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167
168화
-스카우트 파티 (1)
감사합니다, 형님.
그러니까 저 블랙카드로 말할 것 같으면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한다는 그 신혈의 한도가 없는 블랙카드였다.
“그런 걸 함부로 남에게 맡겨도 되는 겁니까?”
나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재빨리 카드를 낚아챘다. 이권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내게 카드를 넘기고는 말했다.
“억 단위로 쓴다고 해도 나한텐 별 거 아니라.”
백이권, 대체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거지?
억 단위로 써도 타격이 없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이권이 순간 부럽다고 생각했다.
“일단 스카우트 파티 때 입을 옷을 골라 보자고.”
이권은 내가 이것저것 구매한 것들이 전부 먹을 것임을 알고 나를 남성 옷을 파는 곳으로 이끌었다.
파티라고 해 봤자 그냥 사람들 모여서 수다나 떠는 거 아닌가? 거기에 무슨 옷을 차려입는다고.
솔직히 후드티면 되지 않나 싶어서 떨떠름했지만 사주겠다는데 토를 달 생각은 없었다.
“아니 이걸 입고 가야 한다고요?”
토를 달 생각은 없었다. 정말 없었는데.
딱 봐도 비싸 보이는 고급 정장에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게다가 이권이 입어 보라고 건넨 정장은 조끼에 넥타이까지 껴입는 3피스 정장이었다.
“헉.”
게다가 옷은 내 예상보다 0이 하나 더 많은 액수였다.
옷이 이렇게 비쌀 수가 있구나,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해주는 금액이었다.
백이권이 저번에 사줬던 후드티를 전부 합쳐도 모자랄 금액이었다.
아니 파티 때 다들 이런 걸 입고 온다고? 스카우트할 때 그 사람의 차림새까지 보는 건가?
그저 실력만 보는 자리가 아니었나 싶었다. 헌터에게 그 외의 능력이 왜 필요한 것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옷은 중요하지. 그 사람의 능력이 옷만큼 되지 않더라도 이 정도의 후원을 해 주지 않을 사람이라면 계약하지 않겠다는 뜻도 되거든.”
이권은 내가 경악하는 모습을 보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가 설명해 주고 나서야 왜 그렇게 입고 나타나는지에 대해서 깨달았지만 여전히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생각은 가시지 않았다.
애초에 평범한 길드는 스카우트 계약도 제대로 하지 못하겠는데?
“그렇다 치더라도 이건 좀 부담스러운데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인상을 쓰자 이권도 순순히 인정했다.
“확실히 이렇게 정석으로 클래식하게 입는 것도 새롭긴 하지만 어울리지 않는 감도 있군.”
그리고 이권은 조금 더 캐주얼해 보이는 정장을 골라 내게 떠넘겼다. 회색빛이 감도는 푸른색 정장이었다.
아니, 내 말은 이게 아니었는데.
그래도 얌전히 정장을 입으라는 대로 열심히 입었다. 왜냐하면 입은 옷들을 전부 이권이 사줬기 때문이다.
결국 비싼 정장을 5개 정도 사고 나서야 이권은 됐다는 얼굴로 뒤돌았다.
“나는 내 할 일을 마쳤으니 가볼게. 한설 군은 여기서 더 놀다 가라고.”
“얼른 가보시죠.”
나도 이제야 옷 지옥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과 블랙카드로 열심히 긁을 생각에 이권을 열심히 배웅했다.
이권은 내 속이 다 보인다는 듯이 큭큭대며 웃었지만 그마저도 얄밉기는커녕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렇게 이권이 떠난 뒤 나는 천천히 백화점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헌터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보니 백화점에도 헌터들을 위한 물품을 팔기도 했다.
백화점에서 파는 것들은 금액이 너무 비싸다 보니 다들 커뮤니티나 경매, 혹은 길드를 통해 물건을 사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내겐 지금 이권의 블랙카드가 있었다!
이때 아니면 언제 와보겠어?
나는 헌터 전용층으로 올라가 괜찮은 물건이 있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나는 딱히 장비나 아이템 같은 건 쓰지 않지만 대부분 헌터들은 장비를 목숨같이 여긴다.
말로만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던전에선 그것들이 여벌 목숨이나 다름없으니까.
난, 돈이 없어서 쓰기는커녕 구경도 못 해 봤다.
백화점에 늘어선 아이템들은 정말 별거 아닌 아이템도 가격이 높았다.
“와, 포션 하나에 몇 천이나 한다고? 이거 진짜 날로 먹네.”
그래도 포션은 가장 흔한 아이템 중 하나라 잘만 사면 싸게 살 수 있는 품목이었다. 그런데 백화점으로 오니 가격이 몇 배는 비싸졌다.
역시 안 되겠어. 아무리 백이권의 돈이라지만 이 돈 주고 구매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결국 나는 구경만 잔뜩 하다가 아이템 구매를 포기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다 내 눈에 띈 것은 아이템 할인점이었다.
“여기는 좀 괜찮으려나?”
물건들을 대충 둘러보니 잘 안 팔리는 아이템들을 모아 세일하는 것 같았다.
가격도 나름 나쁘지 않았고, 여기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 열심히 아이템들을 살펴보다가 마력을 희미하게 만들어 주는 아이템을 몇 개 구매했다.
다른 건 뭐 있나 열심히 둘러보고 있는데 갑자기 소미가 품 안에서 빠져나와 주변을 빙글 돌더니 한 아이템 위에 앉았다.
“뭐야, 이거 한번 보라는 거야?”
소미가 갑자기 왜 그러나 싶으면서도 아이템을 집어들었다.
소미가 가리킨 아이템은 손바닥만 한 작은 방패에 화살이 통과되어 있는 모양의 브로치였다.
“이걸 사라는 거야? 이게 무슨 아이템이길래.”
아이템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설명을 읽어봤다.
[통과되는 방패]정신적인 공격에 면역을 얻습니다. 하지만 그 정신 공격을 물리 공격으로 치환합니다.
내구도: 2/10
정신 공격에 면역을 가지는 대신 물리 공격을 받게 된다고? 이건 조삼모사 아니야? 이 아이템이 왜 안 팔려서 할인점에 처박혀 있는지 알겠다.
게다가 새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많이 낡았는지 내구도가 2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소미는 공중에서 뛰어다니며 아이템을 구매하라고 열심히 어필하고 있었다.
[구매, 도움.]말을 못 하니 단어를 열심히 내뱉으면서.
“그래, 알겠어. 근데 스카우트 파티 때 내가 정신계 공격을 받을 일이 있을까?”
다양한 헌터들이 오는 곳이니 정신 공격에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맞았다. 이권이 이미 영상을 뿌린 상태라면 다들 나를 스카우트해 보려고 다가올 테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등급이 높았고, 쉽게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내가 조심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매화 길드의 함유리밖에 없었는데, 듣기로 함유리는 힐러에 가까웠다.
그리고 정신 공격을 당하는 대신 물리 공격을 받는다면 무슨 소용이야?
아, 그러고 보니 나한테는 무적 효과가 있었지.
만렙이 되고 아직 사용하지 않았던 승급 효과가 떠올랐다.
“그러니까 소미, 네 말은 이걸 사용할 때 승급해서 무적 효과를 적용하란 거지?”
소미는 빙글 돌며 긍정 표시를 했다. 나는 일단 소미의 말대로 아이템을 샀지만 이 아이템을 쓸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내가 매화 선수들을 박살내 놨다고 해도 설마 그렇게까지 작정하고 나오겠어?
그리고 그 생각은 몇 시간 만에 깨지고 말았다.
* * *
“윽…. 말로 하시죠.”
“말로 하는 것보다 빠른 건 행동이지.”
왜 매화 길드장인 함유리가 이렇게까지 하는 거냐고.
소미가 말한 대로 이 아이템을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러니까 몇 시간 전, 아이템을 다 사고 백화점을 나서자마자 내 앞으로 차가 한 대 섰다. 이권이 보낸 차였다. 그 차를 타고 우리는 헬기장에 도착했다.
일단 거기서부터 어이가 없었는데 헬기를 타고 공중에 떠다니는 작은 건물에 나를 내려놓는 것이었다.
스카우트 파티를 위해 만든 인공 건물이라는 말에 나는 시대를 잘못 태어난 건가 의심이 들었지만 헌터들이 모여서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말에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 고개를 끄덕였다.
스카우트 파티는 저녁 7시에 시작이기에 한두 시간 여유였던 나는 같이 온 이권이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사이 뷔페를 즐기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눈치를 보며 말을 걸어대는 헌터들 때문에 여유롭게 하지 못하고 고기만 몇 점 집어서 밖으로 도망 나온 참이었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고기를 먹으려던 찰나, 갑자기 매화 길드장이 내가 있던 테라스로 쳐들어온 것이 불과 1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러니까 일단 설명을 해주셔야 저도 뭔가 행동을 취하죠.”
매화 길드장은 붉은 머리를 가지고 있었고 키도 커서 내 눈높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소문을 잘 못 들은 건지 힐러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저돌적인 면이 있었다.
내가 서포터라고 생각하고 무작정 덤빈다고 하기에는 이미 길드대항전 때 S급인 신애를 이긴 것을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럼 자신이 S급이라고 당당한 건가? 물론 아무리 힐러여도 S급이면 충분히 그런 자신감을 가질 만하긴 한데.
아무튼 테라스에 들어오자마자 정신 공격이라니, 너무하잖아. 제대로 된 대화도 없이!
테라스에 들어오자마자 함유리는 세뇌 스킬을 사용했다.
[매화 길드장에게 복종하라.]이 문구가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았다. 이렇게 강력한 세뇌는 또 처음이었다.
예전에 배에 납치됐을 때 센터에서 걸었던 세뇌도 상당히 강력했는데, 그것보다 더 강한 세뇌였다.
역시 S급은 다르다 이건가.
다행히도 아이템이 저절로 사용되어 세뇌를 방어하고 있었다. 대신 아직 승급을 하지 않아서 무적 효과가 없었던 나는 그대로 물리 공격을 당해 버리고 말았다.
세뇌가 강력했던 만큼 물리적으로 오는 타격이 강력했다.
복부에 들어오는 강력한 타격감에 정신이 아찔해지며 나도 모르게 앞으로 고꾸라졌다.
방심하고 안일하게 있었던 건 나뿐이었다.
“제가 천설원이기 때문에 이러는 겁니까? 매화 길드 선수들을 이겼기 때문에?”
나는 침이 주륵 흐르는 와중에도 겨우 얼굴을 들어 올려 함유리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녀는 내가 왜 갑자기 배를 움켜쥐고 앞으로 쓰러지는 건지 알 길이 없었기에 의아해하는 표정을 잠깐 지었지만 정말 잠깐뿐이었다.
얼굴에 잔뜩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을 달고 높은 힐을 신어 또각거리는 소리를 선명히 들려주며 내 쪽으로 위협적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게 전부는 아니야, 애송아. 너희들은 내가 이권에게 먼저 확인 사살을 얻기 위해 행동할 거라고 생각했겠지.”
이권이 말했던 부분이었다. 사실 내가 조금 안심하고 있었던 것도 이권이 알아서 다 해줄 거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방심하고 있었다.
“길드대항전이 아니면 또 뭐가 있는 거죠? 제가 매화 길드에 피해를 준 건 없는 걸로 아는데요.”
어떻게든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함유리에게 억지로라도 더 말을 걸었다. 당장이라도 머리채를 잡고 끌고 갈 것 같은 위험한 분위기에 머리에서 경고등이 울렸다.
“신혈 길드장은 매화가 정보력이 약하다고 믿고 있는 것 같더라. 제주도가 섬이라 무시하는 것 같은데 착각도 유분수지.”
뭐지, 함유리가 뭘 알고 있는 거지?
찔리는 게 너무 많아서 뭐에 대한 걸 말하는 건지 감을 못 잡겠다.
영상을 유포한 게 이권이라는 건 알고 있을 테고, 이권과 내가 말을 맞춘 거라는 걸 알고 있는 건가? 그러면 갑자기 날 공격할 이유가 없는데.
“짱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
퍽-
“윽.”
함유리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내 가슴팍에 힐을 신고 있는 발로 찍어 내렸다. 날카로운 타격에 신음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
함유리는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에 어떤 반응도 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너네, 제주도 쳐들어온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