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ghter of the Elemental King RAW novel - Chapter (54)
제 41화 새클턴국의 음모 (6)
번쩍, 깜빡, 깜빡…
갑자기 눈을 뜬 나는 순간적으로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어라, 내가 왜 이러고 있지? 그러니까 아까 마법사들에게 해독 마법을 걸어준 걸로 지쳐가지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어 하던 나를 리건이 첼릿과 듀비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줬었다.
그러고나서 리건이 뒷처리를 한다고 이리저리 움직이던 걸 멍하니 보고 있었던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뒤로는 깜깜이었다.
‘그리고 깨보니 이렇게… 아, 나도 모르게 또 잠들었던 모양이네…’
오늘따라 많이도 잔다고 생각하면서 리건이 잠들어 있는 걸 눕혀 놓았나보다… 하는데 조용한 음성이 들려왔다.
“일어 나셨습니까?”
“응?”
소리가 들려온 쪽을 보기 위하여 고개를 약간 뒤로 젖히자 듀비의 얼굴이 보였다.
“아, 듀비… 에에에 듀비?”
나는 반사적으로 웃으며 인사하려다가 아까 리건에 의해 잠든(?) 듀비가 멀쩡하게 깨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놀라서 벌떡 일어나다가 한번 더 놀랐다.
내가 듀비의 다리를 베고 누워 있었던 것이다.
“왜 그러십니까, 해인님?”
놀라서 경직된 날 향해 듀비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그는 내가 왜 경직된건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런 듀비에게, 거기다가 나를 위하여 다리 베개까지 해준 그에게 차마 그것때문에 경직 되었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던 나는 굳어서 잘 돌아가지 않으려는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리고 굴려서 다른 질문을 생각해낼 수 있었다.
“아니, 에또 그러니까.. 듀비, 괜찮은 건가요? 이렇게 일어나 있어도 돼요? 독은요?”
질문 하나가 떠오르자 그에 관련된 질문이 주르르 내 입에서 흘러 나왔다.
사실, 듀비의 다리를 베고 있었다는 걸 깨닫기 전에는 듀비가 멀쩡하게 일어나 있다는 것에 놀랐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몰랐다.
그런데 내가 너무 다급하게 물어봤던 것일까?
둥그래진 눈으로 나를 보던 듀비가 갑자기 고개를 약간 돌리더니 풋 하고 웃는 거였다.
그의 그런 반응에 나는 내가 왠지 창피한 짓을 한것만 같이 느껴져 얼굴이 화끈 거렸다.
생각해보면 별 이상한 행동을 한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 왜 웃는 거예요?”
“후훗,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면 더 신경쓰이잖아?’
라고 속으로는 생각했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내지 않을 자각은 남아 있었다.
그래 나는 인상을 찡그려 그에게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더 이상 그것에 대해 묻지않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갔다.
“듀비, 몸은 괜찮은 거냐니까요?”
“아, 예. 해인님이 잠들어 계시는 동안 마법사들이 해독 마법을 걸어주었습니다.”
그러자 듀비도 웃음기가 얼굴에 약간 남아 있었긴 하지만 순순히 대답해줬다.
“내가 잠 들어 있는 동안? 아, 이런… 그럼 나도 얼른 다른 마법사들을 도와야…”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잠깐 쉬다가 체력이 회복 되면 정신을 차린 마법사들을 도와서 다른 이들에게 해독 마법을 걸 작정이었다.
거기다가 첼릿을 비롯하 내 일행에게는 내가 직접 해독 마법을 걸어주고 싶었는데, 잠깐 쉰다는게 잠까지 들어버려 그 동안 벌써 다른 마법사들의 손길이 미친 모양이었다.
그래 일행을 돕지 못한 건 미안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라도 마법을 걸 요량으로 서둘러 몸을 일으키던 나는 다음에 이어진 듀비의 말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러실 필요 없을 겁니다. 마법사들이 벌써 모든 일행들에게 마법을 걸어 줬거든요.”
“예?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다요?”
“예.”
“저 많은 사람들을 언제 다…”
마법사들이 여러명이라고는 해도 20여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회복 마법을 걸어주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 터다.
더구나, 마법사들의 마나나 체력이 샘에서 물이 솟듯 계속 펑펑 나오는 것도 아닌 이상 중간 중간에 짧지 않은 휴식 시간이 필요한건 당연지사.
“일이 끝난 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모두 지쳐서 쉬고 있지요.”
듀비가 가르키는 쪽을 바라보니 어째 내가 마법을 걸어주기 전 보다 더 안색이 안 좋은 마법사들이 벋어 있었다.
그런 마법사들에게 왠지 모를 미안함을 느끼며 나는 입을 열었다.
“세상에나… 그럼 도대체 난 몇시간을 잔 건가요?”
“글쎄요, 그건 저도 정확하게는…”
하긴, 듀비는 내가 잠들 무렵에는 아직 해독 마법을 받지 않아 그도 잠들어 있었으니 잘 모르는 건 당연할 터였다.
대신 다른 존재가 내 질문에 대답해줬다.
[대략 다섯 시간 정도 잤어.]“어?”
갑자기 나타난 일리언은 스산한 표정으로 냉랭하게 날 노려보고 있었다.
그 모습 그대로 한밤중의 공동묘지에 가져다 둔다면 아마 열 사람 중 절반 이상은 공포로 기절할 것만 같았다.
오죽했으면 듀비가 긴장한 모습으로 일어나 내 앞을 가로막았을까?
일리언은 자신의 시야를 막은 듀비를 보고 한쪽 눈꼬리를 꿈틀 하더니 바람에 먼지 날리듯 스르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는 듀비가 놀라서 두리번 거리는 사이 엉거주춤 앉아 있는 내 바로 옆에 쪼그려 앉은 자세로 나타나서는 원망에 찬 표정으로 날 흘겨봤다.
“왜, 왜요?”
그녀의 그런 모습에 움찔한 내가 말을 더듬으면서 묻자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봐, 너희들 언제 여길 떠날 거야?]“그, 글쎄요…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 곳의 주인에게 도움을 받는 처지에 그런 소리를 들을때까지 머물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말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러니 일리언에게도 저자세로 있을 수 밖에…
일리언은 그런 나를 힐끔 바라보더니 다시 입을 열어다.
[내가 왜 정령왕께 협박까지 받아가면서 널 도와야 하는 걸까? 보아하니 어떤 정령왕과도 계약을 맺은 건 아닌데, 왜 사대 정령왕이 널 그렇게 끔찍하게 아끼는 거지?”“아하하하… 이런 저런 사연이 있어서요…”
일리언은 아직 내가 엘라임의 자식이란 사실을 모른다.
아버지가 그녀의 앞에 나타나 날 감싸기까지 했는데, 어쩌다보니 그 동안 그녀에게 아무도 설명을 안 해줬던 것이다.
‘혹시 그걸 말하면 맥키도 일리언과 자신의 아이를 만들려고 하지 않을까? 그럼 나와 비슷한 존재가 또 생길 수도… 아, 하지만 맥키는 이제 육신이 없으니 불가능 할라나?’
어쩌면 다른 방법을 찾아낼지도 모른다.
마법사들이란 불가능에 끊임 없이 도전하는 존재들이니까.
그래 나는 일리언에게 나의 정체를 설명해주려 했다.
하지만 이런 나의 생각은 그 다음에 나온 일리언의 말에 봄에 눈 녹듯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 없으니까 될 수 있는한 빨리 나가줬으면 좋겠어. 이건 정말 민폐라고. 정령왕들의 협박만 아니었다면 벌써 너희들을 저 밖에 있는 녀석들에게 넘겨 줬을 거야. 그래서 저들이 얌전하게 물러간다면 말이지.]‘윽.’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는 듯 일리언의 눈빛은 냉정했다.
“알았어요. 그럼 최대한 빨리 이 상황을 해결할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리건에게 가서 일리언의 심정을 전하려고 몸을 일으키는 나에게 일리언은 한 마디 더 던졌다.
[아, 그리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밖에 있는 인간들과 싸울때 내 도움을 바라지 말았으면 좋겠어. 내가 정령왕들에게 받은 협박은 어디까지나 너희들이 호수 속에 있을때 공격이 있으면 보호하라는 것이었지, 호수 밖에서의 일에는 아무 언급 안 했으니 말야. 거기다가 너희들을 도울 의리도 없고…]정말 뜨거운 물 조차도 한순간에 얼릴 만한 냉정함이었지만, 일리언의 말은 사실이었기에 – 마법석이 박힌 팬던트 건은 우리가 여기에 침입한 걸 눈감아 주는 것으로 셈을 끝냈으니…- 나는 아무런 반박의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일리언의 분위기상 반박했다가는 정령왕의 협박이고 뭐고 – 아마 명령이겠지만서도…- 다 뒤집어 엎을 것만 같아 더더욱 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에게 져서 이제 정령왕들의 명령은 꼬박꼬박 들어야 하는 처지가 되어 불만인 건지, 아니면 정령왕들의 협박을 행하느라 오랜 시간만에 재회한 맥키와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지 못해서 열받은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흠, 어쩌면 일리언이 정령왕의 협박을 수행하는 사이 맥키와 테렐이 둘이서 지내서 심술이 나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
어쨌거나, 우리도 여기 계속 있을 수는 없는 일이고 일리언도 저러니 최대한 빨리 여길 빠져 나갈 방법을 찾아야겠다 싶어 내가 일어나 리건을 찾는 사이 일리언도 일어나 나에게 불만 어린 표정을 다시 한번 지어 보이고는 사라졌다.
리건은 한쪽 구석에서 몇 사람들과 둘러 앉아 수근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틈에는 놀랍게도 첼릿과 램버트가 끼어 있었다.
‘어쩐지, 나와 듀비 곁에 없다 했더니 이런데 있었구만.’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의논을 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지루하다는 듯 고개를 들고 이리저리 주변을 살피던 램버트가 날 발견하고는 반색하며 손을 들어다.
“여어, 일어났구만. 그래 이제 몸은 좀 괜찮은 건가?”
그의 말에 열심히 논의하고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행동을 멈추고는 날 돌아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인님, 이제 일어나셨습니까?”
그리고는 제일 먼저 첼릿이 빠르게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걱정을 많이 끼쳐 미안해요. 그런데 무슨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나요?”
대충 내용은 짐작했지만, 예의 상 묻는 말에 리건이 대답했다.
“여길 최대한 빨리 빠져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너는 그 동안 잠들어 있어서 몰랐겠지만, 이 호수의 주인이 30분마다 한번씩 찾아와서 살기를 풀풀 날리며 빨리 나가라고 압력을 향사하고 있었거든. 아마 곧 있으면 또 나타날 거다.”
“아하하하… 아마 안 나타날 거 같았는데요? 방금 나에게 나타났다 사라졌거든요.”
“하아, 그랬냐? 어쨌든, 너도 깨어났고 곧 있으면 마법사들도 체력을 조금이라도 회복할테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니까 이제 저 비열한 새클턴국 놈들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합니다. 어차피 우리가 여기에 계속 이러고 있는 이상 저들은 물러나지 않을테니 정면 돌파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리건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 젊은 청년이 끼어들었다.
녹스국측 기사로 예전에 정글로 오는 배 위에서 암 것도 모르고 강에 뛰어들었다가 몬스터들에게 잡아 먹힐 뻔 했던 바로 그 기사였다.
‘이름이 커티스 홀리스터였던가?’
보통 사람 이름, 특히나 나와 별 관계가 없는 사람은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때 사건이 너무 쇼크라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 젋은 기사의 말이 끝나자 몬트리올경이 그의 말을 거들고 나섰다.
“그렇습니다, 후작님. 이제 엠브로스 백작님도 계시고, 이 호수의 주인의 협력을 받는다면 저깟 놈들은 손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겁니다.”
아마 이들은 일리언이 우리를 계속 보호해주고 있으니까 공격할때도 협력해주리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건 곤란할걸요?”
그래 그들의 오해를 풀어줘야겠다 싶어서 입을 열자 모든 이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나를 향해 쏟아졌다.
“그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백작님?”
몬트리올경이 자신의 말이 반박당해서인지 심히 기분 나쁘다는 시선으로 날 바라보며 물었지만, 나는 착한 사람이었기에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방금 전 나에게 나타났던 이 호수의 주인이 우리가 싸울때 절대로 끼어들지 않겠다고 선언했거든요. 공격한다해도 돕지 않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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