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144
145화
-마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1)
미친, 저 녀석 저대로 죽는 건 아니겠지?
이미 땅으로 끌려들어 가는 것부터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그런데 몬스터에게 끌려갔으니 살아 있길 바라는 것이 더 어려웠다.
“제가 추적해 보겠습니다.”
지완이 침착하게 구멍이 뚫린 곳으로 자신의 그림자를 흘려보냈다.
끌려들어 가는 속도를 보니 민첩한 녀석일 텐데 지완의 그림자가 제 역할을 해내주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역시 스킬이 안 통했는지 지완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서브 퀘스트 – 잡혀간 일반인 인간을 구출하기보상: 던전의 비밀]
그때 시스템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서브 퀘스트가 생성됐다.
역시 이번에도 서브 퀘스트가 있구나. 내용을 보니 아직 살아 있는 모양이네.
제한 시간 안에 마왕도 쓰러트리고 종혁이 녀석도 구해야 하는 것을 보니 난이도가 장난 아니긴 했다.
게다가 이번에도 만약 저번처럼 시간선이 뒤죽박죽이면 더 복잡해질 것이다.
“절대 떨어지지 않기로 해요.”
의아한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퀘스트에 난이도가 적혀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저번 미션 때는 친절하게 난이도가 적혀 있었는데 말이다.
“이번에는 난이도가 뜨지 않네요. 지난 던전 오류 때를 생각해 보면 난이도가 두 단계는 상승하는 것 같았으니 이번에도 그렇게 생각하면 되겠죠?”
신애가 퀘스트들을 살피다가 말을 꺼냈다. 역시 던전 베테랑다운 분석력이었다.
“저번에는 난이도가 어땠는데?”
오름이 질문했다.
“A급 던전 오류에 들어갔을 때 난이도가 A-SS급이었지 아마.”
“그럼 이것도 그렇게 생각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S-SSS급.”
오름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그래도 가장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 있었으니 SSS급이라는 각오로 임해야 했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저희에게 시간이 없다는 겁니다. 학생을 구하는 팀과 마왕 토벌팀으로 나누는 것은 어떨까요.”
지완이 침착하게 설명했다. 아무래도 종혁이 걱정되는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고 한다면 서브 퀘스트엔 제한 시간이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두 팀으로 나눠서 행동하는 것이 언뜻 보면 효율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었으나 난이도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는 지금, 다 같이 행동하는 것이 나았다.
“그건 위험할 것 같습니다. 마왕이 SSS급이라고 한다면 여기 있는 누구도 상대할 수 없어요. 최대한 종혁이를 빨리 구하고 다 같이 마왕을 쓰러트리는 게 확률이 높습니다.”
내 말에 지완이 깊게 고민하는 듯싶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있는 사람들의 등급을 떠올린 것 같았다.
S급은 2명이었지만 나머지 2명은 B급이었다. 4명이 모두 S급이어도 깰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데 그중 절반이 B급인 것은 더더욱 가망이 없었다.
“그럼 빨리 가자고. 그런데 그 남자애는 어떻게 찾지?”
오름이 혀를 차자 지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추적의 전문가라 불리는 지완답게 뭔가를 보여주려나 싶었다.
“다른 사람을 부르죠.”
에라이, 이 사람아. 당신이 S급인데 누굴 불러!
황당한 지완의 발언에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여기에 갇힌 신세였다. 누구를 부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뭔가 방법이 있으셔서 그런 거죠?”
신애가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리고 지완에게 말했다.
“네. 제가 전에 스킬을 설명 드린 적 있을 텐데, 제 스킬로 특정 인물에게 표식을 남겨둘 수 있습니다. 그리고 표식을 남겨둔 사람 중에 가장 위험하지만 강한 인간이 있죠.”
아, 설마.
“백이권입니다.”
지완이 당당하게 그 이름을 말하자 오름이나 신애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확실히 백이권이라면 이 던전을 쉽게 깰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부르시게요?”
지완은 걱정 말라는 듯 자신의 손바닥을 허공에 휘적였다. 그러자 검은 그림자가 지완의 팔을 휘감는 것이 보였다.
“백이권한테 스킬을 사용하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지완의 의도를 깨달았다. 백이권이라면 작은 마력도 놓치지 않는 마력 민감도를 가졌다.
자신에게 쓴 스킬이 던전 안으로 이어지는 것을 알게 되면 던전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금방 눈치챌 것이다.
“그런데 백이권이 이 던전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요? 아까 보니 던전 게이트가 막힌 것 같던데.”
“안에서 밖으로 못 나가는 거지,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가능할 겁니다. 만약 쌍방으로 출입이 불가능한 거라면 지난번 던전 오류 때처럼 딱딱하게 게이트가 굳어 버렸어야 해요.”
지완의 말에 우리는 촉박한 시간을 투자해서 이권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런데 신혈 길드장이 온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
오름이 팔짱을 끼며 의문을 표했다. 이권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나 또한 아까부터 궁금했던 점이었다.
빛과 관련된 스킬을 사용한다고 알고 있는데 추적이 가능할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이권의 마력 민감도를 믿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우리가 찾아야 하는 녀석은 마력이 거의 없다시피 한 일반인이었다.
아무리 백이권이라고 해도 마력이 없는 일반인을 찾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고민을 나누고 있었을 때 던전 게이트가 다시 꿀렁거리며 움직였다.
달려오는 속도가 장난 아니네.
그리고 화려한 금발의 사내를 마주할 수 있었다.
“이건 뭐지? 혹시 오늘 내가 모르는 핼러윈 파티라도 열린 건가?”
던전 게이트에서 모습을 드러낸 백이권은 우리의 모습을 보더니 내뱉은 첫마디였다.
그러고 보니 우리 꼴이 몬스터 그 자체였지? 스킬을 날리지 않은 게 용하다.
“혹시 스킬을 날려 도움을 요청한 게 아니라 정말 몬스터가 되어 버려서 스킬을 날린 건가?”
“뭐, 그렇게 됐습니다.”
턱을 쓰다듬으며 우리의 모습을 관찰하는 이권의 모습에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이대로 모습이 변하지 않고 던전 밖으로 나가게 되면 몬스터 취급 당하며 공략당하는 거 아니야?
“그쪽도 곧 그렇게 변할 겁니다.”
비꼬는 말투로 우리 주위를 빙글 돌며 신나 있는 이권에게 경고했다.
우리도 이렇게 변했으니 당연히 이권도 예외 없이 변할 것이었다. 메인 퀘스트를 깨려면 필요한 과정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몇 분이 지나도 이권이 변하는 일은 없었다.
“아니, 왜 안 변하지?”
억울함 반, 호기심 반으로 이번에는 내가 이권을 이리저리 살폈다.
이거 편애야 뭐야?
“음, 여긴 던전 오류겠고, 꽤 위험한 정도네. 게다가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도 빡세고.”
역시 이권에게도 퀘스트들이 뜬 게 맞았다. 그런데 왜 외형이 변하지 않는지는 미스터리였다.
“메인 퀘스트 내용이 나만 조금 다른 것 같군.”
독심술을 하는지 내 마음을 꿰뚫는 듯한 대답이 이권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47시간 안에 마계의 주민들을 도와 마왕을 물리치라는군.”
이권이 뒤늦게 참여한 인원이라 메인 퀘스트의 내용이 조금 변형된 모양이었다.
그것보다 지금 시간이 1시간이나 지났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럴 시간이 없어요. 빨리 종혁이 녀석을 구해야 합니다. 벌써 1시간이나 지났어요.”
“종혁? 설마 했는데 서브 퀘스트 말대로 진짜 일반인이 여기 들어온 건가.”
웃고 있던 이권의 입꼬리가 살짝 쳐졌다. 일반인이 들어왔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이미 도착해 있을 때는 일이 벌어진 뒤였으니까.”
“이렇게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니까 센터가 욕을 먹는 거겠지?”
대답은 내가 했는데 이권은 지완을 쳐다보며 말했다. 마치 모든 잘못은 지완에게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기 싸움 할 때가 아니라고요. 시간이 없어요. 죽고 싶은 거 아니죠?”
이권의 앞을 막고 쓸데없는 싸움을 제지했다.
“지완 님. 이권이라면 종혁이를 찾는 데 쓸 만한 스킬이 있으니까 부르신 거죠?”
지완을 돌아보며 말하자 지완이 고개를 끄덕였다.
“S급 나리께서 혼자 해결하지 못하고 다른 S급을 부르는 꼴이라니, 참 재밌어.”
아까부터 이 양반은 왜 이렇게 꼬여 있는 거야. 시비 거는 게 취미인가, 아니면 지완과 원래 사이가 안 좋은 건가.
“시간이 없으니 이번만 특별히 사용하도록 하지, 뭐. 우리 길드 스타를 죽일 수도 없는 거니까.”
이권은 나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그 웃음이 마냥 밝은 느낌은 아니라 소름이 돋는 것이 느껴졌다.
“빛의 추적.”
역시 뭔가 추적 스킬이 있었던 거구나.
아까부터 말이 없었던 신애는 이권에게서 조금 떨어져 있었다.
“신애 님, 뭔가 불편한데라도 있으신가요?”
그걸 눈치채고 물어보자 신애가 눈에 띄게 당황했다. 이권을 따라다녔으면서 이제 와 어색해하는 것이 이상했다.
“…그게 아니라요. 그냥 S급이 되니까 보이는 것도 있어서요.”
“그게 뭔데요?”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해 되묻자 신애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같은 S급이라도 다 같은 게 아니 구나…. 이런 거?”
백이권을 보며 말하는 것을 보니 이권과의 격차를 느끼고 박탈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신애답지 않게 침울해하네.
“제 앞에서 그런 얘기 하는 거예요?”
“아! 죄송해요. 기분 나쁘셨죠?”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눈에 띄게 당황하는 신애를 보고 나는 맑게 웃었다.
“농담이에요. 신애 님은 항상 뭔가에 쫓기시는 것 같아요. 이제 S급도 되셨는데도 끊임없이 달리는 것 같달까.”
“…그러게요.”
신애는 그 말을 끝으로 조용해졌다. 괜히 말했나 싶었으나 신애의 눈빛이 담담해진 것을 보고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찾았군.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느껴져.”
때마침 이권의 스킬이 종혁이를 찾아냈다. 이권이 가리킨 곳에는 거대한 성이 있었다.
그리고 딱 봐도 ‘나 마왕성이요’ 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빨리 가서 공략해 버리죠. 자신 있죠?”
이권을 돌아보며 말하자 그가 시원하게 웃었다.
“질 것 같진 않군.”
* * *
별똥별처럼 떨어지는 불구덩이를 잘 피해서 마왕성의 앞까지 도착했다.
멀리서 봐도 거대해 보였는데 가까이서보니 그 크기가 2배는 되는 것 같았다.
“와, 여기 몇 층이나 되는 것 같아요?”
“설마 여기 사는 녀석들 전부 처리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
나와 오름이 고개를 치켜들고 조잘댔다. 다른 사람들도 말은 없었지만 동의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없었기에 감탄은 뒤로하고 거대한 정문을 힘을 줘서 밀어 버렸다.
“어? 뭔가 상상한 것보다 깔끔하네.”
솔직히 마왕성이라는 이미지 때문인가 어두운 실내에 피나 녹슨 물건들이 가득할 줄 알았다.
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마왕성은 중세시대에나 볼 법한 밝고 화려한 조각들이 늘어져 있었다.
“되게 의외지 않아요?”
조금 감탄하며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나 혼자라는 것을 깨닫는 것은 금방이었다.
“뭐야. 다들 어디로….”
당황하며 고개를 열심히 돌리며 주변을 돌아봤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이거 또 골치 아픈 일이 되어 버렸네.”
벌컥-!
한숨을 푹 쉬고 있을 때 중앙 계단 위로 보이는 고급진 문이 거칠게 열렸다.
“어서 와라!”
그리고 그 문에서 등장한 것은 나와 같은 피부색에 뿔을 달고 있는 존재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