도 문제였고.
물론 문제라고 하기엔 원래 요로결석 유병률 자체가 남자한테서 훨씬 높기는 한데…….
“옛날 수술법 다 들고 왔어.”
하여간, 쉬이 답이 나오질 않아서 조지프, 앨프리드에게 책 좀 가져올 것을 부탁했다.
그사이 나는 일단 빈 종이에 근처 해부도를 그려 놓았다.
당연하지만, 기억력이 포토 메모리 수준은 아닌지라 시신 하나를 참고했다.
하복부 전체를 다 그린 건 아니고, 그냥 요도에서부터 방광까지만, 딱 요로결석이 생기는 부위만 그려 놓았다.
‘전립선…… 이게 문제네?’
환자 나이가 어떻게 되더라.
개 같은 병원이라 그런가 등록할 때 딱히 그런 정보를 받지도 않았다.
원래 성별과 나이 정도는 기본 중의 기본이지 않나.
가서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는데…….
“으, 으아아아아!”
옆 방에 있는 환자는 진짜 당장 죽기라도 할 것처럼 비명만 지르고 있었다.
아픈 질환이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저 정도인가 싶을 지경이었다.
엄살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와 보면 알겠지만 이 시대는 통증 참는 건 일도 아니니까.
독립운동 잘할 거 같은…… 그런 사람들이 넘쳐난달까?
‘저렇게까지 치료도 안 하고, 약도 안 주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경우가 없지…….’
세상에…….
대한민국에서 결석 환자가 왔는데 저렇게 깔아 둬?
총기 허가가 안 난 나라인 것을 감사하게 되지 않을까.
‘대충 30은 넘었어.’
액면가만 보면 40도 넘어 보이긴 했지만, 나이 들어 보이는 사람이 워낙에 많은 시대이지 않나.
리스턴 박사님은 40 정도가 아니라 아예 50도 넘어 보였다.
아무튼, 그렇다면 전립선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거란 얘기가 되었다.
“가져왔어.”
“여기. 아후, 책에서 냄새가 난다, 냄새가.”
전립선이라는 큰 산을 넘었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닌지라 고민을 하고 있었더니 조지프와 앨프리드가 다가왔다.
손에 책을 들고서였다.
냄새가 난다고 해서 보니까 진짜 살짝 썩어 있었다.
만들기도 거지 같이 만들어 놓고서는 보관도 거지 같이 하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안에 든 내용까지 죄 휘발되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곧 수술법 등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어우…….”
“이렇게까지…… 한다고?”
“아니…… 이건…… 이교도한테도 이렇게까지는 안 하겠다.”
수술법은 뭐라고 할까.
그래, 괴랄한 느낌을 잔뜩 주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이 시대의 의사를 꿈꾸고 있는, 그러니까 달리 말하면 고문관이 되려 하는 둘이 봐도 기겁할 만한 내용들이 가득했다.
“이걸 요도에 넣고 벌려서 돌을 뺀다 이거지……?”
쇠꼬챙이 같은 걸 요도에 넣는다는 발상부터가 끔찍한데, 그걸 하나도 아니고 두 개를 넣어서 낀 돌을 뺀다는 발상은 대체 어떤 새끼가 한 건지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젓가락질이라도 하는 놈들이라면 좀 나을 텐데, 그것도 아닌 놈들이 뭔 자신감으로 이런 짓을 할 생각을 했을까?
결과를 보니, 역시나 최악이었다.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손발이 창백해져서 죽은 이들이 있다고 하는데 이건 통증 때문일 공산이 컸다.
통증으로 인한 쇼크.
“되는 거야……? 평아 이걸 할 거야?”
조지프가 안 했으면 좋겠다는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솔직히 좀 기분이 나빴다.
내가 아무리 그래도 이런 걸 할 거 같단 말인가?
“아니, 미쳤냐.”
“그, 그치? 그렇지?”
“여기 봐라. 피 나서 죽은 사람도 있고…… 소변이 갑자기 아예 안 나오게 되었다는 사람도 있잖아.”
전자야 그냥 쇠꼬챙이 생긴 것만 봐도 피나게 생겼고…….
이 안이 얼마나 연약한데 거기를…….
후자는 아마 그렇게 난 상처가 낫는 과정에서 협착이 되면서 들러붙었을 터였다.
소변이 만들어지긴 하는데 안 나와서 사망에 이르렀다 이 말인데…….
‘와…… 시벌…….’
강제로 신부전을 만들어서 죽였다, 이 말이었다.
나는 팔뚝뿐만이 아니라 온몸에 돋아나기 시작한 소름을 쓸어내리면서 다음 챕터로 넘어갔다.
그러자 또다시 눈을 의심케 하는 그림이 나왔다.
“이거…… 이게 뭐야?”
“나도 몰라. 이게 대체 뭐야.”
조지프와 앨프리드 또한 눈을 비벼 댔다.
당연했다.
이걸 보고 멀쩡히 있으면 그건 사람이 아니었다.
적어도 의사는 하면 안 돼…….
‘아…… 직장으로 손을 넣어서…… 앞에 있는 돌을 만진다…… 이거로군.’
하지만 또 찬찬히 들여다보니까 이유가 있었다.
그것도 나름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시벌.
‘이렇게 돌을 앞으로 밀어내서…… 칼로 째서 뺀다고?’
돌을 촉진하기 위해 제일 가까운 거리로 접근한다 이 말이었다.
다만 좀 이해가 안 가는 건, 돌이 그만큼 클 수가 있는가였다.
“으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옆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그 비명을 듣고 있다 보니 어쩐지 이 수술이 더 합리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아니지. 생각해 보니까…… 어지간히 아파서는 안 올 거 아냐? 게다가 물 먹고 싸는 건 알고 있던데…… 아무리 그래도 안 나오니까 온 거고…… 흠.’
아마 21세기에 흔히 보던 것들보다는 훨씬 큰 돌이 있을 거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묘사를 보니 달걀 정도 되는 크기의 돌도 있어 보였다.
이런 미친.
이렇게 되면 내시경은 불가한데…….
‘아니,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게 있으면 방광경도 무리였다.
애초에 그런 걸 만들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지금 엑스레이가 있길 하나 뭐가 있나.
개뿔도 없는 상황이었다.
‘진짜로…… 저쪽에 맡겨야 하나?’
나도 모르게 아까 봤던 무리가 생각났다.
리스턴 박사도 거의 인간 백정이라지만 놈들은 진짜 대놓고 백정이었다.
사람 몸을 그런 식으로…….
성기를 반으로 쪼개면서 돌을 찾는다잖아.
사람이 사람한테 그래서는 안 되는 건데.
“가만…… 가만있자.”
“응? 나 가만히 있어.”
“뭔 소리야?”
나는 고개를 털고 정신을 차렸다.
이 망할 시대에서는 내가 나서지 않으면 거의 95% 이상의 확률로 환자가 잘못된다고 보면 되지 않겠나.
나라도 뭔가 해야 된다, 이 말이었다.
“일단 난 이 방법은 좋아 보였어.”
“응……?”
“이게……? 똥구멍에 손을 넣었잖아, 평아.”
그런 나를 두 친구는 걱정스럽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럴 만도 했다.
내가 봐도 이건 좀 야만적이거든.
자세한 언급이 있진 않은데, 아마 직장 파열로 여럿 죽었을 것이 뻔했다.
그게 아니더라고 항문 괄약근이 죄 망가지면서 남은 평생을 변실금에 시달려야 했을 테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러한 수술이 마취 없이 진행되었단 점이었다.
‘그만큼 아프단 얘기겠지?’
어지간히 아프지 않고서야 자기한테 이런 짓을 하겠다는데 눕겠어?
“일단 배를 열어야겠어.”
하여간 나는 요도 끝으로 뭔가 하겠다는 생각은 접었다.
방광경이라도 있으면 모르겠는데, 그걸 당장 만들 수는 없지 않겠나.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만들어 둬야겠지만 지금 옆에서 고통에 찬 비명을 한 시간 넘도록 쉬지도 않고 질러 대고 있는 저 환자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배를……?”
“그건 금긴데?”
“그렇다고 환자를 저대로 둬?”
“아니, 누가 두재? 그냥 넘겨.”
“그러니까. 너무 끔찍한 수술이잖아…….”
끔찍하게 할 생각도 없었다.
배를 연다는 게 이 시기에야 끔찍하겠지만, 사실 소독 잘만 하면 별 어려울 것도 없지 않나?
맨손도 아니고 장갑 끼고 할 거니까 훨씬 낫기는 할 터였다.
염화석회고 지랄이고 고무를 녹이진 못하더라고?
그러니 소독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이었다.
‘해부학적인 지식은 충분해. 다만…… 방광이 아니라 다른 곳에 돌이 있는 경우라면 이게 골 때리는 건데…… 아마 좁아지는 부위에 있기는 할 거야.’
내가 생각을 이어 나가는 사이에도 나머지 둘은 이러쿵저러쿵 말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너 그거 아냐?”
“네, 뭐요?”
주로 앨프리드가 주도하고 있었다.
나야 신입생이건 말건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의사지만 조지프는 그럴 수가 없지 않겠나.
나 덕에 이것저것 배우고 있다지만 이 시대에 대한 배경지식은 딸릴 수밖에 없었다.
“결석 수술에 대한 노래도 있어.”
“네에……? 노래요?”
“응. 프랑스 작곡가 놈이 수술받고 작곡을 했대. 어쩌다 들어 본 적 있는데, 나름 괜찮아.”
“진짜요?”
대개 쓸데없는 말만 하기 때문에 무시하고 있었는데, 이건 그냥 넘기기 어려웠다.
음악이 있다고?
아니, 그보다 수술을 받고 살아남았다고?
작곡가가 아니라 레슬링 선수셨나.
“응. 그렇다니까. 그 정도로…… 이 수술이 최악이야.”
“근데 왜 평이 이러고 있을까요?”
“고집 세잖아. 조선에서 귀하게 커서 그래, 이게.”
“아…… 뭐…… 그렇죠.”
비밀을 알고 있는 조지프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지랄 말고 넘기라 이 말이었다.
녀석에게는 아쉽게도 딱 이쯤에서 난 그럴싸한 방법을 떠올렸다.
‘좋아. 어차피 전립선에 낀 거야. 아니면 방광에 있을 거고. 좋아. 좋아! 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몸을 일으켰다.
끼이익.
그때 리스턴이 들어왔다.
“어? 환자 죽었나?”
뭔가 의사가 하기엔 살벌한 말을 하면서였다.
“네?”
“조용해서.”
“아. 아?”
그러고 보니까 환자가 조용해져 있었다.
기절을 했나 싶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럴 수가 있나?
해서 옆으로 달려가 보니, 방에 사람이 없었다.
“죽은 게 아니라 데리고 갔구만. 뭘 하고 있었길래 그것도 몰랐나?”
“데리고 가요?”
“결석 수술은 저쪽에서 한다니까. 자부심이 아주 대단해.”
“아. 안 되는데?”
“이미 끝났을 수도 있네.”
이 양반이 끝났다고 하니까 수술이 끝났단 말인지 아니면 환자 생이 끝났단 말인지 헷갈렸다.
문제가 있다면 두 개가 그리 다르게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수술이 끝났다면 아마 높은 확률로…….
“어어, 같이 가세!”
“아니, 우리도요?”
“너네 친구 아냐?”
“네네.”
나는 일단 달렸다.
어딘지도 모르지만 일단 달렸다.
뭔 자신감이냐고?
“아, 안 돼! 살려 줘!”
비명이 들려올 거라고 확신했거든.
아니나 다를까 병원 구석 쪽에서 비명이 들려오고 있었다.
쌩쌩한 거 보니까 아직 마취가 된 거 같진 않아 보였다.
덜커덕.
안으로 들어서자, 수술대 위에 올라가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는 환자가 눈에 들어왔다.
“뭐야?”
그리고 마침내 집도의를 만날 수 있었다.
닥터 케인.
그는 영화에 나오는 사람처럼 생겼더랬다.
주인공은 아니고, 무조건 악역이나 해야 할 거 같은 얼굴…….
그것도 호탕한 놈 말고 뒤에서 독약 먹이고 하여간 치사한 수작 부리는 놈…….
“아, 저는.”
“그거 우리 환자야.”
무서워서 뒤로 물러나려니 거대한 벽이 등에 닿았다.
리스턴 박사였다.
그는 실로 든든한 얼굴로 나 대신 나서 주었다.
“뭔 소리야, 결석인데.”
“자네가 하는 게…… 좋게 말해도 수술은 아니지 않나.”
“그거야말로 무슨 소리야!”
“고문이지.”
“마취하니까 아파하지 않는걸?”
“그럼 살인이라고 해 둘까? 뭐가 되었건 평이 나을 거 같군. 이 친구는 천재라고.”
좀 너무 나서 줘서 문제였다.
‘저기…… 댁 없을 때 마주치면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