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134
135화
-인재 채용 (1)
그러고 보니 그런 게 있었지?
분명 퀘스트 보상에 던전 공략과 생존,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아이템이 적혀 있었다. 그걸 잠시지만 잊고 있었다는 사실에 스스로 실망했다.
살 만한가 봐, 한설?
“당연히 받아야지.”
그렇게 말하자마자 메시지는 사라지고 대신 손바닥에서 환한 빛이 일어났다.
나뿐만 아니라 오름의 손바닥에서도 하얀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빛이 사그라지자 손바닥에는 은색의 작은 피어싱이 남아 있었다.
“이게 뭐야?”
오름의 손에도 똑같은 모양의 피어싱이 있었다.
“특별 퀘스트의 아이템인 모양인데 뭐에 쓰는 거지?”
확인하기 위해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했다.
[시스템의 산물-피어싱]직업을 한 달에 한 번, 24시간 동안 공유할 수 있다. 직업 스킬 사용 가능.
사용 조건: 특정한 마정석 필요
*한 번 착용 시 변경 불가
어…? 뭐야, 그러니까 차오름이랑 직업, 스킬을 공유할 수 있다는 소리야?
좋은 것 같으면서도 뭔가 손해 보는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왜 하필 차오름이야?
뭐 특이한 스킬이 있는 건 인정하지만 ‘거짓 진술’ 같은 스킬은 소리 전달의 하위호환이었기에 딱히 필요 없었다.
왠지 차오름에게만 좋은 아이템처럼 느껴졌다. 그냥 차오름에게 좋은 조건으로 피어싱을 넘기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굳이 직업을 공유해야 한다면 신애와 하고 싶었다. 신애는 내가 직접 각성까지 시켜 줬으니 비밀이랄 게 없었고, 믿음직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녀석도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야, 너 그 피어싱 나한테 팔아라.”
“뭐? 내가 왜?”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너랑 스킬 공유하는 게 아까워서 그래.”
“누가 할 소리! 내가 무조건 2배로 쳐줄 테니까 나한테 팔아. 마정석이랑 같이.”
사용 조건을 보면 특정한 마정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분명 방금 던전에서 얻었던 특이한 마정석일 게 뻔했다. 괜히 오름에게 줬다고 생각하며 후회가 들었다.
이런 좋은 아이템을 겨우 오름과 나눌 수 없었다. 그리고 그건 오름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너 별거 없잖아. 나한테는 공격 스킬이 필요하지, 바드의 쓸데없는 버프 따위 필요 없다고!”
오름이 왜 그렇게 질색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오름도 굳이 분류하자면 서포터라고 할 수 있었다. 나랑 똑같이 방어나 공격 스킬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인 것이다.
우리가 서로 스킬을 공유하는 것은 여러모로 마이너스였다.
하지만 이런 좋은 아이템을 상대에게 넘겨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팔아 버리기도 애매했다.
한 쌍이었을 때 효과가 나는 아이템이었기에 하나만 달랑 올리면 절대 팔리지 않을 것이다.
“에휴, 하필 왜 너랑 공유해야 하냐고!”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가 내린 결론은 결국 우리끼리 사용하자는 것이었다.
서로 절대 양보할 생각이 없었고, 팔수도 없었기에 결국 포기한 것이다.
“너 공격 스킬은 있어? 무턱대고 악기만 휘두르던데. 그거 스킬이야, 아님 그냥 힘이 더럽게 세서 그런 거야?”
“곧 알게 될 텐데 말해 줘야 해?”
아, 나도 모르게 틱틱거렸네. 차오름 영입해야 하는데.
실수를 깨달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다.
“참나, 됐다 그래. 아무튼 직업이나 스킬이나 절대 비밀인 거 잊지 마.”
오름은 더 이상 질문하지 않고 인상을 팍 쓰며 귀에 피어싱을 했다. 깨끗한 귓불에 망설임 없이 피어싱을 찔러 넣는 것이 대담했다.
나도 귀를 뚫은 적은 없었지만 덤덤히 피어싱을 귓불에 찔러 넣었다.
약간 따끔하네.
덤덤히 생각하며 인벤토리에서 마정석을 꺼내 들었다. 오름도 마찬가지로 마정석을 들어 피어싱 가까이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마정석이 피어싱에 흡수되더니 은색의 피어싱에 푸른빛이 맴돌기 시작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오름의 스킬을 쓸 수 있는 건가? 제발 쓸데없는 스킬만 있지 않기를.
막상 스킬을 공유한다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스킬은 어떻게 보면 나만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었는데, 그걸 남과 공유한다는 생각에 나의 소중한 것을 들키는 그런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 때문에 이 아이템을 그냥 날릴 수는 없었다. 서로만 비밀을 철저하게 지키고 함부로 남발하지 않겠다는 약속만 한다면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그건 오름도 마찬가지겠지.
쟤도 필사적으로 직업을 숨기려 하던데.
[‘차오름’과 직업이 공유 완료되었습니다.] [피어싱을 착용하는 동안 서로의 직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직업 스킬 외 스킬들은 항시 공유합니다. 한쪽이 피어싱을 빼거나 파괴하면 효과가 사라집니다.] [*사용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사용 불가]피어싱을 끼면서도 시스템에게 놀아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됐다.
찝찝함을 뒤로하고 오름의 스킬이 뭐가 있는지 보기 위해 차오름의 상태창을 열었다.
이제 차오름의 스탯을 제외한 상태창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차오름
직업: 거짓말쟁이(?)
등급: B(?)
스킬
거짓 진술 (*직업 스킬. 현재 사용 불가)
거짓을 진실로(*직업 스킬. 현재 사용 불가)
변신의 달인(*직업 스킬. 현재 사용 불가)
사라진 이야기(*직업 스킬. 현재 사용 불가)
거짓을 고하는 자(*직업 스킬. 현재 사용 불가)
인내
최후의 발악
뭐, 뭐야? 뭐가 이렇게 많아?
나도 만만치 않게 직업 스킬이 다양하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새로 얻게 된 삶과 죽음의 경계 말고는 전부 직업 스킬이었으니 많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겨우 3개가 전부일 거라 생각했던 오름의 스킬이 예상을 뛰어넘었다.
게다가 직업 스킬이 무려 5개나 됐다.
S급인 신애도 이 정도로 스킬이 많지 않았다. 문득 녀석이 어떻게 보면 나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녀석도 나와 같이 승급을 하는 헌터라는 생각….
“너 뭐야? 바드가 직업이 아니었잖아…?”
놀란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오름도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며 나를 바라봤다.
우리는 한참 말이 없었다.
아직 서로 자세히 직업 스킬을 확인하지 않았지만 마주친 눈동자에서 한 가지 확신할 수 있었다.
우리는 결국 직업 공유를 하게 될 거란 사실을 말이다.
“둘이 뭐 하세요? 재밌는 거 하시나요?”
승현이 갑자기 다시 끼어들어 우리는 자세한 내용을 말하지 못한 채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승현과 헤어지고, 기절한 헌터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난 후 우리는 다시 조용한 곳에서 만남을 가졌다.
“정확히 하자. 직업 스킬 읽는 것에 동의하는 거지?”
“읽기 전에 헌터 계약서 작성해.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겠다고.”
오름은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딱히 말할 사람도 없었지만 만에 하나 오름의 직업이나 내 직업이나 다른 사람이 알아서 좋을 게 없었다.
우리는 병원을 나서고 바로 교환소에 가서 계약서를 하나 구매했다.
오름이 자신의 사비로 구매하는 것을 보고 계약서에 신뢰도가 더욱 상승했다.
역시 계약할 땐 돈 잘 쓰는 사람이랑 해야지.
우리는 서로 서명을 마치고 이권을 포함해 두 번째 헌터 계약을 마쳤다.
[헌터 차오름과 한설은 서로의 직업, 스킬, 칭호 등 정보를 발설하지 않는다.]계약서 내용은 간단했다. 하지만 그 짧은 내용의 무게는 꽤나 묵직한 것이었다.
지키지 않으면 죽게 되거나 저주에 걸리는 헌터 계약서이기에 마음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계약서에 서로의 사인이 끝나자 푸른빛의 문양이 왼쪽 손등에 새겨졌다.
오른쪽에 새겨졌었던 붉은 문양의 계약과는 사뭇 다른 종류의 느낌이었다.
계약이 새겨지고 우리는 말없이 서로의 정보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가장 궁금한 것은 아무래도 직업 스킬이지.
‘거짓 진술’이나 ‘거짓을 진실로’, ‘변신의 달인’은 내가 봤던 스킬들이었다.
그래서 딱히 궁금하지도 않고 어떤 스킬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흥미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사라진 이야기’와 ‘거짓을 고하는 자’는 처음 보는 종류의 것이었다.
제발 좋은 거여라. 차오름 반응을 보면 좋은 스킬인 게 티가 나긴 하지만.
[사라진 이야기 (*직업 스킬. 현재 사용 불가)]현존하지 않은 인물의 일대기를 읽습니다. 그 인물의 능력치를 스킬화할 수 있습니다.
인물의 이해도가 높을수록 강력한 스킬이 완성됩니다.
사용 조건: 지혜 +50
재사용 시간: 3일
사라진 이야기, 이거 대박 스킬이네? 근데 거짓을 고하는 자는 오름과 같은 등급인데도 미달이 떠서 확인을 할 수가 없잖아?
그럼 오름도 못 쓰고 있는 스킬인 건가?
얼마나 좋은 스킬이길래 등급 미달이 뜨냐.
B급 헌터의 스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과하지 않나?
점점 의심이 가속하고 있었다. 녀석도 설마 승급이 가능한 헌터인 것은 아닌가 하는.
등급과 직업 옆에 붙어 있는 물음표가 그 가설을 부추기고 있었다.
왜 직업이나 등급이 물음표로 되어 있는 건데?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건가?
그런데 승급을 할 수 있는 것치고 지난번에 만났을 때와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내가 승급할 수 있는 이유는 칭호 때문인데, 칭호가 다르기도 했고.
궁금한 것은 역시 못 참겠다.
머릿속으로 끙끙 앓아봤자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궁금증을 해결해 줄 장본인이 눈앞에 있는데 고민하는 것도 웃겼다.
“너 혹시 등급 올릴 수 있어?”
“뭔 헛소리야, 그게 가능하면 B급이겠냐.”
일침처럼 날아온 오름의 대꾸에 괜히 내가 타격을 입었다.
승급할 수 있는 나는 아직 B급인데….
어쨌든 오름의 말이 사실이라면 승급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럼 물음표는 뭐지.
여전히 남아 있는 궁금증이 있었다.
“너 직업이랑 등급 옆에 물음표로 떠 있는 건 뭐야?”
“무슨 소리야? 그런 게 떠 있어? 난 표시 안 되어 있는데?”
아, 이건 나만 볼 수 있는 정보였구나.
오름의 물음표는 숙제로 남겨두고 다시 그녀를 바라봤다. 계약서에는 써 있지 않았으나 아직 말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너 갑자기 피어싱 뺀다거나 하지 마라.”
“너야말로. 직업을 바꾸는 게 아니라 공유하는 거라 천만다행이네. 갑자기 말도 없이 바뀔 수도 있는 거니까.”
“그건 그래.”
이외에도 여러 규칙들을 만들고 난 뒤 우리는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피어싱이 파손되거나 빼야 하는 경우가 왔을 때를 대비한 것이었다.
내 연락처에 새로운 번호가 하나 더 추가됐네.
철저한 이익관계를 위한 번호 교환이었지만 감회가 새로웠다. 이렇게 조금씩 인간관계가 넓어지는 건가 싶기도 했다.
“아, 맞다. 그리고 너 혹시 나랑 일 하나 해 볼래?”
“뭐야, 그 수상한 멘트는.”
“그런가?”
오름은 경계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풋 웃어 버렸다.
“들어나 보자.”
“별건 아니고. 내가 새로운 단체를 만들 예정이거든. 경호업체 같은 개념인 거지. S급인 김지완도 있어.”
그런데 생각해 보니 차오름은 센터를 싫어했다. 센터장이었던 김지완도 함께한다 하면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었다.
“흠, 거기서 내 역할은 뭔데?”
그런데 생각보다 오름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근데 막상 오름이 수행할 역할이 뭔지 떠올리다 보니 한두 개가 아니었다.
행정이나 개발, 일의 전반적인 시스템 모두 잘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가, 최악의 대답이 나갔다.
“거의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