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72)
검은 머리 영국 의사-72화(72/505)
72화 결석 [3]
환자의 눈이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음침한 암살자냐 아니면 대놓고 살인마냐…….
실제 두 사람은 의사고 나름 신념을 가지고 있으니 들으면 너무 억울하기야 하겠지만.
“환자분. 저를 믿으십쇼.”
거기에 내가 끼는 게 맞나 싶긴 했다.
이 사람이 보기에 나는 동양의 신비로운…… 뭐랄까.
주술사?
뭐라고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좋은 사람으로 보이긴 어려울 테니까.
“저, 저는.”
근데 그게 먹혔는지, 환자는 슬금슬금 내 쪽으로 왔다.
하긴 그럴 만도 한 상황이긴 했다.
저 도구들을 보라지.
미친놈들이.
살인 기구도 저렇게는 안 만들겠다.
게다가 재갈은 왜 물리려는 거야?
마취할 건데.
“저는 이쪽이…….”
환자는 내게 다가왔다.
암살자 아니, 닥터 케인은 당황한 얼굴이었다.
“리스턴도 아니고, 그리로 간다고? 이봐요! 거긴 초짜라고!”
“그, 그래도 전 이쪽이 믿음이 갑니다…….”
“뭔…… 이게 뭔 상황이야?”
뭔 상황이긴.
얼굴을 봐라.
넌…….
아무리 봐도 살인자라고.
난 좀 수상쩍은 느낌일 거고.
사실 동양인에 대한 편견을 걷어 내고 보면 인상 꽤 좋은 편일걸?
“이쪽으로.”
“아, 네.”
“교수님, 가시죠!”
“어…… 그러지.”
리스턴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생각과 함께, 나와 함께 본인 수술방으로 향했다.
환자 입장에서만 보면 고문실 장소만 바꾼 느낌이긴 할 터였다.
여기도 솔직히 말하면 뭐, 다를 게 없거든.
게다가 말이 방이지 여긴 약간 오픈되어 있었다.
결석 수술은 너무 고통스러운 데다가, 좀 부끄러운 수술이다 보니 가려 놓았지만 이 시대 절단 수술은 오히려 남들에게 보일 만한 수술이어서 그랬다.
대개 광장에서 하고 있었으니 말 다 한 셈이었다.
“여긴…….”
환자는 경악스러운 얼굴로 수술방 뒤로 펼쳐진…… 강의실 비슷한 공간을 돌아보고 있었다.
‘미친…….’
아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위 리스턴 사단이라고 분류되는 인원 말고는 들어와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문제라면 리스턴 사단만 해도 열 명이 넘는다는 점이었다.
애초에 절단술 하면 리스턴 박사였기에 인기가 아주 많았고, 최근엔 마취제다 뭐다 하면서 더더욱 핫한 사람이 되었다.
때문에…… 안에는 콜린을 비롯한 몇몇 학생들이 들어와 있었다.
“여기서…… 아까처럼 그렇게 있어야 하나…… 요?”
환자는 더없이 찜찜하다는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아까 취했던 포즈가 포즈인지라 그랬다.
일단 팬티까지 다 벗어야 했고, 그 상태로 다리를 머리 쪽으로 한껏 끌어 올려야만 했다.
고문 기구처럼 보였던 것이 사람 다리를 묶어 두는 용도였다.
실제로 고문 기구 맞기는 했다.
마취를 해도…… 그 상태로 수술이 좀 지연이 되면 아마 허리나 다리가 엄청 아프긴 할 테니까.
“아, 아뇨. 그냥 누우면 됩니다.”
물론 나는 그렇게 할 생각이 없었다.
예상되는, 그러니까 결석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지점은 방광 또는 그 입구 근처일 테니까.
거기로 접근하는 데에는 딱히 그렇게 흉한 모습을 취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배를 좀 째야 할 텐데…….
덜커덕.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문이 열리고 케인 일행이 들어왔다.
“어어.”
환자가 발작하자, 케인이 손사래를 쳤다.
“방해할 생각은 없으니, 안심하십쇼. 그냥 이 돌팔이가 어떻게 수술하는지 보려고 온 거예요. 사고 칠 거 같으면 나설 생각도 있고. 그 정도는 괜찮겠지, 설마.”
“아…… 네.”
케인은 진정으로 환자를 걱정하는 투로 말했다.
놀랍게도 그게 사실일 가능성이 있었다.
이 시기 의사들이 좀 잔인해서 그렇지 진심은 있거든.
물론 나는 사고 칠 생각이 없기도 하거니와, 설령 사고를 치더라도 이 새끼들보다는 훨씬 인도적인 사고일 터였기에 대꾸하지 않았다.
“이봐, 자세를 그렇게 할 셈인가?”
하지 않으려고 했다.
자꾸 묻지만 않으면.
“네.”
허나 대놓고 묻는데 씹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석이 어디에 생기는 건지도 모르나? 그렇게 하면 대체 어디를 째려고?”
어디를 째건 성기를 쨀 생각은 없습니다, 선생님.
세상에서 제일 잔인한 수술…… 아니, 고문을 자행하고 있는 놈이 저딴 말을 하고 있다니.
기가 찼지만 같은 이유로 답을 안 할 수는 없었다.
누웠다 깼는데 아까 그 고문실 천장이 눈에 들어오면 어쩌나.
얼굴만 봐도 무섭잖아.
“배입니다. 정확히는 여기.”
해서 나는 세로로 배를 가리켰다.
배꼽에서 서혜부 바로 위, 그러니까 털이 나기 시작하는 부위까지를 쨀 생각이었다.
그러자 케인이 비웃음을 넘어 한탄을 내뱉었다.
“미쳤나! 배를 짼다고? 배는…… 배는 째면 안 되는 곳이야!”
신념이 담겨 있었다.
나는 일단 우리 환자가 듣고 발작할까 봐 가스를 틀었다.
쉬이익.
요란한 소리와 함께 뭐라고 하려던 환자가 잠들었다.
“아, 끄으으.”
효과가 좋았다.
절단술을 거듭하면서 동시에 최적의 용량을 찾아가고 있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리스턴 박사조차 이게 뭔 짓인가 했지만 오직 나만은 체중에 따라 용량을 변경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고, 그래서 기록도 해 놔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좋아.”
“미친놈이! 그냥 재웠어?”
미친 사람한테 미친놈이라는 소리 듣는 게 어떤 기분인 줄 아는가?
개 같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무서웠다.
“이제 소독해야 하니까…… 조용히 하시죠. 누가 집도하는데 떠들어?”
하지만 내 곁엔 리스턴이 있지.
조지프와 앨프리드도 있고.
게다가 수술방 예의라는 걸 가르쳐야 하지 않겠나?
시끄럽게 하다가 실수라도 하면 어쩌려고?
“무슨…… 뭔 소리야? 광장에서 하는 놈들이.”
물론 케인은 이해가 가지 않는단 얼굴이었다.
생각해 보니까 그럴 만하긴 했다.
조용히는 개뿔…….
요새는 보니까 광장에서 감튀도 팔던데.
수술장에서 감튀라니…….
“하여간, 조용히 하세요. 조지프. 염화석회 들고 와.”
난 신경을 끄라고 하고, 조지프를 불렀다.
그러자 조지프가 예전에 연습했던 대로, 그러니까 시신에 대고 연습했던 것처럼 염화석회를 들고 와서 배에 부었다.
벅.
벅.
난 그렇게 부어진 염화석회에 거즈를 적셔다가 박박 문질러 닦았다.
장갑을 끼고 있었기 때문에 내 손은 괜찮았다.
“야, 이거 괜찮냐?”
대신 환자 배는 벌게지고 있었다.
손바닥보다는 아무래도 배 피부가 좀 더 연약할 테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 이상의 손상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다 해 봤다고, 이거.
“괜찮아. 소독이 더 중요해.”
“이 사람은 시신도 아니고, 뭣도 아닌데……?”
“일단 좀 닦을래?”
“어? 어어.”
조지프는 투덜거리면서도 일단 내가 시키는 대로 닦았다.
좀만 더 세게 하면 피부가 벗겨졌을 거 같단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닦아 낸 다음은 우리 차례였다.
수술에 들어올 인원은 나, 조지프 그리고 앨프리드였다.
리스턴은 이 끔찍한 수술은 수술이 아니라고 공언했기 때문에 옆만 지켰다.
더군다나 내가 배를 짼다고 한 후로는 조금 더 멀어져 있었다.
같은 편이니까 말은 안 하고 있어도, 이 시기 배 수술은 금기라서 그랬다.
벅벅.
많은 편견 속에 우리는 장갑 낀 채로 염화석회를 박박 문댔다.
‘이래 봐야…… 21세기에 하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생각해 보면 그때는 진짜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멸균에 신경 쓰지 않았나.
덕분에 수술장 감염은 거의 0%에 수렴하고 있었다.
발생했다면 의료 사고로 치부될 정도로 신경을 쓴단 얘기였다.
애초에 장갑부터 대다수의 드랩(Drape, 수술포)까지 죄 일회용인 데다가 모자에 마스크에 옷까지 싹 일회용, 멸균용을 썼으니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유난 떤단 얘기가 나올 만도 했다.
그에 비해 지금은…….
“뭐 이렇게 유난을 떠냐.”
“그러니까.”
형편없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애들은 불만이 많았다.
나는 인마 솔로 닦았는데.
베타딘으로!
그것도 맨손을!
그 위에 어차피 장갑도 낄 건데!
“조용. 나 이제 칼 들었어.”
“어, 어어.”
“어, 그래. 근데 나 선배야.”
“내가 말했지? 해부할 때나 수술할 때나 칼 든 사람이 우선이라고.”
“어…… 그렇지.”
“그래, 맞지. 알았어.”
물론 이 둘에게 나는 이미 반쯤 스승이라 어지간한 불만은 씹어 먹을 수 있었다.
지이이익.
덕분에 나는 조지프에게 배를 당기라고 하고 칼로 그 가운데를 쨀 수 있었다.
에피네프린(Epinephrine, 호르몬 및 신경 전달 물질)과 같은 물질이 있다면 미리 그것도 피부에 찌르고 쨀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먹고 뒤질래도 없었다.
“피.”
혈관 수축제 없이 그냥 째면 피부에서조차 피가 꽤 나온다는 사실을 나는 여기 와서 알았다.
그전에는 한 번도 그렇게 짼 적이 없었거든.
“어.”
하여간 앨프리드가 거즈로 피를 닦았다.
삶기는 했는데 저거 얼마나 깨끗하려나 싶었다.
아무튼, 원래 같았으면 보비(Bovie), 즉 전기칼로 째기 시작할 타이밍에서도 칼로 쨌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피가 나니까.
원래는 이게 탁탁 타면서 그냥 들어가면 되는데…….
“좋아, 열렸어. 이거 걸어.”
“어.”
“응.”
그렇다 해도 나는 배 여는 데 있어서 베테랑을 넘어 대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덕분에 복막 안쪽 장기에는 전혀 손상을 주지 않고 복막까지 쭉 쨀 수 있었다.
“오…….”
“허어.”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리스턴과 케인 등이 다가와 있었다.
마스크도 안 끼고…….
‘미친놈들아.’
저 숨결에 대체 얼마나 많은 균이 있을까.
“근데 이 인간은 왜 마스크를 끼지?”
“냄새도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네.”
“예민하구만.”
“그렇구만.”
그런 주제에 나를 예민하다고 매도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나도 벗으라고는 하지 않았으니까.
“오케이. 이게 방광이야.”
아무튼, 나는 어지럽게 놓인 장들 곁에 방광을 확인했다.
여태 소변을 제대로 못 본 데다가 물은 꾸준히 먹었기 때문에 빵빵한 상황이었다.
잘된 일이었다.
사실 이거 찾는 것도 일이거든.
“이걸로 당겨.”
“어…… 응. 괜찮나?”
나는 갈고리로 방광을 살짝 꿰서 조지프에게 주었다.
그게 좀 끔찍해 보였는지 인상을 썼다.
절단은 잘도 보조하면서…….
‘원래는 실로 꿸 텐데…… 여기는 명주실밖에 없어서. 최대한 노출을 피해야 해.’
실 자체가 더러울 수도 있고,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지 않겠나.
어차피 짼 곳은 꿰매야 하겠지만 그걸 고려해서 정말 짧게 째고 들어온 마당이었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잘 안 보였다.
그 와중에 방광이 차 있었던 것은 어찌 보면 운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고 뭐, 안 보이더라도 찾을 자신은 있었지만.
“와.”
하여간 나는 방광을 최대한 당긴 후, 칼로 쨌다.
안에 소변이 차 있을 테니, 다른 통을 대고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막 나오는데, 중간에 뭐가 보였다.
“왜? 와.”
“와…… 이런 미친.”
돌이었다.
달걀만 한 돌이 방광에 있었다.
거의 뭐 틀어박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런 게 있었으니 아프지.
“뺄게.”
“어, 어.”
난 무심한 얼굴로 결석을 뺐다.
속으론 이 수술이 끝나고 대체 얼마나 잘난 척을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