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168
169화
-스카우트 파티 (2)
뭐? 이건 어떻게 안 거야?
매화 길드의 정보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 길은 없었지만 정말 얕보고 있었던 것은 맞는 말이었던 것 같다.
분명 어제 잠깐 이야기를 하고 헤어진 것이 전부였다. 던전에 들어갔던 사람들만 알고 있던 정보였고, 심지어 매화에 대한 이야기는 몇 마디밖에 하지 않았다.
누가 스파이 짓을 했거나 아니면 집에 도청기를 설치했다고 봐야 가능한 이야기였다.
“누가 그런 말을 하던가요? 저희가 제주도에 쳐들어간다고요?”
일단 잡아떼자. 뭔가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건지 확인해 봐야 했다.
“잡아떼 봤자 소용없어. 모든 주축이 네 녀석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으니까.”
우리 팀에서 뭔가 얘기가 새어 나갔을 리는 없다. 일단 그런 성정의 사람들이 아니다.
차오름은…. 솔직히 확신은 할 수 없지만 녀석에게 득이 되지 않는 일이었으니 배신했을 리가 없었다.
그럼 가능성은 한 가지였다.
“이혁일이 알려줬나요?”
우리가 제주도에 가는 이유는 이혁일, 그놈을 찾으러 가는 거였으니 당연히 녀석이 손을 써뒀을 가능성이 높았다.
애초에 지도를 준 것도 놈이 신처럼 떠받들고 있는 ‘시스템’이었으니.
“부정하지 않는군?”
함유리는 눈썹을 들어 올리며 ‘이거 봐라?’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미 다 알고 온 것 같은데 부정하려고 들면 오히려 더 수상했다.
함유리가 우리 편인지 아니면 이혁일의 편인지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솔직해져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뭔가 이혁일의 편이라고 하기에는 제주도를 쳐들어온다는 것에 화를 낸다든지, 매화 길드를 무시한 것에 화를 더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 하는 거니까요. 저를 공격하신 목적이 뭡니까?”
“오해? 말은 잘하는군. 널 끌고 가면 계획도 무산되겠지. 네가 주축이라고 들었다.”
내가 언제 주축이 되어 버린 거지? 이혁일의 머릿속에서는 그렇게 단정 지어진 건가?
물론 녀석을 해치운 게 나였으니 그렇게 생각할 법도 하네.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네요. 누구한테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백이권도 있는데 제가 왜 주동자겠어요? 게다가 우리는 매화를 공격하기 위해 제주도로 가는 게 아닙니다.”
함유리는 침착한 내 대응에 조금쯤은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 같았다. 더 해 보라는 듯이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을 보니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다리는 치우지 않은 상태였다.
“매화를 공격하러 오는 게 아니라면 제주도엔 무슨 일로 오는 거지?”
“어떤 인물을 만나러 가는 겁니다. 이혁일이라고 아실 텐데요. 심지어 저희는 싸우러 가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얘기를 나누고 싶을 뿐이죠.”
함유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자신에게 정보를 흘린 인간의 이름이 거론되었으니 그럴 법도 했다.
“그래서 나의 정보통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건가?”
“아뇨, 그렇다기보다는 저희가 찾으러 가는 인물이 그 정보통이라면 오해가 쌓이기 쉽게 말을 전달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나는 함유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공격할 생각 없어, 이혁일이 우리가 매화를 공격할 거라고 흘렸지? 그거 거짓말이야. 우리 걔 만나러 가니까 걔가 쫄아서 구라 친 거야.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함유리가 모를 리가 없었다. 나는 최대한 선량하게 보이기 위해 말을 마치고 눈을 접어 생긋 웃었다.
그래도 비위 맞추는 거 하나는 자신 있었다.
그리고 함유리도 이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간파할 수 있는 능력이나 스킬이 있을 것이다. 괜히 길드장이 된 것은 아닐 터였다.
“거짓말은 아닌 것 같군. 그렇담 이혁일이 나에게 거짓 정보를 흘린 셈이군.”
휴, 다행이다. 어느 정도 말귀를 알아들었네. 그럼 이제 이 발도 치워주지?
함유리는 잠시 생각하는 것 같더니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기 시작했다.
뭐지? 왜 불안하게 저렇게 웃는 거야? 말 잘된 거 아니었어?
“그럼 이렇게 하면 되겠네. 너를 매화로 데리고 가는 거지.”
뭐? 무슨 결론이 그렇게 되는 거야?
함유리의 눈에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
“모든 원인에는 네가 껴 있어. 결국 너를 데리고 가서 이혁일과 대면하게 만들면 되는 일인 것 같은데?”
아씨, 일이 왜 이렇게 돌아가냐고.
“그건 안 좋은 생각인 것 같은데요….”
할 말이 없어서 말을 끌며 머리를 열심히 굴렸다. 하지만 함유리는 내가 무슨 생각을 더 하기도 전에 내 뒷덜미를 잡아챘다.
힘이 어찌나 센지 키도 비슷하면서 나를 한 손으로 들어 올렸다.
이거 좀 수치스러운데. 백이권도 짐짝처럼 들쳐 메더니 이번에는 함유리냐.
“백이권이 제주도에 함께 오는 것보다 네놈이 혼자 오는 게 나는 마음이 편하지.”
그건 그렇지만!
나는 뭔가 더 말을 하려고 했다.
콰광-
그리고 내가 덜렁 함유리의 손에 끌려 가기 직전에 테라스의 문이 거칠게 열리다 못해 부서졌다.
그리고 테라스로 미소를 짓고 있지만 빡친 기운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이권이 걸어 들어왔다.
“매화 길드장, 우리 한설 군에게 용건이 있으면 나를 통하라고 분명 경고했을 텐데.”
“악덕 사장 마인드군. 나는 네놈이 아니라 이 녀석과 단둘이 대화하고 싶은 거라고.”
둘은 나를 사이에 두고 기 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무슨 내가 순정만화 주인공도 아니고 나를 두고 싸우긴 왜 싸워?
하지만 그들의 싸움에 끼어들 만큼 나는 멍청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권이 나타났으니 어떻게든 해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일단 말없이 지켜보기로 했다.
“내 계약자는 내 말만 들어야 하거든.”
내가 개냐.
물론 처지가 그리 달라 보이진 않지만.
함유리와 백이권의 대치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몰려드는 것이 느껴졌다.
함유리도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을 느꼈는지 테라스의 난간을 밟고 올라섰다.
“아니 이러다 떨어지겠어요!”
나는 가만히 두 사람이 싸우는 걸 지켜볼 생각이었지만 함유리가 아슬아슬하게 난간을 밟고 올라서자 생각이 달라졌다.
이러다 떨어지겠는데. 비행 스킬이라도 있는 건가? 제발 있다고 해줘.
“비행 스킬도 없으면서 한설 군 위험하게 난간에 올라가는 짓은 그만두지.”
아악, 비행 스킬 없구나! 그래, S급이라고 다 비행 스킬이 있는 건 아닐 테니까.
이권의 말에 조금 남아 있던 희망도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버둥거리던 것을 멈추고 함유리의 옷자락을 부여잡았다.
“우리 내려가서 말하죠. 위험하잖아요.”
여기가 그냥 2층짜리 건물이었으면 이렇게 식겁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일단 건물의 높이부터가 10층이 넘어갔고, 심지어 비행기도 지나가는 것이 보일 정도의 높이에 세워진 인공 건물이라는 사실이 식은땀 나게 만들었다.
내가 믿을 건 소미밖에 없다. 현지를 소환해도 되는 일이었지만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소환할 수는 없었다.
일단 떨어지지 않는 게 제일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이권은 잠시 말이 없더니 손가락을 뻗어 주먹을 쥐는 행동을 했다. 그러자 내 몸이 이권의 쪽으로 쏠리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 이권과 던전에 둘만 있었을 때 사용했던 스킬과 유사했다.
“해보자는 거군.”
함유리는 인상을 찌푸리며 내 목덜미를 잡은 손에 힘을 줬다.
“켁.”
그리고 나는 옷에 목이 졸려 켁켁거릴 수밖에 없었다.
찌익-
쿵!
한참을 켁켁대고 둘의 힘 싸움이 이어지다가 옷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자동으로 나는 이권에게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고, 놓는 힘이 커서 이권을 지나쳐 벽에 몸을 부딪쳤다.
“아오, 빨리 S급 찍든가 해야지, 이거 억울해서 살겠나.”
혼자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둘은 아직도 서로를 노려보며 기 싸움 중이었다.
잠깐, 지금이 기회 아냐?
나는 정신을 차리고 복도를 냅다 달렸다. 이곳에 1초라도 더 있다가는 둘의 먹잇감이 될 뿐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엇, 도망간다!”
누군가 뒤에서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뒤돌아볼 겨를도 없었다.
나는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스피드로 테라스를 빠져나가 둘이 없는 곳으로 도망쳤다.
한참을 내달리다 사람들이 서서히 보이지 않자 나는 잠시 몸을 숨기기 위해 근처에 있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숨을 고르고 방에 나 있는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어 상황을 살폈다. 다행히도 아무도 쫓아오는 사람은 없었다.
“누구지?”
아, 사람이 있었구나.
나는 뒤를 돌아 불이 켜져 있지 않아 컴컴한 방안을 실눈을 뜨고 바라봤다.
멀리서 온 사람들을 위한 숙소처럼 보였는데 침대에 누군가 누워 있는 실루엣이 느껴졌다.
그리고 방안에서 담배를 피웠는지 담배 냄새도 희미하게 맡아졌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급해서 허락도 없이 들어왔네요. 바로 나갈게요.”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누구냐고 물었다.”
근데 잠시만. 되게 익숙한 목소리인데.
나는 순간 불길한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헌터 생활을 하다 보면 금방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증오하다 못해 혐오하는 그 인간을.
낮고 약간은 쉰 목소리, 지독한 담배 골초.
왜 단번에 눈치채지 못했을까?
그는 대안 길드 길드장 이한대였다.
하, 지금 만날 때는 아닌데.
나는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녀석과 마주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도망가는 것 같은 모습을 녀석에게 심어주고 싶지도 않았다.
녀석은 자다가 깨서 기분이 좋지 않은지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그리고 은은한 분위기로 녀석이 짜증나 있다는 사실도 느껴졌다.
그래, 어차피 한 번은 마주해야 했지.
길드장들도 스카우트 파티에 꼭 참여한다는 얘기를 듣고도 안일했던 스스로를 탓하지 뭐.
나는 문을 열고 나가려던 몸을 다시 바로 하고 녀석을 바라봤다.
“누구인지 모르신다니 실망이네요, 한설입니다.”
어둠에 익숙해져 녀석의 실루엣이 이제는 명확히 보이기 시작했다. 녀석은 인상을 팍 찌푸리며 침대맡에 있던 작은 탁자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한설? 아아,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다 싶었는데.”
이한대는 담배를 입에서 떼고 연기를 훅 불으며 나를 날카로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여기저기서 하도 왈왈대길래 뭔가 대단한 놈일 줄 알았는데 뭐 딱히 그렇지도 않은데.”
이한대는 나를 위아래로 살펴봤다. 그리고 나는 녀석의 말투와 표정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새끼, 나 기억 못 하는구나?
나만 혼자 그렇게 억울해하고 분노를 삼켜왔던 것인가 싶어 속에서부터 뭔가가 들끓었다.
차라리 잘된 일일 수도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은 넘기고 다시 제대로 계획을 세워 녀석을 한 방 먹일 때를 기다릴 수 있다는 소리였으니까.
하지만 그러기에는 감정이 주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화난 목소리가 튀어 나가고 말았다.
“형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 기억도 안 나나 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