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100
101화
-미니 게임 (2)
크긴 크네.
튼튼해 보이는 냉장고의 등장에 관중석이 술렁였다.
“저게 뭐야? 냉장고??”
“푸핫! 저걸 어떻게 던져! 불쌍해라.”
“가만 보니 저 선수, 신혈 아니야? 아, 망했다! 내가 응원하는 길드인데!”
웅성대는 소리는 모두 부정적이거나 신혈이기에 안타까워하는 소리였다.
뭔 일이 있을 때마다 아주 격하게 반응해 주네.
[자, 1번을 뽑은 선수부터 시작합니다!]1번 선수는 운이 좋게도 돌을 선택했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웃으며 힘껏 던졌다.
멀리 날아간 돌은 70m언저리에 떨어졌다.
오, 그래도 꽤 던지잖아?
주먹만 한 돌이라 대충 던져도 멀리 잘 날아갔다. 힐러라고는 해도 각성한 헌터였으니 저 정도는 쉽게 던질 수 있는 것이다.
그 다음 사람도 쉽게 던질 수 있는 물건이 나와 70m를 간신히 넘은 거리를 기록했다.
쭉쭉 시원하게 다들 던지기 시작했다. 가장 높은 기록은 95m를 기록한 선수였다.
[아~! 역시 대안 길드! 대형 길드의 힐러는 달라도 뭐가 다른가 봅니다!]어딘가 익숙하다 생각했더니 대안길드의 녀석이었다.
비교적 던지기 어려운 라디오가 걸렸음에도 번쩍 들어 올리더니 쉽게 내던져 버렸다.
[그 다음 선수는~ 아! 이거 또 기묘한 물건이 나왔군요! 종이비행기입니다!]안타까워하는 MC의 멘트와 함께 사람들이 시선이 몰렸다. 자세히 보니 천존의 힐러, 용민이었다.
쟤도 운이 더럽게 없구나. 뽑아도 저런 걸 뽑냐.
무거운 게 불리하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반대로 너무 가벼운 물건도 불리했다.
어느 정도 무게가 있어야 앞으로 나가는 힘이 있을 테니 말이다.
[공교롭게도 오늘 경기를 이긴 천존에서 종이비행기를 뽑게 되었군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베네핏은 천존의 것은 아닌 것 같군요!]정말 안타까워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재밌는 광경이라는 듯한 말투였다.
MC도 결국 시청률을 높이는 게 목표일 테니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기꺼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용민은 최하위 기록인 50cm를 기록하고 말았다.
처음에 앞으로 쭉 잘 가던 종이비행기가 방향을 틀더니 후진을 했기 때문이었다.
“와하하! 이거 웃기네. 차라리 말도 안 되게 무거운 게 낫겠어!”
웃긴 상황이 연출되자 관중석에서는 박수 소리와 함께 웃음바다가 되었다.
뭐가 그렇게 웃기지? 사력을 다하는 애들 가지고 이딴 거지같은 게임이나 하고 있는데.
어이없어서 실소가 새어 나왔지만 꾹 참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차라리 천존이 나았다 싶을 정도로 심한 물건도 등장했다.
매화 길드가 그 심한 물건의 주인공이었다. 매화의 물건은 바로 ‘깃털’이었기 때문이다.
저건 어떻게 던지라고 써 놓은 거지?
물론 다른 사람 걱정할 때는 아니었다. 누가 봐도 가장 큰 문제는 내 물건이었으니까.
[이럴 수가! 운명의 장난일까요?! 매화 길드가 뽑은 물건은 무려 깃털입니다!! 천존에 이어 이게 무슨 일인가요!]하지만 매화의 힐러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됐다는 듯 사람들이 잘 보이도록 깃털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고 무슨 스킬을 중얼거리더니 깃털이 마치 화살처럼 앞으로 쏘아졌다.
기력을 다한 깃털은 100m 언저리에 떨어져 내렸다.
“와!! 매화 좀 봐! 1등이야!!”
“대박!! 이거 매화가 가져가겠네!”
잠깐만, 스킬을 써도 되는 거였어?
대놓고 스킬을 썼는데도 다들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었다.
생각해 보니 힐러들은 체력을 회복시켜 주는 스킬들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물건을 던질 때도 쓸 만한 스킬이 없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매화는 쓸 만한 스킬이 있었던 것이고.
뭐야, 그럼 나도 스킬을 써도 된다는 건가?
쓸 만한 스킬이 있나 싶었지만 막 생각나는 것은 소리 전달밖에 없었다.
소리 전달은 한 번 쓰면 3일은 기다려야 하니까 이런 곳에서 쓰기는 너무 아까운데.
딱히 떠오르는 스킬이 없었던 탓에 나는 그냥 무력으로 냉장고를 던지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기도 했으니까.
[마지막 선수는 신혈 길드의 한설 군입니다! 이거, 운명의 장난일까요? 대형 길드들 물건들이 모두 극단적이군요!!]“저거 봐, 냉장고야. 저걸 서포터가 어떻게 던지냐? 전투 쪽이면 모를까”
“게다가 쟤 오늘 경기 망친 바드잖아. 에휴, 결과 뻔하다.”
냉장고를 보고 다들 수군댔다. 어차피 최고 기록을 낸 매화를 이기기 힘들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번 경기에서 실수만 잔뜩 저지른 나를 응원하거나 기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뭐, 잘 지켜보라고.
[자! 이제 던져 주세요!]그리고 이내 냉장고를 들어, 있는 힘껏 던져 버렸다.
콰가가각-! 쿵!!!
냉장고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바닥에 착지하고 나서도 한참을 앞을 향해 미끄러졌다.
그리고 냉장고는 관중석에 다다라 큰 소음을 내고 나서야 움직임을 멈췄다.
“꺄악!”
놀란 관중들의 비명 소리가 잠시 들리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말 많고 오두방정을 떨던 MC도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스피커에서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 정도까지 바란 건 아니었는데 나도 모르게 힘이 빡 들어갔네.
“바,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내, 냉장고가?”
[신기록입니다!! 신혈이! 한설 군이 해냅니다!!]“마, 말도 안 돼!!!”
“우와아아악!!! 대박이야!!”
“저 바드가 냉장고를 날려 버렸어!”
“끝에서부터 끝까지 날려 버린 거야? 지금 거리가 얼만데?!”
잠시 침묵이 지나간 뒤 엄청난 함성 소리가 거센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신기록이라고? 그럼 전투 계열인 녀석들도 이 정도 거리도 못 던졌다는 소리네?
우리나라 헌터계가 어둡다, 어두워.
다들 환호성을 지르고 있을 때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며 우리나라 헌터계의 암울한 미래에 대해 한탄했다.
서포터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전투 쪽은 이 정도는 거뜬히 해내야 하는 거 아니야?
속으로 한심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전광판에 내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떴다.
이번 미니 게임의 우승자이기에 단독샷을 받은 것이다.
아, 부담스러운데.
덤덤해 보이는 얼굴은 내 얼굴이 아닌 것처럼 낯설고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속으로는 전광판을 부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와, 아무렇지도 않은가 봐. 당연하다는 건가?”
“좀 멋있는데?”
“나 같으면 신나서 난리칠 텐데!”
간간히 들리는 사람들이 말소리에 그게 아니라고 해명하고 싶었지만 지금 내 코가 석 자라 뭐라 할 정신도 없었다.
[이렇게 이번 경기에서 점수를 얻어가지 못한 신혈이 베네핏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실수를 톡톡히 만회했군요!!]그런 거 강조하지 마….
그렇게 한바탕 미니 게임 소란이 정리되고 다들 숙소로 돌아갔다.
관계자가 베네핏이 적힌 종이봉투를 숙소로 가져다 줬고, 태경이 그 봉투를 먼저 뜯어봤다.
“…2인 3각?”
태경이 종이를 보더니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중얼거리고 있어? 이리 줘봐!”
궁금증을 참지 못한 은아가 태경이 들고 있는 종이를 뺏어가더니 모두가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읽었다.
“2인 3각…?!”
하지만 은아도 태경과 별다르지 않은 반응이었다.
2인 3각이라면 운동회 때 자주 해 본 달리기 종류 아닌가?
“일단 인원수는 정해진 것 같네요.”
짧고 굵은 단어였지만 그 속에는 많은 힌트가 담겨 있었다.
“이번에도 평범한 2인 3각 경기는 아닐 것 같은데…. 힌트는 이게 전부예요?”
“응, 이게 전부야.”
서현이 태경에게 건네받은 봉투를 뒤적이며 말했다.
“일단 달리기일 확률이 가장 큰데, 2명이면 합이 잘 맞고 속도가 빠른 사람 두 명이 나가는 게 좋겠어.”
태경의 말에 기태가 말없이 앞으로 나섰다.
아, 그래. 네가 속도는 제일 빠르다 이거지?
이번에는 신혈을 위해 열심히 해 보려고 했는데 이 인원수라면 내가 빠지는 게 맞았다.
차라리 잘됐네, 계속 경기 뛰느라 힘들어 죽는 줄 알았는데 이번 경기는 쉬어야겠다.
얌전히 숙소 구석에 준비되어 있는 소파에 앉아 쉬면서 누구랑 기태가 나가는 게 제일 나을지 토론하고 있는 녀석들을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이 사실을 천존에게도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화장실을 가는 척 밖으로 몰래 빠져나왔다.
“나왔다!!”
“태경 오빠!! 서현 언니!!”
밖으로 나오자마자 몰려드는 신혈의 사생 팬들 때문에 살짝 쫄아 버렸다.
기세에 눌려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자 내 얼굴을 확인한 사생들은 김이 팍 샜다는 듯이 인상을 썼다.
“뭐야, 기생충이었잖아?”
“아씨, 오빠들 나오는 줄 알았는데.”
…기생충?
인상을 쓰며 자리를 뜨는 사생들을 보고 당황했다.
아마 내가 이번 경기에서 실수를 한 것이 생중계되면서 팬들 사이에서 ‘기생충’으로 불리는 모양이었다.
신혈의 뒷배를 무기 삼아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은 맞았으니 기생충이라는 단어가 어느 정도 들어맞기는 했다.
하지만 면전에다가 저런 소리를 할 줄이야….
사생들이 관심을 끄자 나는 원래의 목적을 위해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사생만이 조심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재빨리 만물의 소리를 쓰며 주변에 사람이 없는지 확인했다.
‘나왔다!’
‘저 녀석도 힌트를 알고 있겠지?’
아니나 다를까 사생 틈에 섞여 있는 것인지 아니면 스킬을 써서 숨어 있는 것인지 적대감이 실린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어물쩍거리다간 협박이라도 당하겠네.
숙소에는 카메라가 없었기에 재빨리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러면 녀석들도 함부로 건드리진 못할 것이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무전을 했다.
“다들 숙소에 도착하셨나요?”
카메라에는 잡히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우린 도착했어! 너 근데 아까 뭐였어? 그런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거야?!] [관중석에 냉장고 박히는 거 봤어요? 진짜 개멋있어!!] [다시 돌아와 주면 안 되냐!]무전을 하자마자 시끄럽게 달려들어 한마디씩 보태는 녀석들을 보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조용히 하시고요. 다음 경기 힌트 받은 거 알려드리려고 연락했어요.”
[뭐라고?! 베네핏이래!!] [뭔데? 빨리 말해줘!]베네핏 언급에 다들 흥분하며 시끄러워졌다. 뭐라고 하는 건지 들리지 않고 귀가 시끄러워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얘네한테 알려줘도 되는 거 맞나…?
잠시 의문이 들었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용히 안 하시면 안 알려드립니다.”
그 말에 순식간에 조용해진 것을 보고 한숨을 한 번 깊게 쉰 뒤 천천히 설명했다.
“다음 경기는 2인 3각입니다. 인원수는 2명인 모양이에요. 저랑 똑같은 얼굴을 한 놈이 속도 면에서는 빠르니까 넣는 게 이득이에요.”
물론 현지가 드래곤으로 변했을 때의 이야기였지만 인간일 때도 천존 길드원들보단 나을 것 같아 알려줬다.
그 콧대 높은 놈이 다른 녀석들과 협력해서 달려야 하는 2인 3각 경기를 얼마나 잘할지는 모르겠지만.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어느 정도 천존의 위상을 높여두기도 했고, 이번 목표는 신혈의 우승이었으니까.
그렇게 전달할 것을 전부 전달한 다음 숙소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돌렸을 때였다.
“힌트를 내놔!!”
큰 고함 소리와 함께 시커먼 인영이 나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