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103
104화
-2인 3각 경기 (2)
이거 이용해 먹을 수 있겠는데?
순간적으로 번뜩 떠오른 생각에 곤란해하고 있는 공기태를 불렀다.
“이거 이용해 먹자.”
“무슨 소리야?”
어리둥절해하는 놈을 보자니 어떻게 선수로 차출된 것인지 의아해질 정도였지만 경기 도중이었으니 일일이 따지고 들 시간이 없었다.
“폭발이 일어나면 공중에 몸이 뜨잖아. 그걸 이용해서 전환점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자고.”
“……!”
다른 선수들은 듣지 못할 정도로 작게 속삭이자 그제야 말길을 알아들은 기태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리 봐뒀던 지뢰를 가리켰다.
“동시에 밟는 거야.”
“너나 허둥대지 마.”
준비를 마치고 묶여 있는 발로 동시에 밟으니 어김없이 지뢰가 폭발하며 몸이 공중에 날아올랐다.
아까는 갑작스러운 폭발에 정신이 없어 주변을 볼 생각을 못 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확실히 높은 곳까지 내던져진 우리는 먼 곳까지 내다볼 수 있게 됐다.
“저기, 흰 원이 그려져 있어!”
공기태가 어느 한쪽을 가리켰고 그곳을 확인하려는 순간, 이미 몸이 중력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땅에 발을 디뎠다.
“…못 봤어.”
가지가지 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인상을 쓴 공기태가 말도 없이 휙 이동해 버렸다.
아마 자신이 봤으니 나는 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어엇!”
하지만 준비도 없이 움직이는 바람에 중심을 잃은 나는 앞으로 고꾸라졌고, 발이 함께 묶여 있던 공기태고 함께 넘어지고 말았다.
쿵!
[아~! 선두를 달리고 있던 공기태 군과 한설 군의 실수입니다! 서로 발을 맞춰서 달려야 넘어지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죠!]타이밍에 맞게 날아오는 MC의 멘트에 공개적으로 망신을 얻었다.
넘어지자마자 몸을 벌떡 일으키는 기태 녀석 덕에 다시 한번 몸이 휘청거렸다.
아니, 마음만 급하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연습한 거 다 잊었냐?!
화나서 그런 건지 아님 쪽팔려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아까부터 조급하게 움직이는 녀석 때문에 계속 삐걱댔다.
역시 이놈이랑 잘 맞을 리가 없지!
“야! 마음만 앞선다고 뭐가 되냐? 나한테 맞추라고!”
결국 계속 넘어질랑말랑 위태로운 상태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네가 나한테 맞춰! 굼벵이처럼 느려 터져서는!”
아, 진짜 못해 먹겠네.
우리가 다투고 있는 와중에 다른 선수들도 폭발에 익숙해져 전환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다들 이 종목이 나올 줄 알기라도 했는지 아주 합이 척척 잘 맞았다.
물론 넘어진 사람이 우리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초반에 이미 탈락 조에 들어선 팀을 제외하고 선두만 봤을 때 합이 맞지 않는 팀은 우리뿐이었다.
“야…. 이러다간 뒤에 있는 놈들한테 선수 빼앗겨.”
내가 처음으로 짜증난다는 듯 이 중얼거리자 녀석도 지금 싸울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모양인지 말을 아꼈다.
게다가 보란 듯이 촬영용 드론들이 날아다니고 있는데 싸워 봤자 득 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녀석은 발을 맞출 생각이 들었는지 자리에서 멈췄다.
그리고 우리가 멈춰서자마자 대안 길드가 우리를 제치고 나갔다.
이번에도 신애가 참가했다. 그리고 함께 참가한 다른 사람은 현준이었다.
둘은 소꿉친구라고 했으니까 호흡이 잘 맞겠군.
지나가면서 그들과 눈이 마주쳤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먼저 선두를 차지하겠다는 생각이 표정에서 드러났다.
“선두를 뺏겼어!”
기태가 다시 조급해하는 것 같아 진정시키려고 할 때 천존과 매화가 다시 우리 앞을 쌩하니 지나쳤다.
순식간에 우리가 대형 길드들 중에서는 꼴찌가 되어 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화가 난 듯 목에 힘줄이 돋아난 기태가 나를 돌아봤다.
마치 왜 멈추자고 했냐고 따지는 눈빛이었다.
뭐, 그렇게 쳐다보면 어쩔 건데. 나 혼자 잘못했어? 같이 잘못한 거지?
그 표정에 지지 않고 함께 야려주다가 우리도 다시 움직일 채비를 했다.
그리고 우리가 먼저 선두에 서지 않은 것이 이번에는 얼마나 다행이었는가 알게 되었다.
피웅-!
파바박-!!
앞서 나가던 녀석들이 또 다른 지뢰를 밟자마자 이번에는 폭발이 아닌 땅에서 무엇인가 솟아올랐다.
텅!
“이, 이게 뭐야!?”
솟아오른 것은 투명한 유리였다.
그리고 그 유리는 선수의 사방을 막아서고 마무리로 뚜껑까지 닫아 버렸다. 완전히 갇혀 버린 것이다.
함정이 폭발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거군.
“이 앞부터는 저 유리를 뚫고 가야 해. 무슨 방법 없어?”
앞서가던 대안 길드와 천존이 유리를 부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 보였다.
특수 제작된 유리인지 헌터들의 힘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이 경기도 탈락이 있는 건가?
그래도 나름 A급 헌터들이 때리고 있는데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라면 아주 작정을 했다는 소리였다.
그때였다.
콰직-!
냅다 유리를 향해 빛의 검을 휘두르는 신애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런 무식한 방법으로 저 유리가 깨질 리가….
쩌적-!
…있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멀쩡한 줄 알았던 유리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이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역시 S급은 다르다 이건가….”
이거 잘하면 대안이 이기겠어.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대안이 이제껏 한 번도 승리를 가져간 적이 없었기 때문인가, 안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안이 기록한 점수를 보면 천존의 뒤를 바짝 쫓고 있었다.
심지어 어제 경기에서 2등을 했으니 신혈과는 거의 동점에 가까웠다.
‘이번 경기에서 대안이 승리하게 둬서는 안 된다.’
신애가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됐다.
그녀는 이 길드대항전의 유일한 S급이었다.
이제껏 운이 나빠서 승리를 단 한 번도 가져가지 못했다는 것이 다행인 점이었다.
만약 첫 번째 경기에서 신애가 방심만 하지 않았어도 지금 선두에 달리고 있는 것은 천존이 아니라 대안이었을 것이다.
[이럴 수가!! 놀라운 힘으로 대안의 신신애 선수가 유리벽을 파괴해 버렸습니다! 역시 S급은 뭔가 다르군요! 순식간에 선두가 뒤바뀝니다!]“젠장! 우리도 뛰어야 해!”
유리를 산산조각내고 전환점을 향해 달려가는 신애를 보더니 기태가 다시 마음이 급해져 발을 들썩였다.
얘는 왜 이렇게 성급해! 방금 올라온 유리벽을 못 본 거야?
나는 황급히 뛰어가려는 기태를 막기 위해 묶여 있는 다리를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 반동으로 기태는 바닥에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넘어져 버렸다.
“…뭐 하는 짓이야!”
“너야말로 뭐 하는 짓이야? 유리 상자에 갇혀서 탈락하고 싶은 거야?”
“그럼 어떡할 건데? 뛰는 거밖에 방법이 더 있어?”
기태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딱히 뾰족한 수가 없었기에 무작정 뛰는 것밖에 답이 없었다.
게다가 꾸물거리다가는 1등은커녕 또 탈락 위기에 놓일 것이 분명했다.
이걸 피할 수 있는 건 함정을 해제하는 스킬이나 하늘로 도망가는 수밖에 없는데.
전에 소리 전달로 비행을 했던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비행을 할까 생각이 들었지만 기태가 걸렸다.
다른 사람과 함께 날아 본 적이 없으니 만약 기태를 들고 날 수 없게 된다면 아까운 소리 전달만 사용하는 꼴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뭐든 시도해 보는 게 낫지.
결국 마음을 먹고 저번에 소리 전달로 썼던 비행 스킬을 다시 사용했다.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지속시간은 1시간입니다.]뭐야, 왜 시간이 이렇게 줄어들었어?
당황하며 지속시간을 다시 확인했다. 그럼에도 1시간이라는 숫자는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저번과 마찬가지로 내 양발에 날개가 돋아났다. 그리고 그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이게 뭐야?”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공기태를 돌아보니 놈의 발에도 날개가 달려 있었다.
이 녀석한테도 스킬이 적용됐다고? 이거 설마 다리 하나가 같이 묶여 있어서 그런 건가?
“…너 지금 무슨 스킬 쓴 거야?”
스킬을 어젯밤에 열심히 공유했다고는 하지만 사실 나는 전부 알려준 것이 아니었다.
한 번 보고 말 사이인데 뭐 하러 스킬을 전부 알려준단 말인가?
내가 공기태에게 알려준 스킬은 겨우 악기 공격과 음악의 신, 두 개였다.
공기태는 내 등급이 E급이라고 알고 있었을 테니 의심하지 않고 넘어갔었다.
“나한테 전부 말한 게 아니었어?”
“지금 그게 중요해? 빨리 달려!”
말을 돌리며 다리를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공중으로 날아오르니 함정도 쉽게 피할 수 있었고, 멀리 전환점이 표시된 구역도 훤히 보였다.
처음부터 이럴 걸 그랬네.
[이건 또 뭔가요! 신혈에서 비행 스킬이 있는 사람이 있었던 모양입니다!]우리가 날아오르는 것을 보고 놀란 MC의 멘트가 이어졌다.
비행 스킬 자체가 희귀한 스킬이었기에 놀랄 만도 했다.
지금까지 비행이 가능한 스킬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헌터들은 S급뿐이었다.
함정을 피했다고 안심할 수 없었다. 지속시간이 1시간밖에 되지 않았기에 도착지까지 간당간당했다.
거리가 꽤 있었기 때문에 중간에 효과가 풀릴 수도 있었다.
“1시간 뒤면 풀리니까 이젠 속도 싸움이야.”
기태는 할 말이 많아 보였지만 시간이 없다는 말을 듣고 얌전히 있었다.
멀리 신애가 함정을 파괴하며 달려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거리 차이가 심했지만 이쪽은 함정을 전부 피해 하늘을 달리니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자-!”
휘청-
아, 뭐야!
“야, 균형 좀 잘 잡아봐! 나까지 휘청거리잖아!”
“조용히 좀 해봐! 나도 이러고 싶지 않거든?”
속도를 내기 위해 발을 내디뎠는데 공기태가 균형을 잡지 못하고 팔다리를 휘적였다.
그 모습이 웃겨서 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간신히 참아냈다.
사실 웃을 상황은 아니었다.
비행은 처음 해 보는 기태 덕에 나까지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래도 A급 헌터답게 몇 번 팔다리를 휘적이더니 금방 익숙해진 모습으로 발을 맞추기 시작했다.
익숙해지니 땅을 디디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하늘에서는 넘어질 일이 없었기 때문에 재볼 것도 없이 속력을 냈다.
신애를 따라잡는 것은 금방이었다. 그녀는 함정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고 파괴는 데도 시간이 걸렸으니까.
멀리 전환점이 보였다.
뭔가 찜찜한데…. 이렇게 쉽게 전환점을 돌게 해 준다고?
함정이 하나 더 나온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거리였다.
오히려 전환점에 가까워질수록 더 피하기 힘든 함정이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피웅-!!
찜찜함을 겨우 떨쳐내려고 할 때 빠른 속도로 화살이 날아왔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팔에 상처가 남고 말았다.
“뭐야, 이건 또!”
내 팔에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기태가 소리치며 공격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주변을 둘러봤다.
자세히 보니 지뢰와 마찬가지로 땅에 무슨 짓을 한 것이었다.
우리가 움직일 때마다 땅에서 화살이 하나둘씩 솟아오르더니 움직이는 모든 것들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피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불평하던 기태는 날랜 만큼 화살을 쉽게 피했다.
“윽!”
하지만 화살은 빗나간 그대로 다시 회전을 하여 기태를 향해 날아왔다.
젠장, 유도 기능까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