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158
159화
-예언의 실현 (2)
‘만사’라는 기술이 어떤 기술인지 설명을 봐야 알겠지만 고급 마나술이라는 것을 봤을 때 평범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마왕군이 코앞까지 쳐들어왔음에도 나는 만사의 설명을 읽기 시작했다.
[만사]만 번의 죽음을 경험하는 것과 같은 기술.
개인이나 단체를 선택합니다. 선택한 대상이 한 명일 경우 한 명에게 만 번의 공격을 하거나 특정 장소로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단체일 경우 최대 만 명의 인원을 한 번씩 공격하거나, 특정 장소로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하루 한 번 사용 가능.
이거면 됐다.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감이 왔다.
크아아아-!!!
워씨, 저 녀석들 생각보다 저돌적이네.
구울들이 결국 코앞까지 다가와 우리를 덮쳤다. 죽어도 마왕군은 마왕군이라고, 무기를 휘두르는 폼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이게 대체 무슨!! 구울을 없애려면 시전자를 죽여야 하는데 시전자가 없다니!!”
멀리서 고전하고 있는 이스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을 베고 다리를 베어도 계속 일어나는 녀석들을 보며 다들 당황하는 것이 보였다.
그럴 만도 했다. 시전자인 마왕, 이혁일은 현실로 돌아갔으니 녀석의 마력이 바닥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살아나는 좀비떼를 처리하기 어려울 테니까.
시간제한이 사라졌으니 지칠 때까지 싸우는 것도 방법이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은 의지를 꺾어 놓는다.
“수가 너무 많아!”
우리 쪽은 계속 부상자가 생겨서 수가 줄어드는데 저쪽은 수가 줄어들지 않았다.
내가 만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래도 녀석들이 어느 정도 버텨줘야 했다.
나는 이혁일과 만나고 나서 신경 쓰지 않고 있던 거대한 스피커 앞으로 다가갔다.
괜히 만들어서 짐만 되는 쓸모도 없는 아이템이었는데, 이제야 쓰이는군.
근처에 연결되어 있던 마이크를 들고 고민에 잠겼다.
구울에게 가장 잘 통할 만한 노래가 뭐가 있지? 역시 찬송가 같은 거려나?
하지만 나는 교회 따위 다녀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찬송이라고는 알 리가 없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존재한 사람’ 이런 유명한 건 알아도 지금 상황에서 적절한 버프가 적용될 것 같지 않았다.
음, 혹시 누구 찬송가 아는 사람 없으려나?
이건 내가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혹시 누구 종교 있으신 분 계신가요?”
“저 잠깐 어렸을 때 교회 다닌 적 있어요!”
신애가 눈앞의 구울을 썰어내며 손을 들었다.
휴, 아무도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다들 종교라고는 전혀 관련 없을 것 같은 이미지라 혼자 생각해내야 하나 하던 참이었다.
“저도 다닙니다.”
의외의 인물이 손을 들었다. 지완이었다.
하긴, 뭔가 풍기는 분위기로만 보면 고위 성직자가 떠오르는 느낌이긴 해.
“원래 다니신 거예요?”
두 사람이 구울들을 처지하며 나에게로 다가왔다. 피를 닦으며 숨을 잠시 고르는 지완을 보고 질문하자 그가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요. 원래 다니지 않다가 센터를 그만두고 나서부터 조금씩 다니고 있습니다.”
뭐 개인적인 사정이니 꼬치꼬치 캐물을 생각은 없었다.
“그렇군요. 혹시 두 분, 찬송가 좀 잘 알고 있는 거 있나요?”
급한 마음에 냅다 용건부터 말했지만 지완과 신애는 내가 버프를 걸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고민했다.
“아, 혹시 그건 어떨까요?”
갑자기 떠올랐다는 듯이 신애가 냅다 찬송을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가사를 들어보니 지금 상황과 딱 맞는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신애 님, 죄송한데 무슨 음인지 전혀 모르겠어요.”
신애는 엄청난 음치였던 것이다.
가사는 또박또박 잘 들렸으나 어떤 노래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거 저도 압니다. 저는 가사가 정확히 기억 안 나는데 신애 님이 가사를 써주시면 제가 음을 알려드리죠.”
오, 다행이다. 이게 바로 팀플레이지.
지완도 잘 부르지는 못했지만 나름 정확한 음으로 열심히 나에게 곡을 알려줬다.
신애가 바닥에 돌로 열심히 가사를 써주고 지완이 음을 가르쳐 주니 금방 입에 곡이 붙었다.
“좋아, 감사합니다. 이걸로 됐어요!”
됐다는 말에 둘은 금세 자기 자리로 돌아가 다시 구울들을 상대했다. 이제 버프든 디버프든 적용할 차례였다.
나는 마이크를 입에 가져다 대고 우렁찬 목소리로 찬양을 부르기 시작했다.
“마귀들과 싸울지라 죄악 벗은 형제여~~!!”
스피커를 통해 내 목소리가 우렁차게 퍼져 나갔다. 여기 있는 수많은 인원들이 전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크기 값을 하는 스피커였다.
[선으로 악을 물리친다!] [어설프게 완곡 완료.] [노래를 들은 존재의 가치관에 따라 상태가 변화합니다.]선 – 반대 속성의 물리 공격을 30% 확률로 회피합니다. 무기에 성스러운 힘이 깃듭니다.
악 – 반대 속성의 물리 공격에 맞으면 50%의 추가 피해를 입습니다. 성스러운 힘에 피해를 입으면 체력이 40% 감소하고 움직임이 느려집니다.
던전 등급의 영향 때문인가. 적용도가 높지는 않네.
대신 버프와 디버프가 동시에 들어가는 효과가 떴다. 지금 상황에서 딱 알맞은 디버프인 것 같았다.
사실 대부분의 싸우고 있는 녀석들이 마족이었기에 어떻게 보면 모두가 디버프를 받게 되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어차피 몬스터들이고 내가 버프를 줄 대상은 이권을 포함한 우리 인간들이기만 하면 돼.
지금 우리의 모습이 마족이라 조금 걱정되기는 했지만 눈앞에 다가오는 구울 한 마리를 때렸는데 잘 효과가 적용된 것 같았다.
인간만 잘 적용되면 됐지.
사실 우리 팀 전체도 아니었다. 오로지 이권에게만 적용되면 어떻게든 됐다.
그도 그럴 게 이권은 저 많은 마왕군을 해치우고 온 미친놈이었으니까.
“으악 살려줘요!!!”
나머지 버프를 다 사용하고 다음 일을 진행하려고 할 때 어디선가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아, 맞다. 종혁이.
구울들의 공격을 간신히 피해 다니면서 구석에서 울고 있는 녀석이 보였다.
우리들은 전부 헌터이기에 몸을 보호할 수단이 그래도 하나씩은 있었지만 쌩 일반인인 녀석에게는 너무 가혹한 현장이었다.
저러다 죽겠네.
몸을 움직여 눈앞에 알짱대는 구울들을 처리하며 종혁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훌쩍대고 있는 녀석의 뒷덜미를 잡고 비밀 던전을 생성해 그 안으로 집어던졌다.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어디 가서 소문내지 말고.”
녀석은 내가 던전을 생성했다는 사실에 눈이 커졌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가 더 컸는지 목이 떨어져라 고개를 끄덕이며 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반응을 보니 두 번 다시 던전에 발들일 생각 못 하겠네.
안도하며 다음 스텝으로 넘어갔다. 오름의 직업인 거짓말쟁이로 변한 다음 나는 오름의 곁으로 다가갔다.
“응? 뭐야. 바빠 죽겠는데 너 혼자 여유롭다?”
오름은 나름 열심히 악기 공격 스킬을 사용하며 구울을 해치우고 있었다.
중첩 효과에 맛들려 신나게 패고 다니는 게, 이 녀석은 혹시 ‘선’이 아니라 ‘악’으로 배정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 마, 곧 이 던전 공략하게 해줄 테니까.”
“뭔가 방법이 있나 보다? 설마 나 죽이러 온 건 아니지?”
오름은 나를 의심하며 한 발자국 멀어지려고 했지만 내가 소매를 덥석 붙잡아 그러지는 못했다.
“뭐야, 진짜는 아니지?”
의심이 더 심해진 것 같았지만 필요한 행위였기에 당당하게 잡았다.
“네 스킬 쓰려는 거니까 이상한 표정으로 보지 마.”
말대로 나는 금세 오름의 소매를 놓고 오름의 스킬을 사용했다.
“너….”
오름은 내가 변신한 사람을 보고 눈이 동그래지며 당황했다.
내가 변신한 사람은 다름 아닌 차오름 그녀였기 때문이다.
“설마 너 대신 희생하는 그런 아름다운 죽음을 상상하고 있는 건 아니지?”
“…아니야?”
“절대 아니니까 쓸데없는 걱정 하지 마라.”
오름은 내가 예언을 완성시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하지만 누구보다 목숨이 소중한 나에게 그런 희생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역시 오름은 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네.
나는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희생하게 하면 모를까.
주변을 쭉 둘러봤다. 많이 다치기도 다치고 전투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예언에 맞추려면 일단 노일족을 뺀 다른 종족들을 없애야 하는데.’
나는 고민에 빠졌다.
여기에 있는 놈들이 만 명은 안 넘겠지?
일단 노일족을 뺄 거니까 안 넘을 것 같고, 그럼 만사를 썼을 때 각각 다른 장소를 선택해도 되는 건가?
장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어서 되는지 안 되는지 알 수 없었으나 일단 시도해 보기로 했다.
되면 좋지만 안 되도 뭐, 마족을 신경 써줄 정도로 여유롭지도 않고. 그때쯤이면 우린 던전 밖으로 나갔을 테니까.
그리고 나는 전장의 가운데로 힘차게 걸어갔다.
다들 싸우면서도 당당히 걸어가고 있는 나를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들은 전부 무시하고 나는 당당히 가운데로 향해 드럼채를 들어올렸다.
“내가 이 전쟁을 끝낸다!”
“헉, 오름 님!”
“오름 님이 예언을 완성하시려 한다!”
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유일하게 내 모습을 확인한 노일족 녀석들만이 환호성을 내뱉었다.
재수 없는 녀석들.
한 사람을 희생해서 지들 목숨을 부지하겠다는 거 아니야, 좋댄다.
그래도 던전을 공략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어쩌면 이 던전에서 나온 퀘스트에 등급이 매겨지지 않은 이유는 이것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누군가를 희생해야지만 공략할 수 있는 던전.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 던전 공략 잔인했다.
“만사!”
나는 높이 들어 올렸던 드럼채를 아래로 내리며 기술 이름을 외쳤다.
노일족 녀석이 말했던 것처럼 내 몸 주변에 황금빛 마나의 물결이 넘실대며 뻗어져 나갔다.
그리고 그건 눈을 멀게 할 정도의 빛이었다.
“선택한 대상 중 인간은 던전 게이트 앞으로, 마족은 비밀 던전으로, 그리고 구울은 지옥. 되나?”
마지막으로 구울들을 보낸 장소는 실제로 이동이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 말해 본 것이었다.
[이동을 시작합니다.]휴, 됐다!
구울 녀석들에겐 생각해 보니 지옥이 어디려나?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밖으로 흘러넘치던 빛이 다시 내 안으로 빨려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깜박였을 땐, 우리는 처음 우리가 던전에 들어왔던 장소로 옮겨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뭐, 뭐죠. 이게? 뭘 한 거예요?”
신애는 놀라서 눈을 몇 번이나 깜빡였다. 아니, 눈뽕 맞아서 계속 시야 확보를 위해 깜박이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별 희한한 스킬들이 많단 말이야, 한설 군은.”
이권이 한마디 내뱉자 다들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킬 아닌데요. 뭐, 아무튼 예언을 완성했으니 된 거 아닌가요?”
그리고 우리의 대화를 끊어내는 던전 공략 완료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메인 퀘스트 완료.]그리고 퀘스트의 보상으로 아이템이 툭하고 떨어졌다.
보상으로 떨어진 것은 ‘지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