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151
152화
-세뇌를 풀어봅시다
이스란을 때리면 당연히 세뇌도 풀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 일도 없잖아?
세뇌에 특화된 종족이라더니 정말 끈질기고 쉽지 않은 마법이었다.
이스란의 모습이 잠시 동안은 보였으나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진 것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잠깐, 생각해 보면 오름이 거짓 진술 같은 거 써 주면 되는 거 아니야?
“차오름! 네 거짓말로 어떻게 안 되는 거야?”
그러자 멀리서 오름의 신음과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그러려는데 스킬이 안 써져! 뭔가 또 마법 걸었나 봐!”
하긴, 오름도 가만히 있을 성격이 못 되는데 스킬을 안 쓰고 있는 게 말이 안 됐다.
어쩔 수 없이 내 소리 전달 스킬을 사용해야 하는 건가.
지난 던전 오류 때처럼 뒤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었기에 최대한 아껴 놓으려고 했던 소리 전달 스킬이었다.
하지만 지금 쓰지 않으면 해결하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백이권은 S급이면서 좋은 스킬도 없나? 뭐 하는 중이래?
투덜대며 비밀 던전에서 정신이 세뇌당한 다른 사람들도 모두 꺼냈다.
이왕 할 거면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을 사용하는 게 나았으니까.
처음부터 그냥 이렇게 할 걸 그랬어.
“지금 여기 있는 모든 존재가 세뇌 디버프를 안 받게 해줘.”
결국 소리 전달로 우리에게 걸려 있던 세뇌를 풀어 버렸다.
또다시 공격이 들어올까 봐 긴장했지만, 웬일인지 던전을 열자마자 공격이 뚝 멈추고 말았다.
[스킬을 7명의 존재에게 사용하셨습니다. 형태변화의 지속시간은 약 10시간입니다.]시스템창으로 또 이상한 장난질을 칠까 봐 눈을 부릅뜨고 바라봤다. 다행히 아까처럼 시스템이 말을 걸어오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세뇌도 사라져 주변 풍경이 제대로 보였다.
신애와 지완, 그리고 종혁이도 제 정신을 되찾았다.
“어, 뭐죠? 여기 어디죠?”
“분명 음식을 잔뜩 먹었던 기억은 있는데 그걸 왜 먹고 있었더라?”
신애와 종혁이 한마디씩 얹으며 장소가 갑자기 바뀐 것에 의문을 표하고 있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갑자기 순간이동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다.
그리고 분명 공격 준비를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이스란이 바닥에 주저앉아 어리둥절해 보이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죠…?”
쟨 또 왜 저래?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린 겁니까? 되도 않는 연기하지 마시죠.”
나는 이스란이 갑자기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여주는 것을 보고 이것도 연기일 거라 생각했다.
“여러분은 누구시고, 왜 제가 여기 있는 거죠?”
얘 진짜 진심으로 연기하네? 지금 신애나 지완 보고 따라 하는 거 아니야?
“그건 네가 제일 잘 알겠지. 우리를 세뇌시킨 장본인이니까.”
싸늘하게 얘기하자 이스란은 눈을 크게 뜨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제가 세뇌 마법을 사용했단 말입니까? 세뇌 마법은 오랫동안 금지되어왔습니다.”
어라, 이거 뭔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거 같은데?
가만 보니 시스템 창에 세뇌 디버프가 해제된 사람은 7명이었다. 우리들은 종혁을 합쳐도 6명밖에 되지 않았다.
“뭐야, 설마…. 족장이 세뇌 당했던 거야?”
당황스러웠다. 정황상 이스란이 세뇌 당했던 것은 확실해 보였다.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없었다.
누가 감히 한 종족의 대장에게 세뇌 마법을 걸 정도로 간이 크단 말인가.
게다가 족장이면 웬만한 실력으로는 세뇌를 걸 수 없을 것이다.
“세뇌, 누군가 정말로 제게 세뇌를 걸었다는 얘기입니까?”
“맞는 것 같습니다. 혹시 의심 가는 사람은 없나요?”
“글쎄요. 제가 언제부터 세뇌를 당한 것인지도 감이 안 잡혀서 말입니다. 제 측근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군요.”
어쨌든 진짜 범인은 따로 있다는 거겠군.
벌컥-
“여러분, 제가 노일족에 아는 사람들을 최대한 동원해 병력을 모아왔습니다!!”
거세게 문이 열리고 그 곳에는 몇 명의 소수 노일족을 이끌고 온 사막라가 서 있었다.
그리고 문 뒤에 있던 종혁이가 거친 문틀에 맞아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어디 있다가 지금 온 거예요?”
아니 타이밍 뭐냐고. 일이 다 끝나고 나타나는 거 봐.
심지어 사막라가 지원군이라며 데리고 온 노일족 마족들은 하나같이 비실해 보이는 비주얼을 가지고 있었다.
전투를 해 봤자 오히려 이쪽에서 보호해 줘야 할 것 같은 비주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라, 설마 이미 상황 종료인가요?”
굳이 따지자면 상황 종료가 아니라 더 복잡해 진 상황이지만 대충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막라는 민망한지 뒷머리를 긁으며 모았다고 주장하는 노일족 몇 명을 돌려보냈다.
“누가 세뇌를 걸었는지 배후를 밝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사정을 들은 사막라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평소 같았으면 보통 경험치로 이어지는 일이기에 발 벗고 나서서 해결하려 들었겠지만 지금 우리에겐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
30시간.
30시간 안에 마왕을 죽이지 못하면 우리도 죽는다.
그러니 배후를 밝히고 어쩌고 하는 일에 마음이 동하지 않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맞아요, 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인 건지 조사해야 해요!”
신애 빼고.
나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뭔 배후야? 우리 마왕 잡으러 왔지, 경찰 행세하러 왔어?”
잘한다 차오름, 그대로 계속 몰아붙여!
차오름은 혀를 차며 신애에게 가감 없이 쏘아붙였다.
“우리 마왕 못 잡으면 죽는다는 사실 잊었어? 배후 찾다가 마왕이랑 싸워 보기도 전에 죽으면 책임질 거야? 그리고 우리가 제시간에 공략하지 못하면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뭔가 이 친구는 나랑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
이권이 오름을 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오름 씨 말이 맞긴 합니다. 지금 저희에게는 시간이 생명과도 같아요.”
신애는 지완까지 냉정하게 말하자 그제야 자신이 너무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제가 하나만 보고 둘은 보지 못했네요.”
결국 우리는 배후는 찾는 것보다는 마왕을 죽이는 것에 더 집중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SSS급 던전 오류인 만큼 신중하게 행동해야 했다.
이 사실을 사막라에게 말하자 풀죽을 줄 알았던 그녀에게서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저도 마왕과 싸워서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당장 내일이 결전의 날이기도 하고요.”
뭔가 이렇게 흔쾌히 좋다고 말하니 좋지만 찝찝함이 남았다.
사막라는 심지어 자신이 설득하겠다면서 이스란에게 전쟁에 참여해 줄 것을 부탁하기까지 했다.
“죄송하지만 저희는 움직이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세뇌를 당한 상태이긴 했지만 예언만큼은 진실이었거든요.”
뭐야. 그럼 정말로 오름이 노일족을 구원하고 모든 존재가 사라진다는 얘기야?
오름도 별로 믿기지 않는지 이스란에게 몇 번이고 확인사살을 받았다.
“아니 나는 그냥 마족으로 변한 평범한 인간일 뿐이야. 너네의 구원자 따위가 아니라고.”
인간인 것까지 알려줘도 되는 건가?
오름이 한숨을 푹 쉬며 이스란을 설득하기 위해 애썼지만 이스란은 오히려 태평했다.
“차기 족장님이 아무리 부정하고 싶으셔도 예언은 틀린 적이 없답니다.”
오름은 표정을 굳히고 결국 명령조로 말했다.
“그럼 차기 족장으로 명령할게. 이 전쟁에 참여해. 안 그러면 구원이고 뭐고 나는 여길 떠나 원래 있던 곳으로 갈 거야.”
우리, 못 나가서 이러고 있는 건데 뻔뻔하게 거짓말 잘한다.
하긴 거짓에 관련된 스킬이 수두룩한데 거짓말을 못하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어쨌든 오름의 협박은 생각보다 잘 통했다. 이스란이 처음으로 대답하기를 망설였다.
오늘 처음 본 사람에게 의리를 표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이스란은 고민에 고민을 더했다.
“후, 어쩔 수 없군요. 이렇게 완고하시니 저희는 말씀에 따를 수밖에.”
아니 근데 꼭 이렇게까지 해서 노일족을 전쟁에 참여시켜야 해? 괜히 불안하게.
어차피 이 전쟁에서 얼마나 많은 마족이 죽어 나가든 우리와는 상관이 없는 얘기이긴 했다. 우린 오로지 마왕만이 목표였으니까.
이 전쟁을 함께하려는 이유는 하나, 마왕군과 마왕의 힘을 최대한 빼놓는 것이었다.
“노일족은 마법이 뛰어난 종족입니다. 참여하게 됐다니 전력이 확 올라갔군요.”
그렇단 말이지.
왜 이렇게 노일족 노일족 거리나 했더니 마법에 특화된 녀석들이라 그랬던 모양이다.
어쨌든 우리는 배후를 제대로 찾지 못한 채 전쟁에 참여하겠다는 이스란의 확답만을 얻게 되었다.
나름 우리의 목표였던 종혁을 무사히 찾은 뒤에 노일족의 정예들과 함께 다시 평화의 장에 도착했으니 나쁜 소식은 아니었다.
종혁은 세뇌가 풀린 후로 제대로 공포에 질린 것인지 한마디도 못 하고 우리 곁에 딱 붙어 있었다.
“던전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이제 확실히 알았겠지?”
“네, 네에.”
종혁은 내 말에 벌벌 떠느라 제대로 된 문장을 이어가지 못한 채 작게 대답했다.
이렇게 호되게 경험했으니 장난으로라도 던전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게 되겠군.
물론 이것도 무사히 이 던전을 빠져나갈 수 있었을 때의 이야기긴 하지만.
우리가 다시 거대한 마법진을 타고 평화의 장에 도착하고 사막라는 아삽에게 노일족이 함께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달했다.
아삽은 눈에 띄게 좋아하며 이 사실은 모든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전달했다.
“모두!! 기쁜 소식이 있다! 수년간 우리의 전쟁에 거부 의사를 밝혀왔던 노일족이 드디어 응답했다!! 이 전쟁은 결국 우리가 이길 것이다!!”
“노일족이??!! 됐다, 이건 이긴 거나 다름없어!”
“와아아!!”
다들 환호를 질렀다.
다른 종족들도 물론 마법을 다루긴 하겠지만 다들 몸으로 하는 전투에만 특화되어 있고, 마법은 아주 간단한 것들 위주로 다룬다는 얘기를 사막라에게 들었다.
그래서 이 전투에서 노일족이 참여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꽤 중요한 사안이라는 것도.
그렇게 한참을 환호하고 떠들어댈 때 멀리 마왕성의 건물 밖이 환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침이 밝은 것이다.
마계의 하늘은 보통 저녁노을 같은 주황색으로 푸른 하늘이 없었다.
대신 낮과 밤은 존재했는데, 컴컴한 어둠이 되는 것은 인간세계와 그리 다르지 않지만 아침은 사뭇 달랐다.
아침이 되면 쨍한 색의 노란 하늘이 이곳저곳을 밝게 비춘다. 가만히 보면 황사가 꼈다고 착각할 만한 노란빛이었다.
그리고 아침이 밝아왔다는 것을 깨닫자 아삽은 무장을 한 채 밖으로 나와 평화의 장에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4대 천왕이 이끄는 마왕군을 4종족이 각각 맡고, 나와 사막라는 마왕에게로 직행한다.”
간단하지만 확실한 작전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마족들은 더욱 많아졌고 광장 같았던 평화의 장에는 마족들로 꽉 차 있었다.
그리고 언제 온 것인지 나를 교육하겠다던 우란족의 싸가지와 이스란도 모습이 보였다.
“오늘 태양이 꼭대기에 닿은 시간, 마왕이 있는 꼭대기로 향한다!”
이제 진짜 전쟁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