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171
172화
-제주도로 (1)
이거 어디서 많이 봤던 광경인데. 백이권한테 끌려 갈 때도 맨날 이런 식으로 끌려가지 않았었나? 나는 왜 맨날 누군가한테 들쳐지는 거지?
백이권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거다. 이권과는 하늘을 날았다면 함유리랑은 추락하고 있다는 것.
“저기요! 지금 우리 떨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거 맞아요?!”
“보고 있는 그대로다만.”
함유리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평온한 어투로 말했다.
지금 추락하고 있는 사람 맞아?
점점 바다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어떻게 할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여기서 죽고 싶지 않았다.
사실 함유리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반응할 수 있는 것일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떤 방식인지 알 수 없었으니 불안한 건 매한가지였다.
아마 함유리는 이 정도 높이에서 떨어진다고 해도 죽지 않을 자신이 있을 것이다.
아님 매화 길드에 S급 힐러가 있으니까 죽기 직전까지 간다고 해도 힐로 살려낼 자신이 있다든가.
사실 이 가정이 제일 무서웠다.
난 불확실한 방법은 따르고 싶지 않았다. 던전 오류에서 소미가 안개화를 통해 충격을 흡수시켰던 것을 기억해내고 소미의 스킬을 빌려 쓰려고 할 때였다.
파지직-
“칫, 빠르기도 하지.”
함유리가 몸을 한 바퀴 돌려 뒤에서 갑자기 날아오는 공격을 피했다.
와, 공중에서 묘기를 하네.
혀를 차고 힐끔 위를 올려다보는 것을 보고 나도 시선을 따라갔다. 그곳에는 백이권이 무서운 속도로 우리를 쫓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납치된 거 알고 바로 달려와 주는 거 보니 좀 감동적일지도.
감동 받으려고 하는데 이권의 표정이 섬뜩한 것을 보고 정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고는 있는데 눈에 광기가 돌고 있었다.
잡히면 함유리고 나고 다 죽일 것 같은데?
어쨌든 아군이긴 했으니 응원해야 하는 게 맞았다. 그리고 백이권은 비행 스킬이 있었으니까 더 믿음이 가기도 했고.
후웅-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함유리가 아무 대책 없이 허공에 몸을 던진 것이 아닐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거창하게 준비했을 거라고도 생각은 못했다.
거대한 비행선 같은 게 눈앞에 갑자기 등장했다. 아무래도 투명화를 할 수 있는 스킬로 감싸고 있었던 모양이다.
SF영화라도 찍는 줄 알았다.
우리가 떨어지는 타이밍에 맞게 비행선의 뒷부분이 오픈되더니 올라탈 수 있게 판이 내려왔다.
그리고 함유리는 익숙하다는 듯이 그곳으로 몸을 돌려 내려앉았다.
그리고 우리가 판에 올라타자마자 입구가 닫히고 비행선은 그대로 제주도 쪽을 향해 날아갔다.
“백이권은 완전히 닭 쫓던 개 신세군.”
함유리는 통쾌한지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나를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안으로 걸어갔다.
나는 진짜로 백이권이 이대로 닭 쫓던 개 신세가 된 건가 싶어 비행선 안에 있던 창문으로 밖을 쳐다봤다.
“이렇게 맹렬한 개가 있을까요?”
나는 창문을 바라보면서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이권이 비행선의 속도는 우습다는 듯이 옆에 딱 달라붙어 쫓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미친놈이!”
함유리는 내 반응을 보더니 욕설을 내뱉으며 창밖을 확인했다. 그리고 표정을 구기며 옆에 있던 부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격추시켜! 더 이상 쫓아오지 못하게 해!”
“네!”
명령을 받은 부하는 곧바로 조종실로 올라가 미사일 발사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백이권에게 그런 건 통하지 않았다.
적군일 때는 소름 끼치게 무서운 놈이지만 아군일 때는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네. 미친놈인 점이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
나는 속으로 백이권을 응원하며 함유리가 이권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비행선에서 어떻게 해야 탈출할 수 있지?
생각해 보면 이대로 제주도로 향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준비도 없이 제주도로 향하는 것은 원치 않았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오려고 했는데 그것도 아니었고.
일단 함유리 몰래 핸드폰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지금 함유리에게 잡혀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잘만 하면 이대로 제주도로 향하게 될 것 같다는 정보도.
[아침부터 안 보이길래 어디 갔나 했더니 혼자 또 이상한 짓 하고 다니는 거냐?]곧바로 차오름의 분노가 담긴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러고 보니 이제 이권이 준 집은 이제 사무실로만 사용할 거라는 얘기를 하지 못했다.
크게 문제 될 부분은 아니라 가볍게 넘기고 비행선 안을 빠르게 한 번 슥 훑었다.
분명 이 정도 크기의 비행선이라면 비상탈출을 위한 조취가 되어 있을 것이었다.
“어, 이건가?”
딱 봐도 누르면 안 될 것처럼 생긴 빨간 버튼이 유리로 된 가림막에 뒤에 가려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도 함유리가 서 있는 곳 바로 옆 벽면에.
함유리의 이목을 끌고 싶진 않은데 어쩔 수 없지.
나는 천천히 함유리에게로 다가가면서 말을 걸었다.
“백이권이라면 제주도 안까지 쫓아올 거예요.”
“하고 싶은 말이 뭐야?”
함유리는 짜증난다는 표정을 하고 나를 홱 돌아봤다.
“너를 놓아주기라도 하라는 소리인가? 어디서 개수작이야? 그래 봤자 어차피 너희는 다시 제주도로 쳐들어올 셈이잖아?”
그건 맞지.
함유리는 더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이 몸을 돌려 부하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싸, 차라리 잘됐다.
“저놈, 쓸데없는 짓 못 하게 묶어놔.”
부하에게 명령을 내린 함유리는 여유롭게 조종석으로 걸어갔다.
제주도에 들어갈 때까지 묶어놓고 인질처럼 데리고 있을 생각인가 본데, 그럴 거면 처음부터 묶어 놨어야지.
나는 함유리가 자리를 벗어난 틈을 타 벽의 빨간 버튼을 강하게 눌렀다.
챙-
삐삐삐-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붉은 조명과 함께 경고등이 매섭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산소마스크가 위에서 떨어졌고 푸른색으로 비상문의 위치가 뜨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뭐야?! 저 새끼가!”
함유리는 갑자기 경고등이 켜지니 당황하며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눈에 불길이 이는 것처럼 일렁이더니 나를 붙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곧바로 몸을 던지다시피 비상문을 열어젖혔다. 압력에 의해 안에 있던 물건들이 밖으로 빨려 들어가다시피 했고 함유리는 기함을 토하며 선체를 붙잡았다.
“꽉 잡아! 미친놈이 비상문을 열었어!”
“꺄악!!”
비명과 혼돈으로 혼잡해진 틈을 타 나는 잡고 있던 비상구 문을 놓고 밖으로 몸을 던졌다.
사실 힘들여 밖으로 몸을 날리지 않아도 하늘은 내 몸을 빨아들이듯이 끌어당겼다.
“와, 스스로 자살쇼를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바닥으로 추락하는 느낌은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물론 본능적으로 심장이 울렁이는 감각이 드는 것은 어떻게 할 수 없었지만 공포는 없었다.
이럴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팟!
“악! 좀 살살 잡아요!”
“구해 준 사람한테 너무한 말 아닌가?”
나는 백이권의 집착을 믿었다. 녀석이라면 당연히 날 구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건 딱 맞아 들었다고 할 수 있었다.
“최고의 대우를 해 준다고 했으니 구하는 것도 젠틀하게 해 줄 수 있는 거잖아요.”
“어쨌든 살려줬으니 된 거 아닌가?”
그건 그렇지.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처지는 아니니까.
“그런데 뒤에 미사일 같은 게 쫓아오는데요?”
뒤쪽을 가리키며 말하자 이권은 재밌다는 듯이 싱긋 웃었다.
“알고 있어.”
아니 알고 있다는 사람이 이렇게 여유로워도 되는 거냐고!
집착으로 따지면 함유리도 질 수 없었던 것인지 우리에게 끊임없이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었다.
유도탄인 건지 우리가 날아가는 방향 그대로 따라오는 것이 끈질겼다.
이거 터지지 않는 이상 끝까지 쫓아올 기센데?
나는 쫓아오는 미사일을 향해 비상용으로 들고 다니던 리코더를 던졌다.
쿠광!
미사일은 작은 충격에도 거대한 소음을 일으키며 터지고 말았다.
“더 있어.”
이권은 내가 리코더를 던지기 쉽게 자세를 고쳐 잡았고, 나도 가지고 있던 리코더들을 열심히 던져 마치 창던지기를 하듯 미사일들을 맞췄다.
“저 이제 리코더 하나밖에 없어요. 그리고 남은 건 받은 거라 던지기 좀 그렇고.”
이권이 줬던 전투용 리코더는 던질 수 없었다. 이한대의 일본도도 막아낼 정도로 튼튼한 재질로 만들어졌으니 저 미사일에도 견딜 가능성이 있었지만 여기서 던지면 바다에 빠질 게 뻔했다.
그냥 내다 버리는 선택이란 소리였다.
게다가 지금은 드럼채도 부러졌기 때문에 내 유일한 무기였다.
“이제는 내가 하지.”
그렇게 말하던 이권은 잠시 뒤로 돌아 손짓을 하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중력의 힘으로 유도탄을 한곳에 모으더니 압축시켜 그대로 터트려 버렸다.
아니, 진작에 이렇게 하지. 내 아까운 리코더만 희생했잖아!
구해 준 사람에게 그렇게 말할 수 없었기에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어이가 없는 표정을 숨기지는 못했다.
그리고 이권은 유유자적하게 비행을 하더니 가장 가까운 육지에 착지했다.
“여긴 어디죠?”
이권은 옷을 털어내고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제주도.”
아니 이 양반아! 제주도에 안 가려고 이 난리를 피운 건데 제주도에 착지하면 어쩌자는 거야!
“미사일은 우리를 제주도에 착지시키기 위해 유도한 미끼일 뿐이야. 솔직히 오랜 비행은 나도 피곤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이권은 곤란하다는 말투로 말했지만 얼굴은 오히려 신난다는 듯이 들떠 있었다.
이럴 거면 그냥 얌전히 잡혀가는 건데.
* * *
“미친놈이랑 잘 지내길래 정상은 아니겠거니 싶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군.”
함유리는 비상문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한설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유리의 상식선으로 이해가 가지 않은 행동이었다.
유리는 열려 있던 비상문을 닫고 부하에게 명령했다.
“미사일을 계속 쏴. 눈치채지 못하게 제주도 방향으로 유도해라.”
“네! 유리 님!”
“그래, 이번엔 내가 실수한 게 맞지.”
유리는 E급이라고 방심하지 말라던 이혁일의 충고를 가볍게 생각했던 스스로의 불찰이라고 생각했다.
“아닙니다! 유리 님이 실수라뇨!”
유리의 혼잣말을 들은 부하는 기겁하며 소리를 쳤다. 하지만 유리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조종석 의자에 앉았다.
“반푼이 S급이라고 해도 S급을 이긴 녀석이었다. 조금 더 경계했어야 하는 건데.”
“신신애를 말하는 겁니까? 녀석은 이제 막 S급이 됐고 솔직히 하위급이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실 만해요!”
“아니, 우리 A급 헌터들도 상대했던 녀석이니 강한 건 사실이야.”
함유리는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영상은 조작된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나름 정예 멤버들을 선수로 내보낸 것이었으니 당연히 E급의 헌터가 정말로 이긴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권이 또 이상한 짓을 벌이며 영상을 조작해 퍼트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그럴듯한 이야기였다.
녀석을 묶어두지 않은 것도 그랬다. 이 비행선 안에는 매화 길드의 마크가 새겨져 있지 않은 녀석은 움직임에 제한이 걸리는 스킬이 걸려 있었다.
“그냥 무력화시킬 정도라고? 눈치채지도 못한 것 같던데.”
함유리는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고 느끼고 안절부절못하는 부하에게 명령했다.
“길드 전체에 스킬 무력화를 걸어둬. 한번 해 보자고.”