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159
160화
-지도가 가리키는 곳
“이게 뭐야, 지도?”
이상하게 생각하며 지도를 들어 올렸다. 지도를 펼쳐보니 평범한 대한민국 지도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딴 걸 아이템으로 준다고? 게다가 SSS급인 던전 오류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분명 무슨 효과가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아이템 설명을 보려고 해도 시스템은 덤덤했다.
“그냥 평범한 지도인가요?”
신애도 이상하게 생각했는지 지도를 살펴봤다.
아무리 봐도 지도는 그냥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분명 던전 안에서 나온 지도임에 분명한데, 그 내용은 마치 우리나라 지도처럼 보였다.
“우리나라 지도잖아.”
오름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지도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건 그렇네요. 던전 안에서 나온 아이템이 대한민국 지도라는 게 이상해요.”
“잠깐, 뭔가 표시가 되어 있는데?”
이권의 손짓을 따라가 보니 붉은색으로 표시가 되어 있는 부분이 보였다. 표시되어 있는 곳은 제주도였다.
아니, 갑자기 제주도? 제주도에 뭐가 있는데?
이 붉은 표시가 가리키고 있는 것이 뭔지 모르니 제주도에 뭐가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답은 곧 나왔다.
“제주도는 매화 길드가 있는 곳입니다.”
매화 길드? 힐러 길드로도 유명한 그?
지완은 아직 말이 끝나지 않았는지 침을 한 번 삼키고 이어서 말했다. 약간은 긴장한 것도 같은 모습이었다.
“센터 직원들만 아는 사실인데, 매화 길드는 이혁일의 자취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곳입니다. 함유리는 이혁일이 자신의 길드 사람이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다들 어렴풋이 알고 있죠.”
뭐라고? 매화 길드에 이혁일이 있다는 소리야?
그러면 이 지도가 보상으로 나온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직접 찾아오라는 건가?”
이 전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목숨을 부지하기 바빠 묻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
던전을 공략하고 나면 어떻게든 찾아낼 생각이었는데, 수고를 덜었네.
나는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 몸을 일으켰다.
“뭐 일단 이걸로 던전은 공략 완료된 것 같으니 밖으로 나갈까요?”
근데 뭔가 잊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뭐지?
“그 전에 잠깐만.”
오름이 던전 게이트로 향하려는 내 발걸음을 막아 세웠다.
“왜?”
“너, 마족들은 전부 어떻게 한 거야?”
“그거야 아까도 봤겠지만 내 거대 인벤토리에 잘 넣어뒀지.”
“그럼 그 고등학생은?”
고등학생?
순간 나는 내가 뭘 놓쳤는지 깨달았다. 생각해 보니 종혁이 놈과 마족들을 비밀 던전 안에 함께 넣어둔 것이다.
뭐 죽이기야 하겠느냐만은, 어쨌든 종혁이 녀석이 벌벌 떨고 있을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근데 그놈은 좀 그래도 돼.
아주 확실하게 혼 좀 나야지, 두 번 다시 깝죽대지 못하지. 뭐 그렇지 않아도 아주 확실히 알게 된 것 같긴 하지만.
겁에 잔뜩 질려 반쯤 기절해 있는 종혁이 녀석을 비밀 던전에서 꺼내서 어깨에 들쳐 멨다.
도저히 걸어서 던전 게이트 밖으로 나갈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단 뭐든 나가서 이야기하죠. 이제 던전 오류는 지긋지긋하네요.”
그렇게 우리는 굳게 닫혀 있던 던전 게이트 안으로 몸을 던졌다.
파앗-!
“나왔다!”
“사람이 나왔어!!”
검은 빛이 우리를 감싸고 나온 곳에는 기자들과 많은 인파들이 몰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거 뭔가 익숙한 상황인데.”
데자뷔처럼 지난번 던전 오류 때의 일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도 엄청난 기사와 질문 세례로 질렸던 경험이 떠올랐다.
“어후, 귀 아파 죽겠네.”
오름이 질린 표정으로 끊임없이 울려대는 셔터음에 귀를 후벼 팠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것이 익숙한 것인지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었다.
하긴 S급인 헌터들은 어디를 가든 이목이 집중되니까 이런 일은 일상일지도 몰랐다.
“던전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던전에 휘말렸던 학생은 구출됐나요?!”
우리가 움직일 시간도 주지 않고 밀려들며 마이크를 들이대는 기자들과 사람들을 보고 다시 정신병이 도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모두들, 일단 헌터들과 학생의 안정을 위해 나중에 발표될 센터의 보고를 확인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행히 기자에 익숙한 이권이 무리를 친절히 헤치고 나갔다.
그렇다고 기자들이 떠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권은 웃으며 인파 속에서 길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권이 만들어낸 길을 따라 우리도 이동했다.
내 어깨에서 움찔대던 종혁이 정신을 차리자 다시 한번 사람들이 웅성댔지만 이권이 무서워서인지 뭔지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았다.
“백이권 파워가 좋긴 하네요.”
내가 이권을 향해 말하자 이권은 싱긋 웃었다. 마치 그걸 이제 알았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래, 그걸 이제 알았다. 사실 전부터 알고 있기는 했는데 그걸 까먹고 있었달까.
“저도 지금 느끼고 있어요. 이렇게 행동하면 되는 거였군요.”
신애가 눈을 살짝 감으며 머리를 짚었다.
생각해 보면 신애도 S급이 된 이후로 기자들에게 항상 시달렸으니 이권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기자들에게 벗어나는 것을 보고 현타가 온 모양이었다.
신애도 고생이 많네.
“일단 사무실로 갈까?”
사무실? 어떤 사무실? 신혈 길드 사무실 말하는 건가?
그리 생각했던 내 자신을 원망했다. 당연히 그 철저한 백이권이 남한테 길드 사무실을 보여줄 리가 없었다.
사무실이라는 건 내 집을 말하는 거였다.
* * *
그렇게 우리는 사무실이 된 집으로 향했다. 컴퓨터와 책상이 늘어져있는 게 신기했던 것인지 신애가 연신 감탄을 했다.
“집에 사무실을 차렸다고 그래서 무슨 소린가 했는데 이렇게 넓으면 회사를 차려도 문제없긴 하겠네요.”
우리는 소파에 둘러앉아 던전에서 받아왔던 지도를 펼쳤다.
“지도를 보기 전에 일단 두 사람에 대한 것부터 설명부터 하는 게 좋지 않겠어?”
이권은 마지막으로 오름까지 앉자 말을 꺼냈다.
이권에게도 사실 시간이 없어 대충 설명하고 넘어간 부분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혁일이 어떻게 나와 오름을 알고 있었던 것인지조차 모를 테고.
“어차피 여기까지 알게 된 거, 숨기는 게 더 이상해.”
오름이 나를 보며 말했다.
나도 오름의 말에 어느 정도 동감하는 바였다. 이미 여기 있는 사람들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이권뿐이었다. 내 손목에 새겨져 있는 붉은 표식을 한 번 쓸었다.
이권은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었다. 내가 다른 사람을 각성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었다.
스스로 등급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은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었지만 다른 사람을 각성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의심할 것이 분명했다.
이미 이권은 내 등급에 대해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고 느끼는 것 같았으니까.
오름과 눈이 마주쳤다.
녀석은 왜 내가 망설이는지 모르겠다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네가 백이권을 몰라서 그러는 거다.
“제가 설명해 드릴 수 있는 부분까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전부 아는 것은 아닙니다.”
그 후로 나는 내가 오름과 같이 들어갔던 던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와 이번 던전에서 우리만 따로 받았었던 퀘스트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럼 지금 오름 님이랑 한설 님 모두 칭호가 있다는 얘기입니까?”
지완이 놀라며 되물었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밝히는 게 맞는 건진 모르겠지만 칭호에 대한 것은 나도 정확히 모르니 어쩌면 여기 있는 누군가가 뭔가 알려주리라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저도 칭호가 있긴 한데 효과는 잘 모르겠어요.”
신애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신도 칭호가 있다고 고백했다.
“칭호가 있는 사람은 나 말고 처음 보는데. 여기에 다 모여 있었군?”
이 말을 한 것은 이권이었다. 의외였다. 순순히 자신도 칭호가 있다고 밝힐 줄은 몰랐다.
그럼 백이권은 어떤 칭호인 거지?
“비밀이야.”
내 눈빛을 읽은 백이권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그래,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어쩌다 보니 지완을 빼고 여기 있는 모두가 칭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우연이겠지만 우연치고는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칭호니 시스템이니 갑자기 많은 정보가 들어와서 혼란스럽네요. 이혁일이라는 사람을 만나면 뭘 물어 봐야 할까요?”
신애는 조금 혼란스럽다는 듯이 머리를 짚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나도 신애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태니까.
그래도 나는 별로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는 입장이었다.
헌터나 시스템이니 지금 상황에서 알아봤자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머리만 아플 뿐이었다.
게다가 이혁일이 완전히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각한 결과였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혁일이 아니라 이혁일이 그 뒤에 있다는 ‘그분’이라는 존재다.
그 진실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굳이 사서 두려워하고 골머리를 썩일 필요는 없었다.
“깊게 생각하지 마요. 어차피 이혁일을 만나기 전까지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내 덤덤한 말에 어떤 안도를 느낀 건지는 모르겠으나 신애는 한숨을 푹 쉬며 소파에 늘어졌다.
“그렇죠. 한설 님의 말을 들으면 뭔가 다 부질없는 일처럼 느껴져요.”
“한설 군이 의외로 덤덤한 면이 있긴 하지. 겁도 없고.”
이권이 신애의 말에 덧붙여 말하며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다들?
잡담은 뒤로 넘기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려고 했다.
띵동-
그리고 그때 예상치 못한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
그리고 나는 인터폰에 담긴 인영을 보고 아차 싶어 머리를 헝클어트리고 버선발로 엘리베이터로 뛰어나갔다.
인터폰에 비친 인물은 다름 아닌 예빈이었다.
쿠당탕-!
“한설 님. 어디 가세요?”
내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갑자기 밖으로 뛰쳐나가자 다들 당황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내가 미쳤지. 이혁일 때문에 던전에 들어오기 전 했던 이야기들을 어떻게 다 까먹어 버리고 예빈이를 찾을 생각을 안 하고 있었지?
엘리베이터가 내가 사는 층에서 멈추고 문이 스르륵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착 가라앉은 눈빛의 예빈이가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