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ghter of the Elemental King RAW novel - Chapter (62)
제 42화 눈물겨운 탈출기 (7)
거기서는 햇빛에 산산히 부서지는 물살과 같은 색의 은빛머리를 가진 어떤 존재가 맹렬한 기세로 날아오고 있었고, 그 뒤로는 도움을 청하는 붉은 마법의 불빛이 쏘아져 허공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퍼엉~
붉은 불꽃이 하늘 높이에서 터질때 쯔음 그 은빛머리를 휘날리며 날아든 존재는 어느새 우리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나이는 대략 20대 초반쯤으로 녹색 머리의 아가씨와 비슷한 또래로 보였고 살벌한 시선을 줄기줄기 내 뿜고 있는 눈은 머리색과 비슷한 은색으로 동공 테두리에는 연한 회색빛 테가 둘러 있었지만 흐린 빛이라 까딱 잘못 봤다간 눈 가운데 까만 점 하나 딸랑 있는 무시무시한 눈처럼 보이 지경이었다.
[아~]그래도 녹색 머리의 아가씨는 마냥 좋았는지 그가 다가오자 반색하며 다가갔는데 은색 머리 남자는 그런 아가씨를 옆으로 부드럽게 밀쳐 놓더니 다짜고짜로 나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라 그대로 맞을 뻔 했지만, 다행이도 날 데리고 있어주던 엔다이론이 재빨리 옆으로 비껴가는 바람에 그의 주먹은 허공을 갈랐다.
[이, 이게 무슨 짓… 으갸갸갸~~]엔다이론 덕에 주먹을 맞지 않은 나는 그가 날 돌아보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뒤 그의 행동에 대해 항의를 하려 했건만, 은발 머리 남자는 내 이야기를 들은 채도 안 하고 다시 달려드는 거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번에는 그의 팔뚝이 새하얀 창으로 변해 날 찔러오는 거였다.
다행이 이번에도 엔다이론이 잽싸게 내 주위에 방어막을 쳐 줘서 그의 창을 막아냈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은발 남자는 자꾸만 방해하는 엔다이론이 못마땅한 듯 눈쌀을 찌푸리더니 손을 휘저었는데, 그러자 그의 주위에 은색으로 빛나는 물로 만들어진, 내 팔뚝보다 더 굵어보이는 창이 다섯개나 나타나 엔다이론을 향해 곧장 날아드는 거였다.
[실라이론!!]그 모습에 기겁한 내가 다급하게 외쳐 부르자 엔다이론 앞에 바람이 모이며 거대한 실라이론의 모습이 생기는가 싶더니 그 커다란 주먹이 가볍게 움직이며 물의 창을 다 쳐냈다.
[엠브로스 백작님, 빨리 와주십시오. 폭포 상류쪽으로 올라간 조로부터 구조 신호가 온 것을 보지 못하셨습니까?]저 숲 한 구석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클라우드 남작으로부터 다급한 메시지가 전달 되었다.
도움을 요청하는 불꽃이 터진 뒤 한참을 기다려도 내가 오지 않아 메시지를 보낸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실라이론까지 불러내자 이 은발 머리 남자가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듯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아, 정말… 왜 그러는지 이유나 압시다~!! 공격 할때 하더라도 이유는 알려줘야 할 거 아냐? 이봐~ 벙어리냐?]그런 그를 실라이론과 내가 또 불러낸 엔다이론이 막아주고 있었기 때문에 잠시 여유가 생긴 내가 뒤로 물러나서 외쳤지만, 은발의 남자는 대답은 커녕 들은체도 하지 않고 계속 공격을 하는 거였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열이받아 어떻게 해야할지 궁리를 하고 있는 내 눈에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안절부절 못하며 바라보고 있는 녹색 머리의 아가씨가 눈에 들어왔다.
[저 은발 머리 남자 도대체 왜 이러는 거에요? 혹시 알아요?]그래 날 태우고 있는 엔다이론에게 부탁해 그녀에게 날아가며 소리쳐 묻자 은발의 남자가 무시무시한 눈길로 날 보며 외치는 거였다.
[당장 떨어지지 못해~!!] [내, 내가 뭘 어쨌다고…]그 기세가 장난이 아니었기에 나는 괜히 움찔해서는 얼른 물러났다.
그런데 그게 실수였던 듯, 그 녀석은 내가 엄청 잘못했다는 표정으로 무시무시하게 나에게 그대로 달려드는 거였다.
[용서 못해~!!]저놈이 나에게 용서하고 자시고 할 건덕지라도 있었던가?
뭐, 그 놈이 달려들어봤자 실라이론과 엔다이론이 그 앞을 막아설 것을 알고 있던 나는 그냥 그 곳에 서서 기가막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태평하게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용서 못한다고 외치며 나에게 달려드는 은발의 남자를 실라이론과 엔다이론 둘이 맞서는 데도 은발의 남자는 조금도 뒤로 밀리지 않았던 것이다.
아직까지 여유는 있었지만, 시간을 끌면 완전히 기운을 회복 못한 내가 불리할 거란 예감에 나는 여전히 안절부절 못하고만 있는 녹색 머리의 여자를 보며 외쳤다.
[어떻게 좀 해봐요.] [내, 내가 어떻게…]하지만 내 말에도 나보고 뭘 어쩌라고… 라는 표정으로 말하는 여자때문에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내가 왜 이런 꼴이 됐는지도 황당했지만, 솔직히 이런 꼴 당하는 거에는 저 여자에게도 조금은 책임이 있는 거 아닌가?
[어떻게라니요? 저 남자좀 말려봐요.] [하, 하지만… 그는 내가 말하는 걸 잘 안들어 주는걸…] [그래도 한번 해봐요!]내 다급한 말에 그녀는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다가 쪼금은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 했는지 주저주저하며 은발 머리 남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저, 저기… 이제 그만해… 응?]그녀가 기껏 나를 위해 한마디 해줬는데, 그건 상상외로 강한 역반응을 일으켜 버리고 말았다.
[왜 저런 자식 말을 듣는 거야아~!!]그렇게 외치면서 은발 머리 남자가 방방 뛰었던 것이다.
[뭐, 뭐 이런 놈이 다있어어어~~!!]나야말로 팔짝팔짝 뛰고 싶은 심정이었다.
“엠브로스 백작님?”
메시지를 보냈는데도 내가 하도 안 오자 남작이 직접 날아온 모양이었다.
그러나, 정령들이 그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 사실 정신이 없어서 지금 그 눈에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도 모른다 – 내 주위에 팽팽하게 흐르는 기운을 마법사인 그가 눈치채지 못할리 없었다.
그러니 그의 목소리에 긴장감이 서려 있는 거겠지.
“미안해요, 남작님. 지금 제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바빠서 그러니까 먼저 가라고 해주실래요? 아,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빨리 제 발 밑을 벗어나라고도 말해주세요.”
내 다급한 말에 남작이 머뭇 거리더니 물어왔다.
“저… 콘스틴스님이나 다른 분들께 지원을…?”
“나중에요. 지금은 저 혼자 힘으로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부디 조심하십시오.”
남작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지만, 자신은 별 도움이 안될 거라고 생각했는지 물러났다.
그가 숲 사이로 사라지는 지 – 그러니까 피해 입지 않을 정도로 떨어졌는지 – 확인하고 있는데 은발 남자의 냉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혼자 힘으로 버틸 수 있다?]이 어이없는 놈은 내가 이해 못할 일로 흥분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내 말 한마디에 되게 자존심 상한 모양이었다.
그래 그 놈에게 기가막힌 시선을 돌리며 한 마디 해주려던 나는 한 단어도 입에 내 뱉지 못하고 얼어붙었다.
은발 남자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가지고 있다는 건 실라이론, 엔다이론과 맞붙어서도 전혀 밀리지 않을때부터 눈치 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매섭게 날 바라보는 녀석에게서 엄청난 기세가 뿜어져 나온다 싶더니만, 저~ 멀리 – 그러니까 숲을 가로지르는 강의 상류쪽 – 에서 엄청나게 커다란 흰 뱀 같은 것이 슬그머니 하늘로 머리를 내미는 것이었다.
[죽여주겠어~!!]은발 남자의 매서운 일갈과 함께 이쪽으로 마치 고무줄 늘어나듯 쭈욱 늘어나며 다가온 그것은 강이 통채로 허공으로 떠서 날아온 것만 같이 거대하고 굵은 물로 된 뱀이었다.
그걸 본 나는 본능적으로 엔다이론과 실라이론으로는 상대가 안 될거라는 걸 깨닫고 간만에 그 이름들을 불렀다.
[엘라스트라, 실레스틴!!]거대한 푸른 빛 늑대와 거인이 사라지고 그 앞에는 그 못지 않은 거대한 푸른 용과 아름답지만 튼튼해보이는 갑옷을 입고 창을 챙겨 든 여전사가 나타났다.
쿠과과과~~
물뱀이 나를 향해 덤벼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둘을 향해 덤벼든 것인지 하여간 움직이자 실레스틴이 먼저 움직여 자신의 창을 물뱀의 머리를 향해 날렸다.
그랬더니 물뱀이 갑자기 둘로 쫘악 나뉘어져 오히려 창과 실레스틴을 한꺼번에 삼켜버리는 것이 아닌가?
‘헉!’
그 모습에 나는 순간적으로 실레스틴이 당하는 줄 알고 긴장했지만, 물뱀의 몸통에 그대로 삼켜진 – 뱀 몸이 물이라서 그 속에 있는 실레스틴이 그대로 다 보였다. – 그녀는 당황하기는 커녕 자신만만하게 씨익 웃고는 손에 든 창을 크게 원을 그리며 휘두르는 거였다.
그 창이 보통 창이 아니라 바람을 형상화 시킨 거라 창이 한번 휘둘러짐과 동시에 거대하고 강한 바람이 물뱀 안에서 생겨 사방으로 뻗어 나가자 물뱀의 몸을 형상하고 있던 물들 역시 그 바람에 휩쓸려 잘개잘개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잘개 흩어진 물방울들이 그대로 마치 비처럼 숲을 향해 후드득 떨어지자 끝났나.. 싶었지만, 이게 왠걸… 그 뒤로 또 다른 물뱀이 강으로 부터 날아와서 덤벼드는 거였다.
[뭐야, 이게? 이래선 끝이 없잖아? 야, 넌 가만히 보고만 있을 거야?]실레스틴이 다시 나타난 물뱀을 보더니 옆에서 조용히 있는 엘라스트라을 향해 찌릿한 눈길을 보내며 투덜댔다.
그러자 엘라스틴이 부드럽게 웃더니 나를 돌아보았다.
[당신은 무엇을 원하시는지?]그제야 나는 다급해서 저 둘을 불러내놓기만 했지 뭘 하라고 부탁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엔다이론이나 실레이론도, 실레스틴도 모두 내가 공격을 당하니까 따로 부탁하지 않아도 그 공격을 막아줬던 것이다.
[저 은발의 남자좀 제압해 주세요!!]내가 씨근덕 거리며 여전히 날 노려보는 남자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외치자 엘라스트라가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에 은발의 남자가 위협을 느꼈는지 실레스틴과 대치하던 물뱀이 스륵 움직여서 은발의 남자를 보호하려는 듯 그 앞으로 갔다.
[저 흐물덩어리는 내게 맡겨!]당찬 실레스틴의 외침과 함께 거센 바람이 불어닥쳐 물뱀을 옆으로 밀어내려고 했고, 물뱀은 밀려가지 않으려고 요동을 쳤다.
물뱀이 실레스틴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엘라스틴은 경악을 하고 있는 은발의 남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은발의 남자는 물뱀을 불러내는 것이 한계였는지 또 다른 물뱀을 불러내는 대신 엘라스트라에게 물로 만들어진 창을 쏘며 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런 물의 창쯤 엘라스틴에게 다가서지도 못한 채 엘라스트라의 힘에 의해 허공에서 부서졌고, 은발의 남자는 얼마 도망가지도 못하고 엘라스틴의 긴 꼬리에 한번 채인(?)뒤 붕~ 허공을 날아가다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커다란 엘라스트라의 앞발에 붙잡혀 버렸다.
[이이익~~!!]이를 빠드득 갈면서 몸부림을 쳐보지만 엘라스트라의 앞발은 꿈쩍도 안 했다.
그래 드디어 이 괴상한 성격의 정령을 제압해서 대화다운 대화좀 해보게 될거라고 생각 했더니 생각지 않은 변수가 내 뒤통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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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