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133
134화
-특별 퀘스트 (3)
그분? 설마 시스템을 다루던 녀석을 말하는 건가?
말을 뜨문뜨문 늘어지게 해서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대충 말하는 것을 보니 맞는 것 같았다.
내 덕분에 스킬을 얻을 수 있었다는 소리 같았다. 놈이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그분’의 영향일 가능성이 컸다.
나한테서 뭘 얻어내려고 그러는 거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저 조금 특이한 바드일 뿐인데. 아니면 바라는 것이 있는 건가?
여기서 이것저것 생각하고 고민해봤자 해결되는 것은 없었다.
“한설…. 한창우…. 형제….”
시스템을 조종하던 놈이 형의 스킬을 알아내 녀석에게 준 것인지, 알 리가 없는 나의 이름과 형의 이름을 번갈아서 부르고 있었다.
일단 하나는 확실히 알겠다.
뭔가 의도가 있는 게 아닌 이상, 나에게 호의적인 건 아니라는 것.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마이너스였다. 뭐라 변명해도 마이너스가 플러스 될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일단 형 스킬을 쓰는 것부터가 마음에 안 들어.”
“형? 갑자기 네 형 얘기가 여기서 왜 나와?”
오름은 어리둥절해했다.
“한설 님 형이 있으셨어요?”
승현도 처음 듣는 얘기라는 듯 나를 쳐다봤다. 승현도 모르는 것을 보니 아직 내 가족 관계를 파헤쳐 본 사람이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오래가진 않을 것이다.
유명해지면 유명해질수록 나에 대한 사소한 것도 기삿거리로 삼고 싶어 하는 놈들이 나타날 테니까.
“어? 식물 스킬을 쓰는 ‘한’씨 성의 헌터라면….”
승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내 형이 누구인지 눈치챈 것이었다.
이래서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을 꺼린 건데.
“설마 한창우?!”
승현의 외침이 또렷이 들려왔다. 오름도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세계 단위로 따져도 얼마 없는 귀한 S급 헌터였다. 모르는 것이 더 어려웠다.
하지만 형의 이름이 세상에 불린 지 7년이나 지났다. 형을 기억하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말이 없자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진짜야? 네 형이 한창우라고?”
오름도 확인 사살 하듯이 질문했다.
“그게 중요해?”
나는 덤덤히 대꾸했다. 하지만 이런 대답이 오히려 더 확신을 준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입을 쩍 벌리는 두 사람을 내버려 두고 드럼채를 꽉 쥐었다.
이제는 별로 상관없었다. 옛날의 나였다면 형의 이름 세 글자가 불리는 것만으로 식은땀을 흘리고 죄책감에 사로잡혀 정신이 아늑해졌겠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뭐, 중요한 건 아니지. 그냥 구라 치는 건가 확인한 것뿐이었어. 그보다 건물 무너지기 전에 빨리 해치워 줘.”
구라는 자기가 제일 잘 치면서….
오름은 금방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녀의 말대로 아직 진동이 울리는 이 공간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현재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이게 안 중요하다고요? 완전 빅뉴스인데?!”
호들갑 떠는 승현을 보고 오름은 뒤통수를 세게 쳤다.
“아니 그딴 가족 관계 알고 놀라는 게 목숨보다 중요해?!”
음, 일리 있어.
나도 정신을 차렸다. 두발로 서 있던 땅이 격하게 흔들리는 것을 보니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기도 했다.
“죽음….”
몬스터도 위험을 감지했는지 손을 쭉 뻗었다. 그러자 풀숲에 숨어 있던 가시덤불들이 채찍처럼 뻗어 나와 우리를 공격했다.
“으앗! 갑자기!”
오름은 민첩이 높은 건지 말없이 공격을 잽싸게 피했고, 승현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그의 자랑인 방패를 꺼내 공격을 막아냈다.
가시덤불은 얼마나 강력했는지 땅에 그 뿌리가 박혔다. 자유의지가 있는 것처럼 다시 줄기를 빼들더니 몬스터의 손동작에 맞춰 우리를 향해 공격해 왔다.
마냥 피하기만 하는 것도 체력 소모가 컸지만 공격을 그대로 맞으면서 막아내고 있는 승현이 가장 타격이 컸다.
일단 버프와 디버프를 거는 게 낫겠군.
나는 승현의 뒤로 몸을 숨겼다. 승현은 잠시 당황한 것 같았으나 내가 리코더를 꺼내는 것을 보고 뭘 하려는지 금방 깨달았다.
재빨리 오랜만에 연주해 보는 ‘섬 집 아기’를 불러 디버프를 먹였다. 공격력과 공격속도가 50%씩이나 떨어졌다.
혹시 몰라 목소리로도 연습하고 리코더로도 연습해 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서 곧바로 ‘나비야’ 버프를 걸려고 했으나 잠시 멈칫했다.
채찍 같은 가시덤불의 공격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공격보다는 방어를 높이는 게 더 효율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현이 버티기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어떤 곡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 드라마 OST로 잠시 유행했던 곡이 떠올랐다.
드라마를 보지 않았지만 한때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했던 드라마였기에 기억에 남았다.
어딜 가도 그 드라마 얘기를 하며 노래를 불러댔기 때문이다.
대충 모든 역경을 이겨낸 주인공이 성장해서 회사 대표가 되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노래의 제목도 ‘바위’였던 것 같다.
꽤 어려운 곡이었기에 목소리로 부르는 것이 효과가 더 좋겠지만 이번엔 리코더로 불러보고 싶었다.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름 하프를 배우면서 연주와 익숙해져 있었다. 물론 한 달 배운 정도로 다른 악기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이 들었다.
“삐리리-”
그래서 자신 있게 리코더를 입에 대고 불러봤다.
조금 삑사리가 난 음도 있었고 손가락에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었기에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그래서 1절까지 자신 있게 입과 손을 놀리며 리코더를 불렀다.
[깨질수록 단단해지는 바위!] [틀리지 않고 완곡 완료. 방어력이 50% 상승합니다. 피해를 입으면 방어력이 5%씩 중첩됩니다. 최대 10중첩.]생각지도 못한 이득이었다. 갈수록 버프 효과가 좋아지는 것 같았다.
연주 실력이 늘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등급이 올랐기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음악의 신 스킬 레벨이 오를 때가 된 것인지 알 수는 없었으나 좋은 현상이었다.
“오오!! 이게 무슨 버프죠? 방어력이 미친 듯이 올라가는데요?!”
승현이 버프를 제대로 잘 받은 것인지 신난 목소리로 외쳤다. 오름도 놀란 표정이었다.
봤냐, 이게 바드의 진정한 실력이다.
뿌듯한 마음을 고이 간직하고 승현에게 말했다.
“이대로 앞으로 조금씩 전진할 수 있겠어요?”
“해 볼게요!”
신난 승현은 방패로 막지 못하는 공격도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국수 면발이 움직이는 것처럼 수많은 가시덤불의 공격이 끊이지 않았지만 몬스터는 멀쩡한 우리를 보고 되려 당황했다.
“조금만 더 버텨요!”
식물 몬스터에게 가까워지자 나는 승현의 뒤에서 튀어나와 공중으로 도약했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손에 쥐고 있던 리코더를 드럼채로 바꾸고 녀석의 머리를 후려쳤다.
리코더랑 드럼채 바꾸는 것도 점점 익숙해지네.
퍼억-!!
“커억…!”
큰 소리와 함께 녀석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
타격이 크지? 나도 어디 가서 공격력으로는 안 밀린다고.
놈은 그래도 B급 몬스터라고 금방 정신을 차리고 면발 같은 머리로 내 몸통을 쳤다.
윽, 이걸 바로 공격하네.
휘릭- 철컹.
팟!
새장 쪽으로 몸이 날아가는 것을 바로 잡고 새장을 박차고 다시 앞으로 도약했다.
점점 몸 쓰는 것도 가벼워지고 있어. 성장한 게 느껴져!
나는 몬스터를 보고 있지 않았다. 몬스터가 강하고 약하고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내가 성장했다는 것에만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다.
게다가 이 정도 공격은 이제 가려운 정도였다.
B급 몬스터로는 만족하지 못할 수준까지 도달한 것이었다.
“금방 끝내주마!”
민첩 스탯이 높은 만큼 몬스터의 코앞까지 도약하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녀석이 당황하며 가시덤불과 머리카락 모두 나를 향해 공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거로는 날 죽일 수 없을 거다.
승리의 미소가 미리 입가에 걸렸다.
중첩 효과?
녀석에겐 그것도 필요 없었다. 무려 S급 헌터를 이긴 힘이었다.
물론 그때는 중첩 효과를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지만 직감이 말해 주고 있었다. 녀석은 이 한 방으로 쓰러질 것이다.
퍼억-!!!
모든 공격이 내 몸에 닿기도 전에 드럼채가 먼저 녀석의 머리를 날렸다.
“마나 기술을 써 보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도 없었네.”
그렇게 끝이었다. 녀석을 해치우자 새장도 재가 되어 형태가 사라졌다.
나는 녀석의 머리에서 마정석을 꺼내 들었다. 녀석의 마정석도 거울 몬스터와 같은 영롱한 푸른색이었다.
[특별 퀘스트 완료.]와르르륵-!!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천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고 아찔해졌다.
동굴에서 겪었던 무너짐과는 또 달랐다. 천장이 거의 통째로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보니 깔리면 뼈가 으스러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었다.
“으악!! 결국 무너진다!!”
무너지는 데 큰 역할을 한 건 이제는 시체가 된 식물 몬스터의 몫도 있을 것이다.
하도 바닥을 찔러댔으니 무너지지 않고 베길 수 없었다.
“앞에 봐봐!”
오름은 겨우 중심을 잡으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오름의 손을 따라가니 거대한 포탈이 생성되어 있었다.
특별 퀘스트를 완료하면 생존을 준다더니 진짜였다. 저기로 들어가면 아마 밖으로 나가게 되고 공략도 완료하게 될 것이다.
“무너지기 전에 빠져나가요!!”
승현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포탈을 향해 몸을 던졌다.
“앗, 저 자식 지 혼자!”
오름은 어이없다는 듯 새장에 갇혀 있었던 헌터를 부축하고 있었다.
어이없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오름을 버리고 나도 포탈로 뛰어들까 고민도 했지만 녀석이 끙끙대는 모습이 걸려 그럴 수는 없었다.
차오름한테 그렇게 당하면서도 왜 그냥 둘 수가 없냐.
한숨을 푹 쉰 뒤 끙끙대는 오름 대신 기절해 있는 헌터를 넘겨받았다.
“빨리 포탈로 들어가!”
오름은 고맙다는 말 대신 침묵을 선택했다. 그렇게 우리는 완전히 던전의 건물이 무너지기 직전에 포탈로 몸을 날렸다.
파앗!
그리고 포탈에 몸을 싣자 처음 보는 종류의 메시지가 눈앞에 떴다.
[다음에 또 만나기를 기원합니다.]던전을 벗어나자 게이트였던 포탈의 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뭔가 피곤한 던전이었어. 몸보다는 정신 쪽이….”
오름이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그 말에 백번 동감하며 기절한 헌터를 땅바닥에 내려놨다.
“중간 보스가 3마리밖에 안 되고 던전도 급하게 나와야 하다 보니 건진 게 없네.”
“건진 게 없긴. 너 마정석 가졌잖아.”
오름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에이씨, 그냥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철저하단 말이야.
솔직히 전부 내 덕에 몬스터를 잡은 것이었지만 오름에게 부탁할 것이 있었기에 원하는 대로 마정석을 나눠주기로 결정했다.
몬스터는 3마리였지만 뱀장어 녀석의 마정석은 수거하지 못해서 2개밖에 없었다.
소중한 마정석 하나를 오름에게 넘겼다.
“다들 무사하셨군요!”
흠칫.
오름과 마정석을 나누고 있을 때 승현이 갑자기 끼어들어 깜짝 놀랐다.
설마 이 녀석도 달라고 양심 없는 소리를 하는 건 아니겠지?
당연히 줄 생각 없었지만 쪼잔 하고 이기적이라고 소문낼까 봐 살짝 걱정이 들었다. 물론 양심이 있다면 그러지 않겠지만.
“아, 저는 딱히 필요 없습니다. 별로 욕심이 없거든요. 아이템은 경매장에서 사면 되고.”
경계하는 기류를 느꼈는지 승현이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맞다, 이 녀석 잘산다고 했지?
다행이라 생각하며 인상을 활짝 폈을 때였다.
[특별 퀘스트 아이템을 받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