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129
130화
-다시 만난 차오름 (3)
“아니 뭔 일이 있었길래 그런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거야?”
최대한 티를 안 내려고 노력했는데 얼굴에 다 티가 났나 보다. 인상을 쓴 오름의 표정은 어이없다는 표정이 드러나 있었다.
“너 혹시 시스템이랑 아는 사이야?”
“…뭔 소리야?”
내가 생각해도 조금 이상한 말이긴 했다. 시스템이랑 아는 사이냐니.
시스템이 말을 걸 수 있는 지성체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인격화하는 발언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했다.
오름의 반응을 보니 전혀 모르는 눈치였고.
그럼 차오름이랑 같이 다니라는 소리는 대체 뭐지? 무슨 호칭을 가지고 있길래 그러는 거야?
“너 칭호가 대체 뭔데?”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차오름에게 말했지만 녀석은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왜 그런 걸 물어보느냐는 눈빛이었다.
“너 그거 되게 실례인 질문인 거 알지? 누가 그렇게 함부로 남의 칭호를 물어봐?”
칭호는 있단 소리네.
스킬을 물어보는 게 실례인 만큼 칭호를 물어보는 것도 실례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칭호가 아무나 있는 것도 아니고, 정보가 너무 적었다.
오름도 칭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정보가 적을 것이다. 전설의 동물처럼 말로만 전해지는 것과 같았으니까.
“넌 다른 사람들 칭호가 궁금하지 않아?”
“너도 칭호가 있다는 소리야?”
긍정의 의미를 내보이며 고개를 끄덕이자 오름의 눈빛이 흔들렸다. 오름도 칭호가 있는 사람을 만나는 건 처음이었나 보다.
“정말 너도 칭호가 있다고? 넌 뭔데?”
“내가 먼저 물어봤어.”
오름은 망설였다.
사실 나도 내 칭호를 몰랐기 때문에 오름에게 말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랬기에 오름의 칭호만 알아내고 입 싹 닫을까 고민도 들었다.
조금 망설이던 오름은 결심을 한 듯 입을 열었다.
“내 칭호는 ‘스토리텔러’야.”
스토리텔러? 그게 무슨 칭호지?
물론 나를 포함해서 딱 두 번밖에 칭호를 보지 못했지만 전혀 예측이 안 되는 칭호에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게 대체 무슨 능력이야?”
“나도 정확히 몰라. 설명 자체가 써 있지 않아. 애초에 한 번도 발동한 적이 없어서.”
한 번도 발동한 적이 없다고? 그녀석이 오름과 함께 다니라는 건 그냥 한 소리인 건가?
“아, 근데 오늘 여기 들어오면서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긴 했어.”
기분 가지고는 파악이 정확히 어려웠다. 역시 놈의 헛소리로 치부하고 넘겨야하나 싶었다.
“그래서 너는 무슨 칭호인 건데?”
모르는데.
“오류자야.”
적당한 걸로 둘러대려다가 오름이 효과까지 물어볼까 봐 신애의 칭호를 대신 말했다.
신애와 내가 같이 던전에 들어가야 던전 오류가 발생했으니 나도 오류자와 비슷한 효과가 있는 호칭일 수 있었다.
그러니 완전 거짓말이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오류자? 그건 효과가 뭐야?”
“그건 말해주기 힘들겠는데.”
단호하게 말하니 오름이 인상을 팍 찡그렸다.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야? 너도 칭호 있는 사람 만나는 건 처음 아니야? 서로 정보 공유할 생각을 해야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사실 신애의 정보를 볼 수 있게 됐을 때 다른 스킬들은 볼 수 있었지만 칭호에 관해서는 뭔 짓을 해도 볼 수 없었다.
그래도 무슨 효과인지는 대충 겪어봤으니 둘러댈 정도는 됐다.
“알겠어. 비밀 유지 해야 하는 건 알지? 그리고 너도 네 칭호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 전부 말해.”
“당연하지.”
오름이 그렇게 믿음직스러운 인간군상은 아니었지만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던전 오류를 만들어낼 수 있어.”
“뭐? 던전 오류를…?”
오름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 나 같아도 누군가 던전 오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면 놀랐을 것이다.
그리고 경계하겠지.
오름의 반응이 궁금했다. 두려워한다면 어떻게 해서든 입막음을 해야 했다.
던전 오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다른 사람들 귀에 들어가게 된다면 분명 나에게 엄청난 제약이 걸릴 것이다.
“그렇게 걱정할 건 없어. 특정 인물과 함께 들어가야지만 발동하는 거니까.”
오름을 안심시키기 위해 몇 마디를 덧붙였다.
“미쳤다, 그럼 낮은 등급 던전도 갑자기 S급 던전이 될 수 있다는 소리네?”
그런데 오름의 반응이 조금 이상했다. 눈을 빛내는 모습에 오히려 이쪽이 당황했다.
얘, 조금 정신이 이상한 거 아니야?
“던전 오류가 등급을 상승시켜 주긴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다는 건 알지?”
“그걸 모르는 바보도 있어?”
“그런데도 그런 소리가 나와?”
물론 나도 던전 오류를 들어가는 게 더 좋았다. 하지만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던전 오류를 경계하는 게 맞았으니 그렇게 행동하고 한 말이었다.
“하, 어차피 어느 던전을 가도 목숨이 위험한 건 똑같아. 똑같이 목숨이 위험한 거, 레벨이 잘 오르는 던전 오류가 낫지 않겠어?”
나도 나지만, 얘도 나사가 하나 빠져 있구나.
하지만 묘하게 공감이 되고 동질감이 느껴졌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었구나, 위로가 되는 것도 같았다.
솔직히 신애가 정색하며 던전 오류의 위험성에 경계했을 때 내가 부정당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도 있었다.
“나도 불러줘, 던전 오류. 낮은 던전에 들어가면 그렇게 난이도가 높지도 않을 거 아냐?”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해. 두 단계는 높아진다고 보면 돼. 그리고 특정 인물과 같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 사람이 위험해서 싫어해.”
“그거. 신신애지?”
걸음을 멈춰서 오름을 바라봤다.
어떻게 알았지?
“뭘 그런 눈으로 쳐다봐? 딱 보면 각 나오는데. 최근에 던전 오류 들어간 인원들 추려보면 항상 너희 두 사람이 껴 있던데?”
“너 그런 것도 살펴봐?”
“습관이라서. 나 말고 대형 길드나 센터 사람이면 대충 의심 정도는 하고 있을 수도 있어.”
처음 듣는 얘기였다. 오름이 단박에 알아챈 것도 놀랐지만 대형 길드나 센터가 알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당연히 아무도 모를 줄 알았는데.
“1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던전 오류가 한 달에 3번이나 일어났는데 원인이 뭔지 다들 알아보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오름의 말을 들으니 조금 더 던전 오류를 일으키는 것에 대해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원리인지는 칭호를 모르면 알아내기 쉽지 않을 테지만 더 이상 그들에게 노출되면 던전을 돌 때 제약이 생길 수도 있었다.
“네 말을 들으니 던전 오류를 만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뭐? 야, 어차피 너 같은 E급 나부랭이한테 아무도 신경 안 써! 지금도 그냥 의심만 하고 있을 뿐이지,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 아닐걸?”
그냥 E급 나부랭이였으면 이렇게 생각하지도 않았을 텐데.
길드대항전을 보지 않은 오름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지만 던전 오류는 내가 누구의 압박도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강해졌을 때 다시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덕분에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 고마워.”
오름은 어이없다는 듯이 표정을 지으며 뭐라 한마디 더 던지려고 했다.
“으아악!! 살려줘!!”
그때 앞에서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우리가 쫓던 놈인 거 같은데?
오름도 그걸 느꼈는지 대화를 중단하고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몬스터가 어째 잘 안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부터 시작인가 보네!”
오름과 함께 소리가 들린 곳으로 뛰어가니 이 던전에 처음 왔을 때처럼 텅 빈 공터 같은 지하실이 나타났다.
바닥은 건조했고 그곳에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 남자가 엎드려 있었을 뿐이었다.
몬스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거 또 귀찮은 몬스터를 만난 것 같은데.
내가 녀석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걸음을 떼려고 할 때 오름이 내 팔목을 잡았다.
“잠깐, 이거 함정일 수도 있어.”
“뭐?”
“보통 던전들은 보스 몬스터 하나에 그보다 급이 낮은 몬스터가 우르르 몰려나오는 형식이잖아?”
“그렇지.”
“근데 이 던전은 우르르 나오는 급 낮은 몬스터들 대신 B급 수준의 몬스터가 한 마리씩 등장했어.”
뱀장어를 생각해 보면 보스급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위험도기는 했다. 오름의 말이 점점 이해되고 있었다.
“우린 둘이기도 했고, 네 이상한 스킬 덕분에 뱀장어를 해치울 수 있었지만 저놈은 어떻게 뱀장어를 뚫고 지나간 거야? 애초에 뱀장어를 뚫고 지나갔다면 뱀장어가 우리 앞에 나타나면 안 됐지.”
그러니까, 이건 몬스터가 만들어낸 환각이라는 소리였다.
오름의 말에 걸음을 멈추고 녀석을 바라봤다.
계속 살려 달라는 비명을 외치던 남자는 오름의 말이 끝나자마자 비명을 뚝 그쳤다.
이거 설마 아까 시스템이 오름으로 변했던 것의 연장선인가?
하지만 시스템이 다시 나타나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할 말이 있었다면 아까 전부 했을 테니까.
“진짜 존재하는 몬스터의 몸을 잠시 빌렸던 건가.”
그것밖에 없었다.
몬스터가 유창하게 인간의 언어로 말을 걸었던 것도 시스템의 조종을 받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말이 된다.
끄어어억-
차분히 상황을 정리하고 있자 기괴한 소리를 내며 입에서 거울을 꺼내 들었다. 역시 아까 봤던 몬스터와 같은 몬스터였다.
지금은 말을 못 하고 괴기한 소리만 내는 것을 보니 예측이 맞았던 것이다.
“저 녀석 거울을 조심해야 해. 이상한 데로 끌고 들어가니까.”
저 거울에 다시 한번 들어가면 시스템을 조종하는 녀석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몰랐지만 일이 복잡해질 것 같았다.
시스템이 적인지 아군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이상, 지금은 조심해야 하는 것이 맞았다.
“그걸 어떻게 아는 거야?”
“아까 내가 기절했을 때 저 몬스터한테 당한 거였어! 잠깐, 근데 넌 그때 어디 갔었냐?”
생각해 보면 몬스터가 언제 오름으로 변한지 알지 못했다. 그저 오름의 뒤를 쫓아가고 있을 뿐인데 쥐도 새도 모르게 당했다.
오름은 당한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저 녀석 뭔가 한다!”
오름이 그렇게 외치자마자 시야에서 오름이 사라졌다.
“뭐야, 스킬을 쓰는 타이밍도 못 봤는데?”
환각을 보여주는 스킬을 쓴 것 같은데 언제 시동한 건지 알 길이 없으니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몬스터도 오름도 보이지 않고 텅 빈 지하실에 오로지 나 혼자 남게 됐다.
아까처럼 시스템이 나오지는 않겠지?
“인벤토리.”
이번에는 다행히도 시스템이 아니라 진짜 몬스터의 공격인 듯싶었다. 인벤토리가 제대로 나왔기 때문이다.
드럼채를 손에 쥐고 주변을 휙 둘러봤다. 언제 몬스터가 달려들지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촤르륵-
얼마 지나지 않아 수십 개의 거울이 내 주위를 둘러싸더니 놀이동산에서나 볼 법한 거울 미로가 완성되었다.
…다행이 아닌 건가?
갑자기 미로에 갇히게 된 상황이 되니 시스템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잠깐 스쳐 지나갔다.
“뭐, 이런 거 그냥 깨 버리면 되는 거니까.”
잠시 당황했지만 쉽게 생각하며 거울을 향해 드럼채를 휘둘렀다.
챙-!
그런데 이상했다. 거울이 깨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욱 이상한 것은 거울에 비친 존재였다.
분명 내 모습이 거울에 비춰져야 할 텐데 그 속에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인물이었다.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