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ghter of the Elemental King RAW novel - Chapter (24)
제 21화 두번째 임무 (1)
돌아가는 길은 편했다.
날 귀찮게 하는 인어들도 없었고, 그로 인하여 침흘리며 덤벼드는 바다 몬스터도 없었다.
그와 더불어 내 임무도 사라지자 내가 할 일이라고는 자고, 먹고, 뒹굴거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 뿐이었다.
그래도 처음에는 난 정말 기특하게도 이 철철 넘치는 여유시간을 알차게 보내고자 서운하다는
해민이의 눈빛을 뒤로하고 씩씩하게 마법 책을 펼쳤다.
하.지.만, 내가 처음 부터 죽어라 책을 파는 공부벌레도 아니었고, 마법이란 학문의 매력에 푹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 물론 처음에는 마법을 배우고 하나 둘 내가 마법을 실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에는 흥미를 느끼기도 했지만, 점점 복잡해지고 골치 아파져 가는 마법이 이제는 의무
적으로 익혀야 하는, 마치 교과서처럼 생각되었던 것이다. – 마법사 지망생도 아니었으니, 지루한
수식과 딱딱한 설명이 빽빽하게 쓰여진 책을 매일 매일 하루 종일 붙들고 있을 리가 없었다.
‘아, 나는 내 자신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니까…’
그나마 첫날은 조금 성실히, 둘째 날은 비틀리는 온 몸을 겨우 겨우 다잡으면서 책을 붙들고
있었지만, 사흘째가 되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에잇, 이렇게 좋은 날씨에 선실에 틀어박혀서 책이나 파고 있다는 건 좋은 날씨와 젊은 내
혈기에 대한 실례얏!”
하고 소리치며 책을 탁 덮은 것 까지는 좋았는데, 이런 기운찬 내 행동에 어떠한 반응을 보여
주는 이는 없었다.
지금 선실에는 나 혼자 있었기 때문이다.
나만 빤히 쳐다보고 있는 해민이나, 비록 나에게 시선을 주고 있지는 않지만 신경쓰고 있다는
것이 분명한 듀비와 한 선실에 있자니 무지하게 신경 스여서 방해 된다는 핑계로 둘 다 내쫓았던
것이다.
덕분에 선실을 혼자 차지하게 되었긴 했지만, 이제 공부를 포기한 나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질
못했다.
차라리 해민이라도 있었으면 그 녀석 애원조의 시선에 못이기는 척 하며 같이 갑판에 나가 놀거나
할 수 있었을테지만, 아무도 없으니 누구에게 방해 받아 잠시 공부를 중단했다고 변명할 거리도
없지 않겠는가?
그래 나가지도 못하고 혼자 선실에서 뒹굴거리며 시간을 때웠던 나는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함과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선실을 나섰다.
갑판 위로 올라가려는데 마치 시장에 가까이 간 것 처럼 무척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오는 거였다.
어리둥절함과 호기심에 올라가보니 갑판 위에는 많은 이들에게 둘러쌓여 때아닌 격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상처가 심히 날 걸 걱정해서인지 무기를 들지 않은 맨손으로 서로를 상대하고 있었는데, 정말
어이 없게도 그 중 한 사람이 해민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많은 이들은 선원들과 호위 무사들, 거기에 마법사들과 레이언과 레이언
보좌관, 그리고 심지어 듀비까지 끼어 있는 거였다.
척 보아하니 바다 몬스터가 출연하지 않아 평호로운 날이 계속되자 지루해진 이들이 대련삼아
격투를 벌인 듯 했다.
여기에 구경꾼이 모여들고 내기라는 양념도 살짝 곁들어진 것 같지만…
그런데 여기에 나에게서 쫓겨나다시피 갑판으로 내몰린 듀비와 해민이가 어쩌다가 끼어들 게
된 듯 했다.
평소 너무 나에게만 붙어 있어 대인 관계에 조금 걱정이 되기까지 했던 그들이 다른 이들과도
어울리게 된 것 같아 안도감과 기쁨을 느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못했다.
물론 이런 감정은 내가 못되고 속이 좁아서 생긴 거였다.
듀비와 해민이는 내 공부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나에게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선실을 나섰다가
우연히 끼어든 것 뿐이고, 마법사들이나 레이언도 우연히 같이 구경하게 된 것 뿐일텐데 지금은
꼭 나만 빼놓고 저희들끼리만 놀려고 했던 것 처럼 느껴져 기분이 몹시 나빴던 것이다.
소위… 왕따된 기분이랄까?
머리로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는데도, 괜히 나 혼자 삐진 거다.
그러니까 괜히 사람들 눈을 피해 혼자서 궁상을 떨고 싶은 기분이었으나, 선실로 가면 완전히
음침해질 것 같아 다른 곳을 찾아 두리번 거리다가 딱 좋은 곳을 발견했다.
우리가 탄 배에는 중앙에 가장 큰 것고, 그 앞뒤로 약간 작은 두개의, 도합 세개의 돗대가 있었다.
가운데의 가장 큰 돗대 위에는 망을 보는 사람이 있어 그 곳은 피하고 가장 뒤의 돗대가 다른
사람들 눈에 띄이지 않고 좋을 것 같았다.
돗대에는 그물막이 쳐져 있어서 정령의 도움 없이도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었다.
가장 꼭대기 기둥은 아니고, 그 아래에 있는 굵은 기둥까지 올라가 걸터 앉자 멀리까지 바다와
하늘, 그리고 그 둘이 맞다은 수평선이 보이는 탁 트인 시야와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덕에
상쾌함과 함께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그런데 그 순간 이런 날 놀리기 위함인지 갑자기 커다란 함성과 웃음소리들이 터져나오는 거였다.
“우쒸…”
그 소리를 듣자 나는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나 빼고 저희들끼리만 노는 저들을 방해하고야 말겠다는 심술이 뭉클
뭉클 피어오르는 거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순전히 나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해서 생긴 감정이었다.
처음에는 저들이 있는 곳에 물벼락이라도 내릴까 했지만, 그랬다간 뒷감당이 안되었기에 나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엘라스트라, 실레스틴!!”
물가 봐름의 최상급(나이트급) 정령을 불러낸 나는 실레스틴에겐 돗단에바람의 힘을,
엘라스트라에게는 배의 하단에 물의 힘을 부여하게 했다.
한마디로 배의 속력을 높이게 했다는 거다.
갑자기 배의 속도가 빨라지면, 그에 따라 배도 많이 흔들릴테니 갑판 위에 있는 이들은 뭔가를
붙잡지 않으면 나뒹굴게 될 것이다.
‘흐흐흐… 무지 당황하겠지?’
하지만, 최상급 정령 둘이서 힘을 쓰는데도 불구하고 배의 속도는 아주 천천히 높아지는
거였다.
워낙 배가 크다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이랬다간 밑에 있는 사람들이 놀라 당황해서
갑판 위에 나둥그라지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이렇게 속도가 높아지는데도 갑판 위에서는 떠들썩한 소리가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들려와 내 속을 긁어놓는 거였다.
‘에잇~ 둘 다 힘 좀 써봐아~!!’
그래 나는 화가 나서 내 모든 힘을 개방해 두 정령들에게 보내버렸다.
그러자 돗단은 찢어질 듯이 부풀고, 돗대는 갑작스러운 강한 바람의 힘을 견디기가 힘겨운지
삐그덕 거렸다.
게다가 배를 둘러싼 바다가 마치 소용돌이처럼 요동치며 배를 앞으로 앞으로 강하게 밀어
붙이는 거였다.
그때부터 정말 배의 속력이 높아졌는데, 얼마나 빨라졌는지 마치 모터 보트처럼 바다 표면을
튕겨 날아오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거였다.
그런데 배가 한번 튕겨 오르자 돗대 위에 올라가 있던 나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와 나는 그만
잡고 있던 밧줄을 놓치고는 허공으로 튕겨 올랐다.
“우갸갸갸~~!!”
다급해서 하급 정령 아무나라도 부르려고 했지만, 하필 두 정령들에게 모든 힘을 부여해 주느라
정작 나에게는 하급 정령을 부를 힘조차 남아 있지않았다.
하기야, 돗대에서 튕겨 나간 것도 너무 갑작스런 힘을 사용해버려 몸이 지쳐버린 탓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돗대에서 튕겨 나가자마자 배가 두 최상급 정령 덕에 쏜 살 같이 앞으로
나아가버려 갑판 위에 떨어져 납작 오징어가 되는 대신 바다 위로 떨어질 수 있었다.
배의 속도가 너무 빨랐고, 내가 떨어진 곳이 배의 맨 뒤쪽에 있는 돗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떨어진다아~~ 합!”
바닷물을 먹지 않으려고 입을 딱 다물며 바닷물에 닿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몸을 웅크리는데
내가 떨어질 부근의 바닷물이 갑자기 날 받아주려는 양 부드럽게 벌어지면서 양쪽에서 두 줄기의
물줄기가 올라와 나를 받쳐주는 거였다.
덕분에 나는 거의 충격을 받지 않고 바다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들어가자마자 날 기다리고
있는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멍청하기는….] [아하하하…]하기야, 내가 아무리 물의 정령왕 딸이라지만 바다 스스로가 움직여서 날 받아줄 리가 없었다.
머쓱하게 웃는 날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는 이는 내 아버지 물의 정령왕 엘라임이었다.
[도대체 뭐 하는 짓이냐? 힘이 넘쳐난다고 해도 그렇게 허망하게 써버리다니… 에잉… 쯧쯧…아무리 나라고 해도 그렇게 막 쓰지는 않는다. 힘도 쓸 줄 모르다니…] [에? 제가 뭘 어쨌다구요?] [어쩌긴 뭘 어째. 힘이란 무조건 많다고 좋은게 아니다.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공급을 해줘야지
한꺼번에 다 쓰지도 못할 만큼 줘버린다면 그 힘은 그냥 허공에 흩어져버리고 만다. 게다가
네가 힘을 다 줘버리면 지금처럼 그 뒤에는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버리잖아?] [아… 뭐…]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건 생각도 못했다.
지금이야 한번 겪어봐서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럴 줄이야 몰랐죠 뭐… 설마… 거기서 떨어질 줄이야…] [그거야 네가 칠칠치 못해서 그런 거고, 다른 일이 생겼으면 어쩔 뻔 했어? 항상 만약이란 사태에대비하고 있어야지.] [아하하… 앞으로 조심할게요.] [당연히 그래야지. 그래서 말인데…] [왜, 왜요?]
아버지가 은근하게 말을 끌며 날 바라보자 나는 은근히 불안해졌다.
[너 목적지에 도착할 때 까지 내가 친히 교육을 시켜주마. 생각해보니까 내가 너에게 정령의힘을 사용하는 법은 가르친 것 같은데, 정령을 다루는 법은 안 가르쳤더라고. 네가 내 아들
답지 않게 띨띨하다는 걸 잠시 깜빡 한 거지.] [엥? 아니, 정령 다루는 법도 방법이 있나요?]
지금까지는 그냥 그들에게 내가 부탁을 하면 그들이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내 부탁을 들어주는
거라고 여겼다.
그러니, 정령을 다른 방법으로 다루는 방법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부탁하는 거에 방법이라는 게 있다는 것 자체가 웃긴 거 아닌가?
물론, 사람 사이에 부탁할때에는 어떤 사람에게는 진지한 모드, 어떤 이에게는 애교 모드 등등의
방법이 있기야 하겠지만서도…
그런데 내 말에 아버지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는 거였다.
[법이라… 으음…] [뭐, 뭐예요, 그 반응은?]선듯 대답을 못하고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 아버지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어리둥절 하기도
해서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더니만, 그게 아버지의 심기를 건드린 듯 했다.
[시끄러워. 덜떨어진 네 녀석에게 설명을 하려니 고민이 되니까 그런 거잖아.] [내, 내가 뭘요…]괜히 억울한 내가 항변하자 아버지가 날 노려봤다.
[뭣이라? 너 지금 나에게 반항 하냐? 나는 태어나자마자 다 할 줄 알았는데 네 놈은 하나도못하니까 덜떨어진 거 맞잖아?] [아니… 그게… 내 탓은… 아니잖아요…]
호기있게 주장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눈길에 쫄은 내 목소리는 끝으로 갈 수록 기어 들어갔다.
[쓰읍… 반항하냐? 그 동안 오냐오냐 해줬더니 이젠 맘 놓고 기어오른다 이거지?] [… 아뇨…]아버지의 눈길에 기가 팍 죽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자 아버지는 의기양양해진
눈빛이었다.
그런 거 가지고 기분 좋아하는 아버지가 이해가 안 되었지만..
[훗, 그러면 그렇지…]그 순간 항상 나를 감싸주는 이프리트의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히 구박하는 척 하기는…. 놀라서 제일 먼저 달려나온 주제에…] [뭣이라? 누가?]뜨끔한 표정으로 되묻는 아버지의 말을 받는 이는 의외로 다른 이였다.
[누구기는 누구야? 어떤 팔불출인 정령왕이지.] [네놈은 또 왜 온 거냐?]이프리트의 뒤를 이어 등장하는 실피드에게 아버지가 인상을 팍 쓰며 묻자 그에 대한 대답이
또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호호호, 네가 급하게 달려가길래 뭔 일인가 하고 궁금해서 왔지.] [아니, 네 녀석들은 도대체 왜 다 우르르 몰려온 거냐?]내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뉘집에 무슨 구경이라도 났는지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오는 두 정령왕 – 이프리트는
안 그러니까. – 이 엄청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