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162
163화
-두 번째 비밀 던전 (2)
레오니다스 왕. 유일하게 학창시절 열심히 듣던 세계사 수업에 등장했던 인물이었다.
300명의 병사로 100만 대군을 이겼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부분을 나는 가장 좋아했기도 하고.
리오니다스를 말한 이유는 지금 상황과 어느 정도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레오니다스’의 능력을 스킬화합니다.]무슨 능력이 나올지 기대가 됐다. 가장 유명한 전투가 300명을 데리고 100만 대군을 이긴 테르모필레 전투였으니 그와 관련된 스킬이 나올 확률이 가장 컸다.
“제발 좋은 거 나와라.”
간절히 빌며 시스템창이 뜨기를 기다렸다.
[리오니다스의 ‘용기와 믿음’ 스킬을 얻었습니다.]뭐? 무슨 스킬?
나는 스킬이름이 뜨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딱봐도 전투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스킬명이 떠버렸다.
“아니야, 아직 스킬 설명을 보기 전까지 단정 지으면 안 되지.”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스킬 설명을 확인했다.
[용기와 믿음]믿음의 크기만큼 아군과 본인의 공격력이 변화합니다.
*전투가 끝날 때까지 적용됩니다.
이게 무슨 스킬이야.
짧고도 단순한 스킬 설명이었다. 이 설명에 당황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제대로 된 설명도 아니고 두루뭉술하잖아? 게다가 믿음의 크기만큼 공격력이 변한다고? 믿음의 크기라는 건 어떻게 측정하는 건데?
설명을 읽고 나니 한 줄기 희망마저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가진 스킬들의 설명도 꽤나 단순하고 애매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정도를 넘어서는 설명이었다.
[‘사라진 이야기’ 스킬이 2번 남았습니다.]아니 겨우 3번밖에 못 쓴단 말이야?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지금 한 번 썼으니 횟수는 겨우 2번밖에 남지 않았다.
지혜 스탯을 50이나 찍어야 한다는 것을 보고 대충 횟수가 많지는 않겠구나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거 망한 거 아니야?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나는 이 스킬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콰과광-!!
이 와중에도 현지 녀석 열심히 싸워 주고 있네. 저렇게 열심히 싸워 주는 녀석을 앞에 두고 나 혼자 뭐 하는 거람.
나는 다시 정신을 다잡았다.
일단 어떻게든 사용해 보자는 심보로 무작정 리코더를 눈앞의 가짜를 향해 휘둘렀다.
[불신 상태입니다. 공격력이 -40% 떨어집니다.]아니, 불신 상태? 이건 또 뭐야.
긴가민가한 상태로 공격을 한 것은 맞았다. 그러니 제대로 된 스킬 적용이 될 리 없다고 생각은 했다.
그런데 불신 상태라는 것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젠장, 공격력이 올라도 모자랄 판에 마이너스가 되면 어쩌자는 거야.
다시 마음을 다잡고 공격을 이어갔다.
가짜 예빈이의 팔을 공격해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또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불신 상태입니다. 공격 범위가 감소합니다.]익숙하게 휘둘렀을 뿐인데 거리감이 달라졌다. 그 덕에 팔에 닿아야 했던 공격은 헛발을 치고 공중에 머물렀다.
“이거 오히려 스킬을 사용해서 상태가 더 나빠지기만 하잖아.”
가짜 예빈이는 의지가 없는 상태임에도 나를 비웃듯이 입꼬리를 씰룩였다.
저거 나 비웃는 거 맞지?
일단 예빈이 흉내를 내는 놈을 처리하기 전에 이 스킬을 어떻게든 해야 할 것 같았다.
내 마음대로 취소할 수도 없는 것 같았으니 믿음이란 것을 높이는 쪽이 나아 보였다.
“나는 공격에 성공할 거다, 성공할 거다….”
믿음을 어떻게 올려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일단 무작정 입으로 되뇌기 시작했다.
이런다고 공격이 높아질 거란 보장은 없었으나 뭐라도 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리코더를 휘둘렀다.
[공격에 성공하셨습니다!]그리고 아무 변화도 없었다.
악기 공격의 스킬만 적용되어 중첩 효과는 가져갈 수 있었지만 용기와 믿음에 대한 스킬에 대해서는 어떤 알림도 나타나지 않았다.
“마이너스가 아닌 것만으로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는 건가?”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쿵-!
쿠구궁-!
“으윽!”
갑자기 마나가 쑥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현지 쪽을 돌아보니 현지가 공격을 당해 땅으로 추락하는 모습이 보였다.
현지의 브레스로 주변이 온통 불타오르고, 녀석까지 땅에 추락했다.
마치 아포칼립스의 한 장면 같았다.
복구되는 거라 정말 다행이네.
그런 생각을 하며 남아 있는 마족들을 돌아봤다. 현지가 많이 처리했다고 해도 아직 수가 많았다.
마족 녀석들은 그래도 상위 마족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각자의 고유 능력을 이용해 현지를 떼거지로 상대하다 보니 현지도 당해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날개가 쭉 찢어져 있는 것을 보니 날 수 있는 헬족의 짓으로 보였다. 날개 재생을 위해 소환자인 내 마나를 사용했나 보다.
날개뿐만이 아니라 여기저기 꽤 다쳤는지 브레스를 마구잡이로 쏘아댈 때는 마나가 빠져나가는 것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번엔 확연히 느껴졌다.
“크윽, 똑바로 해라. 아군에게 디버프라니!”
현지가 발톱과 꼬리로 마족들을 공격하며 나에게 소리쳤다. 용기와 믿음 때문에 현지도 디버프에 걸린 모양이었다.
디버프까지 아군과 같이 걸릴 필요는 없잖아!
“이대로는 안 되겠는데.”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번뜩 아까 시스템에 떴던 문구가 떠올랐다. 공격 범위가 감소한다는 것.
확신에 가까운 믿음을 가지고 공격한다면 그럼 공격 범위도 넓어진다는 소리였다.
이 논리대로라면 어쩌면 단번에 승부가 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믿음은 어떻게 생기는 건데.”
머리를 꽁꽁 싸매도 도저히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아 예빈이가 휘두르는 공격을 피하며 현지에게 외쳤다.
“야! 넌 네가 강하다는 믿음이 어디서 나오냐?”
“믿음이고 뭐고 너는 드래곤인 이 몸도 이긴 재수없는 녀석이다! 그게 강함의 척도가 아니고 뭐겠나!”
와, 자존감 되게 높네.
엉뚱한 소리를 한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팍 구기던 현지는 나름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았다.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다.
SS급 던전의 보스, 드래곤도 이겼다. 혼자만의 힘이 아니더라도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던전들을 무사히 공략했다.
다른 헌터들이었다면 분명 발을 디디는 것만으로 손도 못 쓰고 죽을 정도의 난이도들.
“나는 강해.”
세뇌시키기 위해 혼자 중얼거리던 것과는 무게가 달랐다. 현지 녀석의 말을 들으니 어느 정도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섰다.
이 스킬명이 왜 용기와 믿음인지 알 것 같았다.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또 아까처럼 디버프에 걸릴까 봐 순간 공격을 망설이게 된다.
실패할지 성공할지 확신할 수 없으면서 다시 한번 앞으로 나아갈 ‘용기’.
레오니다스의 상황은 이보다 더 심했을 것이다.
겨우 300명. 누가 봐도 예상할 수 있는 승패.
죽음을 예견하면서도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그에겐 가장 필요한 덕목이었을 것이다.
그의 심경을 조금이나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래, 내가 아니면 누가 강하다고 자부하겠어.
남은 시간은 이제 겨우 20분.
심혈을 기울이며 리코더를 휘둘렀다. 위에서 아래로 강한 바람을 일으키며 리코더가 직선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눈앞의 풍경이 리코더가 공중을 가르는 그대로 바뀌었다.
건물이 무너져 아포칼립스를 연상케 하는 도시 전경에서 흙먼지가 자욱한 협곡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이건….
본능적으로 내가 지금 레오니다스에게 빙의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적군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실제인지 내 무의식의 반영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느낀 것은 공포였다.
이것 또한 내 감정인지 내가 빙의한 인물의 감정인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지금 느껴지는 이 감정이 내게 지극히 본능적인 두려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죽음에 대한 공포.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내 뒤로 느껴지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다.
뜨거운 눈빛의 사내들.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죽음이 두렵든지 아니든지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의 믿음에 보답해야 했다. 도망칠 수 없었다.
그들의 뜨거운 눈빛에는 승리에 대한 갈망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죽음을 각오한 사내들의 결심 그 이상이었다.
나는 이들을 이끄는 지도자. 검을 들어 올려 공격 신호를 보내야 하는 팔에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지만 힘을 꽉 쥐었다.
“으아아!!”
멋진 말 따위 나오지 않았다. 그저 검을 꽉 쥔 손을 높이 쳐들고 짐승처럼 고함을 내뱉었다. 그러자 부하들도 함께 고함을 내지르며 앞을 향해 전진했다.
흙먼지가 앞을 가리고 제대로 앞이 분간되지 않는 상태에서 높이 들었던 검을 그대로 눈에 밟히는 적군의 머리로 내리쳤다.
그리고 그 순간 다시 현실이 되었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쓰러져 있는 가짜 예빈이와 그 주변으로 홍해처럼 갈라져 쓰러져 있는 마족들의 사체가 보였다.
나는 등에 흘러내리고 있는 식은땀과 손끝에 느껴지는 서늘한 감각에 소름이 돋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스킬이었구나.
눈앞에 펼쳐진 결과를 보니 스킬의 횟수가 왜 그렇게 적었던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야말로 초토화가 되어 있는 광경을 보고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툭.
“아.”
팔이 떨려 리코더를 떨어트렸다. 이 정도의 힘이었으니 팔이 남아나지 않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용기와 믿음. 그중에서도 ‘용기’가 스킬명의 앞을 차지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믿음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용기였다.
이런 환상을 보게 된 것이 이 스킬의 능력이라면 두 번은 겪고 싶지 않았다.
다음번에도 이런 현상을 겪게 되면 정신이고 팔이고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혀를 차며 남아있는 마족들을 세었다. 방금의 일격으로 남아 있는 녀석들이 얼마 없었다.
“너는 정말 알다가도 모를 힘을 사용하는군. 약한 것 같으면서도 강해.”
현지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떨어트린 리코더를 주우며 씩 웃어 보였다.
“널 이긴 놈인데 당연히 이 정도 능력을 숨기고 있어야 말이 되지.”
“말은 잘하는군.”
현지는 어이없다는 듯이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안도하고 있었다.
“우리 수다 떨 시간 없다. 일단 전부 처리하자고.”
10분도 남지 않은 시간을 확인한 뒤 허둥대는 나머지 마족들을 해치우자 얼마 지나지 않아 시스템창이 떴다.
[비밀 던전의 주인으로 가는 길(2) 완료.]하, 겨우 끝냈네. 못 깨는 줄 알았어.
완료된 것을 확인하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이쯤 되니 보상이 기대됐다. 물음표로 되어 있던 보상은 괜히 사람을 더 궁금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이상한 것만 아니어라.
[보상이 –주—집니–]뭐야 시스템창 왜 저래?
나는 의아함을 느꼈다. 멀쩡해야 하는 시스템창이 오류가 난 것처럼 글자가 깨져 보였다.
보상을 주겠다는 소리 같은데, 제대로 확인이 불가능했다.
불쑥!
그리고 갑자기 품안에서 소미가 튀어 올랐다.
“뭐야, 소미 너 언제부터 옷 안에 있었어?”
분명 집에 두고 온 줄 알았는데? 전투하는 거 알면서 코빼기도 안 보였던 거야, 이 녀석?
괘씸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소미의 모습이 이상하게 꿈틀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