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115
116화
-미션 007 (7)
막내PD는 지난 경기 영상들을 찍어뒀던 파일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찾았다.”
나중에 편집 본으로 영상을 올리기 위해 모아둔 영상들 사이에 카페영상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PD는 눈치를 보다가 영상을 몰래 재생했다.
거기에는 매화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천존의 싸움이 담겨 있었다.
특히 천설원의 화려한 전투가 돋보였다. 매화와의 전투가 지나가고 신혈과 천존이 만나는 장면이 등장했다.
“어 이, 이건…?”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에 PD는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이거 어떡하지? 말씀드려야 하나?”
영상을 보고 난 뒤 PD는 고민했다. 팀장에게 말하면 분명 특종감이라며 좋아할 게 분명했다.
그렇지만 왠지 그는 이 영상을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지금 신혈에서 카메라 켰어요!! 말할 게 있다는데, 대박 건수 같아요!”
흥분하며 들어온 남자에게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그리고 그 말은 들은 팀장은 촬영용 드론을 몇 대 신혈 쪽으로 보내라며 신속하게 지시했다.
안 그래도 바쁜 와중에 다들 정신없이 모니터에 코를 박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막내PD는 혼자 고민에 휩싸였다.
“이걸 내보내도 되는 걸까….”
그의 고민과는 별개로 거대한 모니터 너머로 누가 봐도 잘생긴 백이권의 모습이 등장했다.
화려한 금발이 조명을 받아 밝게 빛났고,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끝에 이권의 조각 같은 턱선이 자리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신혈의 즐거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이번엔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게 됐습니다.]이권의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영상을 통해 흘러나왔다.
“역시 연예인을 했어야 했어.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알겠다니까.”
팀장이 볼에 손을 얹으며 아쉽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근데 저건 무슨 조합이지?”
이권의 옆에는 외부 헌터인 한설이 함께하고 있었다.
미적 감수성을 해친다며 고개를 젓던 팀장은 곧이어 이권의 첫마디에 입을 쩍 벌린 상태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카메라를 켠 이유는 태산의 회장, 서영웅의 비리를 전해드리기 위함입니다.]* * *
신혈 길드의 회의실에는 카메라가 돌아가는 소리와 이권의 목소리만 조용히 울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아까부터 토가 하고 싶은 속을 달래느라 이권이 뭐라 말하는지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었다.
사람들 앞에 내세우는 것은 이권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증거만 내놓고 뒤로 물러설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권이 억지로 카메라 앞에 나를 세워 버렸다.
“이건 태산이 4년 동안 길드대항전 투표 조작, 경기 조작을 행해왔다는 증거입니다.”
이권이 술술 말하고 있을 때 나는 토를 하지 않기 위해 숨을 참았다가 말았다가를 반복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이권이 모든 진술을 마치고 있었다.
“…그러므로 신혈을 습격한 것은 천존이 아니라 태산의 계략이었다는 것이죠. 한설 군이 그 녹음 파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권이 내 이름을 부르고 나서야 흠칫 놀라며 그를 쳐다봤다. 이권은 친절하게 웃으며 귓속말로 녹음기를 틀으라고 말했다.
진짜 트라우마 극복기야, 뭐야.
일부러 이러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것에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한심했다.
이권의 말대로 핸드폰에 녹음되어 있던 소리를 틀자 서영웅의 악랄한 목소리가 카메라를 통해 전달되고 있었다.
옆에서 실시간 댓글을 확인하던 다른 팀원들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여론이 확 뒤집어진 것이다.
이로써 서영웅은 끝이 났고 태산도 끝이었다.
그러니까 나도 여기서 빠져도 되는 거 아닌가?
속이 울렁거리자 엉덩이가 들썩였다. 이 자리에서 바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이권이 원망스러워지려고 하고 있었다.
턱.
이권의 손이 내 어깨를 짓눌렀다.
그리고 미소를 지은 채로 복화술을 하듯 조용히 나에게 읊조렸다.
“언제까지고 피할 수는 없어. 네가 점점 더 강해질 거라면 더욱더.”
그 말에 잠시 얼어 있었던 것 같다.
그래, 뭐 언제까지 그딴 기억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건데? 사이코패스 같은 백이권도 이렇게 당당하게 잘만 사는데.
그렇게 생각하자 속이 조금 편해졌다. 녹음이 끝나고 카메라가 꺼지자 몸에 기운이 쭉 빠졌다.
“한설 군에 대한 언급은 얼마나 되지?”
이권은 카메라가 꺼지자마자 태경에게 질문했다.
“거의 없어요. 그냥 태산과 이권님에 대한 얘기뿐입니다.”
“봤지? 생각보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관심 없다니까? 게다가 이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히겠지.”
이권은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들 들썩여 보였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진 알겠어요.”
“지금 댓글에서 7년 전의 너를 알고 있다 말한 사람이 있어? 있었어도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하겠지. 시간은 흐르고 있고 사람들은 새로운 이슈에 열광하니까.”
이권은 멍하니 올려다보는 내 어깨를 두드린 다음 팀원들에게로 돌아갔다.
“자자, 이번 미션은 실패해 버렸지만 내일 있을 공성전은 힘내보자고!”
“네!”
군기가 바짝 들어 있는 대답이 회의실에 울리며 우리는 다시 스타디움으로 돌아왔다.
결과론적으로 미션에 실패하게 된 우리는 베네핏을 받게 될 후보에 조차 들지 못했다.
사람들의 투표로 미션 승리자를 뽑는 것이었지만 미션카드에 적힌 미션을 완수하지 못하면 후보에도 들지 못하는 것이 룰이었다.
그리고 막판에 동정여론으로 득표수가 몰린 천존이 결국 이번 미션의 승자가 됐다.
이번 베네핏은 공성전의 위치 결정권이었다.
“쳇, 서영웅만 아니었으면 우리가 가져오는 건데.”
김은아가 툴툴대며 말했다.
“괜찮아. 어차피 이번 길드대항전은 파국이니까. 승리가 중요한 게 아니게 됐어.”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여론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권이 터트렸던 태산의 비리로 인해 길드대항전은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다들 태산과 붙어먹었던 주최 측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지금이라도 경기를 중단해야 한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었다.
이 사건과 연관된 인물들의 사퇴 청원도 올라올 정도였으니 말 다한 셈이었다.
“지금 길드대항전 자체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반대로 동정의 여론도 만만치 않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지.”
이 날만을 위해 실력을 갈고 닦은 선수들이 불쌍하다느니, 어차피 공성전만 남았으니 마무리를 봐야 한다는 여론도 존재했다.
어차피 경기를 중단하기에는 여기에 들인 돈이 한두 푼이 아니기에 성사되지 않을 얘기였다.
국가적 행사가 그렇게 쉽게 중단되려면 대통령 명쯤은 되어야 가능할 얘기였다.
“그럼 이제 어쩌자는 건데?”
김은아가 입을 삐쭉 내밀며 시비조고 말을 걸었다.
지금 상황에서 뭘 할 수 있겠냐.
“그냥 열심히 경기를 하면 되는 거야.”
“뭐? 경기를 진행하느니 마느니 하는데?”
“이 동정여론을 더욱 끌어올려야 하지 않겠어? 아니면 그에 준하는 사건을 다시 터트려 주던가.”
이번 일로 깨달은 것이 있었다.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더 재밌고 흥미진진한 이슈에 끌려 다닌다는 것이다.
“공성전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가장 좋은 이슈이기도 하지. 게다가 공성전만을 기다린 사람도 많아. 우린 그냥 준비한 대로 열심히 노력하면 되는 거야.”
너무 당연한 말을 하니 다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틀린 말을 하진 않았기에 가만히 있었다.
다들 표정하고는.
“계획하고 있었던 게 있겠지만 잠시 접어두고 천존과 협력하죠. 어차피 35개의 길드들과 싸우려면 협력은 필수이고, 천존과 협력하는 게 그림이 좋아요.”
“하긴, 우리가 천존을 도와준 꼴이 됐으니 척을 지는 것도 이상하게 보겠지.”
간만에 태경이 내 의견에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누가 우승하든 더럽혀진 왕관을 쓰게 되는 꼴이에요. 지금 대중들은 신혈과 천존에게 주목하고 있으니 판은 우리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어요.”
열심히 상황을 설명하고 있을 때 서현이 핸드폰을 확인하다가 눈이 동그래져 외쳤다.
“어, 이거 봐요! 방송사 직원이 뭐 올렸는데요…?”
핸드폰을 들이미는 곳에는 ‘천존의 실력 팩트’라는 제목의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어라? 여기 뭔가 조금 익숙한데?
어두운 조명 아래 정갈하게 늘어선 의자와 소파, 그리고 눈에 띄는 카운터는 영락없는 카페 내부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천존과 매화가 일촉즉발의 상태로 대립하고 있는 모습이 재생되고 있었다.
미친! 설마 카페에도 카메라가 있었던 거야…?
그런 줄도 모르고 눈치 안 보고 이상한 말 전부 내뱉었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이거 토끼탈 갈아입는 것도 찍혔나?
다행히도 이 영상은 매화가 패배하여 카페를 나가는 것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이 영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분명 뒤에 어떤 내용이 나오는지 알고 있을 것이었다.
“사람들 반응이 완전히 천존으로 돌아섰어. 동정표에다가 실력도 받쳐준다는 게 증명이 된 거니까.”
태경이 영상에 달린 댓글을 확인하며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도 댓글을 확인했다.
-대박. 천존 솔직히 개멋있다.
-천존 믿고 있었다고~!
-이제껏 태산한테 당한 것도 억울한데 실력까지 억까당하고 있었네ㅠㅠ
-사람들 태도 바뀌는 거 역겹다ㅋㅋㅋ
-이제부터 천존 응원합니다. 솔직히 이 기세면 공성전도 우승각.
다들 천존을 응원하는 분위기였다.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는 건지 헷갈렸지만 욕먹어서 진중권과의 계약이 파토나는 것보다는 나았다.
“봤죠? 다들 천존을 응원하는 분위기라고요. 여기서 함께 가는 게 정답입니다.”
방송국 관계자들이 토끼탈을 바꿔 입는 것을 봤든 보지 않았든 팀원들을 설득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그리고 다음 날, 우리는 메인 스타디움이 아닌 공성전 전용 구역인 D구역으로 모였다.
어떤 구역보다 광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D구역은 말 그대로 작은 성들이 육각형 모양을 만들어내고 있는 거대한 공간이었다.
“성이 딱 7개밖에 없네?”
육각형 모양의 끝에는 각각 다르게 생긴 작은 성들이 있었다. 각 끝에 성이 존재하고 마지막 성은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었다.
“맞아. 공성전을 치를 수 있는 길드는 일곱 길드뿐이야. 나머지는 참여조차 못 하는 거지.”
내 의문에 태경이 친절히 설명해 줬다.
하긴, 35개의 성을 어떻게 다 만들어 놓겠어. 돈도 돈대로 들고 경기도 길어지면 지루해질 테니.
[선수 여러분,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동안 별별 일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래도 길드대항전의 꽃, 공성전을 놓칠 수는 없겠죠!]원래라면 메인 스타디움에서 모였을 텐데, 바로 D구역으로 오라고 한 이유를 몰랐는데 잠시 동안 비춰진 관중석을 보니 단박에 이해가 갔다.
처음 개막식 때보다 현저히 줄어든 관중석을 보니 어제 태산의 일이 여파가 크긴 컸던 모양이다.
관중석을 비추던 카메라는 황급히 MC를 찍기 시작했다.
[자~! 잘 아시다시피 공선전을 치룰 수 있는 길드는 단 7팀입니다!! 7팀을 선별하기 위한 미니게임은 바로…!!]MC는 당황하지 않고 전문가답게 경기에 대한 설명을 이어 나갔다.
[줄다리기입니다!]하…. 운동회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