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153
154화
-배신자
“으윽….”
예상하지 못한 공격에 입에서 저절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뒤로 돌아 공격한 사람을 바라봤다.
“여기서 갑자기 공격을 할 줄은 몰랐어요, 사막라.”
눈을 빛내고 나를 노려보고 있는 사막라는 처음 봤을 때와 사뭇 다른 눈빛으로 내 옆구리를 날카로운 단도로 찌르고 있었다.
“나의 계획에 당신들은 방해예요.”
퍽-!
사막라의 발차기에 바닥을 굴렀다. 금방 일어났지만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신경 쓰였다.
그리고 사막라와 함께 사라졌다고 생각한 아삽도 숨어 있던 우란족 녀석들과 함께 기습했다.
“윽, 다 어디 숨어 있다가 튀어나온 거죠?”
“역시 몬스터를 믿는 게 아니었어!”
다들 기습에도 빠르게 대응하며 우르르 기습해 오는 마족들을 처리해 나가고 있었다.
생각보다 수가 많아 겨우 5명인 우리가 점점 밀리려고 하는 순간.
“벌레같이 많이도 몰려 있군.”
싸늘한 말 한 마디와 함께 순식간에 우란족의 3분의 1이 사라졌다.
문자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번쩍 하는 빛만 남긴 채.
잠시 할 말을 잃은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공격을 위해 악기를 손에 쥔 상태 그대로 멍하니 우란족들이 있었던 자리를 한 번 보고 이권을 한 번 봤다.
미친, 수준이 너무 다르잖아.
이권이 적이었다면 어땠을까 상상도 하기 싫어지게 만드는 강함이었다.
여차하면 현지를 소환하려고 만지작거리던 목걸이는 소용이 없어졌다.
이권이 있다면 굳이 마나를 사용해 현지를 소환할 필요가 없었다.
지완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이런 일이 익숙하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는 모습에 이권의 실력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긴, 센터장으로 일한 지가 얼마나 오래됐는데 이권의 실력을 모르는 것도 이상했다.
“봤죠? 저희에게 이기긴 힘들 겁니다. 대체 왜 우리를 배신한 거죠?”
나는 이권의 힘에 놀라지 않은 척하며 사막라를 향해 말했다. 그러자 사막라는 웃긴 말이라도 들었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외부인 주제에 배신을 운운하는 것이 웃기는군. 너희의 등장으로 오래 공들여 왔던 계획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걸 가만히 보고 있는 녀석이 얼마나 될 것 같지?”
“오래 공들여 온 계획?”
사막라가 처음 만났을 때 보여줬던 순수하고 맑은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 처음부터 연기였던 것이다.
“우란족과 마왕군이 손을 잡고 이 마계를 파괴시킬 계획이라고 할 수 있지.”
“마왕군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런 짓을 해서 너희가 얻는 게 뭔데?”
이해가 가지 않는 것들투성이였다.
“마왕의 의도는 알 수 없어. 하지만 나에게 한 가지 약속을 했다. 내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고 간 노일족을 멸족시켜 주기로 말이야.”
맑은 눈동자에서 생기가 빠져나가고 고요히 불타오르고 있는 강렬한 눈동자만이 남았다.
노일족에 의해 사막라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모양이군.
촤악-!
사막라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우란족이 들고 있던 무기를 나와 동료들을 향해 겨냥했다.
그 속에는 반란군을 이끄는 아삽도 있었다. 아삽의 눈도 사막라와 별반 다르지 않은 표정이었다.
“내 누이의 복수는 당연하지. 애초에 마왕군의 스파이 노릇을 자처한 것도 나다.”
아삽은 당당했다. 노일족을 없앨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인간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사막라와 아삽은 혈연 관계였던 건가?
그래서 두 사람이 쉽게 손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공동의 목표를 가졌다고 해도 힘을 합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피로 이뤄진 사이니 힘을 합치는 것에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다.
“대체 어머니가 무슨 일을 당했기에….”
신애가 걱정스러워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시간은 없었다.
“그건 너희 사정이고.”
이권의 팔이 다시 한번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사막라도 그 손가락에서 어떤 무시무시한 공격이 나올지 몰라 상당히 긴장한 눈치였다.
“다들 저 인간 녀석을 조심해!”
사막라의 말에 날카로운 창을 들고 있던 우란족 중 몇몇이 창을 내려놓고 입술을 열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마법을 쓰기 위한 주문이었다. 강력한 마법이 날아오기 전, 이권은 다시 한번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팔을 휘둘렀다.
“말 많은 벌레들이군.”
그리고 다시 한번 재앙과도 같은 빛이 이권의 팔에서 뻗어져 나왔다.
콰과광!!
뿌연 연기가 시야를 잠시 가렸다. 시야가 돌아왔을 때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반 토막이 나 있을 거라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아삽이 들고 있던 방패로 이권의 공격을 막아냈기 때문이다.
“제대로 힘을 쓰는 녀석도 있긴 했군.”
대사 내용만 보면 완전히 우리 쪽이 악당 같잖아….
이권은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아삽을 보고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은 마치 나를 처음 만났을 때와 비슷했다.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 녀석이 얼마 없었나?
“자만이 하늘을 찌르는 인간이군.”
아삽은 중후한 목소리로 방패를 거둬내고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이권도 주머니에 꽂고 있던 손을 꺼냈다.
“그래도 SSS급이다 이건가?”
이권은 간만에 즐거워 보이는 표정이었다.
“자리를 피하죠.”
지완은 우리에게 말했다. 멍하니 둘의 싸움을 지켜보려던 신애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왜요?”
“백이권이 진심으로 스킬을 쓰면 저희도 무사하지 못합니다. 차라리 여긴 백이권에게 맡기고 저희는 마왕을 잡으러 가는 게 이득입니다.”
지완은 심각한 표정이었다. 우리도 방금 봤던 비정상적인 힘을 보고 지완의 말에 동의했다.
“어딜 가려고!!”
우리가 후퇴하려는 듯한 낌새를 보이자 사막라가 칼을 들이대며 내 앞을 막았다.
막으면서도 내 옆구리를 계속 힐끔대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내가 칼에 찔렸는데도 불구하고 점점 상태가 나빠지기는커녕 쌩쌩해지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던 모양이었다.
이럴 때 보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얻은 게 정말 신의 한수라니까.
사막라의 공격은 SSS급 던전의 존재답게 강력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치명타를 입었으니까.
체력을 회복하지 못한 채로 전투를 계속 치르다 보니 체력이 계속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결국 삶과 죽음의 경계가 발동한 것이었다.
“왜? 내가 멀쩡하니까 이상해?”
“외부인 녀석…! 이상한 기술을 가지고 있구나!”
사막라는 긴장한 듯 보였다.
“이쪽에는 스킬이라는 개념이 없나 보지?”
“스킬?”
역시 없는 건가.
“여기서 너희와 노닥거릴 시간이 없어서 말이지.”
마왕을 잡는 파티에 백이권이 빠지는 것은 꽤 타격이 컸지만 그라면 우란족 전체를 상대한다고 해도 금방 합류할 것 같았다.
그들에게도 나름의 사연이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우리에겐 몬스터의 사정을 봐줄 시간이 없었다.
앞을 막는 사막라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드럼채를 들었다.
잠깐 동안의 동맹이었으나 망설임은 없었다.
지난번 던전 오류 때 만났던 마을사람들과는 다르게 마족들이기도 했고, 어차피 던전 속에서 만들어진 존재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사는 게 먼저니까.
사막라가 휘두르는 날카로운 칼날은 쿨하게 맞아줬다. 옆에서 숨을 들이켜는 오름의 목소리가 느껴졌지만 일일이 반응할 새가 없었다.
생각보다 민첩한 사막라의 움직임 때문에 제대로 공격이 맞지 않았다.
휙-
타격음이 아닌 허공을 가르는 소리만이 계속 이어졌다.
“제대로 맞춰 봐!”
확실히 SSS급 정도 되는 던전이다 보니 공격이나 회피 수준이 남달랐다.
“한 대만 맞아라…!”
“흥, 예언 때문에 긴장했는데 실력은 형편없군. 괜한 경계를 했어.”
그 말. 더 이상 안 나오게 만들어 주마.
나는 마나를 발끝에 모았다. 금빛의 기운들이 느껴지며 발끝과 내가 딛고 있는 땅의 마나 흐름 또한 느껴졌다.
그 상태로 바닥을 가볍게 찼다. 그러자 땅에 금이 가며 사막라가 딛고 있는 땅까지 그 실금이 빠르게 퍼지고, 이내 땅이 솟아올라 사막라의 양발을 단단히 고정시켰다.
“이, 이게 무슨!”
사막라는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게 되자 당황한 목소리로 발을 빼내려고 노력했다.
그녀의 힘에 의해 땅 주변이 진동하는 것을 보니 힘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발을 빼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휴, 드디어 가만히 있네.”
신애에게 가져온 스킬, ‘차가운 눈동자’를 쓸 수 없을 정도의 스피드였다.
“여기서 우리를 전부 죽여 봤자 마왕군은 이기지 못한다. 그리고 다른 종족 녀석들의 위치를 이미 전부 발설한 채다.”
그러니까 함정이었다는 소리군. 동서남북으로 찢어진 마족들이 떠올랐다.
애정은 없었다. 그들이 전부 죽는다고 해도 마왕만 죽일 수 있다면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마왕군을 무찔러 주는 쪽이 편했다. 이쪽은 마왕을 상대하기도 벅찰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른 종족들이 마왕군에 전멸당하기 전에 박살을 내주마.
퍽-!!!
[공격에 성공하셨습니다! 공격력이 5% 증가합니다. 공격 시 상대의 방어력을 5% 무시합니다.]“큭.”
드럼채는 제대로 들어갔다. 타격음이 제대로 들려왔다. 그런데 사막라는 반사적으로 나오는 신음을 흘렸을 뿐, 상태가 멀쩡했다.
겨우 5%라고?
사막라의 상태도 너무 멀쩡하고, 이거 난이도가 너무 높은 거 아니야…?
처음 던전에 들어가 몬스터들을 상대했던 때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심지어 그때는 이렇게까지 공격이 먹히지 않는 느낌도 아니었다.
쩌적-
그리고 곧이어 사막라는 스스로의 힘으로 바닥에 박힌 두 다리를 빼냈다.
사막라는 눈을 빛내며 검을 쭉 뻗어 내 어깻죽지를 길게 그어 버렸다. 피가 팍 쏟아졌지만 금방 아물고 체력이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와, 진짜 삶과 죽음의 경계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
그렇게 생각하며 사막라의 공격을 하염없이 맞고 있었을 때였다.
[체력이 100%가 되어 ‘삶과 죽음의 경계’ 스킬 효과가 해제됩니다.]뭐? 이거 한계가 있는 스킬이었어?
당황한 나는 사막라의 공격을 급히 피했다. 그럼에도 민첩한 공격 때문에 얼굴에 생채기가 생겼다.
그리고 그 생채기는 아까처럼 아물거나 하지 않았다. 정말로 스킬 효과가 사라진 것이었다.
“이런 해제 조건이 있다는 말은 없었잖아!”
챙!!
윽, 진짜 힘 더럽게 세네.
사막라의 공격을 막기 위해 드럼채로 검을 막아냈다. 무지막지한 사막라의 힘 때문에 손이 부들거렸다.
이거 오래 끌고 갈수록 내가 불리하겠어…!
공격을 겨우 흘려내고 멀리 떨어지자 갑자기 신애가 불쑥 튀어나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여기서 꾸물거릴 시간 없어요! 제가 맡을게요!”
사막라에게 죽도 못 쑤고 당하고 있던 것이 답답했던 모양이었다.
이거 좀 부끄럽네.
“그리고 무식하게 큰 스피커도 옮겨야 한다고요!”
맞다, 스피커.
콰과광-!!!
스피커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주변을 휙 둘러보다가 이권이 아삽과 싸우는 모습이 들어왔다.
우리가 아직 떠나지 않은 것을 알고 자제하는지 지완이 말한 것만큼 주변이 초토화되진 않았다.
그러나 이권과 아삽의 전투가 길어질수록 점점 공간이 형체를 잃어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일단 아이템인 스피커 먼저 챙기자.
무겁진 않았지만 크기가 너무 커서 혼자서 들고 가기 번거로운 물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했기에 스피커를 번쩍 들어 양 어깨에 얹었다.
스피커를 옮기려는 내 모습을 보고 우란족 녀석들이 달려들었다.
“잡아!! 도망간다!!”
“우란족도 징글징글하네.”
전부 한꺼번에 처리할 방법이 없나?
“아, 이런 것도 되려나?”
문득 떠오른 생각에 나는 다시 스피커를 바닥에 내려놓고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