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117
118화
-공성전 (2)
“어, 어떡할까요?”
긴장한 헌터가 침을 꿀꺽 삼키며 내 말을 기다렸다.
나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원정을 나가 버렸기 때문에 지금 지시를 내릴 사람은 나뿐이었다.
“귀찮은데….”
성이 방어형이기도 해서 우리 팀은 공격에 더 집중하기 위해 아주 적은 인원만 두고 떠난 상태였다.
“파악된 인원은 몇 명이죠?”
“대략 30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성에 남은 인원이 고작 10명이었으니 수로는 확실히 밀리는 상황이다.
나는 전광판에 다가가 화면을 전환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무리를 확인했다.
큰일 났다. 처음 보는 얼굴들인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얼굴이 익혀뒀던 매화 길드의 원정대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대안은 완전 반대편에 있었으니 중형 길드 중 하나라는 소리였다.
그럼 해볼 만할 수도 있겠어.
“혹시 이 길드 알고 있나요?”
옆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헌터에게 질문하자 깜짝 놀라며 전광판을 지긋이 바라봤다.
“아, 아마 신화 길드일 거예요. 이 길드, 저희 길드 잡겠다고 큰소리 뻥뻥 치던 길드인데 결국 덤비러 오네요….”
신화 길드? 일부러 길드 이름도 신혈과 비슷하게 지은 느낌이었다.
성 앞까지 오려면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조금 더 여유를 부리고 헌터들을 살폈다.
자세히 보니 앞장서고 있는 헌터의 양손에는 검이 두 개 들려 있었고 나머지 인원들도 무기를 들고 있는 인원이 대부분이었다.
맨 뒤에 쫓아오고 있는 2~3명만이 손에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은 것을 보니 힐러이거나 마법사인 것 같다.
공격 위주로 전투원을 구성했군. 작정하고 온 거네.
“저희 남은 인원들은 포지션이 어떻게 되죠?”
“힐러 2명에 5명은 전투 쪽이고 나머지 3명은 방어에 특화된 헌터입니다!”
와, 5명밖에 안 된다고? 이거 점점 더 심각해지는데?
“5명 전투 계열 중 원딜은요?”
“3, 3명입니다.”
말하는 헌터 녀석도 지금 우리의 상황이 상당히 불리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우렁차던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 갔다.
“일단 되든 안 되든 3명으로 최대한 견제를 해보죠.”
정보를 말해줬던 헌터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기운 없이 돌아서서 나가려 했다.
신혈 길드원이라는 놈이 저렇게 쉽게 열의를 잃어서야 되겠어?
“우리 신혈이에요. 걱정 마요.”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 웃으며 말했다. 조금 기운을 차린 것 같아 보였지만 여전히 두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나는 이 소식을 빠르게 리더인 태경에게 무전으로 알렸다.
“여기는 한설. 지금 성이 공격받기 직전입니다. 일단 알고 계시라고요.”
[뭐…? 벌써 우리를 공격하는 길드가 나왔다고요?]나도 그만 농땡이를 피우고 적이 얼마만큼 가까워졌는지 살피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상당히 가까이 다가와 있는 놈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크하하!! 신혈을 쳐서 우리의 명성을 드높일 것이다!!”
고함을 지르며 다가오고 있는 무리의 리더는 검은 머리에 투블럭컷을 하고 있었고 운동을 했는지 상당한 근육의 소유자였다.
신혈을 치겠다고 큰소리칠 정도면 A급은 된다는 거겠고.
[한설 님! 일단 최대한 버텨주세요. 여기 정리하고 금방 가겠습니다!]태경의 안달 난 목소리가 무전에서 흘러나왔다.
금방 정리하긴. 신애를 이기려면 한나절은 걸릴 텐데…. 아니, 한나절이 걸려도 이기지 못하려나?
“여기는 신경 쓰지 마시고 중앙 성을 차지하는 데 힘써 주세요. 어떻게든 해볼게요.”
[혼자서요? 어떻게 하시려고…!]무전에서 뭐라 하는 것들을 전부 무시하고 인벤토리를 열었다.
“언제 한번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인가.”
금빛으로 번쩍이는 거대한 악기가 존재감을 내보이고 있었다.
인벤토리에서 하프를 꺼내 드니 갑자기 드론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하프 연주를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는 건 아니긴 하니.”
이해는 했지만, 생초보라 뭘 기대하든 기대 이하일 것이었다.
멋진 연주가 목적은 아니었으니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는 일이기는 했다.
나는 하프를 한 손으로 들어 올리고 성문을 향해 걸어갔다.
“어어, 어디 가세요?”
그때 나에게 말을 걸었던 헌터가 당황하며 앞길을 막아섰다.
“직업에 충실하러 가는 거죠. 참, 탱커 3명은 저 좀 따라오세요.”
덤덤히 명령하자 다들 이제 뭐가 맞는 것인지 헷갈려 하는 표정으로 순순히 내 말에 따랐다.
어차피 내 말을 따르는 것 외에 딱히 다른 방법도 없었다.
순순히 따라오면서도 불안하긴 한지 눈동자를 또르륵 굴리며 긴장하는 것이 보였다.
탱커 3명과 함께 성문 밖으로 나가니 더욱 긴장하며 망설이고 있었다.
“저희 3명으로 30명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결국 불안감이 극에 다다른 키 큰 헌터 한 명이 말했다. 다른 두 명도 키 큰 헌터의 말에 동조하며 내 눈치를 봤다.
“3명이요? 아니죠, 저까지 4명.”
“예? 아…. 근데 바드시라고….”
손가락 4개를 펼치며 미소를 지어 보이자 당황한 헌터가 말을 더듬었다. 당연히 나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을 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보기에는 버프 실력이 좋아 선수로 뽑힌 E급 바드일 뿐이었으니까.
“다들 너무 긴장하신 것 같은데, 어차피 여기가 던전도 아니고 죽을 일도 없으니 편하게 생각해요.”
“너무 태평하신 거 아닙니까? 아무리 저희가 대신 전투를 한다고 해도 경각심을 가지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나와 머리 하나는 차이 나는 것 같은 덩치 큰 헌터가 얼굴이 붉히며 불만을 토로했다.
당연히 내가 전투에서 빠질 거라 생각하고 하는 말이었다.
“제가 말했잖아요. 전투는 4명이 한다고. 일단 시간 없으니 방어 좀 해주실래요? 정 힘들다 싶으면 1절 끝날 때까지만 버텨요.”
나는 근처 앉을 만한 바위를 찾아 몸을 지탱하고 하프에 손을 얹었다.
글리산도로 화려하게 시작하여 있어 보이게 손을 놀렸다.
모든 현을 사용하는 것은 하프 연주를 시작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나에게는 무리였다. 그래서 20현 안으로 끝낼 수 있는 곡을 선택했다.
한 달 안에 곡 하나를 완성한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처럼 보일 수도 있었지만 독열 아저씨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던전도 돌지 못하고 매일같이 연주해댔으니 한 곡을 마스터하지 못하는 게 더 어려웠다.
선택한 곡은 액션 만화의 오프닝이었다. 경쾌한 박자와 강렬하고도 속도감 넘치는 것이 이 곡의 포인트였다.
만화의 오프닝이라고 단조롭고 유치한 곡이 아니라 밴드 음악이었기에 꽤 난이도가 있었다.
그래도 하도 죽어라 치면서 외웠더니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하프를 켜기 시작하자 헌터들은 잠시 멍하니 연주를 감상했다.
지금 전투 준비 안 하고 뭐 하는 거냐? 여유롭게 연주나 듣고 앉아 있고, 정신 못 차렸네.
“와, 왔어요!”
적들이 코앞까지 다가오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각각의 방어 템을 들고 내 앞을 막아섰다. 연주는 슬슬 끝나가고 있었다.
“뭐야, 고작 3명? 지금 우리를 상대하는 데 3명이면 된다고 시위하는 거냐?”
성문 앞까지 다가온 투블럭의 사내는 양손에 칼을 들고 화가 난 상태로 멈춰 섰다.
“…아니면 설마 전투를 할 인원이 고작 3명밖에 없는 거냐? 음?”
금방 우리의 상황을 파악해 버린 투블럭은 화나 있던 표정을 풀고 크게 소리 내며 웃었다.
“큭, 크하하!! 가서 안태경이나 데려오시지! 고작 C급 3명으로 우리를 막을 생각을 하다니!!”
무슨 B급 영화의 악당이 칠 법한 대사를 하며 투블럭은 배꼽이 빠져라 웃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이 여유를 부리며 담소를 나눠줘서 나는 무사히 연주를 마칠 수 있었다.
[우리의 모험은 지금부터 시작이야!] [틀리지 않고 완곡 완료.] [‘주인공 버프’가 적용됩니다.*주인공 버프 – 50%(+10)의 확률로 피해를 무시합니다. 행운과 매력이 50%(+10) 상승합니다.] [새로운 악기로 연주를 완료했습니다. 버프 적용도가 +10% 상승합니다.]
오, 괜찮은 버프가 걸렸네.
게다가 하프로 연주해서 적용도가 10% 상승했다. 반반 확률로 공격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스킬이었다.
“B급으로 승급했더니 버프 적용도도 오르고 한 번에 여러 효과가 적용되네.”
다들 자신에게 걸린 버프를 보고 눈알이 튀어나올 듯이 커지며 나를 돌아봤다.
“서, 설마 이 버프…. 한설 님이 거신 겁니까?”
놀라긴 이르다, 이 녀석들아.
“큭큭, 그깟 버프 하나 받았다고 좋아하는 꼴 좀 보라지! 버프는 그저 부수적인 것이다! 전투의 진정한 주인공은 딜러니까!!”
투블럭은 말을 마치고 검을 치켜들며 빠른 속도로 우리 팀 헌터를 베어냈다.
촤악-!!
투블럭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결국 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더 강한 힘을 가진 쪽이었으니까.
하지만.
“뭐, 뭐야?”
그건 나 같은 서포터를 만나지 못했을 때의 이야기고.
투블럭이 공격한 우리 팀 헌터는 아무 피해도 입지 않고 멀쩡한 상태로 녀석을 노려보고 있었다.
첫발부터 확률 싸움에서 이긴 것이다.
당연했다.
주인공 버프는 말 그대로 사기에 가까웠다. 50% 확률로 공격을 무시하는 것은 운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런데 행운까지 50% 높여줘 버렸으니 정말 운이 나쁜 사람이 아닌 이상 웬만하면 확률 싸움에서 이기게 되는 것이다.
당황한 투블럭은 옆에서 방패를 들어 올리고 있던 C급 헌터의 팔을 베어냈다.
촤악!
하지만 역시 이번에도 그의 팔에는 상처 하나 남지 않았다.
크크, 이게 바로 주인공 버프다!
“대체 무슨 버프를 썼길래…!”
당황한 투블럭은 이를 갈다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헌터들에게 손짓했다. 한꺼번에 덤비라는 사인이었다.
아무리 행운이 높다고 해도 여러 명이 덤비면 버프도 소용없겠군.
“으윽! 하, 한설 님! 어쩌죠?”
달려드는 적 무리를 보고 떨고 있는 헌터들을 보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자기들끼리는 무리라며 징징대던 녀석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줄 때가 됐다.
하프를 들어 올려 인벤토리에 넣으려다 튼튼하고 묵직한 울림통이 눈에 들어왔다.
일반인들은 휘두르기 힘든 크기와 무게였지만 나는 한 손으로 들 만큼 가볍게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맞으면 골로 갈 것 같은데.’
결국 꺼내려던 드럼채를 다시 집어넣고 하프를 높이 들어 올렸다.
우리 팀 탱커들을 열심히 공격하고 있던 투블럭은 하프를 들어 올리니 황당한 표정으로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하프 고장 나면 백이권한테 또 사 달라고 하지 뭐.
태평히 생각하며 하프를 골프 치듯 두 손으로 잡고 투블럭에게 휘둘렀다.
퍼억-!!
“크허억!!!”
그리고 투블럭은 강렬한 소리와 함께 저 멀리 떨어져 나갔다.
[공격에 성공하셨습니다! 공격력이 60% 상승합니다. 공격 시 상대의 방어력을 60% 무시합니다.] [무게로 인해 치명타가 적용됩니다.]오, 악기가 무거우면 치명타가 적용되네? 게다가 생체리듬이 적용된 것도 아닌데 처음부터 60%나 적용된다고?
하프, 이거 물건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