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125
126화
-마나 수련법을 배우자 (3)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현지를 불러낼 수 있는 목걸이가 있다고는 해도, 지금 마나가 부족해 소환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저 마나가 계속 빠져나가고 있긴 해도 아직 마나량 많은 거 맞죠?”
대일을 향해 확인을 받자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나가 채워지긴 하는데, 빠져나가는 마나량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도 아직 그 양이 방대합니다.”
“마나가 많은데도 소환을 못 하는 거면 드래곤을 소환하는 데 얼마나 많은 양이 필요한 거야?”
어이가 없어 중얼거렸다.
하긴, 너무 순순히 제한도 걸려 있지 않은 소환 목걸이를 덥석 넘긴다 싶었다.
녀석도 내가 이렇게 쉽게 소환에 성공할 줄 몰랐던 것일 수도 있었다.
“그나저나 어떡하지.”
지금도 마나가 새어 나가고 있으니 시간이 지체될수록 상황은 안 좋게 흘러갈 것이었다.
방법을 생각해내야 했다.
“혹시 다른 사람이 마나를 빌려줄 수도 있습니까?”
대명에게 물어보자 녀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민했다.
“글쎄요, 그렇게 해 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현지를 소환하려면 얼마만큼의 마나가 필요한 거지?
마나 같은 경우는 시스템의 관리에서 벗어난 영역이라 수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일단 다시 손을 맞잡을까요?”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두 손을 맞잡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일의 몸 주변에는 노란빛의 빛이 일어나고 뭔가 피로가 사라지고 기운이 샘솟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 마나가 들어오고 있는 중인 건가? 약간 피로 회복제 같은 느낌이네.
실없는 생각을 하며 목걸이의 반응을 확인했다.
소환하려고 현지의 이름을 불러도 아무 반응이 없는 것을 보니 조금 더 마나를 받아야 하는 것 같았다.
“저기…. 언제까지 하면 되는 거죠?”
아무런 설명 없이 계속 마나만 받아먹고 있으니 땀을 삐질 흘리며 대일이 질문했다.
갑자기 눈 밑이 심하게 다크써클이 내려앉은 몰골이 되어 있는 대일을 보고 단단히 붙잡고 있던 손을 내려놓았다.
녀석에게서 더 마나를 뽑아내게 된다면 기절이라도 할 것 같았다.
이 정도로는 부족한 것 같은데 어떡하지?
“설마 마나는 한 번 다른 사람에게 주게 되면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만약 그러면 제가 한설 님한테 드릴 리가 없죠.”
퀭한 눈빛이 되어 열심히 설명해 주는 대일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혹시 저에게 마나를 전달해 줄 수 있을 정도로 마나를 잘 다루는 사람은 몇이나 됩니까?”
“한 5~6명쯤 됩니다.”
미안하지만 다들 내 마나 노예가 되어 줘야겠어.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대일에게 미소를 지어주며 그 사람들을 불러 달라 부탁했다.
자신과 똑같은 운명이 될 희생양들을 내 앞에 세워두며 대일은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뭐 잡아먹기라도 한 대? 어차피 다시 마나 찬다며.
나는 망설임 없이 왜 불려온 건지 모르는 사람들의 손을 덥석 잡아챘다. 그리고 최대한 무해하게 웃어 보이며 부탁했다.
“갑작스럽겠지만 저한테 마나 좀 주시겠어요?”
다들 유명한 사람이 마나 좀 달라고 하니 의심하지 않고 맞잡을 손을 통해 마나를 흘려보내 줬다.
“끄어어억….”
“다들 고마워요~!”
그렇게 6명이 전부 지쳐서 바닥을 기어 다니는 꼴을 보고 나서야 겨우 목걸이가 반응했다.
여기서 당장 현지를 불러낼 수는 없었기 때문에 혼자 조용히 상담실로 들어가 현지를 재빠르게 불러냈다.
파아앗-!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용케 소환해냈군.”
사라질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을 한 현지가 소환됐다.
촌장의 딸인 현지의 모습으로 나타난 녀석을 보고 또 마나가 고갈되어 사라지기 전에 용건을 말했다.
소환 한 번 했다고 기운이 쭉 빠지는 것을 보니 그리 오래 소환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야, 네가 마나 수련법 도와줄 수 있다며. 그거 왜 입 다물고 있었냐?”
“너는 그런 게 필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지금은 필요하다고. 당장 알려줘.”
다급해 보이는 내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뭔가 더 말하고 싶어 하던 현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등을 대라.”
현지의 말대로 뒤로 돌자 현지가 두 손을 등에 올려놓는 것이 느껴졌다.
굳이 손이 아니어도 되는구나?
마나를 받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려나 싶어 방심하고 있을 때 현지의 말이 들려왔다.
“기절하지 않게 조심해라.”
뭐?
콰직!!
현지의 손에서 푸른빛이 떠올라 내 온몸을 덮쳤다. 그리고 그 푸른빛은 구석구석을 샅샅이 탐색하듯 몸의 내부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기분이 나쁜 것은 둘째 치고 속이 뒤집어질 것같이 고통스러웠다.
푸른빛이 심장에 가까워질수록 그 고통은 배가 됐다.
“크아악!!”
이렇게 아플 줄 알았으면 마음의 각오라도 하고 시도하는 거였는데!
미리 경고해 주지 않은 현지를 원망하며 비명을 최대한 참았다.
비명을 듣고 밖에 있는 사람들이 들어오기라도 하면 곤란했기 때문이다.
“고통스럽겠지만 기운이 어떻게 흐르는지 느껴야 한다.”
현지의 말이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이대로 이 기회를 날려 먹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녀석이 말한 대로 억지로 들어온 푸른 기운에 집중했다.
혈액을 따라 돌아다니는 것처럼 기운은 온몸을 순환하다 심장의 어딘가에서 끊어진 것처럼 한 곳에 모여들었다.
기운이 그곳에 몰릴 때마다 칼에 베인 듯한 고통이 몰려들었다.
“지금 흐름이 끊겨 막혀 있는 곳이 다시 이어져야지만 마나가 원래대로 돌아올 거다. 그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야. 끊어진 부분은 네 스스로 이어야 해.”
“으윽, …대체 어떻게 이어야 하는 건데?”
“상상력을 높여봐. 기운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단단하게 연결시켜.”
말만 쉽지!
이마에서 식은땀이 주륵 흘렀다. 불평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기에 눈을 지그시 감고 상상했다.
끊어진 밧줄을 다시 엮어서 이어간다고 생각하며 푸른 기운을 조금씩 연결하는 상상을 하자 거짓말처럼 조금씩 고통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끊어진 길이 연결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몸에 흐르던 현지의 기운이 황금빛 기운에 의해 밀려나기 시작했다.
온몸 구석구석 퍼져 있던 푸른 기운을 쫓아내고 황금빛으로 채우고 나서야 나는 참아왔던 숨을 크게 내뱉을 수 있었다.
“파하-!!”
“축하한다. 내 기운을 쫓아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대단하군. 네 안에 돌아다니는 그게 네 마나다.”
땀을 닦아내고 정신을 차리자 몸 안에 신선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동안 빠져나간 마나를 채우기라도 하는 듯 황금빛 기운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 이게 마나? 그럼 이제 스킬을 못 쓰는 일은 없다 이거지?”
“그래. 이제 기초를 배운 거다.”
책에 써 있던 것처럼 현지를 부른 것이 정답이었다.
“마나를 느끼는 것이 기초란 말이지?”
이제 좀 마나에 대해 알 것 같았다.
마나는 마력과 다르게 고갈되는 것이 아니었다. 심장에서부터 생성되어 몸에 흐르는 자연적인 생체 활동에 가까운 것이었다.
“솔직히 기절하고 다신 못 깨어날 줄 알았다. 함부로 기운을 불어넣는 것은 자살 행위에 가깝다.”
뭐라고? 그런 걸 먼저 말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아롤의 마나 비법서를 다시 펼쳐봤다.
그 아래 ‘남에게 마나를 주입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니 웬만하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라고 써져 있는 글씨가 보였다.
아주 작게 써져 있는 것이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런 주의사항은 크게 적으라고.
어쨌든 성공했으니 크게 상관없었다. 이 주의사항을 봤어도 나는 현지에게 부탁했을 테니까.
“나는 이제 가 보면 되는 건가?”
이제 현지가 필요 없는 것은 맞았다. 하지만 밖에 있는 놈들이 조금 걸렸다.
“잠시만.”
밖으로 나오자 아직도 막대기의 잔해물을 치우지 못하고 퀭한 모습으로 글썽이고 있는 대일이 보였다.
그런 스승의 모습은 처음이었는지 녀석을 둘러싸고 수군대고 있는 중이었다.
“한설 님!!”
대일은 내가 상담실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기운 없는 모습으로 기어와 원망의 말을 뱉어냈다.
“솔직히 제가 신세를 지긴 했지만요,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 마나 수련을 할 수강생이 2명이나 예정되어 있었다고요!”
대일의 뒤로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학생 2명이 안절부절못하며 서 있었다.
“해결책을 가지고 왔습니다.”
생각해 보면 대일은 현지를 알고 있었다. 같이 던전 오류를 공략했었으니 누군지는 단박에 알아볼 것이었다.
“얘가 도와줄 겁니다.”
“헉?!”
현지를 앞으로 슥 밀어 보이자 대일은 뒷걸음질 치며 손을 떨었다.
“드, 드래…!”
놀라며 대일의 입을 급히 막았다.
여기서 드래곤이라는 말을 하면 어떡하자는 거야?
어차피 믿어주지도 않을 테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람들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대일에게 속삭였다.
“조용히 해요. 잠깐 소환한 것뿐이니까. 도장 망치고 싶어요?”
뭔가 악당의 대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대일이 허튼 말을 한다면 진짜 악당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드래곤이 어떻게 도와준다는 거죠…?”
드래곤에 대한 정보는 극히 적었기 때문에 대일은 현지가 어떻게 도와준다는 건지 감을 못 잡고 있었다.
“오늘 마나 훈련 한다는 사람들이 이분들이죠?”
대일의 질문에 대답을 미루고 열중쉬어를 하고 있는 2명의 대학생 앞으로 현지를 데리고 갔다.
“어때, 할 수 있겠어?”
“아롤의 기운이 담기 막대기군. 이걸 부숴서 비법서가 열린 거였어. 흥, 아롤의 막대기로 수련을 했다가는 1시간도 안 걸릴 것을 한 달은 잡아먹을 거다.”
아, 역시 이 막대기로 아롤과 관련이 있었던 거군.
두 동강 나 있는 막대기를 힐끗 보던 현지는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일침을 날렸다.
아롤에게 뭔가 악감정이라도 있는 듯 비꼬는 말투였다.
“근데 나한테 했던 것처럼 하면 다 죽어 나가는 거 아냐?”
“네가 특이케이스다. 보통은 그런 방식으로 안 해.”
그럼 다른 방식이 있다는 소리인가?
이거, 잘만 이용하면 내가 도장 차려도 되겠는데?
갑자기 대일이 라이벌로 보이기 시작하면서 욕심이 생기려고 했다.
아니지, 이런 푼돈 벌자고 큰돈을 놓칠 수 없지.
도장을 운영하는 것보다는 던전을 하나 도는 것이 더 이득이었다.
생각을 빠르게 접고는 현지가 나에게 했던 것처럼 대학생들의 등에 손을 얹는 것을 구경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두 녀석들에게는 두 손이 아닌 한 손만 댔다는 것 정도였다.
“한손만 대는 이유가 있어?”
나 때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아 궁금해졌다.
“너에게 한 것은 내 마나를 불어넣어 체내의 마나를 끌어내는 행위였다면 이건 그냥 겉에서 마나를 끌어내는 거다. 훨씬 안전하지.”
“뭐야, 그러 방법이 있으면 나한테도 그걸 먼저 쓰지…!”
까딱하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원망의 목소리가 나왔다.
“넌 속이 망가진 거라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아, 그러니까 나는 목숨 걸고 수술을 진행한 거라면 얘네는 그냥 연고를 바르는 정도라는 거지?
“그럼 시작한다.”
현지의 손에서 푸른빛이 쏟아져 나왔다. 일렁이는 푸른빛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대학생 녀석들의 몸을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물론 겉만 돌아다니는 것이다.
“크, 크학!!”
“어억!!”
그리고 녀석들은 바로 반응을 했다. 두 눈을 번쩍 뜨고 괴로워하며 눈을 뒤집어 깠다.
어라, 생각보다 더 괴로워하는 것 같은데.
“커억!!”
털썩.
그리고 두 녀석들은 심장 쪽을 손으로 괴로운 듯 부여잡더니 입에 게거품을 물고 자리에서 쓰러졌다.
이게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