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135
136화
-인재 채용 (2)
“…뭐라고 했냐?”
오름은 차분하고도 얼음같이 딱딱한 목소리에 잠시 흠칫했다.
역시 이런 식으로 말하면 다 도망가겠지?
“…라는 건 거짓말이고 개발에 관한 것만 도와줄래?”
“돈은 얼마나 줄 건데?”
역시 오름이라면 돈 얘기부터 할 줄 알았다. 제일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니 지적할 생각은 없었다.
순식간에 컴퓨터 하나를 해킹할 정도였으니 실력적인 부분은 믿고 맡겨도 될 것이다.
돈과 관련된 일이었으니 대충 하진 않을 것이다.
문제는 나에게 자본이 없다는 것이었다.
여러 변명을 할 수도 있었지만 솔직하게 말하기로 결심했다. 오름은 눈치도 빨라서 거짓말해 봤자 금방 들통 날 것이다.
“돈은 못 줘.”
“뭐? 그럼 미쳤다고 내가 하겠어?”
어이없다는 티를 팍팍 내며 오름이 팔짱을 꼈다.
“대신 앞으로 들어올 수익의 10%를 넘길게.”
인심 썼다. 아무나 해주는 딜이 아니라고.
오름 말고 다른 사람을 찾기도 귀찮았고 나에게 그런 연이 있을 리가 없었다.
이권에게 적당한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그럼 분명 이권의 간섭이 들어올 것이다.
이권의 간섭이 생기면 길드화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려면 온전히 내 힘으로 이 단체를 꾸려 나가야 했다.
그리고 돈이 가장 중요한 오름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제안한 것이다.
“50%.”
미쳤나 봐.
잠시 고민하는 척하더니 오름은 손바닥을 내 코앞에 활짝 펴 보이며 거만하게 말했다.
“15%. 이것도 많은 거야. 50%는 너무 갔지.”
“45%”
진짜 양심 없나 봐.
오름은 나만큼이나 돈독이 오른 인물이었다. 전혀 물러설 기미가 안 보였다.
“20%”
“40%”
끝없는 공방이 이어져 나갔다.
“20%”
“35%”
“너 진짜 양심 없다. 수익의 35%를 가져가면 남은 돈으로 뭐 어떻게 꾸리라는 거야?”
“그러는 너도 20%에서 올리지 않고 있잖아. 게다가 지금 완전 초기 단계 아니야? 나 없으면 어떻게 단체를 꾸려 가려고 그래?”
자신의 가치를 잘 아는 듯 당당한 오름을 보면서 혀를 찼다.
맞는 말이긴 했다. 지완이 있긴 했으나 그도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하긴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행정 업무와 개발은 엄연히 다른 분야니까.
하지만 20% 이상은 절대 안 된다.
“20% 그 이상은 나도 양보 못 해. 솔직히 10%도 많은 거야. 단체 세우자마자 망할 일 있어?”
오름은 혀를 찼다. 스스로 생각해도 무리수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거다.
지금이야 작은 단체로 시작하는 것이었지만 나중이 되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닐 것이다.
그때가 되면 20%가 아니라 10%도 어마어마한 금액이 될 터였다.
“오케이, 그럼 이렇게 하자. 10%로 합의 보고 그 대신 공동 대표로 해.”
공동대표는 전혀 문제 될 게 없었다. 오히려 혼자서 대표를 맡는 게 불안하기도 했는데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하나 확실히 해야 할 것이 있었다.
“개발이나 행정에 관련된 일은 전혀 터치하지 않을게. 하지만 돈에 관련된 것은 되도록 내 말을 따라줬으면 좋겠어.”
오름은 고민하는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10%나 수익을 가져가는 거면 그 정도는 해야지.
“그래서, 회사는 어딘데?”
어? 회사는 없는데.
* * *
“이권 님. 이 영상 보셨나요?”
명호는 이권에게 한 영상을 들이밀었다. 이권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서류들을 처리하는 중이었다.
원래 길드대항전 시즌이 끝난 직후에는 광고 계약이나 기업들과의 미팅으로 바빠진다.
하지만 이번이 역대급으로 바쁜 시기가 됐다.
“바쁜데 꼭 봐야 하는 건가?”
평소 같으면 웃는 낯짝으로 흔쾌히 영상을 보며 여유를 부렸을 이권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한설 군과 관련된 일이거든요.”
이권은 말이 없었다. 한설은 좋은 화젯거리를 가져다주는 메이커였다. 이번 길드대항전도 초반에는 욕을 많이 먹었지만 오히려 노이즈마케팅이 되어 집중시키는 효과를 냈다.
게다가 그 이후에는 대박을 터트려 줬다. 결국 이권이 이렇게 바쁜 것도 전부 한설 덕이라고 생각하면 됐다.
“우리 스타와 관련된 거라면 봐야지. 이 기세를 몰아서 길드 가입까지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영상의 내용은 생각보다 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이었다.
초반 영상은 이권도 봤었던 것이었다. 매화 길드와 카페에서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었다. 이 영상 덕에 한설이 더 유명해진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에 풀지 않은 뒷내용이 있었다.
바로 천설원과 한설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토끼탈을 뒤집어써 천존의 선수인 척하는 것도 찍혀 있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건가?”
이권은 마냥 밝지만은 않은 미소를 지으며 명호에게 말했다. 명호는 이권의 속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겠는지 침을 한 번 삼키고는 대답을 이어갔다.
“아니요, 개인 메일로 날아온 영상입니다. 아마 그들이 원하는 건 돈이겠죠.”
“다행이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제일 편한 법이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이권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이 영상이 실이 될지 득이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냥 보기에는 한설이 큰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나왔다.
얼굴이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도 충격적인데 천설원으로 연기를 했던 것까지 포함하면 상당히 배신감이 들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한설의 위상이 더 올라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은 꼬리잡기 때의 한설이 본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분명 할 것이다.
그럼 한설은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실력으로는 깔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양날의 검이군. 어떤 게 우리에게 더 도움이 될지 알 수 없으니까.”
명호도 이권이 걱정하는 부분은 금세 깨닫고 고민했다. 한설은 여러모로 전환점 같은 사내였다.
“일단 영상은 우리 손에만 있어야 할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명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길로 명호는 영상을 입수한 뒤 원본 삭제를 요청했다. 그 일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은 이권에게 딱히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이제 이걸 어쩔까. 정말 지루할 틈이 없네.”
이권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속인 건 속인 거니까.”
명호가 제 할 일을 하러 가는 것을 보고 이권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결국 회사의 사무실에 대한 해결책으로 집을 선택하고 말았다.
“하아, 집은 절대 아무도 들이기 싫었는데.”
어차피 집도 넓겠다, 혼자 사는 집으로 쓰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하긴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사무실로 사용해도 나쁘지 않았다.
쓸데없이 넓기만 했지 뭐.
엥, 잠깐만. 근데 집에 소미가 있지 않나?
몸집을 거대하고 부풀리고 있던 소미. 며칠 동안 바빠서 큰 방을 들어가 볼 생각을 못 했는데 만약 우리 집이 사무실이 된다면 소미의 문제를 해결해 놔야 했다.
벌컥-
집으로 도착하자마자 소미를 넣어뒀던 방문을 열었다.
“엇, 이게 뭐야.”
방문을 열자마자 거대하고 푹신거리는 솜뭉치가 터지듯 삐져나왔다. 당황한 나는 솜뭉치를 가볍게 만졌다.
기분 좋은 감촉과 함께 손이 폭 하고 깊숙이 들어갔다. 그리고 솜뭉치에 손을 대자마자 시스템창이 울렸다.
[펫의 진화가 완료되었습니다.]진화가 끝났다고? 소미의?
살짝 기대감이 차올랐다. 어떤 식으로 변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진화라고 하면 보통 외형이 변하기도 하니까.
겉모습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푹신해서 좋았단 말이지.
“아, 설마 이게 본체는 아니겠지?”
비싸고 고급진 동물이 가죽처럼 부드러운 소미의 털을 만지다가 덜컥 겁이 났다.
이게 소미라면 데리고 다니기도 힘들어진다.
품속에 넣어 다닐 수도 없고 계속 안개화를 시킬 수도 없는 일이었다.
“소미야! 너 설마 이게 본체는 아니지?”
당황함에 제대로 대답을 할 수 있을 리 없는 소미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방안의 깊은 곳에서 소리가 들렸다.
[여기….]어어? 사람 말?
분명 ‘여기’라는 단어를 들었다. 심지어 처음 들어보는 낮은 저음의 목소리였다.
설마 소미가 말한 거라고?
식은땀을 흘리며 소리가 난 곳으로 솜뭉치를 헤치며 나아갔다. 솜들은 가벼워서 그런지 저항 없이 푹푹 들어갔다.
그리고 한참을 들어가니 방 한가운데서 황금빛을 뿜어내는 소미가 나왔다.
“소미야, 네가 말한 거야?”
소미는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진화 전 모습 그대로였다. 금빛을 뿜어내는 것도 내가 소미를 들어 올리자 금세 그쳤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털들도 마찬가지였다. 손에 들어 올리니 털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환상이었나 싶을 정도였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소미야…. 너 방금 말한 거 맞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소미와 눈을 마주치자 소미가 특유의 귀여운 얼굴로 입을 뻐끔대기 시작했다.
[진화, 한설, 도움.]목소리랑 매치가 안 돼….
귀여운 얼굴에 중저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적응이 안 됐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소미가 자기 입으로 말했다는 사실이었다.
“몬스터…. 아니, 펫이 말을 할 줄 안다고? 이게 가능한 일인가?”
[가능, 말, 진화.]단어로밖에 말을 못 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대충 뭐라고 말하는지 알 수는 있었다.
“아, 그러니까 진화시켜 줘서 말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거지?”
소미는 긍정의 의미로 공중제비를 한 바퀴 빙글 돌다가 다시 손바닥에 내려앉았다.
[제한, 하루, 마나.]“아, 그러니까 마나 때문에 하루에 말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다는 건가?”
또다시 소미는 공중제비를 돌았다.
[내일, 다시, 끝.]‘끝’이라는 말을 마치고 그 이후로 소미는 말을 하지 않았다.
뭐야, 너무 제한되어 있는 거 아니야?
물론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긴 하지만 겨우 10개 남짓한 단어를 말한 것이 전부였다.
하긴 펫이 말을 하려면 얼마나 마나가 소모되겠어. 일단 진화해서 뭐가 달라졌는지나 확인하자.
그리고 나는 소미의 정보를 확인하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잖아?”
이게 말이 돼? 설마 말할 수 있는 게 전부라고?
솔직히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스킬이 늘어나게 되면 서로 동기화되어 나도 그 스킬을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아니지.
“말을 할 줄 아는 게…!”
어이없어서 소리를 치려다 눈앞의 소미를 보고 말을 아꼈다.
애 앞에선 말을 조심해야지. 혹시 몰라, 삐져서 스킬 안 쓸 수도 있어.
화를 참아내고 대신 한숨을 푹 쉬었다.
내가 그럼 그렇지 뭐.
운이 좋을라치면 항상 이런 식이었다.
일단 다른 사람들이 오기 전에 소미가 진화를 끝낸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아까운 S급 마정석이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추진력이 빛보다 빠른 오름에 의해 우리 집 앞으로 대일과 지완, 오름이 모이게 되었다.
“너네 집 되게 넓다? 신혈 길드 전용 아파트라서 그런가?”
“신혈 길드 전용이면 백이권이 뭐라 하지 않겠습니까?”
“신혈 길드장이 뭐라고 참견하겠어요? 우리가 나쁜 짓하는 것도 아니고.”
오름이 지완을 조금 껄끄러워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던 것 같다.
지완이 걱정스레 입을 열자마자 무섭지도 않은지 오름이 지완의 말을 일갈했다.
“그것도 그렇군요.”
지완도 대단했다. 오름의 말이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는데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긍정하는 것이 말이다.
사실 내 집을 사무실로 쓰겠다는 발상은 큰 위험이었다.
이권이 뭐라 할 수 있겠냐는 말이 그럴듯하게 들릴 수 있었으나 이 집은 굳이 따지자면 특혜로 얻은 집이었고, 계약이 파기되면 끝이었다.
그리고 이 집을 사원들이 들락날락거리는 것을 알게 되면 보안상의 이유에서라도 이권이 백퍼 막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