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13
13화
-지속 던전 (2)
나를 위해 준비된 것 같은 이 글은 뭐람.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게시글을 클릭했다.
자세히 보니 나머지 인원들이 모두 E-D급인 헌터들로 구성된 파티였다.
평범하게 D급 던전을 도는 거면 E-D급 파티로 까다로울 수도 있겠지만….
“지속 던전이라면 말이 다르지.”
지속 던전은 평범한 던전들과 다르게 공략을 완료하고 나서도 게이트가 닫히지 않고 유지되는 던전이다.
몬스터들이 다시 생성되기 때문에 언제든 던전을 돌 수 있고, 공략에 대한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대신 보스 몬스터가 없기 때문에 큰 수확을 노릴 수는 없는 게 단점이었다.
레벨 올리기도 좋고 안전하게 기술을 연마하기에도 좋아 헌터들에게는 꽤 인기가 많았다.
“보통 지속 던전 돌 때 E급 서포터는 잘 안 뽑는데 운이 좋네.”
누가 채갈세라 얼른 연락을 했다. 긍정의 답이 오기까지는 몇 분 걸리지 않았다.
[너무 좋습니다! 한설 님. 동요 기대할게요!]순간 너무 부끄러워졌다.
대체 어디까지 소문이 난 거야?
* * *
다음 날. 평소와 똑같이 리코더만 달랑 들고 약속 장소로 나갔다.
공략에 필요한 아이템들은 이미 준비가 끝났다는 말에 아무 준비 없이 나왔는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편하게 와도 되는 걸까 싶어서.
그래도 오늘 돌 던전이 그렇게 쉬운 던전은 아니라는 말을 들었기에 조금은 숙지를 하고 오긴 했다.
“안녕하세요. 한설입니다. 오늘 지속 던전 도시는 분들 맞으세요?”
“한설 님이세요?”
“와, 실제로 뵈니까 신기하네요!”
딱 봐도 나를 기다리는 듯한 무리로 다가가 인사를 했다. 그러자 파티 사람들이 나를 발견하고 과하게 반겨주었다.
“오늘 쓰일 아이템이에요. 한설 님 것도 준비했으니 받으세요.”
짧게 스포츠머리를 한 남자가 푸른빛을 띠는 호롱불을 건넸다.
“오, 호롱불이 작고 귀엽네요.”
“네. 던전에 나오는 몬스터가 숨어서 공격하는 습성이 있는데, 이 호롱불의 불빛을 보면 불나방처럼 환장하고 나오거든요. 누가 나방 몬스터 아니랄까 봐.”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공략집에서 봤던 그대로였다.
“빨리 들어갈까요?”
뭐가 그리 급한지 소개도 없이 던전 게이트로 쏙 들어가는 파티 사람들을 보고 묘한 기분을 느꼈다.
친절한 것 같은데 오히려 불친절한 것 같은 느낌?
“한설 님 버프가 그렇게 좋다면서요?”
“아뇨, 뭐 평범해요.”
“에이, 겸손 떠시긴. 스킬 뭐 있어요? 하나만 알려줘요. 얼마나 좋은 스킬이길래 소문이 났나 궁금해서 그래요.”
아까 나에게 호롱불을 건네줬던 남자가 실실 웃으며 졸라댔다.
스킬을 알려 달라니. 얼마나 무시하는 거야.
사람들은 친절하게 웃고 있었지만 나를 대하는 태도가 묘하게 예의가 없었다.
보통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서로 직업을 이야기하고 소개를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래야 어떤 식으로 스킬을 쓸지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으니 이건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다른 사람의 스킬을 직접적으로 묻는 건 예의를 떠나 욕을 먹어도 싼 행동이었다.
초보인 걸 알고 예의 없게 구는 것인지 기본 중의 기본도 지키지 않는 게 분명했다.
이번 파티 끝나고 차단 박아야지.
“죄송하지만 스킬은 알려드리기 어렵네요.”
미소를 지으며 거절하자 남자의 얼굴이 순간 굳는 것이 보였다.
내가 빤히 바라보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남자는 다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하, 제가 너무 꼬치꼬치 캐물었네요. 죄송해요!”
“…아닙니다.”
내 착각인가 싶어 이상한 느낌을 무시하고 파티원들의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이 던전 공략집은 좀 보셨나요?”
조용히 걸어가던 중에 빨간 머리로 염색한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 조금은요.”
“그러시구나. 그럼 좀 더 가면 갈림길 나오는 것도 알고 계시겠네요?”
“네. 그런데 길을 외우지는 못해서요.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만 믿고 따라오시면 금방 깰 겁니다.”
이 던전은 나방 몬스터가 나와 귀찮게 구는 것보다 던전 자체가 더 골치로 뽑히는 곳이었다.
동굴 형태로 된 던전에다가 길이 여러 갈래로 나 있어 길을 잃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꼭 필요한 아이템이 이 ‘푸른 호롱불’이었다.
나방이 있는 곳이 곧 길이었기 때문에 호롱불이 길잡이 역할을 해줬다.
말을 하며 걷는 사이에 갈림길이 나왔다.
“여기서부터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가자.”
스포츠머리의 남자가 웃으며 호롱불을 앞으로 들이밀자 오른쪽 동굴에서 나방 몬스터가 떼거지로 나오기 시작했다.
“화염 마법 쏴 줘!”
“파이어볼!”
남자의 말에 빨간 머리 남자가 불을 이용한 마법을 이용해 나방들을 태워 버렸다.
“D급이지만 공략법만 알면 이렇게 쉽게 해치울 수 있어요. 어때요? 완전 버스 탔죠? 한설 님은 그냥 손 하나 까딱 안 하셔도 돼요.”
리더인 것 같은 스포츠머리의 남자가 특유의 거슬리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나에게 말했다.
“네. 정말 운이 좋네요.”
속으로 욕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레벨 올리려고 온 건데 손 하나 까딱 안 하는 게 좋겠냐.
파티는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고, 누가 손도 대기 전에 빨간 머리가 전부 몬스터를 처리해 버렸다.
“초반에 여기 공략하느라 헌터들이 많이 죽어 나갔대요. 길을 잃어서 굶어 죽거나 몬스터 밥이 되거나.”
“하하, 그렇구나.”
내 속도 모른 채 리더인 남자가 계속 말을 걸어댔다.
어떻게든 레벨을 올리려고 슬쩍 공격을 해보기도 하고 버프를 주려고 노력도 했다.
하지만 뭔가를 하려 치면 다른 파티원이 끼어들어 다 수포로 돌아갔다.
“모방 마법, 파이어볼!”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한 사람이 이렇게 몬스터를 전부 처리해 버리는 것도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었다.
지금의 나처럼 레벨은커녕 경험치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모방 스킬은 처음 보시죠? 다른 사람 스킬 이름만 알면 카피할 수 있어요.”
“아, 네.”
“우리나라에서 거의 없는 스킬이거든요. 이거 보는 것도 진짜 운 좋으신 거예요.”
“아아.”
“물론 강한 스킬인 만큼 스킬 저장이 몇 개 안 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요.”
“그거 참, 안타깝네요.”
이가 으득 갈리는 소리를 참느라 남자가 뭐라 떠들어대는 말에 대충 대답하며 넘겼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도 아니고, 자랑이란 자랑을 전부 늘어놓는 모습은 꽤 열받게 했다.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레벨을 올리지?
온통 머릿속에는 그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빨간 머리 남자를 냅다 공격할 수도 없고….
내가 E급 헌터이긴 했지만 질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껏 봐왔던 D급 헌터들보다 뭔가 허술한 느낌이 있어서 쉽게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디버프 때리고 악기 공격으로 공격하면 맥도 못 출 것이다.
하지만 그건 범죄나 다름없는 행동이었다. 돌아가는 길을 잘 모르기도 했고….
그러고 보니 생각에 잠겨서 눈치채지 못했는데, 뭔가 점점 더 동굴 깊이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근데 저희 너무 깊이 들어가는 거 아닌가요?”
“아, 괜찮아요. 이 길로 쭉 가다 보면 보스 몬스터는 없는 대신 그 급으로 강한 몬스터 잡을 수 있거든요. 저 전에도 한 번 여기 공략하러 왔던 적 있어서 잘 알아요.”
내가 걱정이 돼서 질문을 하자 스포츠머리의 남자는 자기만 믿고 따라오라며 가슴을 툭툭 쳤다.
그 모습을 보며 결심했다.
이 녀석들만 믿고 따라가면 절대 안 되겠구나.
게다가 하나에서 열까지 수상하지 않은 게 없었다.
아마 커뮤니티에 잊을 만하면 올라오는 ‘초보자 사기 파티’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몬스터가 나오지 않는 길로 인도하는 것만 봐도 구린내가 풀풀 풍겼다.
갈림길을 잘못 들어가는 것도 한두 번이지, 몬스터가 보이지 않는 곳만 굳이 골라서 가는 건 의도가 뻔했다.
이 길로 가면 보스 몬스터급의 강한 몬스터를 잡을 수 있다고?
속보이는 뻔한 거짓말을 하고 있네.
공략집을 대충 봤다고 해서 이 던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보스급으로 강한 몬스터는 무슨, 여기서 제일 강한 몬스터는 아까부터 우리가 잡고 있는 나방 몬스터인데.
초보인 것을 알고 치는 수준 낮은 사기였다. E급 헌터이니 D급 던전에 대해 잘 모를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하, 믿고 가겠습니다!”
속으로는 비웃음을 날리며 얼굴에는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한 손에는 이제는 손에 익은 리코더를 단단히 쥐었다.
맨 뒷자리에 서 있었으니 언제든지 녀석들의 뒷통수를 박살내고 도망갈 수 있었다.
사기를 친 게 아니더라도 신고는 할 생각이었다.
누구한테 사기를 치려 들어?
이제껏 파티 운이 좋았던 것이지,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커뮤니티에 허구한날 ‘사기꾼들 조심하세요!’ 하는 글들이 올라오니까.
“한설 님, 공격 스킬은 있으세요?”
빤히 쳐다보며 웃고 있는 스포츠머리를 보며 꺼림칙함이 느꼈다.
아니 아까 주의를 줬는데도 아주 대놓고 물어보고 있네?
공격 스킬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싫었지만 여기서 없다고 말하면 영영 앞으로 나설 일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있어요.”
니들한테 쓸 공격 스킬이.
“와, 진짜요? 서포터들 중 유일한 거 아니에요? 그럼 이번에는 한설 님이 먼저 공격해 보시는 건 어때요? 아까부터 저희만 활약해서 좀 그랬거든요.”
아예 작정을 한 모양이었다.
내 등을 떠밀며 억지로 앞으로 보내는 녀석들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동굴 앞에서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아, 여기에 뭐가 있구나?
아마 기껏 해봐야 낭떠러지일 것이다. 이 던전의 주의사항 중 하나가 그것이었으니까.
잘못 길 들어서서 낭떠러지에 떨어져서 죽은 사람이 많다고.
한숨이 푹 나오는 것을 느꼈다.
“한설 님~ 화이팅입니다~!”
뒤에서 들려오는 응원의 메시지는 영혼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 말을 들으며 힘을 내기는 했다. 녀석들이 사기칠 것에 대비할 힘을.
재빨리 입에 리코더를 대고 ‘떠나지 마’를 연주했다. 디버프에는 이게 최고였다.
“삐리릭-”
리코더를 입에 대고 연주를 시작하자 스포츠머리가 본색을 드러냈다.
“낭떠러지에서 말이지!”
“파이어볼!”
연주가 끝나자마자 타이밍 좋게 날아오는 스킬과 야비한 웃음은 예상한 그대로였다.
띠링.
[날 버린 너는 죽어 마땅해!] [틀리지 않고 완곡 완료. 시전 대상 방어력과 이동속도가 20% 감소합니다.]공격을 예상했기에 손쉽게 파이어볼을 피하고 리코더를 다시 들어 올렸다.
항상 궁금했다.
디버프와 버프는 동시에 사용하지 못하는 걸까?
궁금하면 사용해 보면 되지!
공격을 피해 당황한 표정을 짓는 녀석들을 바라보며 가장 짧고 효과가 좋은 ‘나비야’로 버프를 적용시켰다.
띠링.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 [쉬운 곡이지만 틀리지 않고 완곡 완료. 시전대상 공격력과 공격 속도가 10% 증가합니다.] [‘음악의 신’ 스킬 최대 중첩에 도달했습니다.중첩 가능 횟수: 2]
“2개밖에 안 되는구나.”
하긴, 마음대로 버프를 계속 적용시키면 너무 사기인 스킬이었다. 이 정도가 딱 적당했다.
“저 새끼 공격 피했어! 어떻게 알았지?”
녀석들이 당황했는지 다 같이 무기를 들어 올렸다.
“계속 공격해!!”
스포츠머리가 외치자 나머지 사람들이 동시에 스킬을 날렸다.
“마구잡이로 날린다고 되는 줄 알아?”
나는 비웃음을 날리며 민첩한 속도로 스킬을 피하며 뒤로 몸을 움직였다.
그때였다.
쿠궁.
피했던 스킬들이 벽에 맞으면서 불길한 소리를 냈다.
“어…라?”
천장에서 작은 돌가루들이 떨어지고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도망가!!”
녀석들은 고함을 지르며 일제히 달아나기 시작했다. 나도 그 뒤를 따라 가려고 했다.
쩌적.
사기꾼 녀석들보다 상대적으로 뒤에 있었던 나는 금이 간 바닥에 노출되었고, 머릿속에는 한 가지 정보가 스쳐 지나갔다.
“이 던전 낭떠러지가 많다고 그랬지…?”
쩌저억-
“으아악!”
말을 마치자마자 땅이 두 갈래로 갈라지고 발을 디디고 있던 바닥이 자유낙하하기 시작했다.
“미친, 왜 나만 이러냐고오오!!”
고함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허공에 고요히 울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