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90)
검은 머리 영국 의사-90화(90/505)
90화 항생제……? [1]
“이걸 사람한테…… 먹으라고……?”
킬리언은 정말 해도 너무한다는 얼굴을 하고서 나를 바라보았다.
나?
나는 당연히 억울했다.
‘이게…… 균을 죽인다는 건 지난 몇 시간 동안 확인했어.’
저녁이 다 되어서 집에 간 데다가 선배 상태도 좀 봐 주고, 빵 수거하고 자라난 세균도 조지고 와서 그런가. 12시가 넘어 있었다.
원래 이런 시간에 다니면 안 되는데 나는 리스턴 박사님의 자신이 엄마 다리 자른 공으로 인해 경찰에게 받는 특혜를 이어받는 몸이다 보니 괜찮았다.
하여간…….
최선을 다했다는 뜻이었다.
그렇긴 한데, 문제가 있긴 했다.
‘근데 수은도 거따 부으면 균이 죽기는 하겠지……?’
우뭇가사리 배지와 사람 몸속이 같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더 이상 과학자가 아니지 않을까?
그냥 상식선에서 생각해도 그건 아니다 싶을 터였다.
근데 19세기엔 그렇게 했지.
‘나도…… 똑같은 짓을 하려는 걸 수도 있지.’
하아.
나는 한숨을 한번 쉬고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정작 눈에 들어온 것은 하늘이 아니라 우중충한 색의, 그나마도 때가 찬 천장이었다.
그나마 불이 어두워서 망정이지 밝았으면 더 우울했을 거 같았다.
‘수은에 처박히는 거보단 이게 낫지.’
나는 다시 한번 한숨을 쉬고는 컵을 들이밀었다.
안에는 나름 최선을 다해 긁어낸 푸른곰팡이가 들어 있었다.
그냥 이렇게만 먹이는 건 좀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물을 붓기도 애매했다.
물 부었다가 삼투압 현상으로 망가져서 약효가 떨어지면 어떡해.
그럼 이 사람은 그냥 이상한 푸른 물 먹은 거잖아.
“이걸 사람한테…… 네가 사람이야?”
그러니까 내 딴에는 어마어마한 배려를 하고 있다는 건데, 킬리언은 그런 내 마음을 몰라주고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솔직히 무서웠을 텐데.
지금은 괜찮았다.
무섭겠냐?
아까 똥오줌 갈기면서 엉엉 우는 거 봤는데.
오히려 날 불편하게 하는 건 여전히 킬리언에게서 은은하게 풍겨 오는 똥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옆에서 쌔근쌔근 자고 있는 환자들도 거슬렸고.
정말이지 청결이니 위생이니 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놈들이었다.
“먹어, 그냥.”
하여간 나는 리스턴이 빙의라도 한 것처럼 우악스럽게 장갑 낀 손으로 킬리언의 입을 강제로 벌린 후 컵에 담긴 푸른곰팡이를 욱여넣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잘하는 짓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용량도 모르고 그냥 붓는 거잖아?
물론 과용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긴 했다.
우리가 알약으로 먹는, 그러니까 현대적인 의미의 약은 이러한 자연 추출물에서 불순물은 제거하고 필요한 성분만 모으고 모아서 만들어 낸…… 현대 과학의 정수거든.
막말로 건강 기능 상품에서 광고하는 성분 그거 자연 상태에서 먹으려면 매끼 그것만 먹어야 될 수도 있다구.
“읍…… 으읍!”
그런 생각과는 별개로 나는 환자의 입에 푸른곰팡이를 박아 넣고는 입을 틀어막았다.
죽기 싫으면 삼켜야만 했다.
계속 버티면 숨 막혀 죽어.
“으…… 으!”
나는 그렇게 입을 막은 채 킬리언의 목울대를 살피고 있다가, 위아래로 꼴딱거리는 걸 보고 나서야 풀어 주었다.
“어떻게…… 어떻게……!”
킬리언은 그런 나를 무슨 괴물 보듯 바라보았다.
나 참.
무슨 소아 환자 진료도 아니고, 사람 살리려고 하는데 이런 오해를 받나.
화가 나는 것보다도 그냥 어이가 없었다.
시대의 한계라고 생각하니 어이가 없다는 생각도 점차 흐려졌다.
‘아, 똥 냄새.’
아니, 그런 거보다는 그냥 킬리언한테서 나는 냄새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다그닥.
다그닥.
또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생각해 보니까 진짜 불쌍한 놈이었다.
매독 치료한답시고 염화수은 먹고 똥 싸고, 수은에 빠지고 토하고…….
그 후에는 정체 모를 곰팡이를 먹고…….
‘아니, 가만. 근데 이 새끼 잘못하긴 했지……?’
그러다가 얘가 왜 이렇게 됐더라를 생각해 보니, 애꿎은 부녀자들을 건드렸단 기억이 났다.
대체 몇이나 당한 걸까?
처음엔 그냥 몰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닌 거 같기도 했다.
찾아보니까, 비너스와 하룻밤을 함께하고 수은과 일평생을 함께한다는 말까지 있더만.
‘음. 이런 게 인벌인가?’
하늘이 벌을 내리지 않으니 사람이 대신해서 벌을 내린다…….
나는 가만히 낮에 보았던 제멜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세상에 그 인자한 얼굴로 사람을 차근차근 담그는 광경이라니.
‘개무섭잖어…….’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집이었다.
자기 전에 일단 앨프리드에게 들렸다.
여전히 선배는 괜찮았다.
‘잘 자네.’
수술을 진짜 잘했나 보다.
통증도 제대로 못 느끼는 거 같어.
역시…… 나는 천재가 아닐까?
말이 쉬워서 충수돌기 절제술이지, 이게 막상 직접 하려고 하면 쉽지 않거든.
근데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이 정도까지 해내다니.
후후후후.
“야, 뭔 꿈을 꿨길래 밤새 웃냐?”
“몰라도 된단다.”
아침에 확인한 앨프리드도 괜찮았다.
“잘 다녀와. 나 근데 배고픈데 아직도 밥 먹으면 안 돼?”
“방구 나오면, 그때 수프만 먹어요.”
“어…… 그래. 고기는?”
“고기는 열흘 정도만 참자.”
“아…….”
오늘은 제법 인사도 할 정도였다.
저 정도면 이제 와서 뭔가 잘못될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염증이 번지고 있었다면 벌써 번졌을 거야.
꿰매 놓은 곳이 붉은 게 좀 그렇긴 한데…….
흉터가 좀 세게 남을 뿐, 대세에 지장이 있을 거 같진 않았다.
“으음…….”
병원에 가서 킬리언을 보자, 바로 신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킬리언이 내 얼굴을 보자마자 경기를 해서 그랬다.
그러다 내 손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안정을 되찾았다.
‘어차피…… 매독 치료는 페니실린 G 1회 접종이지.’
매독은 16세기 유럽으로 전파된 이래 내내 인류를 괴롭혀 온 어마어마한 병이었다.
공포의 대상이었고, 혹자는 신의 징벌이라고도 했다.
20세기 인류가 에이즈를 보고 신의 징벌이라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뭔가 성병이라서 그런가, 그런 말이 나돌았어.
허나 그랬던 것이 무색할 만큼 페니실린의 등장과 함께 매독은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니었다.
감염병 차원에서만 보면 진짜 아무것도 아닌 병이야, 이거.
“아무것도 안 줄 거예요. 손이나 봐 봐.”
“어…… 네네.”
당연하게도 나는 한 3일 이상은 관찰만 할 생각이었다.
물론 이번 곰팡이가 효과가 없다면 또 수은탕 신세를 져야겠지만…….
‘인벌…….’
똥오줌 갈겨 대던 모습 못지않게 이놈이 저질렀던 잘못을 생각해 보니 뭐…….
그렇게까지 끔찍한 형벌 같아 보이진 않았다.
다시 말하면 이런 치료를 다른 사람도 받아야 한다는 거잖아.
시벌놈.
“손이나 봐 봐요.”
“손…… 이요?”
손에 구진이 옅어지는 것.
그리고 몸에 있는 발진 등이 사그라드는 것을 보면 매독 치료 여부를 알 수 있었다.
그런다고 해서 바로 전염력이 사라지는 건 아니긴 하지만…….
하여간 그걸 봐야 뭔가 알 수 있었다.
“봐 봐.”
“네네.”
해서 나는 킬리언의 손과 발 그리고 나머지 몸을 살폈다.
냄새가 여전히 나서 장갑을 낀 채였다.
‘솔직히 잘 모르겠네. 어쩌면 또 들어가야겠는데…….’
내가 뭐 21세기에서라도 매독을 봤으면 또 모르겠는데…….
나는 감염내과 의사가 아니라 외과 의사였단 말이지.
게다가 매독으로 대학 병원까지 오게 되는 경우가 그때는 흔하지도 않았고.
아까 말했듯이 주사 한 방이면 낫는 병이 되었는데 왜 오겠어?
물론 후기 매독, 그중에서도 중추신경계통을 침범한 이후라면 얘기가 좀 달라질 수 있을 텐데…….
그런 경우는 진짜로 드물 터였다.
‘다음에 수은 빠질 땐 따라가지 말아야지.’
간다고 해서 뭐 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못 볼 거만 보잖아?
게다가 이놈은 나쁜 놈이고?
의사가 할 만한 생각은 아니긴 한데…….
근묵자흑이라고 나도 어느새 19세기 의사 다 된 모양이었다.
미안해 나도 어쩔 수 없는 19세기 의사인가 봐.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이변이 발생한 것은 정확히 이틀 후였다.
“오, 오오.”
그날따라 앨프리드가 방귀를 애매한 시간에 뀌는 바람에 병원 출근이 늦었다.
아마 제때 왔다고 해도 강의 때문에 제시간에 가진 못했을 거 같기는 한데…….
아무튼, 내가 절단 병동에 들어가자마자 제멜의 감탄부터 들을 수 있었다.
‘왜 저래……?’
여긴 외과니까…….
저놈이 감탄할 만한 대상은 킬리언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설마.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런 생각과 함께 안으로 더 들어갔다.
“이것 좀 보게! 이번에 내가 루틴을 좀 바꿔 보지 않았겠나?”
제멜은 감격한 얼굴로 서 있었다.
어리둥절한 얼굴의 아니, 솔직히 말하면 공포심 가득한 얼굴의 킬리언 손을 꾹 잡고서였다.
그렇다 보니 손이 눈에 툭 들어왔는데, 확실히 어제와도 달랐다.
‘깨끗해…… 이 새끼들 설마?’
제멜은 그 손을 가리키며 계속해서 외쳤다.
“염화수은과 수은. 이거 두 개를 동시에 쓰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다른 의사들이 내게 뭐라고 했었지! 특히 매독 주로 보는 놈들이 말이야! 300년 동안 똑같은 치료나 하던 놈들 주제에!”
그는 거의 무슨 연극이라도 하는 것처럼 격양된 얼굴이었다.
현대극보다는 그리스 연극이라도 하는 거 같았다.
너무 과장됐어.
“하지만 내가 증명했네! 이걸 보게! 런던의 모두가 알아야 해! 이제 더 이상 매독은 두려운 병이 아니야! 염화수은과 수은! 이 두 개가 키야! 이 두 개를 한 번에 쓰면 돼!”
그리고 대사가 너무 잘못됐다.
그 두 개는…….
사람 아니라 어떤 짐승한테도 쓰면 안 돼…….
미나마타병이라고 들어 봤냐?
못 들어 봤겠지.
1956년에 일본에서 있었던 일이니까.
하여간, 중요한 건 수은 같은 중금속을 사람한테 쓰면 안 된다는 점이었다.
“오…… 오오.”
물론 이 인간들에게는 그런 상식이 처먹힐 턱이 없었다.
평소에는 시끄럽다고 절단 병동 근처에도 얼씬도 않던 블런델이 하필 지금 나타났다.
그냥 나타난 게 아니라 눈을 막 초롱초롱하게 빛내고 있었다.
“그게 정말인가? 염화수은과 수은 동시 요법이 효과가 있었나?”
“그렇다네. 나는 이걸 캘러멜 수은 요법이라고 부르기로 했어!”
그리곤 제멜과 짝짜꿍을 맞춰서 급발진을 하고 있었다.
‘안 돼…….’
내가 이 시대에 와서 비록 아직까지 해낸 일이 적지만 대개 긍정적인 방향이었지 않나?
헌데 내 푸른곰팡이가 캘러멜 수은 요법이라는 끔찍한 혼종을 발명하게 만들 줄이야?
이건 안 될 일이었다.
이건 안 돼.
“지금까지는 실패했었네. 하지만 오늘 성공했어. 그날에 대한 기록 모두 검토하겠네. 그럼 변수가 나오겠지!”
심지어 지금까지는 내내 실패했다잖아.
안 돼, 이놈들아…….
“좋아. 뭔가 나오면 바로 공유해 주게! 저 망할 놈 때문에 생긴 환자가 한둘이 아니야!”
“나도 알고 있네. 최선을 다하겠네.”
최선 다하지 마.
노력하지 마.
그냥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