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ghter of the Elemental King RAW novel - Chapter (26)
제 21화 두번째 임무 (3)
내가 언제 남아도는 힘을 주체못해 쓸데없이 낭비를 했다고…
황당해하는 나에게 엘라임은 비교적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정령들은 각 등급별로 능력이 다른만큼 이 세상에서 활동할때 계약자에게 요구하는 마나의양이 달라진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정령들은 한번에 계약자에게서 받아들일 수 있는 마나에는
한계가 있지.] [에? 정말요?]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 거였다.
내 마법 스승인 노만에게서 받은 책에서도 그런 이야기는 안 나와 있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내가 불러낸 정령들도 내가 보내준 힘이 크던 작던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주지 않았던가 말이다.
그런 건 속으로만 생각했지만, 말하기도 전에 아버지가 내가 생각한 것을 눈치 챘는지
설명해줬다.
[정령들이 받아 들일 수 있는 한계를 넘어버린 힘은 그대로 허공으로 분산되고 만다. 정령자체가 안 받아들이게 되니까 말이지. 그렇기에 네가 모든 힘을 보내도 정령들에게는 전혀
부담이 안되는 거야. 단지 네가 쓸데없이 힘을 낭비하게 될 뿐이겠지만… 사실, 그것도 네가
힘이 너무 많아 주체를 못해서 그러는 거지 다른 존재들이라면 어림도 없을 거다. 드래곤쯤
되면 몰라도…] [아하하…]
내가 어색하게 웃어보이자 아버지가 가늘게 뜬 눈으로 날 바라봤다.
[칭찬이 아닌 거 알지? 뭐든 쓸데없이 낭비를 한다는 건 옳지 않다. 이건 네 엄마가 해준 말이지.나 역시 그렇게 생각해. 게다가 그렇게 힘만 보내준다고 해서 효율적인 것도 아니지.] [에…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요?] [그걸 지금부터 내가 친히 가르쳐주겠다는 거다.]
그러자 지금껏 가만히 아버지가 설명하도록 자신은 물러나있던 실피드도 끼어들었다.
[물론, 나도 같이 거들어주마.] [네 놈은 왜 끼어들어?]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아버지가 아니었기에 한마디 했지만, 실피드는 당당했다.
[지금까지 설명한 걸 도와준게 누군데 그래? 게다가 너 보다는 내가 경험이 많으니 내가훨씬 더 도움이 될 걸?] [그건 맞다.]
노아스까지 끼어들고 이프리트까지 동감한다는 표정이자 아버지 혼자 고집 부리기도 뭐했던
모양이다.
[흥, 맘대로 해라.]그렇게 해서 나는 그날부터 두 정령왕이 구경하는 가운데 두 정령왕의 코치를 받으며 정령들을
다루는 연습을 해야 했다.
[그래, 보아하니 너는 빨리 돌아가고 싶은 모양인데 잘 되었네. 쓸데없이 엉뚱한데 힘을 쏟는것 보다 그걸로 연습하는게 났겠다.]
그렇게 말하며 실피드가 시킨 일은 바람의 정령과 물의 정령을 불러내어 배를 미는 일이었다.
뭔가 거창한 일, 이를테면 큰 파도를 만들었다가 그걸 가른다던가 하는 걸 기대한 내가 황당해
하자 단순한 일일 수록 경험이 없는 내가 좀 더 쉽게 정령들에게 보내는 힘 조절이라던가 컨트롤을
연습하기에 좋을 거라고 설명해주는 거였다.
뭐, 그건 확실하게 맞는 말이었지만, 사실 그들이 시키는 일이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좀 의아스러울 뿐이었다.
어차피 이런데 신경쓰지 않아도 내가 힘을 보내주면 정령들이 알아서 자기네들이 힘을 받아
내 부탁을 들어준데다가 그렇게 하다가 문제가 생긴 적도 없어 별로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뭐, 아버지의 말대로 힘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라면 단지 정령들이 일순간에 내 힘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가만 알면 되는 거 아닌가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 뭔 힘이 있겠는가?
두 정령왕이 이래라 하면 얌전히 따를 수 밖에…
덕분에 더 이상은 선실에서 지루하게 마법책을 파고 있지도 않아도 되고, 심심함에 몸을 비틀지
않아도 되어 좋기는 했다.
게다가 항해의 속도도 엄청 빨라졌고 말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갈 때의 딱 절반의 기간에 라센 국의 그레이험 항구에 도착할 수 있는 쾌거를
이룩할 수 있었다.
‘그게 다 내 덕이란 말씀 캬캬캬~~’
그때문인지, 마법으로 연락을 받고 우리가 도착할때쯔음 마중나온 크리스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동료들을 만났다는 기쁨 보다는 얼떨떨함이 가득 차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제대로 갔다 오기나 한 거야?”
“아하하, 물론이지. 날 못 믿는 거냐?”
그런 크리스의 얼굴이 재미있다는 듯 레이언이 크게 웃으며 답하자 크리스는 더욱 더 아리송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평소 크리스가 레이언을 제대로 못한다고 많이 구박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그를 많이
믿고 있었기에 이번에도 그를 믿고 싶어했지만, 믿을 수 없는 시기에 우리가 도착했으니 믿기
어려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해 어찌할바를 몰라했다.
평소 냉정 침착한 크리스가 그의 포커페이스를 잃고 당황하는 모습이 무지 재미있게 느껴져
레이언 뒤를 따라가는 나는 숨죽여 킥킥 웃었다.
그런데, 이러한 재미를 느낀 건 나뿐만이 아닌 듯 레이언도 크리스가 자꾸 어떻게 된 영문이냐고
묻는데도 웃기만 할 뿐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는 거였다.
그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이렇게 일찍 도착하게 된 이유를 아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어지간히도 크리스의 포커 페이스를 무너뜨리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평소에는 그에게서 빈틈을 찾기 어려우니 이번 기회에 말은 안 했지만, 모두 한마음이
되어 그를 놀리고 있는 듯 했다.
뭐, 나도 그들과 조금도 다를 게 없었지만 말이다.
크리스는 아마도 사무실에 돌아가서야 레이언의 설명을 들을 수 있을 것이었다.
거기서도 레이언이 크리스를 조금 더 놀릴 수도 있을 거다.
‘크리스의 차가운 분노를 뒤에 감당할 수만 있다면 말야. 쿡쿡쿡…’
그 자리에 같이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나는 아직 이 상회의 행정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했다.
사무요직에 있는 사람들이 먼저 떠나고 나를 비롯한 경호 담당팀은 일꾼들이 배의 짐을 준비된
짐마차에 모두 다 옮겨 실을 때 까지 버티고 있어야 했던 것이다.
거기에다 더해 창고까지 이동한 후 거기서 다시 옮길때도 옆에서 지켜줘야 했기에 우리가 일을
끝냈을 때에는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그때까지 저녁도 못먹고 계속 경비를 서고 있었던 우리는 그제야 숙소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는 한편,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저녁을 못 먹는다는 사실에 절망해야 했다.
우리가 짐을 옮긴 창고는 성내 항구 근처에 있었고, 우리의 숙소는 성 바깥에 있었으니 도착
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던 것이다.
“아아… 배고프다…”
한 무사의 서글픈 중얼거림을 다른 무사가 받았다.
“나도…”
“언제 가서 언제 저녁 먹냐?”
다른 무사의 기운 없는 질문에 또 다른 무사가 위로한답시고 입을 열었다.
“그래도 저번 보다는 나아. 저번에는 한밤중에 일이 끝나가지고 딱딱한 빵과 치즈로 저녁을
대충 때우고 자야 했잖아.”
“말하지 마. 그때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얼마나 억울했는데…”
“아아… 따끈따끈한 스튜가 눈 앞에서 아른거린다아…”
비록 그들과 대화를 하지는 않았지만, 옆에서 듣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갔다.
나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게 무지 배가 고팠던 것이다.
“배고파….”
내가 힘 없이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잭슨이 내 말을 받았다.
“말하지마. 그럼 더 배고파…”
“젠장, 치사한 마법사들… 저희들 먼저 가고…”
그랬다.
마법사들은 사무 요원들과 같이 자리를 떴던 것이다.
뭐, 그들이 사무실로 직행한 건 아니라 체력이 떨어진다는 이유 하나로 상회에서 따로 나온
마법사들과 교대하고는 저희들끼리 쉬러 갔던 것이다.
치사하게 이왕 교대시켜줄 거면 무사들도 같이 교대시켜주지 어떻게 마법사들만 골라서
교대시키는 건지 모르겠다.
배 타고 오면서 할 일 없이 빈둥댔지 않냐고 따진다면 할 말은 없지만 – 너무 빨리 오는 탓인지
아니면 주위에 네 정령왕이 떡 버티고 있어서 그런지 우리는 오는 동안 단 한번도 몬스터의
공격을 받은 적이 없었다. – 그렇게 치면 마법사들도 빈둥댔는데 말이다.
그놈의 체력이 좀 약하다고…
‘에휴… 누구는 체력이 약해서 좋겠다…’
그렇게 속으로 푸념을 하는 그 순간이었다.
창고 책임자와 이야기를 하러 간 머튼이 돌아와서는 우리를 향해 외치는 것이다.
“자, 좋은 소식이다. 상회에서 너희들을 위하여 식당을 하나 전세냈단다. 비용은 전체 상회에서
담당하기로 했으니 원하는 만큼 먹고 마시도록!”
“우와아아~~!!”
머튼의 말이 끝나자마자 무리는 창고가 무너져라 함성을 질러댔다.
머튼이 우리를 이끌고 도착한 곳은 식당 겸 주점인 곳이었는데 전세를 낸 탓인지 사람은 한명도
없고 단지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 부부와 몇몇의 종업원들이 분주히 탁자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식기들을 놓고 있다가 우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황급히 와서 맞았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곳은 비록 시내 중심에 있는 고급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중상쯤이라고 생각 될 만큼 넓고
깨끗한 곳이었다.
무엇보다도 탁자 사이를 돌아다니는 종업원이 5명이나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우리가 채 탁자에 앉기도 전에 주방에서는 미리 준비된 듯한 커다란 맥주통과 간단한 전채 요리가
날라져 오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원하시는 요리가 있으셨을텐데 아무래도 배들이 고프실 듯 해서 저희가 주문도
받지 않고 알아서 준비했습니다. 그래도 저희 식당에서 자신있는 것들을 준비했으니 너그러이
봐주십시오.”
중년 남자가 우리를 향해 사과를 했지만, 그의 말을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딱 한사람 머튼만이 그에게 다가가 괜찮으니 음식이나 내오라고 했을 뿐이었다.
‘역시나…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니까.’
각각의 탁자에 커다란 맥주통과 컵, 그리고 간단한 전체 요리가 놓여지자 그 후에는 식사들이
줄줄이 이어져 나왔다.
따끈한 고기 스튜, 막 구워 김이 모락 모락 오르는 빵, 두툼하게 썰어 구운 베이컨, 통째로 구운
거위, 입가심할 과일 야채 샐러드…
나는 머튼과 같은 탁자에 앉았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배가 고팠던지라 정말 정신 없이 나오는
음식들을 먹어치웠다.
평소 머튼에게 약간 기가 죽어 사는 해민이 조차도 먹느라고 바빠서 머튼과 한 자리에 있다는
것도 잊었던 듯 했다.
마지막 남은 거위 조각을 잭슨에게 안 뺏기려고 탁자 위에 올라가서 으르렁 댔으니까 말이다.
뭐, 그 뒤에 다시 새로운 거위 구이가 도착해서 싸움까지는 번지지는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후식으로 아주 커다란 쵸코 케잌이 나와서 나는 너무너무 행복했다.
체력이 적어서 먼저 간 마법사들이 안됐다고 생각 될 정도로 말이다.
‘역시 체력은 국력이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