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102
103화
-2인 3각 경기 (1)
* * *
“뭐라고요?”
상황을 정리한 후 나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고 얼이 빠져 있었다.
“…들은 그대로입니다.”
“2인 3각을 제가 나가라고요?”
이게 무슨 말이야? 그거 공기태랑 합이 잘 맞는 사람이 나가기로 한 거 아니었어?
“이거 설마 저 엿 먹이려고…?”
“그럴 리가요.”
태경의 얼굴에는 잠시 어이없다는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 신혈의 승리에 굶주려 있는 태경이 고작 나를 엿먹이고자 하는 목적으로 경기에 내보낼 사람은 아니었다.
“전 공기태랑 오늘 처음 얘기해 보는데요?”
“한설 님이 강하시다는 건 오늘 알게 됐고, 버프도 주실 수 있으니까요. 스피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태경이 그렇게까지 말하니 이해가 됐다. 그냥 평범한 바드였다면 태경도 이런 선택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쉬질 못하게 하네.’
태산의 비리도 실토하기도 했고 이번엔 신혈을 돕기로 결정했었으니 군말 없이 따라주기로 했다.
내일 경기가 있기 전까지 공기태와 합을 맞춰 봐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관문인데, 나를 싫어하는 녀석이 얼마나 따라줄지 의문이었다.
“맞춰 보자.”
그런데 이게 웬일.
걱정과는 달리 기태가 먼저 다가와 합을 맞추자고 제안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얘가 아까 분위기 때문에 쫄아서 순하게 나오는 건가 싶었으나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기습을 당하고 난 후부터 묘하게 친절하게 구는 것 같은데,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어어, 그래.”
숙소 안에서 스킬을 쓰며 난리칠 수는 없었기에 서로 스킬을 공유하고 타이밍을 맞춰 보기로 했다.
공기태는 궁수라 확실히 속도에 관련된 스킬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체력이나 방어력이 낮은 편이었다.
어떤 버프를 줘야 하는지 감이 오는군.
빨리 달리는 경기가 아닐 수도 있으니 태경의 결정이 옳았다.
그렇게 한참을 다른 녀석들이 편히 쉬고 있을 동안 나와 공기태는 다음 경기에 대한 대비를 했다.
* * *
“대중의 반응은?”
어두운 사무실 안, TV를 보고 있는 올백머리 사내가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비서에게 말했다.
티비에는 한창 길드대항전 생중계가 흘러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원하시는 대로 됐습니다. 신혈의 안태경이 제대로 카메라 앞에서 천존의 이름을 언급했습니다.”
“그렇군.”
“다들 천존을 까내리기 바쁘더군요.”
남자는 팔자주름이 깊게 파일 정도로 기분 좋게 미소를 지었다.
“크하하! 결국 천존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되는구나.”
“그렇습니다. 모든 것은 회장님의 뜻대로 될 것입니다.”
비서는 회장이라 불린 사내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게 적당히 맞장구를 쳐줬다.
태산의 회장, 서영웅은 길드대항전의 한 장면을 계속 돌려봤다.
신혈의 쓸모없는 바드가 자신이 고용한 용병에게 다치는 장면이 빠르게 지나가고, 안태경이 칼을 들어 자신이 말한 대로 천존의 짓이라는 것을 언급했다.
‘이로써 진중권은 길드장 자리에서 내려오겠지.’
영웅에게 천존은 계륵 같은 존재였다.
천존은 이미 회사로 취급을 받고, 그는 천존의 대주주로서 실질적인 결정권은 그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영웅은 확실히 천존의 완벽한 주인이 되고 싶었다.
헌터의 자질이 없어 일반인으로 살아온 지 50년이 지났다.
그는 항상 마음속에 헌터에 대한 꿈이 있었지만 각성자로서 선택받는 것은 원한다고 다 되는 일이 아니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없다고 여겨왔던 영웅에게 살 수 없었던 단 한 가지는 각성자로서의 삶이었다.
그래서 꿩 대신 닭으로 길드를 차지하기로 생각한 것이다.
천존은 4년 전 사건으로 대중들의 신뢰를 잃었고 돈도 잃었다.
‘그래서 쉽게 돈으로 길드를 살 수 있었지. 하지만….’
진중권. 그 사내가 항상 걸림돌이었다.
그는 사비를 털어서 천존의 주식을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
덕분에 대주주인 영웅 다음으로 가장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인물이 되었다.
‘항상 눈엣가시였지.’
자신과 비슷한 연배면서 대형 길드의 주인 자리를 아무 노력 없이 쉽게 차지한 주제에 자신의 계획까지 방해하는 그가 눈에 거슬렸다.
어차피 항상 다른 대형 길드들에게 밀리는 천존의 수장 따위 상대가 되진 않았다.
함정을 파놓고 그 함정에 빠지기만을 기다리면 되는 일이었다.
“크크크, 바로 지금처럼 말이지.”
정신이 조금 이상한 녀석을 외부에서 구해온 모양이었으나 이제는 그것도 상관없어졌다.
처음에는 그 이상한 토끼탈을 쓴 놈이 천존을 승리로 이끌까 봐 조마조마했지만 이 정도로 평판이 떨어지게 되면 다 소용없었다.
만약 승리를 하게 된다고 해도 조작으로 얻어낸 더러운 트로피가 될 뿐이었다.
그런 것은 성과라고 할 수 없으니 중권은 가지고 있는 모든 주식을 내놓게 될 것이다.
“나락으로 떨어져라, 진중권!”
어두운 사무실에는 영웅의 비열한 웃음소리만이 가득했다.
* * *
“아, 죽겠네.”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뻐근했다.
어제 태경과 말씨름을 하느라 제대로 힐을 받지 못한 탓이다.
나중에라도 서현에게 제대로 힐을 다시 받을까 생각했지만 생각을 고쳤다.
아직 써 보지 못한 삶과 죽음의 경계 스킬을 이 길드대항전이 가기 전에 한 번쯤 써 보고 싶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핸디캡을 주고 시작한다 생각하고 임할 예정이었다.
예정대로 C구역에 모인 선수들은 얼른 MC가 경기 종목을 말해 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천존 쪽을 바라보니 신나서 떠들어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자신들은 이미 종목을 알고 있어서 신이 나 수다를 떨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안 봐도 뻔했다.
어휴, 쟤들은 지금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신났네.
소식이 느린 건지 아니면 그냥 생각 없이 해맑은 건지 모르겠다.
항상 쎄빠져라 머리를 굴리는 것은 내 몫이었다.
‘이걸 예상하고 나를 고용한 거면 진중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일지도.’
혼자 온갖 상상을 하는 동안 사람들이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MC가 C구역에 설치된 전광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다들 오늘 종목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잠도 못 주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C구역에 도착하자마자 받은 붉은색 끈이 손에 들려 있었다.
‘이게 다리 묶는 끈인가 보네.’
MC의 말대로 다른 사람들은 종목을 유추해 내느라 밤을 샜을지 몰라도 우리는 합을 맞추느라 밤을 샜다.
종목을 미리 알고 있으니 좀 더 여유로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C구역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그저 광활한 들판이 끝없이 펼쳐졌다는 것을 빼면 별다른 특징이 없었다.
앞선 구역들과 비교해 볼 때 상당히 무난하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들판에 드러누워 여유를 만끽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장소였다.
살벌한 경기를 치를 만한 장소로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뭔가가 있겠지.’
이렇게 평범할수록 의심이 되는 법이다.
[이번 경기 종목은 다들 한 번쯤은 해 봤을 ‘2인 3각’입니다! 2명의 선수를 정해 주세요!]“2인 3각? 초등학생 때 이후로 해 본 적 없는데.”
“저 들판을 달리는 건가?”
웅성거리는 소음 사이로 다시 MC의 말이 들려왔다.
[C구역에 표시된 전환점을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전환점이 어디에 있는지 눈 크게 뜨고 찾아보세요!]C구역에도 어김없이 거대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MC의 말이 끝나자마자 전광판에서는 두 번째 경기 때처럼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저번처럼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그래도 조금 익숙해졌다고 금방 정신을 차리고 선수들을 정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는 이미 선수들을 전부 정했기 때문에 출발 전에 MC가 말했던 전환점이 어디 있는지 살폈다.
그런데 전환점이 어디 있다는 거야…?
끝없이 펼쳐진 들판에 표시해 놨다는 ‘전환점’은 육안으로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러 전환점을 찾기 힘들게 만들어 놨다든가, 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떨어트려 놓은 것이었다.
전환점을 먼저 찾는 사람이 훨씬 유리하게 흘러가겠는걸.
이 출발 지점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러면 멀리 볼 수 있는 스킬이 있거나 높은 곳에서 전환점을 찾는 것이 빠를 것이다.
하지만 우리 둘에게는 적당한 스킬이 없었다.
그것을 깨달았는지 공기태는 자신의 아랫입술을 깨물며 걱정하고 있었다.
“…어떡하지?”
뭘 어떡해, 걱정할 시간에 냅다 뛰어야지.
기태는 어제 열심히 스킬을 조합하며 합을 맞춘 의미가 사라져서 허무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봤자 바뀌는 것은 없었기에 기태를 이끌고 출발선에 섰다.
어느덧 카운트다운이 끝났다.
팟!
오, 자동인가?
시간이 끝나자마자 출발선에 선 선수들의 왼발과 오른발이 서로 묶여 버렸다.
우리의 다리도 도착할 때 받은 붉은 끈으로 단단히 고정되었다.
“확실히 이렇게 묶여 있으면 제대로 뛰기 힘들겠군.”
기태가 묶여 있는 왼다리를 휘적거리자 함께 묶여 있던 내 오른다리도 함께 딸려갔다.
“균형 잡기 힘드니까 다리 들어 올리지 마.”
상대방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 행동에 벌써부터 미래가 암담해져 왔다.
얘한테서 협동이란 걸 기대해도 되는 게 과연 맞는 걸까?
걱정도 잠시, 모든 선수의 발이 묶이자, 공중에 떠다니던 작은 공이 터지는 소리를 내면서 출발 신호를 알려왔다.
탕-!!
터지는 신호와 거의 동시에 출발을 한 우리는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여 거리를 벌려 놓을 수 있었다.
밤새 합을 맞춰 본다고 열심히 연습을 한 효과였다.
그리고 한참을 내달리고 있을 때였다.
탓.
쿠광!!
“으앗, 뭐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을 내달리고 있던 중, 무언가를 밟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내, 거대한 폭발음 같은 것이 들리더니 눈을 뜨니 허공을 유영하고 있었다.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함께 공중으로 떠올라 버린 기태는 얼굴을 구기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아니, 내가 원해서 그런 게 아닌데!
쿵!
“윽!”
억울한 마음이 울컥 올라오기도 전에 공중에 떠올랐던 몸이 땅에 곤두박질치며 통증을 유발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에게만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쾅!!
“으, 으악!!”
“이게 뭐야?!”
여기저기서 폭발음이 들려오고 하늘로 도약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불꽃놀이를 하듯 사람이 날아다니는 광경은 돈 주고도 못 볼 광경이었다.
몸이 멀쩡한 것을 보니 폭발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게 해 놓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아무런 언질 없이 사람을 공중에 냅다 던져 버리냐.
꽤 높이 던져 버리던데, 폭탄에 대한 피해는 없어도 땅에 떨어질 때의 고통은 그대로였다.
일반인보다 몸이 튼튼한 헌터니 상처 없이 멀쩡했지, 아니었으면 병원 신세였다.
게다가 헌터라고 전부 튼튼한 것도 아닌데 너무 대책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실제로 지금 잘못 떨어져서 허리가 아파 죽겠다고.
허리를 붙잡고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있었던 녀석이 주변 바닥을 살피고 있었다.
“너무 평범한 경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함정이 있었군.”
“…그러게.”
나한테 하는 말 맞는 거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공기태를 보고 머리를 긁적이며 나도 똑같이 바닥을 살폈다.
자라나 있는 잡초에 가려져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안 보일 정도로 미세하게 땅이 불룩 튀어나온 곳들이 있었다.
완전히 지뢰밭이 따로 없었다.
“모르고 이걸 밟았다가는 하늘로 솟구친다는 거네.”
잠깐, 하늘로 솟구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