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ghter of the Elemental King RAW novel - Chapter (67)
제 43화 모기를 우습게 보지 마라 (3)
존재를 모르는 미지의 적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으로 전전긍긍하는 우리 일행들에게 마치 그에 대한 화답이라도 하듯, 이제 막 서산으로 넘어가려는 해의 마지막 빛을 받으며 시커먼 그림지가 하늘위로 떠올랐다.
“우갸아악~!!”
마법사들은 재빨리 실드 마법 주문을 외웠고, 정령사들은 자신들과 계약한 정령들을 불렀다.
그리고 나 또한 가장 익숙한 엔다이론을 불러냈다.
정말 간발의 차이라고나 할까?
마법사들이 만들어낸 실드와 정령들이 만들어낸 방어막이 펼쳐지자마자 시커먼 그림자가 우리가 있는 공간을 뒤덥었다.
우우우웅~~
“히이익…”
그건… 수백, 수천 정도가 아니라 수천억 정도는 되어보이는 엄청난 모기떼였다.
그것도 일반 모기가 아니라, 엔다이론이 쳐준 장막에 부딪혀 짜부라진 모기를 보니 날개를 빼고 몸통하고 다리만으로도 내 손바닥의 반만했다.
아마 날개까지 합친다면 한 마리가 내 손바닥 만한…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아무리 엔다이론의 보호 속에서라고 해도 그런 수없이 많은 모기들떼가 내 주위를 휩쓰는 장면을 눈 앞에서 보니 온 몸에 소름이 마구마구 돋았다.
나도 모르게 진저리를 쳤는지 옆에 있던 첼릿이 어깨를 든든하게 잡아주었다.
우우우웅~~
영원히 계속 될 것만 같았던, 세상과 우리를 격리 시키는 것만 같았던 모기떼들은 처음 나타났을때와 마찬가지로 앗, 하는 순간에 마치 아침 햇살에 안개가 스러지듯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그제서야 우리를 내려 비추는 밝은 보름달과 빛나는 별들을 볼 수가 있었다.
정글에와서 밤하늘을 처음 보는 것만 같은 느낌에 새삼 달과 별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래도 또 다시 모기떼가 올까봐 우리는 잠시 기다렸지만, 더 이상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조심스레 방어막을 해체했다.
“끔찍하군. 새클턴 녀석들에게 배신 당했을때 보다 더 끔찍해.”
홀리스터경이 넉이 나간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램버트가 무지 심각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난 집에 돌아갈게 걱정이군. 왠지 다시는 산 근처에는 얼씬거리고 싶지 않은 심정이야.”
그러고보니 램버트의 집은 엔더비 산맥에 있었다.
그래도 그렇게 넉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리는 사람들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었다.
쥬디 블러드무어경은 새파랗게 질려가지고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었고, 벌래에 비위가 약한 기사는 구토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칼슨 마법사도 입술을 얼마나 악물었는지 아랫입술이 다 뜯겨졌고, 아직도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아마 모기떼를 보고 끔찍하다고 생각했지만, 정신을 놓을수가 없으니 차선책으로 입술을 물어뜯은 모양이다.
“저게… 우리의 적인가보지?”
동요하고 경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무덤덤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에 모든 사람들이 또 다른 의미로 경악하고 존경하는 시선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리건은 그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위를 휘휘 둘러보다가 클리우드 남작을 데리고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모습을 의아스러워 하던 일행들도 쫄래쫄래 그 뒤를 따라갔다.
리건이 남작을 데리고 간 곳은, 아까 블루 엘프들이 모기들을 위하여 마련해놓은 몬스터들이 있는 곳이었다.
비록 보름달이 환하게 뜨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부족하다 여겨졌는지 남작은 리건이 뭐라 하기도 전에 자신이 스스로 빛의 구를 세개 만들어 내어 몬스터들 위로 올려보냈다.
그렇게 환한 빛의 구 아래 드러난 몬스터들의 모습에 우리는 또 한번 놀래야 했다.
그 모기떼들 사이에서 목숨을 유지할 수 없으리란 건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몬스터들의 모습은 그런 예상을 초월하여 얼마 전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몇십년전에 죽어서 미라화 된 몬스터의 시체라고 생각했을 거였다.
죽기 전에는 통통(?) 하던 녀석들이었는데, 뼈 위에 가죽 한장 씌워 놓은듯한 앙상한 모습을 하고 있는 거였다.
리건이 다가가 인간형 몬스터를 슬쩍 뒤집어 놓자 가슴 부위를 감싸는 갈비뼈가 드러나다 못해 그 아래 내장의 굴곡까지 다 보일 정도로 비쩍 말라있었다.
“흠… 이놈들은 피로도 모자라서 체액까지 빨아먹나보지?”
무덤덤하긴 하지만, 신기하다는 기색이 약간 서려있는 리건의 말에 놀라야 할지 평소에도 호기심이 많으시군요… 하고 감탄해야 할지 헷갈렸다.
하여간 오늘은 여러가지로 놀라고 헷갈리고 하는 날이다.
‘머리가 아플 지경이야.’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리건이 몬스터들의 시체를 만족할 만큼 살펴봤는지 허리를 펴더니 모든 사람들을 향해서 물었다.
“저것들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모기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에프킬라나 모기향이었지만, 여기에 그런게 있을리 만무했다.
게다가, 설사 있다해도 아까 본 그 모기떼들을 다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보아하니 일반 모기장도 소용 없을 것 같던데…
“보통… 쑥을 태운 연기를 사용합니다. 다른 재료도 있긴 하지만…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살상용이 아니라 퇴치용이지요. 하긴… 모기를 보고 목숨의 위협을 느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으니…”
먼저 입을 연 클라우드 남작이 나중에는 허탈한 표정으로 웃었다.
“이거 독이라도 퍼트려야 하는거 아닙니까?”
아마 그걸 말한 용병은 반쯤은 농담삼아 한 말이었을 거다.
그러나 콘스틴스는 그걸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흠… 독연기를 만드는 마법이 있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될 수 있는 한 쓰고 싶지는 않군요. 독연기가 미치는 반경 내에는 모든 생물체는 물론이거니와 물이나 땅까지 모두 죽어버리고 맙니다.”
“안 좋군요. 그건 이쪽이 원하는 건 아닐테죠. 그들이 이곳 환경이 어떻게 되든 상관 않고 모기들을 없애길 원했다면, 차라리 여길 불 지르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게 더 빨랐겠죠.”
트래비스의 말에 듀비가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불을 사용하는 건 어떻습니까? 마법이나 불의 정령들에게 부탁한다면, 이곳 환경을 크게 망치지 않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좋은 방법이군요. 어떻습니까, 콘스틴스님? 얼마나 통용이 될까요?”
“확실한 방법이기는 한데… 아까 너무 엄청난 수라서 얼마나 통용될지는 모르겠군요.”
콘스틴스의 말에 미노트 남작이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역시 독뿐일까요?”
“좀… 연구를 한다면 아마 모기만 죽이거나 아니면 최소한 주변에 영향을 적게하는 선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독을 만들어낼지도 모릅니다. 빠르면 며칠안에 만들어낼 수는 있겠습니다만… 그 모기들을 다 처리할 양이 될지는…”
고심고심 하는 표정으로 칼슨이 말했다.
그러고보니 그는 마법 연구파 출신이라고 했었는데, 독에 대해서도 연구를 했었던 모양이다.
“역시… 모기들의 양이 문제인가?”
“이건 어떻습니까? 마법사들이 허공에 커다란 실드막을 형성하는 겁니다. 그 안에 정령사들이 바람의 정령들을 불러서 모기들을 집어 넣는 거죠. 그리고 모기들이 꽉 차면 그 안에다가 파이어 볼 한방을 던져서 안의 모기들을 다 태우는 겁니다. 그러면 꽤 많은 양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다른 사람들이 한마디 두마디 떠들때도 고개를 숙이고 곰곰히 생각에 잠겨 있던 엔더슨 스니볼리가 조심스레 운을 떼자 그때까지도 농담 반, 진담 반 떠들던 좌중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러자 엔드슨 스니볼리는 자신이 뭘 잘못 말했나 싶었는지 겁먹은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거였다.
하지만, 내가 생각해되 되게 괜찮은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호오… 그거 괜찮은데요?”
쥬디 블러드무어경이 정말 감탄했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자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씩 했다.
클라우드 남작은 자신의 제자가 좋은 제안을 한 것이 기쁜지 흐뭇한 표정으로 제자의 어깨를 두드려 주는 거였다.
“좋군. 그럼 블루 엘프들에게는 우선 그렇게 나가겠다고 하지.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칼슨 마법사께서는 모기에게만 영향을 주는 독약 제조에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예? 아, 예.”
일행들은 모든 일이 완전히 해결된 것 처럼 좋아하면서 블루 엘프들을 기다렸다.
그런데… 듀비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 치사하고 인정머리 없는 블루 엘프들은 그렇게 도움을 요청한 사람들을 직접 대면해보라고 밖에 세워둔 주제에 모기들이 물러가고도 콧빼기 하나 보이지 않더니만 날이 다 새고 아침 식사할 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내는 거였다.
덕분에 우리는 밤 꼴딱 새고, 아침도 못 먹고 – 아침을 그쪽에서 제공해줄 줄 알았다. – 눈이 퀭 해진채 블루 엘프의 세 족장을 맞이했다.
우리 모두가 무사한 모습 – 비록 못 자고 못 먹어서 퀭 하기는 하지만… – 을 본 그들의 만족스러운 표정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다.
거기다가 식사 대접이나 잠자리 제공은 우리가 일을 해결한 뒤 부터 제공할테니 그 전에는 알아서 해결하라는 말에 머리에 열이 확 올라오는 기분을 느꼈다.
그것 뿐이면 또 말을 안 한다.
리건이 말한 방법을 제시하자 진지하게 듣는둥 마는둥 시큰둥한 표정으로 듣더니 결과만 보여달라고 하는 거였다.
아~ 내 듀비를 봐서 안 그럴려고 했는데, 정말 저어어어엉~~ 말 마음에 안 들었다.
그들이 하는 폼을 보니 차라리 맨 처음 만났던 그 얄미운 킨 사이단지 뭔지 하는 놈이 차라리 더 나아보일 정도였다.
일행중에서는 도움이고 뭐고 그냥 가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우리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다가 블루 엘프들의 도움 또한 필요한것도 사실이기에 우리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빨랑 그 엄청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모기떼들이 오길 기다려야 했다.
그 동안 슬쩍 듀비에게 왜 블루 엘프들이 저 모기떼들을 스스로 해결 못하고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한건지 물어보자 – 나는 그들이 마족인걸 알고 있었으니 모기떼 정도는 충분히 처리할 줄 알았다. – 블루 엘프들은 검술에는 능해서 두려울 건 없는데 마법이나 주술 쪽에는 영~ 젬병이란다.
그 말을 들으니 이해가 된게 저 많은 모기들에게는 검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소용 없을 거 같았다.
그러니 저 자존심 강한 블루 엘프들이 모기떼를 위하여 일부러 몬스터들을 잡아주고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거겠지만…
그래도 도움이 되기 전에는 자신들이 먼저 도움이 될 생각을 안 하는 블루 엘프들 덕분에 우리는 모기들이 오기 전에 체력을 보충하기 위하여 식량을 구하려고 사방을 뛰어다녀야 했다.
======================================================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